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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와 인공지능에 대한 함의
가) 호모사피엔스의 출현
모든 존재의 제 1원인은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원인의 원인이 되는 궁극적 원인이라는 것이지요. 모세가 호렙산에서 타지 않는 떨기나무의 불꽃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처음 들었습니다. 누구시냐고 모세가 물으니까 “나는 스스로 있는 자( I am who I am)"라고 자신의 존재를 밝힙니다.
이사야서(書)와 요한계시록에도 나는 처음이요 나중이니 바로 알파(A)와 오메가(Ω)라 하였습니다. 이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헬라어 알파와 오메가는 목사님들이 설교하는 강대상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신심이 깊은 사람은 몰라도 우리 같은 일반 사람은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현대 물리학이 추론해낸 것은 우주의 시작은 특이점(Singular point)에서 시작되어 빅뱅, 블랙홀, 빅 크런치의 과정을 거쳐 특이점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우주는 밀도(密度)가 무한대인 하나의 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이지요. 종교신앙에서도 우리는 외경심을 느끼듯이 과학에서도 우리는 무한한 외경심을 느낍니다. 그것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고 겸손으로 인도합니다.
“100인치짜리 망원경으로 먼 은하를 들여다보거나, 1억년 된 화석이나 50만년 된 석기를 손에 쥐거나, 그랜드캐년 이라는 엄청난 공간과 시간의 균열 앞에 서 있거나,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우주 탄생의 순간을 응시하는 과학자의 말을 듣고 있는 때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이 있겠는가? 그것이 바로 깊고도 신성한 과학이다.” (과학사학자 마이클 셔머)
이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인간을 규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실 우리는 현실에서도 천사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간의 외모와 선행을 보기도 하고, 음악을 위시한 문학과 예술에서도 인간의 위대한 정신에 대하여 눈물이 날 정도로 공감하며 무한한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또한 반대로 사회 곳곳에서 괴물의 모습을 한 인간을 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우리는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고 욕을 하며 우리와는 다른 종(種)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천사의 모습과 괴물의 모습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존재입니다. 어떤 경우는 한 개인에게서도 이런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말이죠. 이렇게 인간을 규정하는 범위가 넓은 것을 두고 우리는 인간을 규정하는 스펙트럼을 넓게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의 첫 번째 이유는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뇌의 용량이 다른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우리 조상들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실용적인 모형보다 훨씬 더 풍성한 세계모형을 담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해졌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컴퓨터 정보처리 능력이 초기의 단순했던 수준에서 지금은 몇 십만 배로 커졌다는 것은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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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용량도 그렇게 진화한 것입니다. 우리의 뇌가 세계를 시뮬레이션 하는 프로그램의 가공 할 힘은 성령(聖靈)과 그것의 강림(降臨)을 경험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우리의 삶의 고통을 구원해주는 종교신앙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종교적 인간(Homo Religious)이라는 것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참호 속에는 무신론자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왜 종교적일 수밖에 없는가를 적나라하게 나타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인간을 규정하는 특징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지능을 가졌다고 하여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도 합니다. 공작인(工作人)으로서의 인간을 말한 것인데, 『창조적 진화』라는 책을 쓴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이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인간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까지 만드는 단계이니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동물도 조잡한 수준이지만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도 관찰되었습니다. 평생을 침팬지를 관찰하고 연구했던 제인 구달여사가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밝혔듯이 바다해달·침팬지·오랑우탄 등은 먹이를 획득하고 먹는데 돌과 나뭇가지를 이용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비버와 같은 설치류는 댐을 쌓는 재주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인간을 규정하는 특징으로 유희(遊戱)를 즐기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고 하는 이론도 있습니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호이징거가 주장했으며 유희는 단순히 논다라는 개념을 넘어 학문과 예술이 전개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쉽게 규정할 수 있는 것으로 언어적 인간(Homo Loquens)을 들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인간의 발음구조는 고유한 능력이라고 합니다. 침팬지에게 교육실습을 해보아도 몇 개의 단어는 익힐 수 있어도 언어의 조합으로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발성할 수 있는 구강구조가 해부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이죠.
그 외에도 인간을 정치적 인간(Homo Politicus),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인간의 고유한 기능으로 넣기도 합니다. 권력을 추구하고 교역을 인간의 문명을 창조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이렇게 인간을 규정할 수 있는 이론은 많습니다. 인간의 재주가 뛰어나다보니 한 가지 특징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동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뭉뚱거려 생물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학명을 지혜를 가진 인간이라는 뜻으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부릅니다.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지구상에는 800만종의 생물이 존재하며 학계에 보고된 건 150만종이라 합니다. 분류학자들은 이 150만종을 동물계와 식물계로 나누고 있으며 식물은 50만종, 동물은 150만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분류학의 선구자 칼 폰 린네(1701~1778)는 그 때 기준으로 약 8500종의 식물과 4200종의 동물을 분류했습니다.
분류학은 인간의 생물학적 좌표를 동물계, 척추동물 문(門), 포유 강(綱). 영장 목(目), 인과(科), 호모 속(屬), 사피엔스 종(種)의 순서로 분류합니다. 물론 생명이 균류와 같은 단순기관에서 복잡한 기관으로 진화하듯이 인간도 영장 목(인간, 유인원, 원류)에서 사람과인 호미니드(인간을 포함한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의 대형유인원)을 거쳐 호모 속(호모에렉투스, 호모하빌리스, 호모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사피엔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현생인류)로 진화했습니다.
현생인류가 이런 경로를 밟아온 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재구성하는 업적을 이루어 낸 것은 해부학, 발생학, 고생물학, 고고학과 같은 여러 학자들이 학계간의 협업도 있었지만 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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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끈질긴 발굴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인간의 기원을 알고자 하는 열망은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하는 인간의 깊은 욕구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그에 대해 감탄과 깊은 찬사를 당연히 드려야 합니다.
인류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연구되고 있습니다. 바로 형질인류학(physical anthropolo
gy)과 문화인류학(cultural anthropology)입니다. 저는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장강(長江)의 도도한 흐름을 보듯 인간의 시원을 읽는 깊은 공감의 세계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동부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의 올두바이 계곡에서 유골과 석기를 채집하는 리챠드 리키 부자(父子)와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이 발견한 최초의 인간 루시(최초 직립원인)에 대한 이야기는 인류학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에게 장엄한 영감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 다윈의 진화론과 인류학
이 모든 업적은 다윈이라는 거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천체의 중력의 힘을 파악했던 아이작 뉴턴도 이런 겸손한 말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선택이라는 다윈주의 패러다임이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생물학적 진화를 설명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은 단순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생명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세계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팀 헌트 교수도 진리의 아름다움은 단순함에 있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움과 단순함에 진리가 있다.” 그렇습니다. 진화를 추진하는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은 단순하게 생명세계를 걸러내는 작업입니다. 생존에 유리한 기관은 축적해나가고 불리한 기관은 제거한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역학 작용을 하는 키워드(keyword)가 있습니다.
바로 환경, 적응, 변이, 개체군, 확산, 유전, 창발성(emergence)이라는 개념들입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보여주는 비근한 일례가 있습니다. 교토대학 영장류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코시마 섬의 원숭이들을 관찰하여 학계에 보고된 것이 좋은 예가 아닐까합니다.
코시마 섬은 무인도로 20여 마리의 원숭이들이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원들이 고구마를 던져주면 처음에는 고구마에 묻은 흙을 손으로 털어서 먹었습니다. 얼마 후에는 18개월 된 어린 암놈이 강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었습니다. 어린 원숭이와 어미 원숭이들은 이 행동을 차차 따라 헸습니다. 4년이 지나자 20마리 중 15마리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해 가뭄이 심해 강물이 말라버렸습니다. 원숭이들은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어야 했습니다. 바닷물에 씻은 고구마는 염분으로 인해 더욱 맛이 있었습니다. 그 후 원숭이들은 계속 바닷물에 씻어 먹었습니다. 고구마를 씻어 먹은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12세 이상된 원숭이들은 고구마를 씻지 않고 먹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무인도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에 사는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두 무리의 원숭이들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똑같이 고구마를 씻어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인도에서 이와 멀리 떨어진 산속까지 고구마 씻어 먹는 행위가 전파된 것이죠.
진화생물학자이면서 초자연현상을 연구하는 라이얼 왓슨은 이 현상을 이론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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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리째의 원숭이 현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의 수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이 행동이 그 무리들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장소의 무리들에게까지 전파된다는 이론을 만든 것입니다. 그는 그 임계치를 100마리로 규정했습니다. 임계치를 넘어 서면 거리와 공간을 초월해 다른 집단으로 전파된다는 것이죠.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은 그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넘어 확산되어 가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학설은 많은 동물학자와 심리학자가 관찰한 결과 원숭이뿐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나 조류, 곤충류 등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신과학에서는 형태장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진화를 추진하는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 적응, 변이, 개체군, 확산 이라는 자연선택의 키워드와 일치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진화론적으로 중요한 모든 행동은 그와 같은 행동을 낳도록 하는 유전적 경향의 선택을 강화시킵니다.
유전적 요소가 강화되어 종전의 종(種)과는 구별되어 짝짓기와 번식이 더 이상 되지 않으면 종분화(種分化)가 일어납니다. 우리는 이런 효과를 창발성(創發性.emergence)이라 합니다. 창발성은 생물학에 국한된 것이 아닌 물리의 세계에서도 나타납니다. 행성의 질량이 그 크기에 따라 중력이 달라지며 주위의 다른 행성에 미치는 여러 현상도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단순한 산술적 계산에서는 전체는 부분의 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학이나 생물학에서는 단순한 산술적 총합이라는 전체는 부분의 합이라는 현상이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것으로 전환됩니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흰개미는 높이가 4m나 되는 탑 모양의 둥지를 만듭니다.
이 집에는 온도를 조절하는 정교한 냉방장치가 있으며 애벌레에게 먹일 버섯을
기르는 방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개개의 개미는 집을 지을 만한 지능이 없습니
다. 그럼에도 흰개미 집합체는 역할이 상이한 개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탑을 만듭니다. 이와 같이 하위수준(부분이라는 구성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
동이 상위수준(전체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을 창발(emerge
nce)이라 합니다. 진화의 역사에는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로 갈수록 이 창발성
은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 창발성은 인간의 뇌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 종(種)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인간이 영장류에서 호모 속(屬)으로 진화하는 데에는 지구상의 기후가 만들어 낸 환경이 중요한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사실은 호모사피엔스가, 우리의 호미니드(사람을 포함한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의 대형유인원)조상이 두 번에 걸친 중요한 생태학적 변화(선호하는 서식지의 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열대우림 단계의 침팬지에서 교목사바나 단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관목사바나 단계의 호모 속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이것은 빙하기의 건조한 기후가 열대우림지역에서 교목사바나를 거쳐 관목사바나서식처로 확대되어 갔음을 말해줍니다.
관목사바나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호모 속은 사자, 표범, 하이에나, 들개의 위협 앞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당연히 생존을 위한 선택압(選擇壓)이 작용합니다. 아마 이족보행하는 호모에렉투스나 도구나 불을 사용하는 호모하빌리스라는 개체군이 생존에 유리했을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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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마 뇌의 크기도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 직립함으로써 해방된 손이 도구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면서 병행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녀의 몸무게 차이가 50% 이상이나 되는 성적 이형성(異形性)이 15%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것도 남·녀의 기능적 역할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직립보행과 함께 사바나의 포식자들로부터 개체군의 생존을 높이기 위하여 신호체계의 일환으로 의사전달을 위한 언어적 역량도 강화되면서 뇌의 용량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듯이 보입니다. 호모에렉투스는 진화적 맥락에서 엄청만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호모에렉투스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밖으로 뻗어나간 호모 속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가장 나중의 것으로 보이는 호모에렉투스의 화석(약100만 년 전)은 호모사피엔스로의 변화 경향을 보여줍니다.
이 호모 속에 속하는 호모에렉투스는 높은 이동성을 보이며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중국북부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제각기 다른 지리적 인종으로 진화해나갔습니다. 유럽에서는 호모네안데르탈인으로 나타났으며 독일, 그리스, 인도네시아 자바에서도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매장풍습과 불을 사용하던 네안데르탈인도 10만 년 전쯤에 밀려드는 호모사피엔스의 수(數)에 압도당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약 20만~15만 년 전 사이에 사하라 남쪽의 호모에렉투스에서 또 다른 분기를 한 개체군으로 추측됩니다. 좀 더 정교한 석기 기술이 발달하고 군장시대라는 집단을 만들었던 이 호모사피엔스는 수렵기술과 싸움에서 더욱 발전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이 때가 구석기시대의 가장 잔인한 살육전이 전개되었을 거라고 형질인류학자들은 유물을 통해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에서 포식자와 먹이관계가 되는 대칭관계는 종과 종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 내에서도 서식처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됩니다. 호모사피엔스는 결국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5~6만 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 3만 년 전에 동아시아에 진출했으며 1만2천 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3만5천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의 물결이 서유럽에 도달했고 한 동안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이 멸종한 이유가 기후적 요인인지, 문화적인 열등성인지, 호모사피엔스의 살육전에 의해서인지에 대해서도 학자들 간에도 논란중입니다. 또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수 천 년 넘게 공존하면서 남·녀 짝짓기가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모계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분자생물학이 이것을 규명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간에 언어소통이 가능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구강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선천적인 요소만 가지고 언어를 습득하지 못합니다. 만약 아기 때부터 인간과 격리되어 있다면 아기가 성장해도 벙어리로 있을 것입니다. 언어는 집단 속에서 모방과 교육을 통하지 않으면 습득될 수 없는 능력이므로 문화적인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서유럽에 침범해 온 호모사피엔스를 크로마뇽인이라고 하는데 해부학적으로, 특히 뇌의 크기(1350cc)가 현대의 우리와 별다른 변화가 없어 현생인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라스코와 쇼베 동굴에 벽화를 그려 그들의 생활자취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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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신경세포는 뉴런이라 하며 사람은 대개 860억 개 있으며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전기
신호를 시냅스라 하며 사람의 시냅스는 수십조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신경세포와 그것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숫자만 보아도 인간 뇌의 능력은 불가사의 할 정도로 작동이 될 것이라고 짐작이 갈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 뇌의 특성은 제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뉴런은 인간에게만 고유하게 존재한다고 합니다.
뉴런과 그것들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단순한 산술적 합을 넘어 뇌는 전혀 다른 고차원의 일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인간을 인간이상으로 고양시키는 학문과 예술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뇌의 창발성(emergence)이 만들어 낸 인간의 고유한 높은 지성입니다. 아마 인간의 학명을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아닐까요.
다)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그렇게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진화한 인간은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1차 산업혁명은 증기엔진이라는 동력을 발명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영국을 시발점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18~9세기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로 말미암아 도시화가 가속되었으며, 그 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운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2차 산업혁명은 산업혁명으로 자본을 축적한 서구 열강들의 탐욕이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하여 침략전쟁을 일으키는 제국주의로 변하면서 철강·석유 및 전기와 같은 신규 사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은 모터·전화·전구·축음기·내연기관과 같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3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 혁명은 아날로그전자 및 기계장치에서 개인용 컴퓨터·인터넷 및 정보통신기술(ICT)로의 전이를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세대는 샌드위치세대로서 국가주도의 근대화로 산업화와 정보화시대를 압축해서 겪고 있는 유일한 세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스마트폰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를 검색하고 정보를 전송하는 능력은 늘었지만 과다한 의존으로 사고력과 기억력은 더욱 감퇴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공학·인공지능·나노기술·생명공학에까지 미치며 이전의 혁명과는 다른 ‘인간의 삶의 양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4차 산업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될 것으로 보이며 맨해튼 프로젝트에 오펜하이머·페르미·파인만과 함께 참여했으며 일찍이 컴퓨터를 설계한 천재수학자 존 폰 노이만은 초지능에 대해 예견한 바 있습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egence)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에서 4승1패를 거둠으로써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경험과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시각 및 음성인식의 지각능력, 자연언어 이해능력,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능력 등을 컴퓨터로 실현하는 기술입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의 목표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딥 러닝(deep learning), 곧 심층학습은 다량의 데이터나 복잡한 자료들 속에서 핵심적인 내용 또는 기능을 요약하는 작업인 기계학습알고리즘으로 정의되며, 큰 틀에서 사람의 사고방식을 컴퓨터에게 가르치는 기계학습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다양한 딥 러닝 기법들이 컴퓨터비전,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음성/신호처리 등의 분야에서 최첨단의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2년 스탠포드 대학의 앤드류 웅과 구글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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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딥 러닝프로젝트가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도 연구팀을 인수하거나 자체개발을 운영하면서 업적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사실 딥 러닝 구조는 인공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s)에 기반 하여 설계된 개념으로 그 기초는 인지신경과학자(cognitive neuroscientist)들이 1990년대 초에 제안한 뇌발달(Brain Development)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발달관점의 이론들이 도입되면서, 순수한 전산기법의 딥 러닝 모델들을 위한 기술적인 기반도 마련되었습니다.
1995년에 뉴욕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유아의 두뇌는 영양적인 요인의 영향으로 스스로 조직화되는 것 같다…. 뇌에서 한 층의 조직이 먼저 성숙되고 다른 부분과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전체 뇌가 성숙될 때까지 반복된다.”
인간인식 발달 및 진화와 관련해 딥 러닝의 중요성은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가까운 영장류 동물들과 인간이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발달 시기입니다. 다른 영장류 동물들의 뇌가 출산 전에 거의 완성되는 반면에 인간의 뇌는 비교적 출산 후에도 계속 발달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경우 뇌가 발달되는 중요한 시기동안 세상 밖의 훨씬 더 복잡한 경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변화의 정도는 대뇌피질 발달에 반영되기도 하고, 또한 두뇌의 자기조직화시기에 자극적인 환경으로 부터의 정보추출에 변화를 줍니다.
물론 이런 유연성은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긴 미성숙기(보호자에게 도움을 받고 훈련을 받아야하는 의존적인 시기)를 가지게 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딥 러닝의 이런 이론들은 결국 인간진화의 기본적인 조건으로서 문화와 인식의 공진화(共進化)를 보여줍니다.
생명을 정의할 때 기준이 되는 개념은 자기조직화와 복제능력에 있습니다.
생명은 이렇게 자연계에서 창발적으로 자신을 구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하여 사람은 성장하면서 스스로 배우고 추론하는 능력을 갖추어 나갑니다. 그와 같이 인공지능을 정의할 때 기준이 되는 개념은 입력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스스로 배우고 추론하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과학자들도 처음에는 컴퓨터프로그램으로 광범위한 종류의 문제 해결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시행착오 끝에 프로그램의 문제해결 능력이 프로그
램에 사용된 추론전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의 양에 좌우된
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이 보다 지능적이기 위해서는 특정한 문제 영역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가급적이면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 낸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상의 방향전환에 힘입어 성과를 거둔 결과는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입니다. 그러니까 알파고는 의사나 체스 선수처럼 전문 분야의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컴퓨터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빅 데이터에 있었습니다. 알파고가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라는 것은 구글이 빅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까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저장기술이 발달하고 통신에서 데이터를 더 광범위하게 전송하고, 우리의 삶이 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호모사피엔스가 남기는 데이터 발자국의 양은 2년마다 두 베씩 늘고 있습니다. 빅 데이터는 더 커지고, 더 커지는 중입니다.
이 빅 데이터의 중심에 구글이 있습니다. 구글의 야심은 세상의 만들어진 모든 책을 데이터로 저장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디지털도서관인 것입니다. 2004년부터 구글이 스스로에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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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계의 정보들을 조직하는’ 사명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설립자인 레리 페이지는 구글이 책을 스캔하고 디지털화하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야심이 지나치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구글은 이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선언되고 9년이 흐른 뒤. 구글은 3000만권 이상의 책을 디지털화 했습니다.
3000만권의 책을 데이터로 저장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겠습니까? 그것은 하버드, 스탠퍼드, 옥스퍼드를 비롯한 어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책보다 많고, 러시아국립도서관(1500만권), 중국국립도서관(2600만권), 독일국립도서관(2500만권)보다도 많은 것입니다. 이 도서관들이 수백 년간에 걸쳐 수집한 책보다도 많은 책을 가진 도서관입니다.
빅 데이터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본질을 더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관찰도구를 창조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빅 데이터는 인문학을 바꾸고, 사회과학을 변형시키고, 상업세계와 상아탑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빅 데이터의 이런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종이에 인쇄된 책의 가치는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독서광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볼 때 영상처리 된 디지털 책과는 소통방식에 있어서 깊이가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책에서는 중요한 문단에 밑줄을 긋기도 하고, 여백에다 그 주제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왔던 내 나름의 각주(脚註)를 달면서 소통합니다. 그 소통은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이라 생각하며, 일종의 책과의 대화이기도 하고 저자와의 대화이기도 하며, 결국 이 세계와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책에서는 이런 방법이 통용되지 않으며 우리 삶의 성숙한 내면화로 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공지능이 초지능으로 진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특이점과는 달리, 이것은 인간이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국의 컴퓨터 이론가인 레이 커즈와일은 자신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30년 전후에 지능 면에서 기계와 인간사이의 구별이 사라진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과학소설가 아서 클라크도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런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의식과 의지를 갖춘 초지능이 출현하는 과정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의 생각은 둘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알파고와 같은 단위 인공지능이 초지능으로 진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망(網.network)을 이룬 인공지능들이 뇌의 신경세포들과 같은 역할을 해서 거대한 초지능이 창발적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에서 나타나는 창발성(emergence)과 같은 이론입니다.
진화의 추진력은 막을 수 없습니다. 진화의 역사는 물리적 시간과 마찬가지로 비가역(非可逆)적입니다. 인공지능의 출현은 지구생태계의 진화에서 나온 현상이므로 인간이 통제할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령 통제하려 해도 할 수 없습니다.
초지능은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우리는 오랜 옛날 호모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원인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초지능이 자신의 정체성까지 의식하게 된다면 생태계에서 인간과 대칭관계를 이룰지도 모르니까요.
이것은 종(種)차원에서 깊이 숙고하고 성찰해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종에 어떤 학명을 부여해야 한다면 호모사피엔스에서 다른 종으로 분기한 로보사피엔스가 될 것입니다.
사이버 총무 김 정 율 올림
감 수 回夜 정 명 기
첫댓글 필자의 전공분야가 아닌 테마를, 해박한 지식으로
전체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좋은 글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