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강정호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 넥센 히어로즈 구단 |
[SPOTV NEWS=신원철 기자] 강정호가 포스팅을 신청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7시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입찰 마감 시간. 메이저리그에서 바라본 그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순간이다.
강정호를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팀은 오클랜드와 메츠, 샌프란시스코, 미네소타와 세인트루이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 메츠는 단장이 직접 언론을 상대로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단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메츠나 오클랜드가 '가격 내리기'를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현지에서도 두 가지 시선이 섞여 있는 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결론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그에 대한 의구심을 요약하면 첫 번째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가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일본인 내야수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것에 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내야수의 기본인 수비에서 인정받은 선수를 찾기 어렵다.
▲ 과거의 눈으로 바라보면
원년 프로야구에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각 포지션에서 가장 높은 수비율(자살+보살/자살+보살+실책)을 기록한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야구 관련 통계가 발달하기 전인 당시로써는 꽤 객관적인 기준이었다.
앞서 메이저리그를 노크한 일본인 내야수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수비율이 하락했다. 이들은 미국 진출 후 전부 포지션을 바꿨다. 대개 2루수 자리가 주어졌고, 공통적인 평가는 '수비에서 평균을 넘지 못한다'였다. 가와사키 무네노리는 수비율 유지에 성공했지만 안전한 플레이에 집중하는 2루수가 됐다. 지금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마이너리그에 머물다 일본으로 돌아왔다. 내년부터는 오릭스에서 뛴다.
▲그래픽 김종래 |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으로 리턴한 니시오카의 사례를 보면 그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일본에서 높은 수비율을 기록했던 니시오카도 메이저리그(2011~12년)에서는 수준 미달의 선수가 됐고, 일본으로 돌아온 뒤(2013년) 2루수로 자리를 옮겨 톱 클래스로 올라섰다.
강정호는 지난 3년 동안 수비율 9할 7푼 8리를 기록했다. 올해 성적이 9할 8푼 1리로 가장 좋았다. 같은 시기 가장 높은 수비율을 기록한 선수는 손시헌(두산-NC)으로 9할 8푼 6리였다. 수비율만 보면 강정호는 손시헌에 버금가는 안정적인 유격수다. 일본인 내야수 사례를 보면 이 역시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비력 평가가 수비율에서 갈리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선에서 볼 때는 달라질 수 있다.
▲ 달라진 '좋은 수비'의 조건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는 애틀랜타의 안드렐턴 시몬스다.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2013년부터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차지했고, 수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3년 통산 타율 2할 5푼 2리, OPS 0.669로 공격력은 아쉬웠지만 수비력만으로도 팀에 승리를 안길 수 있는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시선으로 보면 시몬스의 대한 평가는 '화려하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 정도로 낮아질지 모른다. 통산 수비율은 9할 8푼 1리였고, 실책이 가장 적은 선수도 아니다. 올해 시몬스는 1277이닝을 소화하며 실책 14개를 기록했는데, 자니 페랄타(1325⅓이닝 실책 13개)나 데릭 지터(1138⅓이닝 실책 11개) 등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올해 메이저리그 유격수 수비율 순위도 9위로 중위권이다(900이닝 이상 출전 22명 대상).
▲ 그래픽 김종래 |
바꿔말하면 '좋은 수비'에 대한 기준이 단지 적은 실책에 맞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톰 글래빈은 2004년 일본인 유격수 마쓰이 가즈오에 대해 "일본 선수는 타구를 백핸드 캐치로 처리하지 않고 모두 정면에서 잡으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2004년 유격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마쓰이는 실책 23개를 저지르면서 연착륙에 실패한 사례다. 실책도 많았지만 '발로 타구를 따라가 몸 앞쪽에서 잡는다'는 버릇을 답습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이는 실책을 줄이려는 의식이 만든 결과물이다.
올 시즌 꾸준히 강정호를 지켜본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풋워크가 좋은 선수들은 그런 식의 수비를 해도 괜찮다. 하지만 동양인들은 아무래도 운동 능력이 서양인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타구를 정면에서 처리하는 수비는 오히려 순발력과 송구능력 등 운동 능력이 월등한 선수들이 해야 할 플레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중남미 선수들은 백핸드 캐치를 해도 강하게 송구할 수 있어서 동양인들이 따라가기 쉽지 않다"며 신체 조건이 하나의 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정호는 두 가지(일본과 미국이 선호하는 ) 수비를 모두 할 수 있는 선수지만 그래도 일본식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급할 때는 맨손 캐치도 할 수 있고, 화려한 수비를 한다"는 또 다른 평가도 있다. 글러브에서 공을 빠르게 빼는 기술과 송구능력이 강점인 선수다. '메이저리그 식' 수비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다. 물론 포스팅 금액을 받아들이고 단독 교섭권을 가진 팀과 연봉 계약을 무사히 마쳐야 하는 선결과제가 있다.
▲강정호, 몸이 먼저 반응한 맨손 캐치 ⓒ SPOTV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