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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난 다음 이서방은 김서방에게, 장에 가서 먹과 붓하고 문창호지 근사한 것 한 장을 사 가지고 오라고 하여 비둘기의 주둥이에 엽전을 매달은 형식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푼 떨어져라!”하면 돈이 한 푼씩 똑똑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서방은 김서방에게, “이걸 계속 불러대면, 하늘에서 돈줄기가 궁궐 곳간에서 무지개살 모양으로 날아와서 떨어지는 꼬라지가 보여 고게 재앙이 되고 마니, 절대 그렇게 하지 말고, 당장 쌀 몇 말과 고기 몇 점 살 돈만 나오면,더 욕심내지 않고 딱 접어서 두고는 애들과 마누라의 눈에도 절대 보이지 않게끔 깊이 감춰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로부터 김서방도 나무는 엉성하게 해서 짊어지고 와서는 장에서 술 먹고 고기 사고 쌀을 사가지고 오니, 부인이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부인이 너댓 살 먹은 어린 아들에게 물어보니, 아들이 농 뒤에 가서 그림을 꺼내놓고 아버지가 하는 주문까지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부인도 아들이 말한데로 “돈 나와라! 돈 나와라!”를 계속 했더니 돈이 줄줄줄줄 막 떨어졌습니다. 서울 포도청 관아에서 보니 돈줄이 궁궐에서 나와 그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여 결국 김서방 이서방이 다 붙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동자인 이서방
은 서울로 압송을 당해 임금님 앞에 잡혀갔습니다. 임금님이, 마지막 소원이 뭐냐고 물었드니, 이서방은 그림이나 한 장 더 그려보고 죽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붓과 큰 창호지를 갖다가 주었더니, 이서방은 강원도 금강산의 큰 솔밭에 오솔길과 능수버들 나무에 당나귀 하나를 근사하게 그려놓고는, 임금님에게, “이 당나귀 그림을 좀 타 보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임금이 탈 수 없다고 하니 이서방은그럼 자기가 한번 타보겠다고 하고는 허락을 받자,그 고삐를 풀어니 당나귀가 나와 그 나귀를 타고 떠벅떠벅 그림 속의 숲길로 들어갔습니다. 대신들과 임금이 깜짝 놀라 종이를 앞뒤를 보고 구겨도 봤지만 종이뿐이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