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표범이 있다.
몽골 야생의 눈표범.
도시 빈민가를 활보하는 표범.
철창 안 동물원 눈표범.
이들은 친척이자 심지어 같은 종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은 다르다. 공간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 존재들의 자율성, 독립성, 주체성의 정도가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자연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던 김포공항습지를 한순간에 골프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자연은 인간의 오만이 가소롭다는 듯이 도시 틈에서 번성하고 있었다. 목동 학원가 앞으로 수달이 돌아왔고, 값비싼 고층 아파트에 걸터앉은 송골매는 빽빽한 도시를 내려다보며 당당함을 뽐낸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됐을까. 깔끔함에 대한 충동은 거슬리는 것들을 거리낌없이 학살하도록 용인한다. 주변에서 야생동물이 자주 보인다고 해서 도시에서 생존하는 그들이 정말 괜찮은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 야생동물이 왜 도시에 보이지 않을까가 아니라 보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있구나 돌아본다.
“그럼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물으니 길가 들풀들과 친해져보라고 하신다. 얼마 전 텃밭에 자란 들풀을 모조리 뽑아버렸는데 말이다....
자연이 인간의 밀어냄을 가뿐히 저항하며 우리를 향해 오는 이유는 그게 생명력이기 때문이겠다.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인간에게 생명력을 불어주는 자연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