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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괴물의 아이 (2015)
* 포스터 및 정보 출처 : 다음 영화
# 영화 선정이유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기회가 있어 보게 되었다. 봤으니 리뷰를 한다.
(별 이유는 없다.)
# 감독에 대해 한 마디
찾아보니 호소다 마모루 이 양반이 '디지몬 어드벤쳐 극장판'을 만든 사람이였다.
*사진 출처 : 다음 TV팟 '디지몬 어드벤쳐 1기 극장판' 영상 중 캡쳐
(화질이 후진점은 양해 바란다) 그렇다. 도심 한복판에 공룡과 새가 손을 맞잡고 주변을 박살내는 투샷을 연출한 그 사람이다.
*사진 출처 : 다음 TV팟 '디지몬 어드벤쳐 1기 극장판' 영상 중 캡쳐
사실 내용이라곤 겁나 큰 공룡이랑 새랑 싸우고 도심을 박살낸 다음에 사라지는 게 전부다. 그러나 이 황당한 이야기를 감동스럽게 묶는 부분은 위의 호루라기 씬. 태일과 나리(위 사진의 남아와 여아)가 빼애애애애애액(그 빼애애애액 아닙니다.) 하고 부는 장면이다. 호되게 얻어맞고 드러누운 공룡(그레이몬)을 일으켜서 퍼퍼퍽하고 새를 무찌르는.. 아니 굳이 말하자면 자폭을 하게 만드는 장면 말이다. 나리가 '코로몬'이라고 명명하는 공룡은 '호루라기'를 통해 사람과 교감한다. 포켓몬스터 세계마냥 프로 밀렵꾼들이 몬스터볼에 가둬 주종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호루라기를 통해 길들인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후에 디지바이스(혹은 펜들럼?)를 통해 디지몬들의 진화셔틀이 되는 두 남매가 어리둥절하면서 파괴된 도심 한가운데 서있는, 그리고 나레이션으로 '그건 너무 이른 만남이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20분짜리 극장판은 끝난다.
여기서 우리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다. '호루라기'와 '파괴' 다.(괴물의 아이와 연관지어 계속 언급하겠다.)
# 괴물의 아이
괴물의 아이에는 많은 모티프들이 보였다. 영화의 내용을 따라가며 서술할 예정이기에 '스포일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기에 읽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다. 그럼 무시하면 된다.
1. 고아 - 성장 - 훈남 -> 타잔 모티프
*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주인공 렌은 고아다. 이혼한 한 부모 가정에서 엄마와 둘이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죽는다. 9살의 렌은 혼자가 된다. 한 마디로 하늘 아래 자신을 지켜줄 단 한 사람 없이 고립되는 것이다. 이는 라이온킹(1994) 이후로 보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행보와 비슷하다. 라이온킹이 무슨 내용인가. 사자들의 우두머리 경쟁이다. 주인공 심바는 아버지가 죽고 나서 티몬, 품바라는 조력자와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삼촌 스카와 하이에나 일당을 박살내고 스스로 프라우드 오브 롹에 주인으로 우뚝 서는 이야기다. 부모사망(혹은 부모로부터 격리) - 홀로 된 아이 - 조력자의 만남 & 성장 - 홀로 서기 구조는 타잔, 라푼젤, 겨울왕국등의 서사에서 반복, 재생산된다. 부모 도움 없이 혼자 큰 고아들의 성장 서사는 주인공을 '주체적인 인물'로 만든다.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판단한다. 그 누구도(조력자조차도)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다. 한편으로 그들은 '부모'의 부재로 인해 늘 결핍이 있는 존재다. 마음 속 한 편에는 유아기 때 받지 못한 애정의 결핍으로 어딘가 '문제'가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주체적이면서 아픔도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그렇게 탄생한다.
때문에 렌의 어머니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게다. 그녀가 죽음으로써 렌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 굳이 타잔모티프라고 명명한 것은 '괴물의 아이'의 흐름과 가장 비슷하게 맞아들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가 친척들이 데려가려는 것에서 도망친 렌은 길바닥에 주저앉아있다가 인간세계를 구경하러 온 '쿠마테츠'를 만난다. 쿠마테츠가 포스터에 나오는 괴물이다. 겁나 깡패같이 곰발로 얼굴을 딱 잡으면서 '너 내 제자가 되라!'하고 떠나는데 이 행동하나가 렌을 동물들의 세계 '주텐가이'로 끌어들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쿠마테츠는 단박에 알아본 것이다. 얘가 잘 크면 훈남이 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홀로 된 아이 서사에서 고아들은 대개 '잘생김' 혹은 '예쁨'의 포텐을 갖고 있다. 심지어 라이온킹의 심바도 존잘이다.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이일 때의 귀여움과 성장 후의 훈훈함, 아름다움을 기대하게 한다. 타잔도 머리가 저래서 그렇지 이목구비가 확실한 존잘형 양키다.(디즈니 찌라시에 따르면 타잔 엄마 아빠가 엘사,안나의 부모라니 출생은 노르웨이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영어를 겁나 잘하니 그냥 양키라고 한다.) 괴물의 아이에서 '렌' 역시 수련을 통해 겁나 훈훈하게 자란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뿌듯하게 하는 멋진 '남자'가 되어 나타난다. 한편
'너 몇 살이냐.' (손가락을 아홉 개 펴본다.) '으허허 아홉? 그래. 너는 오늘부터 큐타다!'
이 부분도 주목할 부분이다. 고아 렌은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성장시키기엔 어린 나이다. 쿠마테츠의 '큐타' 라는 호명은 렌으로 하여금 주텐가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시발점이 된다. '인간'이지만 동물세계에서 살아가는 '렌'이 아니라 동물세계에서 사는 '큐타'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인공 '렌이 '큐타'로서 고아 서사에서 '조력자의 만남 & 성장'까지 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티프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아까 대충 언급하고 지나갔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티프를 말하기 위해 잠시 되돌아가겠다. '렌'은 쿠마테츠가 지나간 후 그의 뒤를 따라가는데 도중에 '경찰'들을 만난다. 가출 청소년들을 잡아다가 집에 보내는 일을 하는 선량한 양반들이다. 허나 '렌'에게 집은 파괴되었다. 그가 돌아갈 곳은 '외가 식구들'인데 구체적인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렌'은 그들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아 경찰로부터 도망친다.(아마 외가 식구들에게 갔다면 신데렐라나 콩쥐팥쥐 이야기처럼 구박을 받으며 자존감이 떨어지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부모에 대한 결핍이 있는 불쌍한 고아 서사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도망치면서 쿠마테츠의 뒷모습을 보게 되고 일단 골목으로 몸을 숨긴다. 중요한 건 이 부분이다. 몸을 숨김으로서 경찰은 따돌렸다. 그러나 '렌'은 넘치는 탐구심으로 골목길 안쪽으로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고 '주텐가이'라는 동물들의 세상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51)도 마찬가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토끼따라서 겁도 없이 땅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주하는 생판 모르는 세계. '렌'과 '앨리스'는 통로를 통과한 순간 새로운 세상의 '이방인'이다. 낯선 세상에서 그들은 분리 당한다. 괴물의 아이에서는 '인간의 아이잖아!'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길어서 이하 '이상한앨리스'라 한다.)에서는 '못 보던 얼굴인데?' 라는 식으로 배척당한다.
자연 그대로의 인간은 약하다. 조물주는 사자에게는 강한 이빨과 앞발을, 치타에게는 빠른 발을(육식이니까 이빨도 세겠지), 기린에게는 시야를, 독수리에게는 날개와 발톱을, 하마에게는 큰 입과 아머를 줬다. 뭐 기타 다른 동물들도 저마다 무기가 하나씩 있다. 인간은 머리와 손을 사용하는 능력과 직립보행을 줬다고 하는데 1대1로 붙으면 개털린다. 때문에 인간은 살기 위해 뭉쳐야만 했고 '우리편'과 '우리편이 아닌 것들'로 본능적으로 구분한다. 주텐가이도 동물의 세계지만 일단 지도자인 '수장' 아래서 평화롭게 살며 '생존권'을 보장받는 '사회'다. 때문에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동물친구들'과 '생존을 위협하는', '평화를 파괴하는' 인간이라는 이분법이 성립하는 것이다. 물론 이상한앨리스에는 '여왕'의 왕국 말고 숲에서 만난 친구들이 전부 독고다이라는 차이점이 있긴하다. 여튼 '렌'은 새로운 세상 앞에서 '출신성분'부터 분리당하는 존재다. 그를 쿠마테츠라는 인물이 끌어 안고, 앞서 말했던 '큐타'로 명명하면서 그는 '주텐가이'라는 세상에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상한앨리스 모티프에는 '분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의 성장과정에서 '선문답'이 많이 등장한다. 위 사진의 벌레친구나 차 파티를 하는 모자장수와 토끼도 끊임 없이 헛소리를 한다. 이는 수장인 토끼가 다른 지역의 수장들을 만나고 오면서 수련하는 지시와 겹치는 부분이다. 각 수장들은 헛소리들을 한다. 이를테면 '나는 염력을 좀 다룰 수 있지. 그렇지만 염력보다 강한 게 있어. 그게 뭐냐면... 요통이야. 요통은 염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 따위 말들 말이다. 그러나 직접적이 않은, 간접적 헛소리들은 곱씹으며 자신이 스스로 '의미'를 정의 할 수 있도록 한다. 괴물의 아이에서 '의미, 답은 스스로 찾는 거야.'라는 쿠마테츠의 말은 경험으로 체득한 지혜로서 선문답 장면이 들어간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대목일 게다.
3. 다시 '호루라기'와 '파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포인트라고 지목했던 '호루라기'와 '파괴'를 살펴본다. '호루라기'는 주인공이 결정적인 순간에 영향을 주는, 한편으로 타인과의 라뽀(타인과 형성하는 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해 (타인과) 공유하는 추억이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괴물의 아이'에서는 포스터에 보면 꼬마애의 머리에 있는 땜빵, 아니 흰 색 생물체가 하나 보일 것이다. '렌'이 가출을 하고 도망가다가 골목에서 먹이를 던져주고, 그 이후로는 졸졸 따라다니는 쥐 같은 생물체다. 얘는 렌과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살아간다. 함께 동물세상으로 넘어가서 영화가 끝날 때는 8년이 지나는데(9살 렌이 17세가 되서 나오니까) 쥐의 수명이 평균 1년이라니까 주기적으로 줄기세포 주사라도 맞는 모양이다. 여하튼 이 생물체는 렌이 '치코'로 명명하고 데리고 다닌다. 물론 양키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애완동물들 라푼젤의 카멜레온, 인어공주의 노랑-파랑 뚱뚱한 물고기, 벨(미녀와야수)의 식기세트 친구들처럼 영화 중간중간 귀여움을 담당해 감초역할을 하기도 한다. 뭐 그건 그렇고, '치코'는 '큐타(동물세계에선)'가 폭주해서 어둠의 힘에 지배를 받을 뻔 할 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애석하게도 '치코'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 이후론 그냥 반려동물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인데 '치코'의 작중 위치 상 더 많은 역할을 주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량이 늘어나면 캐릭터 상품 팔아먹기도 더 좋을 것이 아닌가!)
'호루라기' 역할은 큐타가 인간세계 통로를 다시 찾고 들락날락 할 수 있게 된 이후 '책갈피 끈'으로 넘어간다. 렌(동명이인이라 헷갈릴 것인데 렌으로 표기할 때는 인간세계에 있는 것이다. 큐타는 동물세계)은 인간세계에 가서 뜬금없이 '도서관'을 간다. 그리고 '백경'(백경의 의미는 본 리뷰에서 논하지 않는다. 다른 멋진 리뷰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어려운 한자를 옆에 있던 여학생에게 물어보고, 그 여학생이 일진 언냐들에게 털리는 것을 구해줌으로써 '인간'과 라뽀를 형성한다. 그 여학생 이름이 '카에데'다. 카에데 캐릭터는 전형적인 요즘 시대의 모범생이다. 부모가 제시하는 길을 따라 가며 거역하지 못하고 '공부'를 통해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인물이다. '부모'라는 결핍이 있지만 '주체성'을 획득한 렌과 결핍은 없지만 '주체성'을 잃은 카에데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호 보완적인 인물이다. 둘을 이어주는 '호루라기'가 바로 '책갈피 끈'이다. 그 딱딱한 커버의 책에 보면 빨간색이든 초록색이든 줄 하나 달려있지 않은가. 그걸 손목에 묶는 행위가 바로 치코가 행하지 못한 '호루라기'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유대, 한 개인과 타인사이의 관계형성을 상징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는 '렌'이 악역 '이치로 히코'의 손목에 책갈피를 걸어주는 장면을 통해 용서와 타인에 대한 이해 등 많은 이야기를 '호루라기' 아니 '책갈피 끈'을 통해 함축한다.
한편 '파괴'는 별 의미 없이 드립으로 쓰려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져서 왠지 진지하게 써야할 것 같다(슬픔). 그냥 도시가 겁나 파괴된다. 차가 빠개지고, 육교가 무너지고, 도로가 갈라진다. 불도나고 폭발도 하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판타지 세상 냅두고 현실인 도심을 파괴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글쎄. 이건 생각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여튼 내가 본 괴물의 아이는 이렇다. '누구에게나 검은 구멍이있다.'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성장기' 같은 말은 다른 분들이 잘 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쓰지는 않았다. 내가 그들보다 못쓸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장황하게 썼다. 보잘 것 없는 글 끝까지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첫댓글 이 감독 특유의 연출 너무 좋아함
아직 몇 편 보지 않았지만, 보는 내내 저도 재밌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