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8일 월 맑음 (국정감사에
다녀오다.)
국정감사를 위해 인천까지 갔다 왔다. 아내가 영치물로 넣어 준
한복을 갈아입고 나니 수갑을 두 개나 채운 뒤 벨트를 뒤로 돌려 열쇠로 채웠다. 수갑을 수건으로 덮고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겠느냐고 해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내가 의를 위해서 수갑을 차고 구속당한
것이 자랑스럽고 당당하기 때문이다. 나와 박도현수사 두 사람을 호위하기 위해 5명의 호송관이 따라붙었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인천교도소의 교도관 두 명이 더 합류해서 총 7명의 호송을 받으며 인천의 국감장으로 갔다. 국감은 인천해양경찰청
소속 해양경비선 안에서 진행됐다. 선상에 이미 신용인교수와 박인천씨가 참고인석에 자리하고 있었고 제주해군기지
사업단장과 해양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소환되어 나와 있었다.
민주당의 김우남 의원은 나와 박도현수사의 구속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불법체포가 아니냐고 해경을 문책하였다. 이어서 새누리당 의원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나서 나와 박도현수사, 박인천씨가
제주도 사람이 아니며, 과거 업무방해 경력이 있는 점들을 들먹이며 이번 사건도 업무방해를 목적으로 공사장에
진입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업무방해를 한 점이 인정되어 구속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덩달아 해양경찰청장은
내가 잠수를 해서 한 시간 반 동안 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수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잠수를 할 수도 없었거니와 업무를 방해한 적이 없고 단지 이동식 오탁수방지막의 훼손 여부를 채증한 것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해군기지 사업단장은 오탁수방지막을 매일 관리하기 때문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나와 김우남 의원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처음에는 인천까지 불편한 몸으로 가는 게 옳은 일일까 생각했지만 갔다 와서 생각해 보니
가길 잘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해군기지 사업단장과 해양경찰청장이 곤혹스럽게 추궁을 당했으니 공연히
나와 박도현수사를 섣부르게 강제 구인한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되돌아온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거다.
그리고 앞으로 구속이나 체포에 조금은 더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상 복도에서도 어떤
해경들은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때문에 교도관들이 꽤 불편했을 거다. 그러나 다들 법과 규정의 한계 내에서 우리들을 존중하고 배려해주려고 노력해서 고맙다.
돌아와 보니 소지들이 저녁상을 차려놓고 자기들 방으로 돌아갔다. 국과
밥이 다 식었지만 그래도 빈 방에 차려놓은 식탁을 보면서 소지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 삭막한
감옥에서조차도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남아있어서 마음이 훈훈해진다. 내 독방에 돌아오니 내
집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편해진다. 하루 종일 묶여있다가 풀려나서 그런 걸까? 감옥에 정이 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