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훈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
구역방문 미사도 다음 주면 끝난다. 구역 미사가 저에게 중요하고 소중하다. 교우들을 하나하나 구역별로 알아갈 수 있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우는 시간도 되는 소중한 때이다.
지지난 주까지 여름이 계속되어 매우 더웠는데 오늘은 구역 미사 봉헌하러 걸어와도 가을이 된 것처럼 선선하다.
우리 모두 9월 순교자 성월을 잘 보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살았기 때문에 지금이 8월인지 9월인지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문득문득 깨어나야 한다.
오늘 독서에서 보면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는 등 여러 가지 때들이 계속 나온다. 우리의 삶에서 매 순간 선택이라는 상황이 놓이는 것 같다. 이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시간을 통해서 어떤 시간을 만들고 주님께 봉헌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지내면 좋겠다.
순교자 성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 순교자 성월에 우리는 신앙의 선조들을 더 생각하고 묵상하며 그분들께서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생각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너무나 다른 시대를 살았고 박해 속에서 자기의 목숨을 바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빼앗길 수도 있는 그런 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 성 빈첸시오 축일을 보내고 있다. 이 성인은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자들, 약자들, 병자들, 고아들을 돕는데 일생을 바쳤다. 성인은 자신의 뜻을 따르는 많은 사람과 함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평신도 단체인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등을 설립했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강조하셨던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으로 돌보라고 가르치고 있다. 박해 속에서 일반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있었지만,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서 지내던 교우촌 산골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가난하지만 있는 것을 다 나누어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배를 곯아도 내 배를 먼저 채워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배고픈 사람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배가 고프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어 놓을 때에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풍족하지 않는다 해도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영양분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신앙인의 후손으로 살아가면서 더욱더 주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고, 그 사랑을 내 안에서부터 실천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구역 교우들 모두는 서로 도움이 필요하다. 물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서로 도와주고 격려해 주고 함께 기도해 나가는 구역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