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희망교실을 운영했다. 3월 초 희망교실 모집 공고를 보고 할까?, 말까? 망설였다. 왜냐하면 코로나가 생겨 일이 많아질텐데 희망교실까지 한다면 너무 벅찰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3월 희망교실 모집 공모에 응모하지 않았다.
매년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나만의 교육봉사였는데 응모하지 않아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희망교실을 응모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아닌 후회를 하고 있던 4월 즈음에 희망교실 추가 모집 공고가 공문으로 왔다..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공모에 신청했고 선정되었다.
3월 즈음 코로나 19로 알콜 솜이 품귀되면서 당뇨 환아가 알콜 솜을 구하지 못했다. 당뇨 환아에게 알콜 솜과 마스크 등 방역용품을 사주고 싶었다. 생활지원으로 알콜 솜, 마스크 등을 적어서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교육청 담당자가 전화가 왔다. 방역용품 구입에 너무 많은 예산을 배정했고 보건실에 알콜솜과 마스크등 방역용품이 많은데 방역용품을 구입하여 학생을 주겠다는 의도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열이 확 받쳤다. 보건실에 있는 방역물품을 내가 내 마음대로 취약 학생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의 오해 소지 때문에 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 계획서를 수정하라니 일단 수정하고 교육청 담당자에게 학교 방역용품 사용에 대한 이해부족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업무메일로 보냈다. 담당자가 전화가 왔고 나는 담당자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담당자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여하튼 나는 지금도 여전히 섭섭하다.
4,5월에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아이들이 사고 싶은 책을 물어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여 선물처럼 가정으로 배달해 주었다. 책이 집에 도착하자 멋진 귀염이가 책 선물 고맙다며 메세지를 보냈다.
원격학습을 끝나고 하루종일 놀 사람이 없어서 스마트폰 게임만 한다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듣고 게임 대신 도미노를 하고 놀으라고 도미노도 구입하여 가정으로 배달했다. 도미노가 와서 도미노로 이것 저것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흐뭇했다.
학업성적이 좀 뒤쳐지는 아이에게 수학 문제집을 사서 보내고 매일 열심히 풀어보자고 말 했더니 열심히 풀겠다며 고마워했다.
코로나 유행 초창기, 광주에 확진자가 거의 없었던 토요일에 동아리 아이들을 불러 손 소독제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10월 즈음에는 매곡산을 타서 일곡동으로 넘어가 소풍 공방에서 냄비 받침, 메모판, 스위치 커버를 만들고, 버거킹에 가서 맛있는 헴버거를 먹었다. 12월의 어느 토요일. 학교에서 포인세티아를 화분에 심고 함께 일상적인 이야기 나누며 크리스마스를 각자 즐겁게 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일년이 지나갔다. 희망교실을 운영하면서 나는 외로운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었고 외로운 아이들은 나에게 행복을 주었다. 하길 잘 했다.
'귀찮아서 할까?, 말까? 망설여 질 때는 하자.' 그래야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