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한 시즌이 막을 내렸다. 시즌을 마치고 가장 바쁜 사람들 중 하나가 각 구단의 마케팅 담당자들이다. 다음 시즌의 후원사 영입을 위해, 혹은 올 시즌 후원사의 연장 후원을 위해 제안서를 작성하고 기업 담당자들과 접촉하는 등 매우 바쁜 겨울을 보내야 한다. 그 중 특히 각 구단은 용품 후원사 영입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기도 한다. 용품 후원은 구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용품과 현금이 지원된다. 후원에 대한 효과는 후원사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기에 각각의 후원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는 모르지만 용품 후원사들의 지원 노력으로 인해 K-리그가 생존하고 또 번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K-리그가 사실 상당한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용품 후원사들의 지원은 반드시 그만큼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한다는 냉정한 공식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 K-리그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냉정한 공식에 철저한 용품 업체가 있으니 바로 국내 최고의 매출과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는 나이키다. 나이키는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고 있으며 K-리그의 공식 사용구 업체로서 한국축구에 있어서 100%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2개의 주요한 후원을 점유하고 있다. K-리그의 공식 사용구는 언뜻 보기에 큰 효과가 없을 것도 같지만 축구 마케팅을 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가장 후원 효과가 뛰어난 프로그램이다. K-리그의 모든 경기에서 나이키의 볼이 사용되고 중요한 장면 장면마다 나이키의 볼은 그 중심에 있다. 그 모든 장면 장면이 TV나 신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니 K-리그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용구는 상당한 효과를 내는 알짜 후원이다.
하지만 나이키는 좋은 효과가 나는 볼 후원으로 혜택을 보고 있음에도 K-리그 구단은 후원하지 않고 있다. 수년 전 부산아이콘스를 끝으로 개별 구단 후원을 멈추었다. 이러한 나이키의 행태는 단물만 빨아먹고 말겠다는 기업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의 통합 용품 후원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복수의 구단을 후원하고 있는 아디다스, 프로축구단 후원에 적극적인 푸마, 현재 가장 많은 구단을 후원하고 있는 험멜 등의 경쟁업체를 바라보면서 나이키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혹시 저 바보들은 효과도 없는 뭐하러 구단에 돈을 갖다 주나 라고 하면서 비웃고 있는 건 아닌지…….
프로축구연맹과 나이키의 후원 관계는 이번 시즌으로 끝난다. 프로축구단의 마케팅 담당자로서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업체에게 공식 사용구 자격을 다시 넘기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다. 다른 경쟁업체가 희생하면서 만들어 놓은 리그의 토대 위에서 공헌도가 없는 한 업체가 가장 큰 혜택을 얻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 다음 번 공식 사용구 계약에서는 K-리그에 공헌하고 있는 업체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 K-리그를 홀대하는 나이키에겐 그저 우리끼리 잘 해볼 테니 축구판에서 빠져달라고 정중히 부탁하고 싶다. 후원에도 매너가 있다. 서로 일정 부분 희생해서 판을 키우고 거기서 나오는 열매를 나누어 먹는 것이 불문율이다. 희생을 하지 않으려는 기업은 열매를 같이 나누어 먹을 자격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