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 001
직관 경험담(직관을 통한 문제 상황 해결)
인하대학교 영어교육과 12182642 심유진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마지막 수업 시간에 ‘우봉고’라는 보드게임을 했다. 우봉고는 3개 또는 4개의 퍼즐 조각을 퍼즐판에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우는 게임이다. 교수님은 팀을 나누어 어떤 팀은 퍼즐 조각을 정한 상태에서 채우고 어떤 팀은 그냥 보이는 대로 자신들의 직감에 따라 채우라고 하셨다. 결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직감에 따른 팀이 훨씬 빠른 속도로 퍼즐을 채웠다. 나는 퍼즐 조각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답에 대한 틀을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방법을 따르면 100% 답에 도달하게 되어있다. 다만 직감을 따른 팀보다는 돌아가기 때문에 느리게 도착한다. 나는 답에 도달하기 위해 퍼즐조각을 정해준 것은 일반 도로이고, 직감에 따르는 것은 자신이 돌파해 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문제를 마주치면 직관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지름길을 만들어낸다. 안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꾸물거리는 순간 문제는 손쓸 수 없이 커져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핸드폰을 켜서 ‘쓰러진 사람을 도와주는 법’을 검색하여 답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고, 직관적으로 119를 부른다. 나는 길에 쓰러진 사람을 마주친 적은 없지만, 실제 상황에서 직관을 통해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본 적은 수도 없이 많다.
나는 위의 두 그림이 절차를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일방적인 해결방법과 직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차이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미로지만 왼쪽의 그림은 미로 속에서 출구를 발견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여러 가능성들을 다 시도해 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오른쪽 그림은 직관을 통해 단번에 출구를 막힘없이 찾아냈을 것이다. 긴박한 상황이나 문제가 심각할 때에도 직관은 빛을 발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다음은 내가 실제로 문제 해결에 직관을 발휘했던 경험들이다.
현재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키우는 개 ‘하루’이고 다른 하나는 7개월째 하고 있는 만화 카페 아르바이트다.
<참고사진 – 왼쪽: 우리 집 개 ‘하루’/
오른쪽: 아르바이트 하는 중에 만든 인절미 토스트>
이 둘은 나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나에게 크고 작은 시련들을 안겨준다. 매번 평화로우면 좋겠지만 종종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을 마주하게 한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다음과 같다. 하루가 태어난 지 1년 조금 지났을 때, 바닥에 떨어진 초콜릿 과자를 말릴 새도 없이 먹어 삼킨 적이 있다. 나는 본능적으로 하루를 번쩍 안아 부엌으로 데려간 뒤, 소금물을 만들어서 수저로 하루 입에 흘려 넣었다. 하루는 곧 켁켁거리다가 초콜릿을 토해 냈고 나는 그제서야 24시 동물병원에 전화 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전화를 받으신 수의사님은 나의 대처방법이 옳았다며 칭찬을 해 주셨다. 그 상태에서 더 지켜보고 평소와 컨디션이 다르면 병원에 데리고 오라고 하셨는데, 다행히 하루는 평소와 똑같이 쌩쌩했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어떻게 그렇게 대처를 했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과거에 언니와 TV 프로그램에서 초콜릿 성분 중에 개에게 독성을 나타내는 성분이 있어서 개가 초콜릿을 섭취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대처방법이 소금이나 과산화수소수를 먹여 구토를 유발하는 것이었다. 꽤 오래 전에 본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 내용들을 잊고 살았었으나, 내 직관이 그 내용들을 기억나게 해 주었다. 하루가 초콜릿을 먹는 것을 본 순간 머릿속에는 ‘소금!!!!!!!!’ 이라는 두 글자밖에 생각밖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서 5분 거리밖에 안 걸리는 만화 카페에서 7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송도 현대 아울렛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카운터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손님이 가져온 물건을 계산하고 봉투에 담아 드리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아르바이트였다. 그래서 그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는 크게 문제될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만화카페는 책 정리, 카페 음료 및 디저트 제조, 요리, 화장실 청소 등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사장님이나 같이 일하는 선임 아르바이트분에게 여쭈어 봐야 했다. 그런데 하루는 사장님도 안 계시고 나 혼자 두시간동안 일을 해야 하는 날이 있었다. 우리 만화 카페의 주 메뉴는 라면인데, 계속해서 주문이 들어오기 때문에 라면을 끓이고 나서 바로 냄비를 설거지를 하고, 또 바로 물을 채워 놓은 뒤에 인덕션에 올려놓는 것이 매뉴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라면이 들어오면 냄비에 물이 있다는 가정 하에 바로 불부터 켜 놓는 것이다. 그 후 트레이 위에 접시, 반찬, 수저 및 젓가락을 세팅하고, 그동안 끓은 물에 라면 스프와 면을 넣는 것이 원래 절차이다. 혼자 있던 날 처음으로 라면 주문이 들어오자,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불을 먼저 키고 트레이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갑자기 부엌에서 탄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탄 냄새의 원인을 찾다가 나는 불을 켜 둔 냄비의 뚜껑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열어 보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냄비 안에 채워져 있어야 할 물이 없어 냄비 바닥과 안쪽이 새까맣게 타고 있던 것이다. 나는 재빨리 냄비 손잡이를 잡고 싱크대로 던져 넣은 뒤, 찬 물을 틀었다. 냄비에서는 미친 듯이 연기가 났지만 곧 가라앉았고, 바닥이 새까매진 냄비 바닥이 나를 반겼다. 그 순간 전화기가 울렸고 사장님 번호가 뜨자 나는 CCTV로 이 상황을 보신 줄 알고 불안에 떨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장님이 20분 뒤에 도착하신다고 아무것도 모르시는 밝은 목소리로 말씀을 하셨다. 20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0분이었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마음처럼 탄 냄비를 다시 원상복구를 시켜 놓아야 했다. 하루가 초콜릿을 먹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직관은 이번에는 나의 머리 속에 베이킹 소다를 때려 넣었다. 싱크대 아래 서랍을 열면 사장님이 과일청을 담그실 때 과일 세척 용으로 사 두신 베이킹 소다가 있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냄비에 베이킹 소다를 탈탈 털어 놓고 물을 부은 뒤 끓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 연기를 내보내고, 페브리즈를 가져와 부엌에 뿌렸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긴박했던 20분이었다. 사장님의 차가 주차장에 오자 나는 냄비를 다시 싱크대에 가져와 베이킹 소다를 닦아 냈다. 다행히 베이킹 소다는 냄비의 탄 흔적을 말끔하게 지워주었고, 이 사건은 나만 혼자 아는 아찔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렇듯 직관은 나의 개의 목숨도 살리고,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가게가 불에 타지 않게 하고, 내가 계속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이런 일들이 있기 전에는 직관에 따라 행동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항상 불안감이 존재했다. 그러나 직관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직관과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더욱 대담해지게 되었다. 23년 베이스의 직감이 이정도인데, 앞으로의 남은 삶 동안 얼마나 나의 직관이 업그레이드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