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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와 뿔개구리
장만식
“어? 저거 봐! ”
“저게 뭐지?”
파락파락 날아 오르며 분홍꽃이 예쁜 물질경이에 앉아 있던 나비가 말했어요.
“어디? 어디?”
“.......”
“어이쿠! 큰일 났네.”
“개구리다! 개구리!”
함께 있던 벌들도 부리나케 날아가 버렸어요.
조금 있다가요, 상처투성이 개구리가요, 연못 속으로 첨벙하고 뛰어들었어요. 그리고 한참 있다가요, 커다란 연 잎 위로 풀쩍 올라왔어요.
악! 이런 세상에! 그 개구리는요, 아주 무섭게 생긴 뿔개구리였지 뭐예요!
“.......”
“아! 시원하다! 개굴개굴!”
뿔개구리는요, 힘껏 울음 주머니를 부풀려서 소리를 냈어요. 그런데도요, 바로 옆에서 놀고 있던 소금쟁이하고 물땅땅이는요, 바보같이 눈치도 못채고 계속 헤엄을 치는 것이었어요. 뿔개구리는요, 더 크게 울음 주머니를 부풀려서 기분 좋게 소리를 냈어요.
“깨골! 깨골!”
그제서야, 소금쟁이하고 물땅땅이가 깜짝 놀랐어요. 그뿐만 아니라 연못에서 평화롭게 사는 곤충들이요, 깜짝 놀라서요,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
“하하하! 개골개골! 하하하!”
숨어서 벌벌 떨고 있는 곤충들을 본 뿔개구리는요, 큰소리로 웃고 나서요, 아무것도 모르고 바로 옆을 지나가는 파리 한 마리를요, 긴 혀로 날름, 잡아먹어 버리는 거였어요.
“냠냠! 냠냠! 히야! 맛있다.”
그리고 나서 저만쯤 떨어져 있는 물땅땅이를 덮쳤어요. 펄쩍 뛰어서요. 물땅땅이 가까이 가서요, 긴 혀로요, 날름 먹어 버렸어요.
“하하하, 이건 더 맛있는데! 개골개골! 개골개골!”
뿔개구리는요, 그 밖에도 숨어있는 하루살이, 물방개, 소금쟁이, 물장군, 게아재비, 파리들을요, 닥치는 대로 마구마구 잡아먹어버렸어요. 연못의 곤충들은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요, 긴 혀를 날름거리는 통에 소용이 없었어요.
“.......”
그러자 곤충들은 더 깊숙이 숨었고, 연못은 죽은 듯이 조용해 졌어요.
“아---! 배부르다! 이제 낮잠이나 자 볼까?”
배가 부른 뿔개구리는요, 연잎위에서 쿨쿨 자는 것이었어요.
“.......”
“.......”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곤충들은요, 하나둘씩 나와서요, 소곤소곤 이야기 했어요.
“어휴! 이거 큰일났네!!”
“어서 여기를 떠나야지, 뿔개구리한테 잡혀 먹히겠다!”
“그러게 말이야!”
“살기 좋은 곳인데!”
“우린 어쩌지?”
“글쎄, 말이야!”
“살려면 떠나야지! 별 수 있나!”
다들 한숨을 쉬며 떠나려고만 생각했어요.
“.......”
그런데 이때, 듣고만 있던 한 늙은 물장군이요, 아타까운 목소리로 곤충들에게 말했어요.
“여! 여보게들! 그러지 말고 우리 함께 얘기 해보는 게 어떤가? 아!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세워야 될 것 아닌가?”
그러자 소금쟁이도요, 거들었어요.
“맞아요! 언제 잡혀 먹을지 모르지만 살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래, 떨고만 있지 말고 얘기해 봅시다”
“찾아 봅시다.”
다른 곤충들도요, 모두 모여서 이야기해 보자고 했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요, 배부른 뿔개구리가요,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어요.
“.......”
잠잠해지자, 늙은 물장군이 먼저 이야기했어요.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이제껏 평화롭고 살기 좋은 연못에 험상궂은 뿔개구리가 나타나서, 우리 연못 식구들을 많이 잡아 먹었습니다. 지금은 자고 있지만, 조금 있다가 또 일어나면, 우리의 연못 식구들을 또 잡아먹을게 뻔합니다.”
곤충들은 그 말에 다들 부르르 떨었어요. 그리고 웅성웅성거렸어요.
“진정하고 조용히 하십시오.”
“.......”
자! 이 어려운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얘기들 좀 해 봅시다.”
“좋아요.”
“좋습니다.”
그러자 나비가 먼저 말했어요.
“우리 모두 다른 연못으로 이사를 가는 게 좋겠어요. 여기 있으면 다 죽어요. 서둘러 떠나는 게 좋겠어요.”
“옳아요! 아마 찾아보면 더 좋은 데가 있을 겁니다.”
하고 벌이 거들었어요.
그 말에 물땅땅이가요, 벌컥 화를 내며 말했어요.
“안돼요! 여기만큼 살기 좋은 곳이 어디 있어요! 여기서 살고 싶어요. 우리는 갈 수도 없고요.”
“맞아요. 우린 물 속에서 밖에 있지 못해요.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다 죽어요.”
다시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기만 했어요. 한참 후에야 겨우 진정을 시키고 물방개가 묘안이라고 하며 말했어요.
“우리도 여기서 떠나면 못살 것 같아요!”
“.......”
“그래서 말인데요, 뿔개구리를 우리들의 왕으로 모시는 게 어떻습니까?”
“.......”
뜸을 들이며 망설이다가 물방개가 다시 말했어요
“뿔개구리를 왕으로 모시면 우리를 함부로 잡아먹진 못할 겁니다. 아마도요? 뿔개구리에게 잘 말하면 ....... ”
“맞아요, 그러는 것이 좋겠어요. 한번 부탁해 봅시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파리가 맞장구를 쳤어요.
“.......”
“아무튼 부탁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파리가 거들자 물방개는 더욱 힘을 주어 말했어요.
“.......”
“.......”
갑자기 잠잠해졌어요. 굉장히 무서운 말이었기 때문이었요.
“......”
그때 정적을 깨고 소금쟁이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요!”
“.......”
“들어 주면 뭘 해요? 고분고분 먹이가 되자고요? 하나씩 순서대로 먹이가 되자고요?”
흥분한 소금재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어요. 그러자 다시 크게 웅성거리며 소란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서인지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어요. 이때요, 깊은 생각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하루살이가요, 떨리는 목소리로요, 말했어요.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
“저는 소금쟁이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
“다 아시겠지만, 결국은 얌전하게 먹이가 되자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우리 부모, 형제, 친구들을 어떻게 먹이로 바칠 수 있습니까?”
“.......”
“그럴 순 없습니다. 부탁을 들어 준다고 해도, 차례차례 희생만 될 뿐입니다.”
“.......”
하루살이는 가만히 듣고 있는 여러 곤충들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다시 힘차게 말했어요.
“싸웁시다.”
“.......”
“싸우다 죽더라도 차라리 싸웁시다.”
“.......”
“힘을 합쳐 싸웁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하루살이는 힘차게 말했어요.
그러자 파리가요, 아니꼬운 듯이 비아냥거렸어요.
“하루 밖에 못사는 놈이 뭘 안다고 그래! 너희들은 수명이 얼마 안 되니까 그런 소리할는지 모르지만 다른 곤충들은 아니야! 까불지마 임마!”
“그래 맞아! 우리는 여기서 너보다 오래 살았어! 다른 데도 살아 봤지만, 여기가 제일 좋아! 옮기기도 어려워! 싸워 봤자야!”
“우리는 이길 수 없을 꺼야! 어떻게 하든지 부탁을 해서 평화를 되찾아야 돼!”
“괜히 더 힘들게 만들지마!”
곤충들은요, ‘싸우자’, ‘왕으로 모시자’ 하면서요, 의견이 엇갈렸어요. 더 이상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으니까요, 벌하고 나비는요, 다른 곳으로 가기로 하고요, 나머지 곤충들은요, 일단 뿔개구리에게 부탁을 해보고 나서요, 다시 모여서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그래서요, 곤충들의 대표들이요, 뿔개구리에게 갔어요. 뿔개구리는요, 그 때까지도요, 잠에서 깨어나지 않다가요, 가까이 다가가서야요, 깨어났어요, 그리고 나서요, 울음주머니를 부풀려서요, 크게 울었어요.
“깨골! 깨골!”
가까이 갔던 곤충들의 대표들은 심장이 떨리고 오금이 저려서요, 벌벌 떨면서 말은 커녕, 움직이지도 못했어요. 얼마가 지나서요, 제일 나이가 많은 물장군이요,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말했어요.
“뿔개구리님! 문안 인사드리려 왔습니다. 우리 연못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뿔개구리는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요, 눈만 꿈뻑뿜뻑 했어요.
"......"
“그래, 너희들이 환영을 해주니 고맙구나! 그런데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
갑자기 파리가요, 앞발을 비비며 나섰어요.
“헤헤헤! 다른 것이 아니라. 미천한 연못 곤충들은 긴 혀를 이용해 번개같이 식사하시는 당당한 뿔개구리님을 존경하여 위대한 뿔개구리님을 우리의 임금님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어요.
“........”
“.......”
“하하하! 하하하!”
“.......”
“오호! 그으래? 조그만 연못의 임금이라? 흐흠!”
“.......”
“비록 작지만 마음에 드는구나! 좋구나! 아주 좋아!”
“.......”
“개골 개골! 개골 개골! 하하하!”
뿔개구리는 기분 좋게 크게 웃었어요. 뿔개구리는요, 조금 이상했지만요, 기분이 좋았어요. 그러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뿔개구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럼 그렇고 말고, 아주 좋지! 아주 좋아! 개골개골! 하하하! ”
“.......”
“하하하, 개골개골!”
“.......”
한참을 웃던 뿔개구리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어험! 그래, 그럼 너희들은 나를 어떻게 모시겠느냐? 하하하”
이번에는 소금쟁이가 나섰어요.
“뿔개구리임금님께서 계시니 마음 든든합니다. 이제 뿔개구리임금님 나라이니 명령만 하여 주십시오. 목숨을 바쳐 따르겠습니다.”
“하하하, 개골개골, 그래? 하하하, 하하하”
여러 곤충들의 아부하는 말들에요, 뿔개구리는요, 기분이요, 아주아주 좋아졌어요.
“개골, 개골-, 개-골, 개-골, 개-골-, 개-골-”
“.......”
“.......”
뿔개구리는요, 흥얼거리며 한참을 생각했어요.
“좋아! 그럼, 이렇게 해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시간에 각 곤충마을에서는 내 식사가 될 수 있는 것을 한 가지씩 바쳐라! 그리고 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연못을 연꽃잎으로 잘 꾸며 놓아라! 알았느냐?”
“예! 예!”
“그 다음은?”
“.......”
“차츰 생각해서 얘기하겠다.”
“아, 예! 예!”
곤충들은 머리가 땅에 닿을 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물러나왔다. 물러 나온 곤충들의 대표들은요, 다시 모여 대책 회의를 했어요.
“어떻게 하지요?”
“아? 뭘, 어떻게! 하라는 대로해야지!”
“야, 이놈아! 우리 식구들을 어떻게 먹이로 바치니! 매일매일! 응!"
“그렇게 어떻게 살아! 어떻게 살아 가겠냐구? 에이구!”
“.......”
“아니 뭐 다 죽는 것보단 낫지 뭘! 안 그래?”
“........”
“아이고, 그렇게라도 살아야 되냐?”
“그래--, 어떻게 하겠니. 우리가 힘이 없는데.”
여러 곤충들의 얘기는요, 희생하면서라도요, 뿔개구리가 시키는 대로하자는 것으로 모아졌어요. 그러자 계속 싸울 것을 주장하던 하루살이가요, 성난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
“우린 그럴 수 없어요! 애꿎은 우리 부모, 형제, 친구들을 먹이로 내놓을 순 없어요!”
“.......”
“우리는 싸울 거예요. 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싸울 거라고요!”
“.......”
“우리 함께 싸워요! 다같이 힘을 모아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이길 수 있다고요!”
하루살이는 간곡하게 말했어요. 그러나 많은 곤충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쯧쯧쯧, 제 분수도 모르고!”
“달걀로 바위에 치기지, 뭐!”
“하루살이 주제에 간덩이가 부었구먼! 어차피 하루밖에 살 수 없는 목숨이니,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 흥!”
“어이구--, 잘해봐라! 그렇게 잘난척하다 큰 코 다치지 쯧쯔쯔 쯔쯔”
하루살이가 싸우자고 간절히 말해도요, 많은 다른 곤충들은요, 콧방귀를 뀌면서 비웃었어요.
사실은 하루살이들도요, 굉장히 무서웠어요. 그렇지만요, 하루살이들은요, 부모, 형제, 친구들이 먹이로 바쳐지는 것을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요, 싸우기로 결심했어요. 하루살이들도요,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요, 3년을 기다려야 된데요, 그렇게 기다려서요, 많아야 겨우 보름을 산데요. 살고 싶은 마음은요, 똑 같을 거예요! 하루살이들은요, 계속 살고 싶기 때문에요, 싸우겠다고 했어요. 함께 싸우자고 부탁하면서요, 힘을 모으면요, 꼭 이길 수 있다고 울면서요, 말했어요. 그러나 많은 곤충들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돌아서서 가버렸어요.
그 후, 정해진 수많큼의 곤충들이요, 매일매일 식사시간마다 뿔개구리에게요, 먹이로 바쳐졌어요. 평화는 왔지만요, 행복하진 않았어요. 그러나 곤충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뿔개구리에게 복종했어요. 한편, 뿔개구리는요, 연못에 사는 곤충들이 모두 자신을 임금으로 모시며 섬기는데요, 감히 하루살이가 자신에게 반기를 들고요, 명령을 듣지 않자, 하루살이들을요, 한꺼번에 다 잡아먹으려고 벼르고 별렀어요. 그 소식을요, 물장군에게 들은 하루살이들은요, 무섭고 겁이 났지만요,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싸울 준비를 갖추어 나갔어요.
그러던 어느 오후였어요. 드디어 싸움이 벌어 졌어요. 뿔개구리가 하루살이 마을을 기습적으로 쳐들어갔어요, 그리고 하루살이들을 모조리 잡아먹으려고요, 와장창 달려들었어요. 하루살이들은요, 미리 정해 놓은 곳으로 긴급히 피했어요, 그리고요, 침착하게 미리 짜놓은 계획대로 분주하게 움직였어요. 그러자 부족하지만 싸움 준비가 금방 갖춰졌어요.
“우리는 수가 많습니다.”
“힘을 모으면 이길 수 있습니다.”
“용기를 냅시다.”
“우리 자식들이 우리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꼭 이겨야 합니다.”
“꼭 이기고 말 것입니다.”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정의는 반드시 이깁니다.”
서로서로를 격려하면서 하루살이들을 뿔개구리에게 접근하기 시작했어요. 뿔개구리를 물리치기 위한 하루살이들의 유일한 무기는요, 한 가지밖에 없었어요. 뿔개구리가요, 힘이 없을 때까지요, 물고 늘어지는 방법이었어요. 싸우러 가는 하루살이들은요, 남아있는 하루살이들에게요, 하루를 살아도요, 비굴하게 살지 말라고요, 바르고 떳떳하게 살라고요, 마지막으로 말하고요, 힘차게 날아갔어요. 남아있는 하루살이들은요, 모두 살아돌아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어요.
“그럼, 왼쪽은 개구리의 머리를 공격합니다. 오른쪽은 개구리의 눈을 공격하시고, 중앙은 개구리의 코를 공격하십시오, 나머지는 개구리의 몸통과 다리를 공격합니다. 다들, 알겠지요?”
“예! 알겠습니다.”
하루살이들은요, 하나같이 우렁차게 대답했어요.
“행운을 빕니다!”
“살아서 만납시다!”
하루살이들은요, 뿔개구리를요, 연못 바깥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유인했어요. 그것을 모르는 뿔개구리는요, 펄쩍펄쩍 뛰며 신나게 하루살이들을 쫓아 공격을 해댔어요. 유인에 성공한 하루살이들은요, 일제히 뿔개구리에게 덤벼들었어요.
와! 와! 와! 와! 와! 하루살이들의 우렁찬 함성과 깨골깨골! 깨골깨골! 뿔개구리의 우렁찬 목소리가 연못에도 가득 울려 퍼졌어요. 다른 곤충들은요, 숨을 죽이고요, 조용히 싸움을 지켜보았어요. 물론, 곤충들은요, 하루살이들이 이기기를 바랬어요.
뿔개구리하고 하루살이들의 치열한 싸움이요, 길어지면서요, 하루살이들이 많이 죽어갔어요. 하루살이들은요, 몸을 아끼지 않고요, 뿔개구리의 얼굴과 코, 입, 눈, 몸통을 사정없이 물고 늘어졌고요, 죽어 가면서도요, 절대로 놓지 않았어요. 그리고요, 죽어서도요, 뿔개구리 몸통에 착 달라붙어서요,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래도요, 뿔개구리하고 하루살이의 싸움은 보나마나였어요. 하루살이의 숫자가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싸움을 보고 있던 연못의 곤충들은요, 발을 동동 구르면서요, 안타까워 어쩔 줄을 몰라했어요.
“아! 역시 역부족이야!”
“저런, 쯧쯧, 어쩌나!”
“다 죽겠구만!”
“바보 같이 뭐 하는 거야! 다 죽겠잖아!”
“이런 바보 같은 자식들!”
“역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야! 괜히 희생만 커!”
“저놈들 어떻게 하냐?”
하루살이들이 하나씩 죽어가자 많은 곤충들이 눈물을 글썽였어요. 그런데요, 바로 그때였어요. 연못 속에서 멀리 싸움을 지켜보던 물장군하고요, 소금쟁이들이요, 갑자기 물위로 오르면서요, 뿔개구리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물장군하고요, 소금쟁이는요, 물위에서는 숨도 잘 못 쉬는데도요, 목숨을 걸고 싸움터에 나온 거예요. 다른 곤충들은요, 저도 모르게 환호를 질렀어요.
“야--와--! 제네! 물위에서는 숨쉬기도 힘들텐데!”
“와! 와!”
모두들요, 물장군과 소금쟁이의 용기에요, 뭉클했어요. 그러니까요, 연못의 다른 곤충들도요, 하나 둘씩 뿔개구리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물땅땅이와 물방개도요, 뿔개구리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뿔개구리는요, 하루살이와의 싸움에서 거의 이기고 있는데요, 난데없이 연못의 곤충들이요, 모두 자기를 공격하니까요, 굉장히 놀라고 화가 났어요. 다된 밥에 재를 뿌린 격이니까요. 그래서요, 뿔개구리는 더욱 거칠게 싸웠어요. 그렇지만요, 워낙 숫자가 많고요, 물밖에 너무 오래 있어서요,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어요. 빨리 연못 속으로요, 도망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요, 도망도요, 갈 수가 없었어요. 온 통 연못 곤충들이요, 둘러싸고 있고요, 하루살이들이요, 눈하고, 코하고, 입하고, 몸통하고, 다리에요, 달라붙어서요, 절대 떨어지지 않아서요, 움직이기는 커녕요,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뿔개구리는요, 피부하고요, 코로 숨을 쉬는데요, 하루살이들이 온 몸으로요, 막고 있었거든요. 뿔개구리는요, 간신히 입으로 숨을 쉬면서 싸워야 했었던거예요. 그런데요, 입으로 숨을 쉬면요, 공격을 하지 못하니까요, 아주 불리했어요. 점점 뿔개구리는요, 눈앞이 희뿌옇게 보이지 않고요, 정신이 아른아른 거리며 어지러웠어요. 마침내요, 얼마 가지 않아서요, 뿔개구리가요, 숨을 가쁘게 쉬면서요, 쓰러졌어요. 엄청난 싸움이요, 연못 곤충들의 승리로요, 끝난 것이었어요.
“와!와!와!”
“와!와!와!”
“이겼다! 이겼다!”
하루살이들과 연못 곤충들은요, 함성을 지르면서요, 승리를 기뻐했고요, 이제 까지 싸우지는 못하고 지켜만 보던 거미들이요, 뿔개구리를 거미줄로요, 꽁꽁! 칭칭! 동여 메었어요.
싸움이 끝나자 연못 곤충들은요, 죽어간 하루살이들과 연못곤충들의 명복을요, 빌었어요. 살아남은 연못곤충들은요, 다시 연못의 평화가 와서 기뻤지만요, 죽어간 곤충들을 생각하면서요, 매우 슬퍼했어요. 그리고요, 바로 뿔개구리의 재판이 벌어졌어요. 각 곤충들의 대표가요, 버드나무 가지에 위엄 있게 앉자마자요, 심문이 시작되었어요.
“너는 어디서 왔느냐?”
“.......”
뿔개구리는요, 겁을 잔뜩 집어먹고서요, 벌벌 떨기만 했어요.
‘왜 대답이 없느냐’며 호통을 치자, 그제서야 뿔개구리는요, 둥그래진 눈을 꿈뻑꿈뻑하면서요, 말했어요.
“예, 저는 여기에서 서쪽으로 한참 가면 조그만 개울이 있습니다. 그 개울을 쭉 따라가면 조그만 계곡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 계곡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절벽이 있고, 밑에는 큰 웅덩이가 있습니다. 개골개골”
“그래?”
“예, 웅덩이 옆으로 조금가면 늪이 있습니다. 거기서 왔습니다.”
“음”
“너의 가족도 있었을 텐데, 왜 혼자 이곳까지 오게 되었느냐?”
“.......”
“빨리 대답하지 못할까?”
“이-놈!”
그러자 갑자기 뿔개구리가요, 울음을 터트렸어요.
“흑흑흑, 개골개골개골, 흑흑흑, 개골개골개골”
“.......”
곤충들은요, 갑작스런 울음에 잠시 놀랐지만요, 다시 호통을 쳤어요.
“네 이놈! 왜, 그러느냐?”
“우리가 불쌍하게 생각할 것 같으냐?”
“일부러 그러는 건 줄 우리가 모를 줄 아느냐?”
“우리는 안 속는다! 하하하, 하하하”
“울음을 그치지 못할까?”
“네, 이놈!”
훌쩍거리던 뿔개구리는요, 무서워 눈이 동그래졌고요, 벌벌 떨면서요, 더듬더듬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
“늪에서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놀고싶으면 연꽃잎을 타며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
“시원한 물에서 헤엄도 치고 날마다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
“그런데 어느 날, 커다란 뱀이 느닷없이 나타났습니다.”
“뭐? 뱀? 뱀?”
“뱀이 뭔데?”
“아니, 뱀이 뭐야?”
곤충들은 웅성거렸어요.
“흑흑흑, 개골개골!”
“.......”
“뱀은 땅바닥을 소리 없이 스치듯 다닙니다. 얼굴은 흉악하게 생겼고요. 몸통 길이는 우리들 몸의 수십 배가 넘습......”
뿔개구리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어요.
“흑흑흑, 개골개골, 흑흑흑, 개골개골”
“.......”
말을 잊지 못하고서요, 개구리는요, 눈물을 한 없이 흘렸어요.
“어허!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
곤충들은 뿔개구리가 말할 때를 조용히 기다렸어요.
“평화롭던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놀고 있던 친구들이 뱀에게 잡아먹히기 시작했고요, 그때 저도 잡아먹힐 뻔 했습니다.
“.......”
“그런데 그때, 아빠가 저를 밀치시고 뱀과 싸우셨습니다. 아마 제 대신 잡아 먹히셨을......”
“.......”
“흑흑흑, 흑흑흑 개골개골!”
“.......”
“간신히 뱀을 피해 도망 나오느라고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흑흑흑, 개골개골, 엄마! 아빠! 흑흑흑, 개골개골 ”
마을의 곤충들은요, 울고 있는 뿔개구리가요, 불쌍해지기 시작했어요. 얘기를 듣고 있던 곤충들 중에는요, 눈물을 글썽이는 곤충들이요, 보였어요.
“웃기지 마라! 웃기는 소리다!”
“거짓말이다!”
“우리를 속이려고 하는 수작이다!”
“죽여라! 죽여라!”
“우리 친구들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여기저기에서요,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고 외쳤고요, 한 쪽에서는요, ‘다리를 못쓰게 부러뜨리고 가두어 놓아라’, 또 한 쪽에서는요 ‘눈을 멀게 하라! 평생 장님으로 고통받게 하라!’고 아우성 쳤어요. 당황한 곤충대표들은요, 진정시키려 애를 썼습니다만요, 결국 늙은 물장군이요, 일어나서 말을 해서야 조용하게 되었어요.
“자, 여러분! 진정하시고 계속 들어 봅시다.”
“.......”
“우리가 함부로 살아있는 것을 죽인 다면 저 뿔개구리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더 자세히 들어보고 우리 함께 의논해 봅시다.”
그러자 다시 조용해 지고요, 뿔개구리도요, 계속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어요.
“정신없이 계곡을 따라 뒤도 안보고 내려왔습니다.”
“.......”
“뱀이 계속 따라 오는 것만 같아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거의 굴러 왔습니다. 한참을 부리나케 도망을 와 정신을 차려보니 조그만 개울이었습니다.”
“.......”
“혼자만 살았는지, 잠시 숨을 돌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늪의 개구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혼자 살아 외톨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굉장히 쓸쓸하고 외로웠습니다.”
“.......”
“한참이 지나자, 배가 몹시 고팠습니다. 그래서 먹이가 없나 살펴봤는데 먹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그 주변에도 파리, 모기, 소금쟁이 등이 있었을 텐데 왜 없었단 말이냐?”
“우리 뿔개구리는 저 산 위에 살 때에는 개구리밥이라는 풀을 먹고살았습니다.”
“.......”
“개구리밥은 아주 많이 있어서 우리 뿔개구리들이 배불리 먹어도 넉넉했습니다. 아주 옛날에 그 곳으로 옮겨 살기 전에는 뿔개구리들이 곤충들을 잡아먹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과 곤충들은 사이좋게 친구로 지냈었습니다.”
“아니, 그런 일도 있을 수가 있나? ”
곤충들은 웅성웅성 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이야기를 들은 곤충들은요,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슬슬 풀리기 시작했어요.
“ 런데 여기까지 쫓겨와 보니, 개구리밥도 없고, 더 이상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어, 다시 옛날처럼 곤충들을 잡아먹었다는 말이지?”
“예! 배가 아주 많이 고팠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곤충들을......흑흑흑, 흑흑흑, 개골개골, 흑흑흑”
“시끄럽다! 그치지 못하겠느냐? 어허!”
“그 말이 사실이렷다?”
“예! 죽을죄를 졌습니다. 흑흑흑.”
다시 곤충들은요, 웅성웅성 거리며 소란해 졌어요. 함께 눈물을 흘리는 곤충들도 많아졌고요. 곤충들은요, 함께 이야기를 해 보았어요. 그렇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표들은요, 일단 마을끼리 따로 이야기를 하고 나서, 다시 모여 결정하기로 했습어요. 뿔개구리를 더욱 꽁꽁 묶어 두고요, 뿔뿔히 흩어진 곤충들은요, 각각 회의를 열었어요. 각 곤충들의 마을에서는요, 얘기들이 활발히 벌어졌어요. 원수를 갚아야 한다거나 복수를 해야 한다고 한 곤충들도 물론 많이 있었지만요, 뿔개구리를 딱하고 불쌍히 여기며 죽이지는 말자는 곤충들도 점점 더 많아졌어요. 각 마을의 곤충들의 모임이 끝나고요, 곤충들의 대표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얼마 있다가요, 연못곤충들이 모두 모이자, 늙은 물장군이요, 대표로 이야기했어요.
“자! 여러분! 조용히 해 주십시오! ”
그러자 온 연못이요, 숨소리 하나 없이요, 조용해졌어요.
“여러분! 연못곤충들의 뜻을 모아 우리는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에헴!”
“뿔개구리의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에헴!”
“.......”
“또 억울하게 죽은 우리 연못 곤충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도, 너는 죽어 마땅하다!”
그러자 웅성웅성 거리며 소란해졌고요, 뿔개구리도요, 얼굴색이요, 하얗게요, 변하면서요, 힘없이 고개를요, 푹 숙이고요, 눈물을 흘렸어요.
“개골개골, 흑흑흑, 엄마! 아빠! 흑흑흑.”
“조용히 하십시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에헴!”
“.......”
“그러나 뿔개구리가 마음 깊이 반성을 하고 있고, 쫓겨오기 전에는 물 속 곤충들과 친하게 지냈다고 하니, 죽이지는 말고 새 식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여러 곤충들 중에는 불만스러운 분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아무쪼록 너그럽게 용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니! 먹을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또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 아닙니까?”
하면서요, 물방개가 말했어요.
“에헴! 생각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에헴!”
“.......”
“에-! 뿔개구리가 살 던 고향에 가서 개구리밥풀 씨를 가져오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날아갈 수 있는 튼튼한 곤충들을 선발해서 가져오면 함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살기도 바쁜데 말이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도 똑같이 죽여서 원수를 갚아야 되겠습니까?”
“.......”
뿔개구리를 살려 친구로 삼아 서로 도우며 살면, 다시 평화로운 연못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그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
“아마, 억울하게 죽은 친구들도 아마 더 좋아 할 것입니다.”
다른 곤충들은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어요.
모기, 파리, 하루살이들이요, 개구리밥풀 씨를 가지러 가는 데에요, 뽑혔어요. 그렇지만요, 식량을 들고 먼 데로 갈 수 없는 파리하고요, 모기는요, 적합하지 않았어요. 그래서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만 먹어도 되는 하루살이가요, 가장 적합했어요. 부탁을 받은 하루살이들은요, 많은 희생을 당해 원통한 마음도 있지만요, 많은 연못의 친구들을 위해서요, 한 번 더 노력하기로요, 했어요.
그 후, 하루살이들은요, 무사히 개구리밥풀씨를 많이 가지고 왔고요, 그것으로요, 뿔개구리의 먹이는요, 충분했어요. 연못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고요, 연못 곤충들과 뿔개구리는요,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되었어요.
저는 ‘장만식’입니다. 전화번호는 033-649-7219, 010-7710-9015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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