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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을 세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면,
콜드가 아티스트로서 도달한 넓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공연.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제약이 역설적으로 부여하는 자유. 오감을 (좋은 의미로) 긴장하게 만드는 체험.
일 것 같아요.
이 공연을 보고 난 뒤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 콜드라서 말이 되는 무대였다는 거에요. 가수였다가, 미술관으로 초대해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도 되었다가, 노래로 서사를 빚는 극작가도 되었다가, 음악에 흠뻑 도취된 락스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페르소나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콜드가 넓고 깊은 사람이어서겠죠.
음악과 미술이, 음향과 조명이, 무대에 펼쳐지는 여러 페르소나가 이질감 없이 밀착되어 있는 공연이었어요. 일견 분리되어 있는 것들이 원래 하나였던 것마냥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좋아보이는 것들을 단순히 갖다 붙이기만 한 콜라주가 아니라, 조각들이 서로를 지탱하는 모자이크를 보는 느낌. 그래서인지 조각들의 접점이 매끄러워지도록 꼼꼼하게 땜질했을 지난 시간들이 그려지는 것 같았어요.
티켓을 구할 때만 해도 콜드를 담기에는 너무 작은 공간이라며 툴툴대던 기억이 나지만, 이번만큼은 소극장이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공간이기에 오히려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었거든요.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물결을 따라 항해하면서, 한 장소에서 했다고 믿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을 했어요. 처음엔 작은 보트에 탄 줄로만 알았는데 미술관에 초대를 받아 가만히 작품을 감상했고, 함께 비를 맞으며 뮤지컬을 보았고, 이내 도착한 이별클럽에서는 눈치보지 않고 마구 춤을 추었어요.
공연이야말로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왜 그러한지 이 공연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어요. 제가 무대 전반이 한눈에 들어오는 2층 끝자리에서 공연을 봐서인지 연출이나 전반적인 분위기 위주로 기억하게 되는데요. 단순히 청각만 만족하는 공연이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즐거웠고, 공연 내내 은은하게 났던 향도 블루보트와 참 잘 어울렸어요.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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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면,
교감
이란 말을, 멘트에서 자주 했던 게 생각이 나네요. 소극장이어야만 했다고 생각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한데요. 떨림과 울림, 숨소리 하나까지 나누는 작은 공간이라 우리가 정말로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고요.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의 무대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지 못하게 했던 게 좋았어요. 보통은 영상을 찍느라 눈앞에 있는데도 렌즈를 통해서만 그 사람을 보게 되고, 영상에 잘 담기는지에만 신경쓰다 보면 정작 그 순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되니까요. 온전히 제 감각에만 의지해 공연을 기억하고,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글로 정리하면서 오히려 더 세세하게,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으로 추억하면서요.
사랑
사랑을 탐구하는 앨범을 만들었으니, 이 항해가 사랑으로 꽉 찬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겠죠. 우리의 존재가 사랑을 통해 완전해지는 것 같다고, 살아가는 내내 사랑해야 한다고, 계속 사랑을 노래하겠다고 다짐해 준 게 많이 기억에 남네요.
시간
멘트를 할 때도 그렇고, 무대를 시작할 때도 그렇고 서두르는 것 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공연을 이끌고 가는 게 느껴졌어요. 덕분에 다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잠시 맴도는 침묵도 좋았고요. 그 동안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어요.
말미에 손수 고른 LP를 틀어준다거나, 직접 골라온 시를 낭송해 준다거나, 모든 곡을 직접 연주해 들려준 덕분에 여운이 더 짙게 남은 것 같아요. 디지털의 속도에만 익숙해져 있다가 아주 간만에 느리고 정성스러운 아날로그의 매력에 푹 빠진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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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스탠딩 마이크 주변으로 잔뜩 배치된 생화가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어요. 사랑을 시각화할 때 자주 활용하는 소재인 만큼 Love part.1이 떠올랐지만, 설명해 준 것처럼 전반적으로 푸르스름해 어항 속, 내지는 물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 다음으로 눈에 띄었던 것은 브라운관. LED TV가 아닌 브라운관이라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나 박현기의 작품이 떠오르더라고요. 2시간 내내 계속 다른 비디오 아트가 나오는 걸 보고 그 디테일에 감동했어요. 비주얼 필름이나 뮤직비디오가 무대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속도감을 조절하거나 팝하게 색처리를 하고, 곡 중간중간에도 예쁜 웨이비콜드 로고를 띄워서 심심하지 않게 한 센스👍
조명에도 엄청 신경썼다는 게 느껴졌어요. 사랑해는 강렬한 빨간색, 와르르는 분홍색처럼 무대마다 그 노래에 어울리는 색깔로 바꿨던 게 생각나네요. 중간중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별이 쏟아지는 듯한 연출이 등장할 때마다 괜히 숨죽이게 되더라고요. 곡의 악센트에 맞추어 핀조명을 쓴 것도 좋았어요, 덕분에 노래의 흐름을 눈으로도 새기면서 들을 수 있었거든요.
그게 가장 잘 드러난 게 마음대로였던 것 같아요. 처음 들어보는 편곡도 리듬 타기에 너무 좋아서 흥이 마구 나는데, 편곡의 악센트에 맞추어 조명이 딱딱 바뀔 때의 쾌감이란! 이 순간만큼은, 머나먼 2층 꼭대기에 앉아있다는 게 전혀 아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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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트
처음부터 끝까지 애정을 가득 담아 꾸린 공연인 만큼,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어요. 처음에는 많이 떨렸는지 자신이 고장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특유의 조곤조곤하고 차분한 말투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게 참 예뻐 보이더라고요. 단순히 앨범에 대한 코멘트, 곡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무대 전반을 어떻게 연출하고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설명해 주어서 감상을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덕분에 저도 이렇게 신경써서 무대 구석구석을 뜯어볼 수 있었고요.
멘트를 들으면 들을수록,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쓰지 않은 부분이 없음을 절감했어요. 의도 없이 가져다 둔 게 하나도 없었고, 정말 치밀하고 섬세하게 디테일을 조정했다는 게 피부로 와닿아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가수이자 모든 곡을 직접 작사.작곡하고, 무대 전반을 기획한 게 한 사람이라서 다양한 층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좋았어요, 다시금 제가 참 다재다능한 사람을 좋아하고 있구나 싶어 행복하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을 하나만 꼽아보자면, Love part.2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언급하는 대목이었어요. Love part.1이 생각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아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이 길어지다 보니 두 번째 앨범이 나오기까지 4년이란 시간을 더 보내게 됐다고 했잖아요. 같은 주제의 앨범이란 점에서도 그렇고, Love part.1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부담이 많이 되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랑이란 감정을 충실히 겪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앨범을 추진했다는 게 참 좋았어요. 그 뚝심이 러브 시리즈를 더 깊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더 짙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길, 오래 걸려도 좋으니 긴 호흡으로 러브 시리즈를 이어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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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와 4회차를 관람했는데, 각 회차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를 하나씩 골라보려 해요.
미술관에서
연출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무대였어요. 노래와 잘 어울리는 그림들을 계속 띄워줘서, 정말 미술관에 초대받은 듯했어요. 제대로 기억하는 게 맞다면 이상주의 커버 아트, 고흐, 모네, 유영국, 이우환 등의 그림이었는데요.
특히 유영국과 이우환의 작품을 통해 제가 막연하게 그리던 이 곡의 심상이 한층 더 선명해지는 듯한 감동을 맛볼 수 있었어요.
<미술관에서>를 작업할 때 김환기의 <우주>를 떠올렸다고 했던 인터뷰가 기억이 나더라고요. 이제야 이우환의 <선으로부터>와 김환기의 <우주>가 이 곡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단순하고 미니멀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것들이 이루는 전체에는 사람을 압도하는 아우라가 있잖아요. 그림 자체에서 리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초반에는 악기 하나씩만 등장하다가 별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미술관에서>와 너무나도 닮아 있더라고요. 원래도 좋아하는 그림들이었지만, 이 무대 덕분에 더 특별한 의미가 생겼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실-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마-그럼에도 불구하고 를 하나로 묶은 게 신선한 조합이었어요! <상실>도 굳이 분류한다면 Love part.2에 들어갈 곡이라 생각해서 이게 앨범에 포함되지 않은 걸 내내 의아해하고 있던 차였거든요. 듣는 내내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졌어요. 처음에는 상실을 믿지 못해 그저 멍하니 반응하다, 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말라며 격정적으로 감정을 표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기승전결이 확실한 단편 영화를 본 기분이었어요.
<다시는 사랑한다 말하지 마>에서 격정적으로 쏟아낸 감정을 추스르기라도 하듯 잠시 퇴장해서 관객에게도 여운을 즐길 시간을 주고, 닻을 내린 뒤 빗소리와 함께 시작한 게 기억에 나네요. 의자에 앉아 과거를 반추하듯 가만가만 부를 때 핀조명을 쏘는 것도 그렇고, 잠시 곡을 멈추었다 동선을 이동한 뒤에 하이라이트로 넘어가는 것도 그렇고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어요.
1회차 때도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누르느라 꽤 어려웠고, 4회차 때는 순서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감정이 더 큰 폭으로 진동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후두둑 쏟아지더라고요. 멀어서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진심을 다해 부르고 있다는 게 가슴으로 와닿아서 그랬나 봐요. 콜드에게도 그러했는지 끝나고 나서 감정이 짙게 남는다며 한동안 그 여운에 젖어있는 게 보였어요. 집앞 벤치에 쪼그려 앉아 이 노래를 듣다 펑펑 울었던 발매 첫날 밤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아무래도 사람을 울컥하게 하는 주파수를 타고난 곡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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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지막 공연이 끝난 날, 밤을 지새워가며 메모장에 아주 길게 썼던 글이 있어요. 제 기억을 온전히 남겨두고 싶어 적어 내려갔던 글인데요, 그건 말미에 사진으로 덧붙여 볼게요. 구구절절 참 길게도 썼지만 가장 건네고픈 말은 공연 내내 아주 많이 행복했단 거에요. 콜드에게도 이 3일이 꿈과 같은 시간이었길, 사랑으로만 가득한 시간이었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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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이 너무 따뜻하고 마음을 일으키는 힘이 있으신거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
긴 글이었는데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