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길벗 길 걷기는 노포동 지하철 종점역 1번 출구 앞에서 만나 수영강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을 걸었다. 올해의 유월은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어젯밤부터 내리는 비는 습한 더위를 품고 있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집중 호우가 예상된다는 예보가 있었다. 우천 불구라는 공지에도 불구하고 사전 참석 의사를 밝힌 몇몇 회원이 불참했다. 그러나 비는 내리지 않고 가져온 우산이 짐이 되었다. 비가 내린 강변은 하얀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었다. 그 사이사이로 금계국의 노란색이 유난히 돋보였다. 비에 젖어 숙연한 풍경은 색의 언어로 무릎을 펴고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다. 물에 젖은 사물들은 더 또렷한 색상을 품었다. 자연의 풍부한 감정이 들풀처럼 일어났다. 물에 젖은 사물들은 맑은 날 빛의 산란으로 느끼게 되는 산만함이 없어 좋다. 초록이 깊게 스민 강물에 백로 몇 마리 발 담그고 한가롭다. 평화 그 자유의 공간으로 우리는 풍경처럼 머물다 왔다.
우리는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다리 아래 마련된 쉼터에서 김려 시인의 시집 출판 기념회를 겸한 시간을 가졌다. 시집에 수록된 시를 낭송하기도 하고 작가의 작품 이야기를 겸한 토론도 했다. 사회를 맡은 김석이 선생님의 오카리나 연주와 회원님들의 합창을 끝으로 회동 저수지 주변에 예약된 식당으로 갔다. 식당으로 가는 길 내내 여운처럼 뒤따라오던 맑은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우리는 접시꽃 붉게 핀 식당에서 오리 불고기와 메기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밥 반주로 마신 소주 한 잔에 코로나19로 망가진 일상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첫 시집 출판기념으로 점심을 내신 김려 시인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첫댓글 선생님의 후기로 6월 모임이 생생히 빛납니다
사진도 고맙습니다
정인성 선생님, 글과 그림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보경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실물보단 못하지만, 사진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신진 선생님을 비롯하여 길벗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제 생애 가장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정인성 선생님의 손길이 닿으니, 희미해질지도 모르는 어제의 일들이 한 편의 수채화로, 한 편의 동화로
재탄생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길벗 모임은 늘 즐거웟지만, 어제는 특별히 좋았어요. 첫 시집을 출간하는 작가의 수고와 벅찬 기쁨을 알기에 그 마음을 고스란히 함께 나눌 수 있었네요. 함께 걸으며 땀도 흘리고, 흐르는 강물과 하얀 개망초꽃, 비에 젖어 빨갛게 꽃이 핀 보리수 열매와 길에 떨어진 버찌, 함께 즐기니 더욱 정겨웠습니다.
맛난 점심 식사와 출간 소감도 듣고 출간 기념회는 이런 게 아닌가 싶었네요.
돌아 오면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늑대와 여우도 만나고, 오디도 따 먹었습니다. 강가에서 어린 시절 '인디언 밥' 놀이를 하면서 어색해하던 교수님과 함께 어울려 어린시절로 돌아가 모처럼 즐거운 웃음꽃을 강가에 날리고 왔습니다.
동감입니다. 생기는 거 없어도 타자와 공감하는 계기가 있었던 하루- 다행스럽습니다.
근데 소정님, "어색해하던" 이가 있었다면, 내 불찰일 겁니다. 어제부로 함께 동심 젖기도 하였으니 이제
'어색함'일랑 날려버리시길.
정선생님
감사합니다~~~
땀에 찌든 모습을 이리 시원하고 맑은 강물로 흠뻑 씻겨주셨네요 ㅎ
그날의 순간들이 글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네요
애 많이 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