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빵 시대: 밀가루 '똥배'
쌀(rice)과 밀(wheat)은 인류의 주 식량원이다. 농림수산식품부(農林水産食品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11년) 우리나라 국민 1명이 71.2kg의 쌀(米)과 33.4kg의 밀(麥)을 소비했다. 쌀 소비량(消費量)이 밀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역대 최저치(最低値)여서 비상이 걸렸다.
반면 제빵 출하량(出荷量)은 2006년 27만5000톤에서 2010년 37만4000톤으로 늘었으며, 매출액(賣出額)도 같은 기간 1조97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한제과(製菓)협회에 따르면 동네 자영(自營) 제과점은 8037개(2007년)에서 5184개(2011년)로 35.5% 줄였으나,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형 제과점은 3489개였던 것이 5290개로 51.6%나 늘었다.
우리나라 빵의 역사는 1880년대 언더우드, 아펜젤러 같은 선교사(宣敎師)들이 한국에서 빵을 구웠다. 1902년에는 서양식 호텔 ‘정동구락부’에서 면포(麵包)라는 이름으로 빵이 팔렸으며, 특히 카스텔라는 큰 인기를 누렸다. 1945년 이후에 상미당, 고려당, 태극당, 뉴욕제과 등이 생겼다.
요즘 ‘밥 대신 먹는 빵’인 ‘식사 빵’은 달지 않고 맛이 담백하다. 잡곡빵, 발효빵, 허브빵 등 ‘건강빵’들이 급부상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소비패턴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건강빵이 주식(主食) 개념으로 직결된 것은 지난해부터이며, 빵 한 덩이가 7000-8000원이면 비싼 편인데도 가격(價格) 저항은 예전보다 덜하다. 우리나라 식문화(食文化) 자체가 변해가는 과정이므로 빵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 윌리엄 데이비스(William Davis)는 그의 저서 ‘밀가루 똥배(Wheat Belly)’에서 방대한 의학 이론과 임상실험 결과를 토대로 밀이 들어간 식품을 멀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밀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을 해치는 곡물로 규정하고 밀을 완전히 끊으라고 당부한다.
지난 1만년 동안 인류의 식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온 밀은 작은 이삭에 열매가 한 알씩 열리는 ‘아이콘 종’이 ‘엠머 밀’을 거쳐 ‘현대 밀’에 이르기까지 변화했다. 17세기 밀이 20세기 중반까지 흡사했으나 20세기 중반 이후 밀을 변형시키는 교잡법이 등장하였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공급되는 밀의 99% 이상은 멕시코시티 소재 ‘국제 옥수수 및 밀 육종센터(IMWIC)에서 개발한 ‘왜소종(矮小腫) 밀’이다.
이 센터는 멕시코의 식량 자급(食糧自給)을 돕기 위해 미국 록펠러 재단과 멕시코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43년부터 농업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특히 이 센터의 유전학자(遺傳學者)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 박사는 생산성이 특출하게 높으면서도 길이가 짧고 단단해 식물이 직립 상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이삭이 커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왜소종 밀’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여 1970년 노벨평화상(平和賞)을 받았다. 왜소종 밀은 줄기의 길이가 0.5미터로 짧아 빠른 성장을 촉진한다. 중국은 다수확ㆍ저비용 ‘왜소종 밀’을 심어 1961년에 비해 1999년 수확량이 여덟 배 증가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요즘 밀은 20세기 들어 인간의 편의에 맞춰 개발한 유전자(遺傳子)변형식품(GMO)으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악성식품이라고 주장한다. 즉, 과거의 밀과 다른 현대 밀은 유전자 구성이 극적으로 변화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곡물이 됐지만 새로 개발한 유전 계통에 대해 동물이나 인간을 상대로 안전검사는 전혀 수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밀은 셀리악병(celiac disease)을 유발하는 글루텐 단백질을 다량 발현시킨다. ‘셀리악병’은 소장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소화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밀 글루텐은 교배과정에서 상당한 구조 변화를 겪는데도 제대로 된 안전성 실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밀은 자당(蔗糖)보다도 더 높은 수준으로 혈당(血糖)을 끌어 올린다. 예를 들면, 통곡물 빵을 먹으면 혈당지수(GI)가 72까지 올라가므로 스니커즈 바 1개를 먹었을 때 혈당지수가 59인 것을 고려하면 통곡물빵은 고혈당 식품이다. 밀은 인슐린(insulin)이 주도하는 포만감과 허기 사이클을 촉발하며, 혈당과 인슐린의 극단적 주기는 지방, 특히 내장지방(內臟脂肪) 증가의 원인이 된다.
내장지방은 염증(炎症)을 유발한다. 우리 몸의 지방은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위험을 줄여주는 아디포넥틴을 생성하는데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아디포넥틴 생산 용량이 줄어든다. 오늘날 내장지방이 유발하는 질환에는 치매(癡呆), 류머티즘 관절염, 결장암 등도 포함된다. 또 내장지방이 만들어낸 잉여 에스트로겐은 유방암 리스크를 상당히 높인다.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어 불룩해진 배를 ‘밀가루 똥배(Wheat Belly)’라고 부르며, 똥배가 불룩할수록 깊숙한 내장지방의 인슐린 저항성이 떨어져 당뇨병(糖尿病)이 생기고, 감염반응이 일어나 심장질환, 암 등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우리 몸의 산성도를 높여 골다공증(骨多孔症)과 골절(骨折)을 유발하며, 여드름을 비롯한 각종 피부 발진을 일으키고 탈모(脫毛)의 원인이 된다.
밀은 뇌(腦)의 모르핀 수용체를 한데 묶는 능력을 지닌 모르핀 유사화합물, 엑소르핀을 생성하는데 이 엑소르핀은 흥분, 중독, 식욕 촉진 등을 일으킨다. 이에 밀 음식을 끊으면 몇 주 동안 피로하거나 예민해지고, 무력감에 시달리는 금단현상(禁斷現象)을 겪게 된다.
데이비스 박사는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비만율(肥滿率)이 급증했는데, 이는 유전자를 변형한 밀이 식탁을 점력하기 시작한 때와 맞아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현대 밀’의 위험성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식탐(食貪)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이다. 밀을 첨가하면 계속해서 식욕(食慾)을 자극하기 때문에 식품업체에게 밀은 담배의 니코틴(nicotine)과 같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밀을 제외한다면, 쌀 대체 음식인 국수와 수제비는 물론 인기 간식인 라면, 햄버거, 빵, 과자 등도 먹을 수 없다. 문화관광부(文化觀光部)는 2006년에 짜장면을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100가지 문화 상징’으로 정한바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이 하루에 600만 그릇이 팔리므로 인구 8명당 1명꼴로 짜장면을 먹는다. 1960-70년대 최고의 외식(外食)음식이던 짜장면이 요즘은 피자, 햄버거 등 페스트 푸드(fast-food)에 밀려 한 끼 때우는 음식이 됐다.
이제 비만(肥滿) 예방을 위해 밀가루 음식대신 우리 건강향상에 도움이 되는 전통 쌀 음식을 먹어 쌀 소비를 늘리는데 일조를 하여야 하겠다. 우리나라도 비만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특히 중년 남성의 비만인구가 늘어 40-60세 중년 남성은 과체중(過體重) 이상 비율이 40%를 초과했다. 이에 지난해 성인(成人) 비만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비용이 3조4000억원에 육박했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식품영양재단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