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50억 차익 낸 손오공 대표… 새 최대주주는 자본금 천만원 신설법인
김효선 기자
입력 2023.08.08 10:41
1세대 완구 기업 손오공(2,750원 ▲ 145 5.57%)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최대주주인 손오공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에 오른 지 9개월 만에 엑시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새 최대주주가 될 회사는 설립된 지 2개월이 안 된 신설법인인데, 자본금이 천만원에 불과하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손오공 최대주주인 김종완 대표이사는 주식회사 에이치투파트너스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가 지난해 10월 마텔로부터 손오공 지분을 사들인 지 9개월 만이다. 김 대표는 1년도 안되는 시간에 약 5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손오공 홈페이지 캡쳐.
손오공 홈페이지 캡쳐.
마텔은 세계 최대 완구업체로 ‘바비인형’과 ‘토마스와 친구들’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마텔은 지난 2016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손오공 지분을 사들였지만,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손오공 매입에 140억원을 들였는데, 지난해 김 대표에게 손오공 지분을 팔며 회수한 금액은 28억원이었다.
이익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텔은 손오공 정상화를 위해 애쓴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대표이사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고 지분을 넘겼기 때문이다. M&A세력이나 사모펀드 등 외부인이 아닌 경영진에게 회사를 맡긴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선택은 달랐다. 김 대표는 9개월 만에 대규모의 프리미엄을 받고 회사를 팔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대표는 에이치투파트너스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173만5619주 전량을 88억원에 팔아치울 계획이다. 계약금 44억원은 지난 4일 김 대표에게 지급됐고, 잔금 44억원은 오는 30일 지급될 예정이다. 잔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김 대표는 이미 수억원의 이익을 얻은 셈이다. 주당 매각 단가는 약 5000원으로, 적지 않은 프리미엄을 받은 상황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7일 자기자금으로 시간외매매 방식을 통해 156만5619주를 사들였다. 당시 취득 단가는 1800원이었다. 그 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던 12만주를 포함해 총 168만5619주(6.27%)를 갖게 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후 두 달 후인 지난해 12월에는 5만주를 1900원에 추가로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6.45%로 늘렸다.
첫 주식 취득은 2019년으로, 김 대표는 12만주를 유상증자 과정에서 취득했다. 10만주 신주인수권증서를 주당 315원에 사들였고, 이후 초과 청약해 12만주를 1270원에 매수했다. 첫 취득과 추가 취득 때 들인 비용을 모두 감안해도 차익은 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손오공 관계자는 “김종완 대표가 지분을 팔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고, 임직원 변화도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대적 인수합병(M&A)도 아니고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 “에이치투파트너스가 손오공 지분을 사들인 이유 등에 대해서는 추후 공시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 최대주주로 올라설 에이치투파트너스는 베일에 싸여 있다. 에이치투파트너스는 올해 6월 23일 설립된 신설법인이고,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하다. 공시에 따르면 에이치투파트너스 주요 사업은 경영 및 재무컨설팅이며 소재지는 경기도 오산이다.
에이치투파트너스는 김 대표에게서 매입할 주식 말고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에이치투파트너스는 김종완 외 3명의 주식 200만주를 취득하고, 이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66만1129주를 추가로 받는다고 밝혔다. 이를 모두 합치면 손오공 지분 13.38%를 갖게 된다.
아울러 손오공은 최대주주를 에이치투파트너스로 변경하면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함께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발행할 예정이다. 손오공은 9~11회차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는데, 발행 규모는 9회차와 10회차는 각각 50억원, 11회차는 100억원이다. 표면이자율은 0.0%고 만기이자율은 1.0%다.
한편 지난 6월 22일 돌연 손오공 지분을 늘린 키스코파트너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6월 22일 키스코파트너스는 장외에서 손오공 주식 108만2428주를 사들였고, 같은 날 서희정 키스코파트너스 대표가 장내에서 42만3879주를 매수했다. 지분율은 5.54%로, 당시 최대 주주였던 김종완 대표 지분율(6.39%)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새로운 최대주주인 에이치투파트너스 법인 설립일이 6월 23일인 점을 생각하면 키스코파트너스의 갑작스러운 대량 매수는 에이치투파트너스와 교감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에이치투파트너스가 주식 200만주를 취득하겠다고 한 거래 상대방이 키스코파트너스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손오공은 1996년에 설립된 완구 유통사다. 2000년대 초 ‘탑블레이드’ 팽이가 히트를 치며 성장 기반을 닦았고, 터닝메카드와 헬로카봇 장난감이 연달아 성공하며 업계 1위로 성장한 바 있다. 다만 기존 창업주인 최신규 전 회장이 지분을 팔면서 회사는 역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최 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손오공 지분 17% 중 12%를 마텔에 매각했다.
당시 오너 일가는 초이락컨텐츠팩토리(초이락)를 세워 일감 빼돌리기 논란도 일어난 바 있다. 초이락은 오너 일가가 지분을 사실상 전량(99.9987%) 보유하고 있던 회사다. 당시 손오공의 대표 완구인 ‘터닝메카드’의 제작과 생산은 초이락이 맡고 유통은 손오공이 담당하는 식으로 이분화했는데, 손오공의 완구 인기가 높아질수록 오너 일가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과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겹치면서 손오공은 지난 2016년부터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매출액은 1293억원→1041억원→992억원→734억원→853억원→755억원으로 계속 줄었고,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김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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