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 숨결이 나를 이끌고 갔다.
ㅇ 일자 : 2022. 12.30~2023.1.6(금)
ㅇ 저자 : 이필형,, 1959년 12월 경기도 여주 출생으로,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농과대학 농업경제학과 학부와
정치과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침.
국가안전기획부 국가 정보원 28년 근무하고 공직생활은퇴 후,,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 및 홍준표계 인사로 홍도야 잘 있느냐 집필도 함
현, 서울시 동대문구청장(2022.7.1~현재)
ㅇ 출판사 : (주)경양신문사, 초판 1쇄 발행 2016.2.5, 2쇄 인쇄 2016.3.4
ㅇ 개요
* 들숨 날숨으로 만나는 백두대간의 도보여행 에세이
* 2013년 6월 30일(당시 54세),,, 30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에서 내가 할 일이 없어졌다.
- 무기력한 7월 초,,, 백두대간 능선타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대학선배랑 함께 지도를 구입하고, 7월 16일부터~9월 4일까지 50일 중,, 31일을 혼자 걸었다.
- 15키로의 배낭을 매고 길을 떠나자,,, 묘한 흥분과 두려움이 엄습되었으며 주일은 교회를 가야하니,,, 4일은 걷고 3일은 서울로 온다는 원칙하에 하루에 15키로~20키로를 걷기로 했다.
* 산과의 만남은 독특했다,,,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 혼자 걷기를 통해,,, 산의 일부가 되는 나를 만났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 보았다. 아침의 여명과 한낮의 뙤약볕, 저녁의 노울 속에서 고요한 감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게 되었다. * 차례,,, 첫째날, 떠도는 삶처럼 걷는다.
열일곱째날, 나는 누군인가를 끊임없이 물었다. 스무셋째날, 나는 내마음의 산을 넘었다. 스물일곱째날, 내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간다.
서른하루째날, 내일 다시 일어나 걸어갈 길을 그려본다
** 첩부, 산악인 남난희(66세),, "알베르 마운틴 어워드" 한국인 첫 수상(2022.9.24 스위스 베른의 알프스박물관) 20대에 백두대간 일시종주,,1984년 1월~3월 76일 동안, 태백산맥 단독 일시종주 (저서, "하얀능선에 서면,," 태백산맥 종주기) 1990년 권경엄 국립공원 전 이사장과 백두대간 완주
1994년 지리산 청학동으로 귀촌 현재, 지리산 산간학교에서 숲길 걷기반, 빡센산행반 운영 참여 |
첫째날, 떠도는 삶처럼 걷는다.
- 지리산(1916m)은,,, 장중한 흙산이고 덕산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며 그렇게 불렀다.
또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두류산)이다.
- 증산리에서 천왕봉까지는 5㎞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천왕봉이 닿아있는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타박타박 올라간다.
걸을 때는 땅을 보고 걸으라는 말 처럼 겸허하게 땅을 보며 십자수를 놓듯 한땀한땀 걸었다.정성을 들여 발을 내딛었다.
- 나의 삶도 천왕봉이고 싶었다. 힘이 있고 거칠 것이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붓을 잡을때 "한 일(일)"자 10년을 쓰는 심정으로 삶을 살고 싶었다.
- 필사적으로 견디온 삶! 그래도 고맙다, 내 인생! 이렇게 멈추지 않고 걸어 갈 수만 있다면, 나는 백두대간을 걷듯이 내 삶의
길도 제대로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삶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후 4시 벽소령 산장에 도착했다.
- 코골이,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모진 바람소리와 함께 뒤 섞인다. 꾸벅꾸벅 선잠에 든다. 걷지 않는 길에 대한 불안감에 뒤척이면
서도 픗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세째날, 사람도 자기 숨결을 갖고 있다.
- 걸을수록 고요하다. 아직은 백두대간을 이해할 수도 설명하기에도 낯설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단순함이 좋다.
- 매요리를 지나 사치재(550m)에 도착했다.
백두대간은 보통 산행하고는 달리 더 길다. 하루 20여 ㎞와 10~15시간을 걷는데, 그렇게 반복될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 길이
끝이 없다. 초록의 향토길을 지나면서 구름도 쉬어가는 첩첩산골을 만난다. 세상 모든 길을 다 갈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내가 걷는 길의 비밀을 조금씩 캐내면서 제대로 가고 싶다.
다섯째날, 나를 보고 남을 이해한다.
- 비구름을 이긴 서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서녁하늘이 붉은 노을에 물들어 버렸다. 골짜기와 연봉들이 노을에 젖어
신비스럽게 이어진다. 물안개는 뭉실뭉실 산허리를 감돌고 있다. 기대하지 못했던 풍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호흡을 길게 뱉는다. 백두대간 등뼈를 밟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가슴으로 부터 먹먹한 기운이 든다.
- 어둠이 깊어가자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찰스다원은 "살아남는 것은 힘이 세거나 영리한 동물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한 동물"이라고 했다.
오늘 나는 살아 남았다. 비 바람에 잘 적응했다. 문제는 삿갓재(1280m)에 도착해서 였다. 옷을 껴입어도 몸의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정말 춥다. 여름인데도 이렇게 추울 수가 있나, 입이 부들부들 떨리고 파래졌다.
여덟째날, 삶의 길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사실 대간 등뼈 밟기를 통해 나는 무너지고 싶었다. 철저히 망가지고 싶었다.
직장을 떠나면서 도대체 내게는 남아 있는 것이 없어 보였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산에 올랐다.
산에 부대껴서 지쳐 버릴 줄 알았다. 그러나 토막잠을 이어가면서 욕심에 가두어진 나를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이면서도
새로운 길을 찾고 있었다.
아홉째날, 스스로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 걷다보면 제자리다. 두렵다. 시간도 가늠할 수가 없다. 비상식량은 충분하나 장대비 속에 나를 감출 수가 없을 것 같다.
빗속에 일몰이 다가 옴을 느낀다. 이 빗속에서 해지기 전에 탈출하는 것이 목표다.
통증이 엄습해오나 안중에도 없다, 오직 벗어나야 한다는 집중력이 모든 것을 이긴다.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온몸을 하나로 만든다. 간절하게 살려달라는 화살기도를 한다.
열여섯째날, 나는 넘어져도 개의치 않고 걸었다.
- 산은 겸손히 타고, 길을 잃었을 때는 우선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되돌아 오는 것이 순리다.
계곡에 빠져 있으면 능선으로 오른다. 길을 찾으려다 더욱 깊은 산으로 빠져들고 결국 탈진한다.
갈림길에선 잠시 멈추어라, 한발을 잘못 디디면 결과는 참혹하다.
스물일곱째날, 내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간다.
- "왜, 산을 타세요?" → "그냥, 타고 있어요!"
"산은 그냥,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아요" → "저를 내려 놓으려 타고 있어요"
"무엇을 내려 놓으시려 하는데요?" → "삶의 집착이지요"
"내려 놓으셨나요?" → "아니요, 내려 놓으려고 하고 있다니까요"
삶이 모질어서 욕심과 탐욕을 내려 놓기가 어렵다, 버릴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