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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형블록 부적절 설치 사례. 색상 대비 안 되고, 소화기 및 심장충격기가 점형블록 위에 배치돼 있다.ⓒ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화기와 심장충격기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위에? 시각장애인은 “쾅”, 화장실 점자표지판이 벽면이 아닌 출입문에 설치돼 이를 만지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으로 인해 문에 “쾅”, 점자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여기저기 묻느라 “끙끙”.
“시각장애인은 집 앞 주민센터도 마음 높고 이용하지 못하나요?”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실로암IL센터)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28일 서울 이룸센터에서 ‘시각장애인 주민센터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재호 활동가가 서울시내 지역자치센터 접근성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이날 실로암IL센터 최재호 활동가는 올해 2월부터 10일까지 진행한 서울시 지역자치센터(주민센터) 총 417개소에 대한 시각장애인 접근성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총 6223건의 평가 항목 중 3841건이 부적절하게 설치 및 관리되고 있어 부적절 비율이 61.7%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접근시설 조사항목 1680건 중 1203건(71.6%)이, 내부시설의 경우 3002건 중 1598건(53.2%), 안내시설 707건 중 617건(87.3%)이 각각 부적절하게 설치됐다.
자치구 별로 보면, 부적절 비율이 높은 자치구는 성북구 83.7%, 은평구 80.5%, 성동구 69.6% 등이었으며, 반대로 부적절 비율이 낮은 3개 자치구는 금천구 47.2%, 영등포구 48%, 중랑구 49.1%로 각각 조사됐다.
점자블록 연결문이 폐쇄된 주민센터 입구.ⓒ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종합했을 때 가장 부적절하게 설치된 시설은 실내 선형블록(89.7%), 주출입구 음성유도기(89%), 매개시설 점자표지판(88.8%) 순이었다.
특히 실내 선형블록(방향 유도용)은 시각장애인이 실내에서 방향감을 잃고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조사 결과, 다수의 주민센터에서 선형블록이 전혀 설치되지 않거나 설치 위치가 부적절해 시각장애인이 실내에서 방향을 인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된 것.
반면, 승강기 버튼 점자 표기(21.8%), 승강기 음성 안내 지원(34.1%), 화장실 점자표지판(34.8%) 등은 비교적 적절히 설치돼 있었다.
최 활동가는 “현장 여건과 이용 편의성을 고려한 조사에도 부적절 비율이 61.7%로 여전히 부적절한 설치 및 관리 실태가 확인된 것”이라면서 “실내 선형블록, 음성유도기 등의 부적절로 시각장애인 이동과 접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순히 편의시설 설치 여부뿐 아니라 설치된 시설의 유지 보수와 관리의 부실함이 원인”이라면서 “시각장애인의 실질적인 이용 편의성을 위해 지역사회와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책 제언으로 ▲주민센터 내 편의시설 설치 및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 구축 ▲시각장애인의 주요 편의시설(실내 선형블록, 주 출입구 음성유도기, 점자표지판) 설치 우선순위 개선 ▲시각장애인 의견 반영한 맞춤형 개선 방안 수립 ▲주민센터 직원 대상 인식개선 교육 및 장애인 권리보호 세미나 정기 개최 등을 제시했다.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인 조재현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주민센터 접근성을 직접 조사한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 학생 조재현 씨는 청년의 관점에서 주민센터 이용 편의 접근성 문제를 짚었다.
조 씨는 “주민센터의 계단과 경사로에 점형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설치됐다 하더라도 파손이나 마모로 인해 유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벤치, 자판기, 화분과 같은 시설물이 점형블록(위치 감지용) 위에 설치돼 보행에 장애를 초래하기도 했다”고 실제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청년들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 과정인 주민등록증 발급으로 반드시 주민센터에 방문해야 한다”면서 “젊은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줄이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센터가 더 많은 접근성을 갖추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실로암IL센터)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28일 서울 이룸센터에서 ‘시각장애인 주민센터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 이주형 과장은 주민센터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먼저 접근 부분과 관련 ▲내외부 단체 제거 ▲연속된 차로와 구분된 보행접근로 설치, 어려우면 색면 처리 ▲높이 차이 나는 출입구에는 1/12 이하 경사로, 안전한 계단 설치 ▲출입구 저면 캐노피 지붕 제공 등을 제안했다.
민원실 내 이용 편의 부분으로는 ▲통로 폭 1.5미터 이상 확보, 미끄럽지 않은 재질 ▲통로에 돌출되는 입간판, 장식물 통로 폭 1.5미터 침범하지 않도록 관리 ▲계단 손잡이와 점자표지 적합히 설치 ▲승강기 내부 버튼 색상 구분 설치 및 큰 글씨 점자 병기 설치 등을 들었다.
화장실 개선으로는 ▲현행 기준 적합히 개선(내부 공간과 설비, 접근 동선 정비 등) ▲세면대 발판이나 어린이용 좌대 구비 ▲소변기와 세면대의 이용 개선을 위한 보조 손잡이 등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강남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김호연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를 지자체 관계자와 공유하는 것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스템을 통해 자동적인 모니터링과 시설 유지 보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매뉴얼을 개발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편의시설을 유지하고 보수할 수 있는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만약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분담금이나 과태료 등의 설정 방안도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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