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nzen Int. Ink Painting Biennale 2000
심천국제수묵화비엔날레를 주목한다
金永材美術理論|哲學博士
한 달 전쯤 광조우廣州에서 홍콩으로 가는 버스에서 심천深玔 풍경을 스친 일이 있었다. 여기가 센젠深玔이구나 하고 금방 알아챌 만큼 심천은 부자 냄새와 버터 냄새를 풍겼다. 그것은 홍콩과 광주를 버물린 듯한 인상으로 내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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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심천국제수묵화비엔날레 참관 차 심천에 머문 일주일간의 심천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인상을 바꾸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팽창하는 도시 속에서 찬란한 중국의 전통과 화하족華夏族의 저력을 세계에 선양하겠다는 야심만만한 도시와 예술인의 인상이었다. 그것은 일개 어촌에 불과했던 심천을 30년만에 중국 3위의 흑자도시로 성장시킨 심천인들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인상일 것이다.
그 첫 번째 인상은 역시 날로 번창하는 거대도시로서의 심천이다. 심천은 자고 일어나면 다른 도시처럼 느껴진다.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간을 정지시킨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의 기억을 흡수하여 고속도로와 고층건물과 숲과 언덕을 배밀이하고 있는 듯한 도시가 심천이었다.
철제 베란다와 돌출에어컨을 지탱하는 앵글에서 흘러내린 녹물로 철저하게 슬럼화한 데다가 수재민 집단수용소처럼 빨래들이 어지럽게 널린 낡은 아파트들은 무서운 속도로 핑핑 소리를 내며 솟아오르는 중앙 집중 냉방의 아파트와 날렵한 고층건물들의 굉음에 금방 파묻히고 만다.
두 번째는 도시의 유연한 자연친화적 환경이다. 담장이가 에워싼 도시고속도로의 교각은 마치 담장이의 잎과 덩굴의 구조물 위로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듯한 신비한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관광지 역시 매우 환경친화적이다.
날렵하고 민첩하고 기름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노레일의 기차는 세계의 창-민속촌-환락국 등의 유원지와 고층건물과 아파트 등과 함께 야생의 갈대밭과 가두리 양식장-저녁노을을 휘젓는 박쥐들의 푸득거리는 날개짓을 뚫고 나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디자인이나 유화의 세계라기보다는 분명 수묵 그리고 담채와 농채가 모두 가능한 유연한 세계라는 것이다.
그 세 번째는 예술과 꿈의 도시라는 점이다. 고층건물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으로서 도시의 윤곽선과 디자인과 성격을 융화시키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 경연장일 뿐 아니라 심천시정부의 방침에 따라 건축마다 개성적인 디자인과 조명을 안배한 환상적인 밤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새벽 다섯 시, 텔레비전에서 베토벤의 황제 소나타가 방영될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일 것이다.
그렇게 심천이라는 도시의 인상이 강열한 데 비해 주민들에 대한 인상은 매우 소극적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네 번째는 인도의 영화같은 도시라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헐리웃의 영화보다 많이 제작된다는 인도의 영화는 태반이 인도의 현실을 외면한다. 작가 및 이론가들로 형성된 참관단은 미술관, 박물관, 명소 등을 버스로 다니며 관람했지만 현지인을 보기가 힘들었다.
긴 장대를 어깨에 걸치고 물건을 나르는 사람-메추리와 오리와 고슴도치를 망에 넣고 파는 아낙네-고장난 비디오나 전자제품 삽니다 라는 팻말 옆에 앉은 현지주민들은 심천의 이방인으로 비쳐졌다.
이것은 분명히 외부인에게는 일종의 괴리감을 느끼게하는 요인일 수 있겠지만 심천은 이 모든 갈등구조를 사회주의적인 체재 속에서 훌륭하게 조화시키고 있었다. 그 결과 주민평균연령이 27세라는 경이적인 신도시가 형성되었다.
그 중에서도 심천경제특구는 분명 심천인에게도 뿌듯한 자부심과 연결되어 있다. 참관단의 버스는 호텔에서 가고 오는 길을 달리하면서 신도시의 젊은 탄력을 보여준다.
비엔날레
그 심천의 부자 냄새를 문화예술의 냄새로 바꾸겠다는 것이 심천국제수묵 비엔날레의 야무진 포부이다. 중화민국 문화부가 비준하고 심천시정부가 후원하는 이 전시는 Shenzhen Fine Art Institute深玔畵院에서 주관한다.
안내서는 20세기초 농경사회의 자연관에 바탕한 전통산수화의 비현실성에 착안한 Fu Baoshi傅抱石, Li Karan李加染 등의 도시풍경 걸작에 이어 20년대 중반 심천화원의 아카데믹한 주제, 즉 도시풍경화가 제안되었으며 전국의 유명화가와 이론가들이 초청되었고 대중적 관심에 힘입어 1987년에는 심천화원이 심천시정부의 직속기관으로 발족했다고 쓰고 있다.
엄청난 투자와 눈부신 시설이 문화예술로 집중되었다. 현재 국립미술관이 세 개이고 시립미술관을 포함한 미술관이 27개이다. 특히 심천화원은 건축면적 6천평방미터로서 현대적 전시장-첨단설비의 강연회장-다용도 작가 스투디오-작가전용도서관-사진-액자-목판화실 등을 갖추고 있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관산월關山月Guan Shanyue 미술관은 8천 평방미터의 건평에 8백 평방미터의 중앙전시장과 4백 평방미터의 전시장 두 개 및 작은 전시장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첨단시설-방화벽 및 도난방지 시스템을 갖춘 미술관에서 우수한 학예연구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그리고 여유있게 전시와 행정을 움직인다.
심천화원이 중심이 되는 관장 이하 전시기획 및 진행 팀 모두가 한국에서 제1회전부터 출품해온 장상의 작가를 놀랄만큼 극진히 환대하는 가운데 중국화가 108인-해외화가 41인-이론가 10인이 초청된 전시회가 관산월미술관에서 열렸다. 특히 장선생의 작품은 중국의 화가들과 화원 관계자들에게 하나의 묵시록적 고전이자 귀감으로 인식되는 듯 했다.
이번 출품작을 중심으로 볼 때 세계적인 공감대와 보편적 미술언어의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전제하에서 수묵의 가능성 극대화-명징성-기운생동의 관점으로 시야를 좁혀 분석하자면 약 20점 정도가 합목적적인 주제와 수묵화의 오늘 그리고 중국미술 및 동양미술의 발전적 미래를 가늠하게 해준다고 생각되었다.
일단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그 지향성과 현대적 감수성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전통과 현대-현대와 인간-인간과 의식-화론과 미학-보편적 미술언어의 다섯 분야에서 개관될 수 있다고 분석되었다. 이를 발췌,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전통과 현대의 감성적 융합
陳政明, 都市雨影- 고전형식과 현대도시인의 시적융합18p
董小明, 水墨世界-현대적 의식에 각인되는 원형적 세계24p
憑遠, 都市系列-정적 고전속의 동적 현대인과 혼연일체34p
袁遠甫, 紐約大梯印象-수묵전통의 초월적 시공191p
도시와 인간에 투명되는 수묵적 감성
劉懋善, 威尼斯風光-서구적 미학으로 극대화한 深遠의 명징성102p
史國良, 拉薩街上-문화인류적 원형의 범인류적 공감대138p
田黎明, 都市假日-일상속에 용해된 현대인의 내적감수성157p
현대인의 내적 갈등구조
關天潁, 價値觀-물질문명의 속박에서 갈구되는 자유40p
關玉良, 浮雲-거대도시와 거대인류의 숙명적 조우42p
趙建成, 無題-사회적 리얼리즘의 정관적 시화222p
동서미학의 수묵적 조우
林天行, 天光雲影-도시인의 절제된 시적 내재율92p
張道興, 大秧歌-화하적 자부심에 심어지는 인민상204p
政綱, 靜觀之圖-객체화한 현대적 의식구조의 穴脈224p
신인류의 수묵언어
董克俊, 人系列-坐-명징적 현대인의 내적명상22p
黃國武, 逆光-1/2000-사이버인류의 사이버네틱적 성취58p
黃一瀚, 中國新新人類-佧通時代-우리화한 전통과 신세대의 절대감성62p
張相宜, 夢與希望-영혼으로 전사되는 도시의 꿈과 희망210p
괄호 안은 深玔市人民政府 刊, “第2屆 深玔國際水墨畵雙年展作品集” 수록 페이지
이렇게 분석과 종합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표상적인 개념이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갈등구조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전통과 현대-농업사회와 도시세계-사회주의와 반 사회주의-자본주의적 논리와 예술지상적 이념 등의 상충과 반발 그러면서도 중국적인 화합과 융합의 가능성 및 필요성이 이들 수묵화들에서 뿐만 아니라 세미나의 연사들에게서도 충분히 발견될 수 있는 양상들이었다.
세미나에서 연사들이 대본이나 유인물이 없이 자유로운 발표를 하는 것은 아마도 관행인 듯 했다. 연사들은 도시환경 속에서 수묵의 세계를 발견하고 신장하는 문제-환경과 생활 및 사회지도이념의 변화에 따라 감상과 미학이 달라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 등을 투사와 같은 어조로 열변을 토했다. 나름대로 산수냐 도시냐의 공방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들의 자유분방한 사상의 표출은 중국화라는 대전제에서 스타일이나 이즘의 문제라기보다는 갈등을 겪고 있는 수묵화가들의 현안과제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 갈등에 대한 대안은 적어도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공감대로 수렴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외국인 이론가로서 중국인의 수묵전시회에 참관하여 느낄 수 있는 초보적인 정보부족 및 공감대 형성의 미흡함에 기인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가들은 중국화가 108명 해외화가 41명이었다. 그러나 해외화가들의 대부분은 해외거주 중국인이거나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외국인이었다. 그러므로 세미나에서는 굳이 동시통역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이러한 현실은 아마도 중국인다운 만만디-천천히를 잘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아울러 국제적인 도약을 위한 과감한 국제화의 필요성이 제고될 수 있는 소지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심천과 예술과 한국
그러나 심천은 결코 중국의 지방도시가 아니며, 중국의 화가들은 문화혁명에 숨죽이던 이른바 숙청대상의 요괴妖怪가 아니다. 그것을 극대화한 표상이 관산월미술관이다.
관산월미술관은 95세로 타계하신 관산월선생의 기념관이다. 선생은 심천시인민정부에 800여점의 작품을 기증했고 심천시정부는 관산월미술관을 지어 보답했다. 그리고 현재는 중국정부의 기관전시장이 되었다.
관선생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태산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셨던 철저한 예술가였고, 개관식에는 장택민 주석이 축하를 보냈으며, 모택동 주석이 제목을 붙인 작품이 중화인민대회당에 걸릴 정도의 초대가급 화가로 소개된다.
그 관산월 미술관이 안으로는 미술관 권역을 도서관-방송국-놀이터-시장 등으로 확장하면서 한국을 교두보로 하는 국제세계로 진출하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심천화원 및 모든 미술관이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로 수렴될 수 있는 우수한 현재의 지휘체계가 탄력적으로 국제사회에 대응한다면 그 결과는 충분히 낙관적으로 비쳐진다.
그것이 문화혁명의 대안이자 베이징의 황폐화한 문화환경을 보상할 수 있는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신뢰하게 하는 것-바로 그것이 중국경제의 특별 관문에서 문화의 세계적 특별 관문으로 발돋음하는 심천의 엄청난 재력과 열린 마음 그 젊은 희망일 것이다.
200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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