제목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저자 : 넬레 노이하우스
역자 : 김진아
출판 : 북로드 2011년
추리 소설의 진가는 작품 줄거리 전개와 동시에 퀴즈를 풀어나가듯 범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작품을 쓴 작가와의 끊임없는 두뇌 싸움을 벌여나가는 즐거움에도 있다. 그래서 반전과 반전, 때로는 트릭이 난무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모두 작가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장치하는 수법들이다.
이 책을 읽어 나감에 있어서 다소 특이했던 점 중 첫 번째는 작가와 작품 배경이 교묘하게도 독일이라는 점이다(바로 전 날 나는 프랑스사에 이어 독일사를 읽었는데 머릿속에는 독일이 치른 제2차 세계 대전의 포염이 난무했다). 즉, 전쟁을 치르는 획일화된 나치 군대가 계속 연상되며 유럽 어디에나 있을 법한 여느 시골 마을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왜 그런지 낯설었다. 그 말은 독일에 관한 문학책을 접한 지 꽤 되었고, 나의 머릿속 상상력은 점차 고갈되어 독일인의 생활 환경에 대한 이미지가 쉽사리 떠오르지도 조성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는 최근 들어 스웨덴, 일본, 미국에 이어 독일의 작가가 쓰고 그 출신 나라가 배경이 되는 일련의 추리 소설들을 읽고 있는데 모두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고, 어쩔 수 없는 동일 반복적 내용이 서술되어지는데 작중 인물과 마을 이름만 바꾸면 대부분 대동소이한 주변이 형성되는 결과에 쉽게 이른다는 것이다(살인이 발생하면 수사팀이 꾸려지고, 현장 감식이 있게 되며, 주변 탐문 조사가 진행되고, 감식 결과나 분석 자료는 별도의 기관에서 제공된다. 경찰의 내부 조직 구성과 위계, 그리고 형무소 내의 생활, 범인을 쫓는 과정 등등이 매우 비슷하다). 이것은 지구촌 시대에 교류하는 문화가 많고 신속하다 보니 보다 빨리 엇비슷해져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세 번째는 여류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다른 작품들과 달리 잘 표현되어 있다.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형사 반장의 주변에 당연히 그의 두뇌와 활약에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그의 미묘한 가족과 가정사를 끼워 넣음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보다 편안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전체 사건의 조망과 해결 진행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네 번째는 다양한 여자 형사들의 등장과 그들의 눈부신 활약이다. 그리고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읽은 추리 스릴러 소설에는 꼭 여자 형사들이 등장한다. 그네들의 성격도 다양하다. 이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등장하는 피아, 카트린, 엥겔 과장 등의 인물들에 내재된 캐릭터도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보다 자존심이 강하다. 언젠가부터 생각해 왔던 현대의 각종 체제 내에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여자를 도외시하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여류 작가든 남성 작가든 추리 소설 분야에서 여형사들을 등장시켜 맹활약하게 하는 것은 시대 조류를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즉, 오랜 역사를 통해 남자들은 힘을 과신하고 오용한 나머지 타락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