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9 07:30 | 수정 : 2015.08.19 07:57
"우리도 이런 기업인 있다니"…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던진 '신선한 충격'
“대기업 총수(總帥)가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준용 쇼크’가 재계(財界)는 물론 우리나라 전반의 기부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10대 그룹 고위 임원은 18일 이준용(77)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전 재산 2000여억원을 통일나눔펀드에 기부한다는 소식에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재산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한국적 정서를 넘어 전 재산을 통일을 위해 쾌척한 데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재계 “최근에 나온 가장 놀라운 소식”
이 명예회장의 기부 소식은 이날 주요 그룹마다 임원 회의에서 거론될 정도로 재계에서 단연 화제가 됐다. 5대 그룹 임원은 “너무 놀라운 뉴스여서 아침 임원 회의에서 도대체 그 배경이 무엇인지 서로 물었다”면서 “최근에 본 뉴스 중에서 가장 놀라운 뉴스”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 명예회장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우리 사회 분위기상 많은 대기업 오너가 개인적인 기부를 드러내고 밝히지 않는데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면서 “이 명예회장의 기부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통 큰 기부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유명 기업인이 2000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내놓겠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 “본인 이름으로 직접 재단을 세울 수도 있는데 통일에 대한 열정으로 통일나눔펀드에 기부하겠다는 대단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계 "한국 기부문화 바꿀것"
"영화 '국제시장' 본 李회장
내내 눈물… 그 때 결심한듯"
사회단체들 "기부史의 대사건"
"사회지도층의 모범 보여줘
통일운동에도 기폭제 될 것"
정치권 "통일위한 결단 존경"
"모든 이들에게 울림 준 사건…
제2·제3의 李회장 이어지길"
한 재계 관계자는 ‘평소 말씀이 없는’ 이 명예회장이 얼마 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본 소감을 밝힌 일화를 전했다. 이 명예회장이 회의에서 “마흔 넘은 딸이 하도 졸라서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영화가 시작된 첫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내내 울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명예회장은 그 자리에서 6·25 전쟁 당시 1·4 후퇴 때 인천에서 화물선을 빌려 피란을 떠난 일화도 자세히 이야기했다고 한다. 승선 인원이 겨우 5명인 화물선에 500명이 타서 고생한 경험을 소개하며,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재계 인사는 “영화 이야기를 왜 하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명예회장이 이때 통 큰 기부를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이 명예회장의 통 큰 기부 덕분에 우리 국민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높아졌고, 국민 통합과 통일에 대한 염원에 커다란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기부 문화 변화의 기폭제 될 것”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 명예회장의 기부 소식은 재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감동과 놀라움을 안겼다.
김석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사재 2000억원을 기부한 것은 우리나라 기부사(史)에서 기록할 만한 사건”이라고 평가했고, 박성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도 “이 명예회장의 기부는 한국 기업 풍토나 기부 문화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신원 SKC 회장은 “서양은 전체 기부액에서 차지하는 개인과 기업의 비율이 8대2이고 우리나라는 반대로 개인과 기업의 비율이 2대8인데, 이준용 명예회장의 개인 기부 사례는 우리나라도 기부 문화가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이 명예회장의 기부가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의 기부가 통일 운동에 기폭제가 되는 것은 물론 사회 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재벌들의 재산 상속 분쟁이 끊이지 않는 시기에 이 명예회장이 자신의 전 재산을 통일을 위해 내놓은 일은 우리 사회 지도층이 해야 하는 역할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 회장의 재산이 통일은 물론 우리 사회가 선한 공동체로 탈바꿈하는 데 씨앗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이 명예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분야를 찾아내 기부를 한 것”이라 평가했고, 민준호 대한적십자사 기획모금팀장은 “이 명예회장의 기부가 통일을 준비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명예회장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평생 이룬 부를 국가와 민족, 미래, 통일을 위해 쾌척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대사건”이라며 “제2, 제3의 이 회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말 하기 힘든 일인데 이 명예회장이 훌륭한 결단을 내렸다”며 “다른 일도 아닌 통일에 쾌척한 데 대해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통일은 말로만 얘기해서 되는 게 아니고 이런 희생과 헌신에서 씨앗이 마련된다고 본다”며 “이 회장의 큰 결단이 우리 사회 모든 기업인과 샐러리맨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크게 귀감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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