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215. 소마 비구니와 마왕, 남자나 여자의 모습이 만일 없다면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소마(蘇摩) 비구니가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여 먹기를 마치고는 발우를 씻고 방석을 거두고서 득안숲에 들어가고 있었다.
마왕 파순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 소마 비구니가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여 먹기를 마치고는 발우를 씻고 방석을 거두고서 득안숲으로 들어가고 있구나.’
그리하여 파순은 바라문으로 변화하여 길가에 서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아리야(阿梨耶)여! 어디로 가려고 합니까?”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저 고요한 곳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파순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한 성인이 얻은 그곳은
참으로 따라 오르기가 어렵나니
당신의 비루하고 더러운 지혜로는
그와 같은 곳을 얻지 못하리.
그때 비구니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이것이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도 나를 괴롭히려고 하는구나.’
그리고는 선정에 들어가서 파순이 한 짓임을 알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자라는 모습을 지은 바 없고
오직 마음으로 선정만을 닦으면서
최상의 법을 관찰할 뿐이었네.
만약에 남자나 여자의 모습이 있다면
여자는 저 법에 대하여
성취할 수 없다고 말하겠지만
남자나 여자의 모습이 만일 없다면
어찌하여 그런 분별을 내겠는가.
온갖 애욕을 끊어 없애고
무명(無明)의 어두움을 소멸해서
이에 멸진(滅盡)을 증득하여
번뇌 없는 법에 머무르게 되니
그러므로 파순은 지금
패배했다고 마땅히 알아야 하리.
그러자 파순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소마 비구니가 나의 마음을 잘 아는구나.’
그리고는 근심하고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자기 궁전으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