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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R.O.K 537km : South to North)
-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슬램 완결편
1. 대회개요
1)명칭: 2006 대한민국 종단 537km 울트라 마라톤대회(태종대~임진각)
(2006 TRANS R.O.K 537km : South to North)
2)출발지 및 시간: 부산 태종대 / 2006. 7. 15(토) 06:00
3)도착지 및 시간: 경기도 파주 임진각 / 2006. 7. 20(목) 13:00
4)주행거리 및 제한시간: 537.3km / 127시간(무박, 무지원, 지속주)
(매 12시간마다 50km 간이 CP를, 매 24시간마다 100km CP를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
2. 대회결과
1)참가자 현황: 신청자 95명중 94명 참가
2)완주자 현황: 50명(완주율 53.2%)
3)대회기록
배번 성명 CP1 CP2 CP3 CP4 CP5 FINISH
537 손우현 16:11 42:41 66:58 92:09 118:37 126:39
3. Grand Slam 내용
1)2004 한반도 횡단 311km울트라 마라톤대회(강화도 창후리~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기간: 2004. 9. 26~29 / 시간: 62시간 09분 / 완주율: 77.5%
2)2005 대한민국 종단 622km울트라 마라톤대회(전남 해남땅끝~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기간: 2005. 7. 10~16 / 시간: 148시간 36분 / 완주율: 46.2%
3)2006 대한민국 종단 537km울트라 마라톤대회(부산 태종대~경기도 파주 임진각)
기간: 2006. 7. 15~20 / 시간: 126시간 39분 / 완주율: 53.2%
4)연도별 그랜드슬램 달성인원
2003년: 2명 / 2004년: 1명 / 2005년: 14명 / 2006년: 14명
4. 완주기
1)도전결심 및 훈련
2001년 5월부터 달리기 시작하여 2002년 10월 27일에 경주 동아 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풀 코스를 완주하였고(3시간43분22초), 이후 2번 더 풀 코스를 완주한 후 2003년 6월 14일
광주에서 처음으로 울트라 마라톤 100km를 완주하였다.(제1회 광주 빛고을 울트라 마라톤
대회: 13시간45분)
그해 11월 9일의 제1회 동아시아 울트라 마라톤 100km대회에서 under10(9시간50분46초)
을 달성하고 2004년 3월 13일~14일 제주일주 200km대회(32시간00분)에서 추위와 졸음
으로 너무 고생한 나머지 다시는 울트라 마라톤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2004년
추석 연휴기간인 9월 26일~28일 한반도 횡단 311km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여 성공 후(62
시간09분09초) 마음은 이미 조금씩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2005년 대한민국 종단 622km에 도전하여 성공 후(2005년 7월 10일~16일, 148시간36분),
1년내내 금년의 537km 종단만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하였고 한편으로는 꼭 해내야만 한다
는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더해만 갔다.
금년 1월의 제 2회 부산 비치 울트라 마라톤(을숙도-진해 안민고개 왕복)에서 페이스 메이
커로 달린 후(14시간40분44초), 훈련욕심에 다음날부터 바로 훈련에 들어가 무리한 나머지
좌측 고관절 부상을 입어, 이후로 연습을 계속 했지만 스피드는 생각대로 올라오지 않았고,
3월 25일의 전주 울트라 마라톤 100km대회에서는 고관절의 통증으로 85km 이후로는 거의
걷다시피 하며 13시간48분이라는 형편없는 기록으로 겨우 완주하였다.
5월 13일의 포항 호미곶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는 12시간49분이라는 기록으로 완주하여
기대에 미치치는 못했지만 그래도 부상이 회복되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훈련은 일주일에 5~6일을 계속 달렸고 5월부터는 두번에 한번 꼴로 동백섬에서 달맞이 언덕
을 넘어 구덕포를 왕복하는 언덕훈련을 했고 주말에는 70km 이상을 달렸다(4월 훈련거리-
475km, 5월-532km, 6월-463km)
6월 16일~18일의 낙동강 200km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는 동래고 동문 마라톤클럽(망월마
라톤클럽)의 김유일선배님의 페이스 메이커를 겸해 후반부 100km만 달렸는데 이후 미세한
근육 파열로 추측되는 좌측 대퇴부의 근육통이 생겨 대회일은 다가오고 이러다 정말 도전도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초조해하는 가운데 신청 마감일인
2006년 7월 3일에 신청을 하고 대회비 55만원을 송금하였다.
7월 1일부터는 훈련량을 줄여 테이퍼링에 들어 가면서 컨디션 조절에 중점을 두었다.
2)대회준비
6월 마지막 주부터 페이스 챠트를 만들고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면서 모자라는 것을 보충
하고 신발은 아식스 2100 280mm를 두켤레 준비하여 80km정도를 미리 달려 발에 익숙
하도록 적응을 시켰다. 배낭은 오래 사용하여 많이 닳았고, 통풍은 잘 안되지만 대회때마다
계속 사용하여 정이 든 오아시스 써미트 12L 배낭으로 그랜드슬램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간식으로 홍삼절편, 사탕, 스니커즈, 쥐포, 건포도 등을, 에너지 보충 식품으로는 파워젤과
파워바를 준비하였고, 코스맵을 다운받아 비에 대비하여 한장씩 코팅을 하는 한편, 틈틈이
네이버 지도에서 코스를 익혀 두었다.
마라톤복은 매 200km마다 갈아 입을 수 있도록 3벌을, 양말은 장마철이라 100km 마다 3
켤레씩을 준비하였다.
마침내 7월 14일 진료를 마친 후 부모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니 어머님께서는 50줄에
들어선 아들이 못내 걱정스러우신지 양손을 잡으시고서 “잘 다녀 오너라” 하시면서 “인자
고마해라”고 한마디 하신다.
집에서 저녁식사 후 고관절, 무릎, 발목의 테이핑을 미리 하고, 허리에는 배낭으로 인한 쓸림
을 방지하기 위하여 픽스몰을 붙이고서 저녁 10시경 수면 보조제를 한알 먹고 잠에 빠져
든다.
3)출발 - 98.9km
7월 15일 새벽 3시45분에 기상을 하여 아내와 함께 새벽길을 달려 태종대에 도착하니 4시20
분이고 새벽의 자욱한 해무를 보니 작년 622km 종단 때 출발지였던 해남 땅끝전망대가 떠오
른다.
등록을 하고 각 CP에서 교체할 물품이 들은 대형가방을 대회본부에 맡기고 배번을 받아보니
묘하게도 537번이다. 환송나온 지인들이 “537km 대회에 배번이 537번이니 완주는 문제없겠
다” 하며 격려를 해주시는 가운데 상의와 배낭에 배번을 붙이면서 2004년 대회에 비해 똑같은
거리에 제한시간이 132시간에서 5시간이나 단축된 127시간 내에 과연 내가 완주할 수 있을
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 가득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 ‘꼭 해내야 한다!’ 라고 몇번씩 다짐을
해본다.
대회장으로 있는 부산 썸머비치 울트라 마라톤 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식사와 KUMF
강원도지맹에서 준비해 온 감자떡으로 배를 채우고서, 환송하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나오
신 런너스클럽, 망월마라톤클럽, 효원마라톤클럽의 선후배님들의 격려를 받으며 기념촬영도
하고, 달리는의사들 소속의 서울의 김학윤원장님, 2004년 횡단 및 2005년 622km 종단 동지
이며 이번에도 같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여수의 최부규님등 울트라 마라톤에서 알게 된
여러 도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출발 시간을 기다린다.
드디어 6시 정각 94명의 도전자들이 넷, 셋, 둘, 하나, 출발!의 함성과 함께 5박 6일의 긴 여정
속으로 달려간다. 대회 규정상 낙동강입구까지는 동호회원들의 동반주가 가능하기에 런너스
클럽의 공동식님, 공천식님, 효원마라톤클럽의 이명재님, 오억세님, 안찬기님과 함께 대열
을 이루어 km당 7분의 속도로 천천히 달려간다.
15일 오전 7시9분에 영도대교(10.0km지점)를 통과한 후 남포동을 달려가는데 버스안의 사람
들이 이른 아침에 배낭을 메고 대로를 달리는 무리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서대신동삼거리(13.7km지점)의 오르막을 천천히 달려가는데도 높은 습도로 땀은 비오듯
흐르고 숨이 차는게 앞으로 달려야 할 거리를 생각하니 정말 아득하다. 공천식님이 아이스바
와 생수를 사와 목을 축이고 부산에 살면서 처음으로 대티터널(15.0km지점)을 달려서 통과
하니 15일 오전 7시43분이다.
괴정을 지날 즈음 손을 흔드는 이가 있어 보니 초등학교 친구인 임주섭이가 사진을 찍어주며
“꼭 완주해라” 하며 힘을 실어준다.
15일 오전 8시14분에 하단오거리(18.4km지점)를 통과하여 조금 더 달리다 골목안의 식당에
서 된장찌개로 아침식사를 하고 낙동강변대로로 접어 드는데 런너스 클럽의 박흥수님이 기
다리고 계시다가 “부상없이 완주하고 오라” 하시며 격려를 해주신다.
강변대로 위쪽의 낙동강 제방에 나있는 조깅코스를 따라 달려 서부산 낙동대교(24.6km 지
점, 15일 오전 9시10분 통과) 아래를 지나 조금 더 가니 김유일선배님과 동기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생수와 콜라를 건네 준다. 잠시 휴식 후 함께 동반주를 해주신 공동식님, 공천식님,
이명재님, 오억세님과는 작별을 하고 집이 화명동인 안찬기후배님과 둘이서 출발을 하여 구
포쪽으로 올라가는데 이제 출발한지 4시간도 채 못 되었는데 벌써 잠이 쏟아진다. 할 수 없
이 구포대교 입구(31.3km지점, 15일 오전 10시9분 도착)에서 안후배님에게 10분만 잘테니
깨워달라 하고 5분정도 지난 시간에 눈을 뜨니 그사이 안후배님이 길을 건너 가게에서 생수
와 아이스바를 사와서 먹고, 이제는 안후배님과도 작별을 하고 구포대교를 건너간다.
강서 체육공원에 도착하여 포장마차에서 팥빙수를 먹고 있는데 김학윤원장님 일행이 들어
온다. 먼저 출발한다고 인사를 드리고 김해 쪽으로 들어가다 대저삼거리(36.1km지점) 조금
지나 과일과게에 들어가 자두를 4000원어치 사서 김복근님과 다른 주자들과 함께 나누어 먹
으면서 가는데 - 울트라 마라톤은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 두자는게 지론이다 - 가게 주인
의 말과는 달리 맛이 별로다.
불암육교(38.2km지점)를 지날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장대비가 되어 달구어
진 아스팔트와 온몸을 적셔 주는데 시원하기 그지없다. 신어교(40.0km지점)를 지나 조금 더
가니 한무리의 주자들이 식당에서 나오면서 식사를 하고 가라기에 아직 별로 시장기를 못
느껴 조금 더 가서 먹을까 망설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 할 수 없기에 된장찌개로 식사 후
출발하여 김해시청(41.9km지점)을 15일 오전 12시13분에 통과.
전하교(43.3km지점)에서 우회전하여 삼성 홈플러스를 지날 즈음 황령마라톤클럽의 박상철
형님을 만나 사주시는 콜라와 아이스바를 먹고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비는 가늘게 오락가락
하고 이제는 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린, 1989년 5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의무실장으로 복무
한 옛공병학교 자리를 보면서, 그때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편한 자리라고 다들 부러워 했는
데…, 잠시 16여년 전의 추억에 잠겨 본다.
좌측의 동신아파트를 지나 삼계사거리(48.5km지점)에서 좌회전하여 오르막을 지난 후
약간 내리막을 달려가니 50km 간이 CP이다. 15일 오후 1시33분에 도착.
막달리자클럽 회원님들의 얼음마사지를 받고 콜라 한캔으로 목을 축인 후 출발. 비는 그쳐
날씨는 다시 무더워지고 길 좌우 양측에는 가구 전시장들이 계속되고, 설창사거리 못미쳐
식당 마당에서 KUMF 사무총장이신 신영우님과 KUMF 부산지맹회장이신 최수철님이 지나
가는 주자들을 격려하며 등목도 하고 식사를 하고 갈 것을 권하지만 쏟아지는 잠을 어쩔 수
없어 식당 마당 한켠에서 15분후에 깨워 달라고 부탁하고는 잠에 곯아 떨어진다. 일어나
발바닥을 점검해보니 물집 방지를 위해 붙여둔 키네시오테이프가 물에 불어 이미 기능을 상
실한 것 같아 떼어 버리고 바셀린을 듬뿍 발라 준다.
설창사거리(58.5km지점)를 15일 오후 3시6분에 통과하여 대통령생가입구(60.6km지점)를
지나 진영 외곽의 운동장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25번 국도를 타고서 밀양쪽으로 가는데
여기서부터 수산대교 입구까지는 낙동강 200km대회 때 달려 본 곳이기에 눈에 익숙하다.
65km지점의 현풍할매 곰탕집에서 설렁탕으로 저녁을 먹고 식당주인이 제공하는 시원한
얼음물에 발을 담가 아이싱을 하고 물을 보충하고서 15일 오후 5시5분경 출발.
안양에서 오셨다는 황인환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반주를 하여 수산대교(70.0km지점)를
통과하여 이제 11.1km의 지루한 직선화 도로를 달려가는데 여러명의 주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밀양쪽으로 올라간다.
날이 어두워져 배낭 앞뒤의 깜빡이등과 어깨의 랜턴을 켜고 계속 달려 직선화 도로가 끝나는
지점의 주유소에 들어가 상의를 벗어 물에 빨아 몸을 닦고, 물이 흐르는 채로 걸치니 정신이
번쩍 든다. 15일 저녁 8시14분에 밀주교(86.1km지점)를 건너 밀양시내를 관통하여 밀양시
청, 밀성정보고 앞을 지나 교동사무소 근처에 이르니 밀양마라톤클럽의 한분이 나와 응원을
하면서 100km CP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 주는데 잠시 망설이다 주자들의 깜빡이등이 지름길
에서 많이 보이길래 시간단축 욕심에 들판사이로 난 지름길로 접어들어 3km정도를 가니
제 1CP(98.9km지점)인 상동역이 나오고 시간은 15일 저녁 10시11분이다.
(소요시간: 16시간11분, 수면시간: 20분)
4)98.9km - 198.8km
물품 보관용백을 찾아 제 1CP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시켜 놓고 물품을 교체한 후
양말을 벗어 발을 살펴보니 아직은 괜찮아 보이고 바셀린을 듬뿍 발라주고서 식사를 한 후
15일 저녁 10시50분경 출발하여 바로 시작되는 오르막을 올라가니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의
경계 표지판이 보이고 청도쪽으로 들어간다.
버스 정류장마다 잠들어 있는 주자들의 빨간 깜빡이등이 눈에 들어오고 나도 졸며 걷다 뛰다
하다가 105.3km지점의 한미주유소 마당 한쪽에서 13분간 눈을 붙이고 16일 새벽 0시11분에
길을 다시 나선다.
월곡삼거리(111.2km지점)에서 우회전하여 청도2교를 건너 경산쪽으로 계속 달려가니 유명한
청도소싸움 경기장이 보이고 오르막을 올라서니 이번코스에서 제일 고도가 높은 남성현 정상
(123.2km지점, 16일 새벽 4시32분 도착)이다.
조금 더 가니 좌측에 소공원과 함께 문닫은 휴게소가 보이고 몇명의 주자들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배가 출출하여 간식을 꺼내 먹으려 하는데 주자 한분이 출발지점에서
챙겨오신 감자떡을 주시기에 콜라와 함께 먹으려 하니 만원 지폐만 있고 잔돈이 없어 옆의
주자에게 천원을 빌려 자판기에서 콜라 한캔을 뽑아 감자떡과 함께 배를 채운 후, 내리막길
을 달려 내려가 다시 시작되는 지루한 직선화 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날은 밝아오고 울트라
마라톤때마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어 경산 5km 못미친 지점의
도로가의 안전한 곳을 골라 23분간 노상수면을 취한 뒤 몸을 추스려 16일 오전 6시19분에
다시 출발을 하여 경산병원앞(137.0km지점)을 16일 오전 7시31분에 통과.
제 1CP에서 자원봉사를 마치고 올라오신 런너스클럽의 정화국님을 만나 경산 시외버스터
미날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30분간 잠을 자고 일어나, 돼지고기
없이 국물만 시켜 밥을 한 그릇 말아 먹고는 16일 오전 9시4분에 출발하여 대구와 경산의
경계점인 중산삼거리(141.3km지점)를 지나 대구로 들어간다.
출발 전에는 지형특성상 대구를 통과하는데 있어 무더위로 상당히 고전을 할 것으로 예상했
으나 비온 뒤라 그런지 바람이 조금씩 부는게 그런대로 견딜 만 하다. 연호사거리(145.6km
지점)를 지나 148.2km지점의 간이 CP에 도착하니 16일 오전 10시36분이다.
얼마 안가니 1988년 2월 영천의 삼사관학교로 훈련가기 전 신체검사차 며칠 머물렀던 군의
학교가 있는 수성구 만촌동이 나오고, 무열대삼거리(150.2km지점)를 지나 약간 내리막길을
달려 가는데 왠차가 앞에 서면서 누가 내리는데 보니 대구박물관장으로 있는 고등학교 김정
완동기다. 이 친구도 마라톤을 하는데 일요일 아침훈련을 마치고 위수지역(?)을 통과하는
친구를 격려하기 위해 왔단다. 잠시 대화를 나눈 후 다시 길을 재촉하여 가는데 솔솔 부는 바
람에 쏟아지는 잠을 못이겨, 잠이 올 때는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것
을 장거리 울트라에서 경험을 했기에 복현오거리(154.5km지점)를 조금 지나 인도의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배낭을 베개삼아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않고 12분간단잠을
자고 난뒤- 평소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고, 울트라때 아니면 언제 대낮에 인도 위에서 잠을
자볼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서서히 망가져가는 내 꼴이 우습기도 하다 - 오전 11시58분에
출발.
노원사거리(157.7km지점)를 지나 만평사거리(159.5km지점, 16일 오후 1시1분 통과)에서
우회전하여 서대구 고속터미날 근처에서 식당을 찾으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연 곳이 없
다. 할 수 없이 팔달교를 건너 오르막을 올라가니 좌측에 아파트 단지가 보여 식당이 있으리
라 기대를 하고 좌우를 두리번 거리는데 먹지않는 보신탕집만 3군데 정도 지나쳐 조금 더 가
니 냉면집이 보인다. 물냉면을 맛있게 먹고는 잠시 눈을 좀 붙이고 가면 안되겠느냐 하니 곤
란하다 하여 그냥 출발. 16일 오후 2시3분.
얼마안가 두명의 주자와 잠시 동반주를 하여 태암 고가교사거리(165.3km지점)에서 좌회전
을 하여 왜관/김천방향의 4번 도로를 타고 올라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로
변하여 쏟아진다. 오르막끝의 버스 정류장에 가니 한 주자가 쉬고 있어 같이 간식을 나누어
먹고는 출발을 하여 퍼붓는 빗속을 지루한 직선화 도로를 따라 왜관으로 올라간다.
직선화 도로 끝지점의 장독대 추어탕집(180.9km지점)에 들어가니 식사를 마치고 출발하려
는 주자들, 이제 막 들어온 주자들과 가족들등 15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추어
탕을 시킨 후 양말을 벗어 우측 발바닥에 생긴 물집을 배액처치를 하고, 물에 불어 반쯤 떠있
는 양쪽 엄지 발톱을 키네시오테이프로 당겨 눌러 두지만 얼마나 버틸지 걱정이다. 식사 후
16일 오후 6시40분경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빗속으로 다시 출발.
공단삼거리를 지나 왜관 톨게이트(182.1km지점) 근처에서 길을 잃기 쉽다고 들었기에 어두
운 빗속을 코스맵과 대조해 가며 조심스레 달려 왜관 외곽도로를 거쳐 왜관대교(185.3km지
점)를 통과하니 16일 저녁 7시46분이다.
죽전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4번 국도를 따라 김천쪽으로 올라가 관호오거리를 지나고 남계
삼거리(192.1km지점) 근처에서 앞을 보니 여수의 최부규님을 비롯한 6명의 주자들이 무리
를 지어 달려가기에 아무 생각없이 20m정도의 간격을 두고 한참을 따라 가는데, 최부규님
이 지나가는 차를 세우는 것이 보여 다가가 이유를 물으니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 하신다.
마침 지나가는 차가 주자를 지원하고 가는 차라 우리가 가는 방향은 목적지인 김천과는 반대
방향인 구미로 가는 길이라 하며 되돌아 가야 한다고 한다. 우와! 돌겠네! 걱정했던 경산, 대
구, 왜관의 갈림길을 용케도 잘 찾아 왔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곳에서 길을 잘못
든 것이다. 7명 모두 낙담하여 뛸 생각은 않고 빗속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남계삼거리로 돌
아와 보니 직진을 해야 할 곳에서 우측으로 비스듬히 난 길로 잘못 들었으며 1시간20분 정
도를 소모한 것 같다. 나중에 이 1시간20분 때문에 시간내 완주가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한 생각에 확인없이 무심코 따라간 자신을 원망해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쩌랴!
남계삼거리에서 부터 달리기 시작하여 약목역(193.7km지점), 숭산초등학교를 지나 제 2CP
(198.8km지점)를 200m정도 남긴 지점에서 신영우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통닭집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1시간 정도 침낭 속에서 푹 잠을 자고 난 뒤
된장찌개 - 통닭집에서 된장찌개를 시키다니 주인 먹을 것을 뺏아 먹은거나 다름없다 - 로
식사를 하고 발을 손본 뒤 출발하여 제 2CP에 도착하여 체크를 하니 17일 새벽 0시41분 이
다. (소요시간: 42시간41분, 수면시간:2시간18분)
5)198.8km - 298.9km
CP에 가니 저녁에 부산서 올라오신 김유일선배님과 동기인 철우, 대경이가족이 185km 이후
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같아 걱정했다 하시며 반가이 맞아 주신다. 서울의 김학윤
원장님이 아쉽게도 193km에서 부상으로 포기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달리는의사들
2명 중 1명 남은 나라도 꼭 완주해야 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는 대경이가 건네주는 따뜻
한 홍삼차를 마시고는 17일 새벽 0시50분경 출발.
제 2CP 출발이후 밤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데 비옷을 걸쳐도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한기가
드는 것이, 1981년 의대 산악부 시절 하계 설악산 장기산행 중 서북주능에서 비를 흠뻑 맞고
떨어 본 이후로 한 여름에 이렇게 떨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철우에게서 전화가 와서 추워
죽겠다고 하니 마침 선배님이 가지고 계시던 두툼한 비옷이 있어 폐기된 비닐하우스에 들어
가 비옷을 이중으로 입고 따뜻한 홍삼차를 두잔 거푸 마시니 한결 나아진 것 같다.
200.1km지점의 왜관과 김천의 경계를 지나 부상삼거리(203.3km지점)를 17일 새벽 2시경
통과하여 농소면사무소(213.2km지점)를 지나 달려 가는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이지만
그래도 잠이 쏟아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가려하니 철우가 조금 더 오면 식
당문을 연 곳이 있고 거기서 잠을 잘 수 있다 하여 215.6km지점의 무실삼거리 근처의 식당
에 들어가니 몇명의 주자들이 보이고 철우 차에 있던 깔개를 식당바닥에 깔고 40분정도 푹
자고 난 뒤 - 원래 잘 자는 체질에다 피로가 쌓이니 누웠다 하면 1분이내로 곯아 떨어진다 -
된장찌개로 식사 후 17일 오전 5시30분경 다시 출발.
날이 밝아오는 가운데 김천입구에서 선배님과 친구들은 부산으로 가시고 빗속을 달려 김천
교사거리, 김천역(219.8km지점)을 지나가는데 거리가 웬지 눈에 익은 것 같다. 벌써 데자부
현상이 나타나는가 했더니 아! 2003년 망월마라톤클럽의 경부 이어달리기 제 6구간으로 김
천역 근처에서 자고 일요일 새벽 동기 15명과 고령으로 출발했던 그 장소다.
장대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17일 오전 9시경 김천 영남제일문(220.9km지점)에 도착하여
처마밑에서 잠시 휴식 후 김천중고를 지나 직지사입구의 덕천사거리(227.2km지점)에서 직
진을 하여 또 다시 시작되는 황간까지의 18km의 지루한 직선화 도로로 올라서 북으로 달려
가는데 추풍령 외곽을 지나는 새로난 길이라 추풍령역을 멀리서 스쳐 지나간다.
이제 비는 그쳤고 광평교(243.4km지점, 17일 오전 11시55분 통과)를 지나니 허기가 지기 시
작하여 빨리 황간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려고 부지런히 발을 놀려 보지만 3km가 왜 이리도
먼지... 마침내 황간으로 들어가 황간약국(246.2km지점) 근처의 식당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
고 피로지쳐 입맛은 없지만 억지로라도 먹어야만 계속 갈 수 있기에 올갱이국에 밥을 말아
밀어 넣고는 40분정도 잠을 잔 뒤 17일 오후 1시28분에 출발을 하여 언덕을 넘어 2km정도
가니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아래에 위치한 248.5km지점의 간이 CP다. 17일오후 1시50분.
체크 후 바로 출발하여 조금 더 가니 우측에 노근리사건 현장(249.9km지점)이 보이는데 억
울하게 죽음을 당한 원혼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다시 비는 조금씩 오락가락 하는 가
운데 힘들게 고개를 넘어가니 영동읍 표지판이 보이고 내리막길 양측으로는 포도밭이 계속
되고 송이송이 마다 종이봉지로 씌워둔 농부의 정성을 생각하며 달리는데 포도 주산지여서
인지 샤토머니와인 이라는 포도주 공장이 보인다. (256.6km지점)
주곡삼거리부터 시작되는 오르막을 차고 올라 영동 군민운동장(262.0km지점)앞을 17일 오
후 4시48분에 지나쳐 내리막길을 달려 영동군 보건소 근처를 지나는데 길가에서 웬분이 우
산을 쓰시고서 혼자 주자들을 응원하시면서 바로 옆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가기를 권하시
기에 조금 더 가서 영동삼거리에서 먹으려다 그냥 들어가 30분 정도 잠을 잔 후 갈비탕을 먹
고서 짐을 챙기는중 자신을 소개하시는데 달리는의사들 소속의 박동수원장님 이시다. 아! 얼마
전 영동으로 이전개원을 하셨고 달리는의사들 게시판에서도 자주 뵈었고, 2005년 2월 부산시
의사회 마라톤클럽에서 주최한 제 1회 전국의사 건강달리기대회에도 오신 분인데 정신이
없어서 인지, 눈살미가 없어서 인지 알아 뵙지를 못해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밥값을 계산해
주시면서 꼭 완주하라고 격려를 해주신다. - 박원장님께서는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계시
면서 영동을 지나가는 많은 주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신 모양이다. 박동수원장님! 감사드리
오며 몰라뵈서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영동교삼거리(263.0km지점) 근처에서 박원장님과 인사를 하고 헤어져 부용사거리에 이르니
또 지루하고 제 3CP까지 계속되는 35km정도의 엄청난 직선화 도로가 시작된다. 아! 직선화
도로는 이제 정말 지긋 지긋하다. 난계 국악박물관(271.9km지점)을 지나 17일 오후 7시34분
경 영동과 옥천의 경계를 넘어 옥천으로 들어간다.(275.2km지점)
이화휴게소, 이원삼거리(280.9km지점)를 지나 시작되는 오르막을 올라 가는데 많은 비는
아니지만 저녁이고 계속되는 비에 다시 한기가 들어 길 건너의 늘봄 만남의광장(282.3km
지점, 17일 오후 9시7분 도착)의 휴게소로 들어가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우동을 시키니
주인 아주머니가 히터를 옆에 가져와 켜주시면서 식사 후 몸을 좀 녹이고 가라 하신다. 얼마
안 있어 한명의 주자가 도착하자 마자 그대로 밖의 평상에 누워 꼼짝도 안하는데 아주머니가
나가 안으로 들어오라 해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 그냥 누워 있겠다고 한다면서 담요를
가지고 나가 덮어 주시면서 무척이나 안스러워 하신다. 작년 종단때도 느꼈지만 충청도의 인
심은 정말 후하더라.
맛있게 우동을 한 그릇 비우고 제 3CP를 향해 달려가는데 청주에 사는 박정구동기가 CP
에서 기다리겠다 하며 어두운 밤길 조심해서 오라며 전화를 한다. 옥천역(290.4km지점)을
지나 군북면으로 들어가 이백삼거리에서 부터 시작되는 오르막을 걷다 뛰다 하면서 올라
가는데 가도 가도 CP는 나오지 않고 오르막만 계속된다. 증약주유소(297.3km지점)에 가니
밤 늦은 시간인데도 친구가 아들 딸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조금만 더 가면 된다면서 힘을
내라고 격려해준다. 1km정도 가니 마달령 정상에 대전시 동구 세전동의 입간판이 보이고
이제 대전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약간의 내리막을 달려가니 드디어 불이 켜진 몇동의 커
다란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거기가 제 3CP(298.9km지점)이다. 18일 새벽 0시58분 도착
(소요시간: 66시간58분, 수면시간: 1시간50분)
6)298.9km - 394.4km
체크 후 먼저 45분간 단잠을 자고 난뒤 추어탕으로 식사를 하고 박정구동기의 마사지를 받
으면서 물품을 교체한다. CP에서의 지체시간을 줄여 보려고 아무리 서둘러도 30~40분간 잠
을 자고 난 뒤 식사, 물품교체, 발손질등에 최소한 1시간30분 이상은 걸리는 것 같다. 우측
발바닥의 물집을 다시 배액처치 하고서 수박을 몇 조각 먹고는 18일 새벽 2시38분에 출발.
친구가 걱정이 되는지 괜찮다고 해도 대동오거리(306.9km지점)까지 차로 앞에서 안내해
주겠다고 하여 비룡삼거리, 신흥삼거리(306.2km지점)를 지나 대동오거리까지는 길 잃을 염
려없이 달려가, 거기서 친구와 헤어져 우송정보대학을 지나 동부경찰서(312.6km지점)앞을
18일 오전 5시33분에 통과하여 읍내삼거리부터 17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는데 작년
622km종단때는 전주에서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올라와 유성구를 지나는 대전 서쪽을 통과
했는데 금년 종단은 옥천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올라와 대전 동쪽을 지나는 코스다.
잠이 오기 시작하여 315.9km지점의 신대 주공아파트 못미쳐 오르막끝의 버스 정류장에 들
어가 앉은 채로 15분정도 잠을 자고 출발하여 달려 가는데 신영우님이 전화로 부산의 조해래
님이 교통사고로 신탄진 한일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 하시며 이
른 아침이라 차들이 과속을 하니 조심하라고 일러 주신다.
신탄진 한일병원(320.2km지점, 18일 오전 7시20분 통과)앞을 지나면서 들러볼까 망설이다
갈길이 바빠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냥 지나쳐 신탄진역(321.9km지점)에 이르니 비
는 다시 엄청나게 퍼붓기 시작하고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등목을 하고 식사를 하고서 다시
출발. 18일 오전 8시6분
신탄진사거리에서 직진하여 청주쪽으로 올라가는데 여기부터 청주시내 내덕7거리(347.9km
지점)까지 약 26km정도가 작년 종단코스와 일치하여 눈에 익다. 장마로 황토물이 괄괄 흐르
는 금강을 횡단하는 현도교(322.8km지점)를 지나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현
도고등학교, 현도우체국에 이르니 작년에 우체국옆의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아점을 먹은 기
억이나 그 식당을 찾으니 보이지 않고 중국집으로 바뀐 것 같다. 청원 인터체인지입구(332.2
km지점, 18일 오전 10시10분 통과)를 지나니 작년 여기까지 응원오신 효원마라톤클럽의 한
경애선배님, 류승관님, 신창섭님을 만나 폴라포를 먹으면서 잠시 쉬었던 가게가 보인다.
약간 오르막의 남이천삼거리, 척산삼거리를 지나 가좌리(338.9km지점)의 손짜장집에 들어
가 짜장면을 시켜 먹는데 우리동네 짜장면보다 훨씬 맛있다. 음식이 맛이 있어 부산와서 가
게를 하면 대박나겠다 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대전에서 출퇴근을 하는데 아침 출근길에 길가
의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고 묻기에 설명을 해주니 감탄
사 연발이다. 꼭 완주하라는 아주머니의 격려를 뒤로하고 18일 오전 11시16분에 출발하여
청주교대(343.2km지점)앞을 지나 청주시가지로 들어가는데 연휴 다음날의 점심시간이라 그
런지 지나는 행인들도 많고 차도 많이 밀려 인도나 차도나 속력을 내기가 힘이들어 뛰다, 빨
리 걷다를 반복하여 청주시청, 내덕7거리를 지나 349.4km지점의 간이 CP에 도착하니 18일
오후 1시37분이다.
체크 후 100m정도 올라가 24시 해장국집으로 들어가니 식당전체가 주자들과 응원온 가족들
로 가득하고 동기 박정구가 기다리고 있다. 어제 저녁부터 밤새도록 나 때문에 수고를 끼쳐
미안한데 여기까지 와 주다니... 고마운 친구! 힘을 안 낼래야 안 낼수가 없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지만 이후 30km정도는 직선화 도로라 식당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주식
해장국을 먹고는 친구와는 9월23일 졸업 30주년기념 홈커밍데이 행사때 만나기로 하고 작별
을 한 뒤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충북의대 내과교수로 있는 조명찬동기가 응급환자의 관상동
맥시술을 하고 오느라 늦었다며 식당으로 들어선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얼마 이야기도 못
나누고 잠을 좀 자야겠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곧 곯아 떨어진다. 친구! 미안하네!
30분 후 일어나 18일 오후 2시30분에 출발.
율량교차로를 지나 조금 가니 직선화 도로인 신길과 구길로 갈라지는 종축장삼거리(351.1
km지점)이고, 금년 종단 코스맵은 2004년도 것을 그대로 쓰는데 KUMF에서는 신길(25.7km
), 구길(28.3km) 선택을 주자의 재량에 맡긴다고 하였기에 지루하지만 2.6km가 짧은 신길로
가기로하고 불과 수 미터 앞도 잘 안보이는 폭우속을 역주행하여 달려가는데, 대낮이지만 폭
우속의 컴컴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과속을 하는지 트럭이 지나가면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일고 온몸으로 물세례를 받는다.
청주공항 인터체인지(354.0km지점)를 18일 오후 3시45분에 통과.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갑자기 아랫배가 슬슬 아파오는데 직선화 도로라 어디 숨어서 볼일
을 볼곳도 없고 큰일났다! 수분간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국도위를 교차하는 교량 끝부
분 기둥뒤의 경사진 곳에 몸을 숨기고서 한손으로는 떨어질까봐 다리난간을 꽉 붙잡고 자세
가 잘 안나오지만, 그러나 아주 시원하게 볼일을 본다. 휴! 살것같네!
장거리 울트라는 사람을 평소에는 도무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뻔뻔스럽게 변하도
록 한다. 인도나 갓길이나 배낭을 베개삼아 머리만 눕히면 안방이고, 바지춤만 내리면 거기
가 바로 W.C.다. 거기에다 신호위반에다, 무단횡단까지...
그런데! 출발하려는데 코스맵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화장실(?)옆에 잘 두었는데... 아! 이
것이 트럭이 지나갈 때 이는 바람에 날려 거의 60도경사는 될성 싶은 가파른 언덕 7m정도 아
래 풀섶에 떨어져 있다. 미끄러운 풀섶을 조심조심 내려가 주워 다시 출발하여 오창사거리,
도하교차로, 태락교차로를 지나니 진천터널이다.(18일 오후 7시42분) 터널안의 배수로 상단
이 거의 허리높이라 힘들게 올라가 터널을 지나는데 배수로 덮개는 한발씩 옮길 때마다 흔들
거려 중심을 잡기가 힘들고, 덮개에 뚫린 커다란 구멍들이 보폭과 맞지않아 발이 끼일까 조
심스럽게 1km 조금 넘는 터널을 빠져나와 우측으로 불이 환한 진천시가지를 바라 보면서 달
려가는데 사타구니가 쓸림현상으로 조금씩 따가와지기 시작하여 바셀린을 발라 보지만 점점
심해지는것 같다. 사타구니 쓸림으로 고생하는 주자들 보면 남의 일인양 여기고, 한번도 그
런 적이 없었는데 아마 역주행하면서 도로바닥의 깨끗치 못한 빗물세례로 아랫도리가 젖어
서 인것 같은데 이제는 한발 한발 내딛는 것 조차도 고통스럽다. 대회 후 사진에서 다른 주자
들이 쓸림을 방지하기 위해 사타구니 부근을 온통 반창고나 키네시오테이프로 도배해 놓은
것을 보고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마침 직선화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주유소가 보여 화장실에 들어가 씻으려고 비누칠을 하니
윽! 소리가 절로 난다. 깨끗이 씻고 비상용으로 준비해둔 팬티와 타이즈를 젖지 않은 새것으
로 갈아 입으니 한결 편안하다.
주유소 근처에서 사온 빵과 우유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여벌의 비닐우의로 치마처럼 아랫
도리를 둘러 단단히 조치를 취하고는 칠흙같이 어두운 비오는 밤중에 갓길도 제대로 없고 노
면도 엉망인 왕복 2차선 도로가 아주 위험하다 하시며 신영우님이 건네주시는 경광봉을 왼
손에 들고 역주행하여 달려간다.
이월면(380.7km지점, 18일 저녁 10시45분 통과)으로 들어가니 을숙도마라톤클럽의 이분희
님이 유동 CP에서 지나가는 주자들을 체크하시면서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하시며 힘내라고
하시며 격려해주신다.
대막삼거리(383.4km지점)를 통과하여 삼연개발앞을 지날 즈음 철우가 전화를 하여 제 4CP
에 망월마라톤의 박수진선배님과 이윤재선배님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한다. 두분 선배님께서
는 작년에도 후배를 위해 서울에서 멀리 강원도 고성까지 응원와 주셨는데... 빨리 가야겠다
는 생각에 속도를 올려 보지만 조그만 언덕들이 계속되어 마음 뿐이다.
만승교사거리(388.7km지점, 19일 새벽 0시39분 통과)를 지나니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때
문에 점차 걷는시간이 많아지고,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의 경계를
넘어 경기도로 들어서니 이제 이 지겨운 레이스도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
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
죽산쉼터(390.4km지점) 근처에 이르니 두분 선배님께서 차에서 내리신다. 지칠대로 지친
심신에다 컴컴한 빗속에서 두분 선배님을 뵈오니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억지
로 참고 "동고"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를 붙이면서 인사를 드리니 "이제 4km만 가면 된다. 힘
내라" 하시며 다시 올라가시는데 와! 4km가 와이래 머노! 도대체 칠장사 기사식당은 어디에
있는거야! 거의 1시간을 올라가니 불빛이 환한 곳이 보이고 제 4CP(394.4km지점)이다.
19일 새벽 2시9분 도착(소요시간: 92시간9분, 수면시간: 1시간30분)
7)394.4km - 494.5km
체크 후 간단히 샤워를 하고 45분간 잠을 자고 난뒤 발부터 손보는데 양측 엄지와 새끼 발
가락의 발톱이 물에 불은 채로 완전히 떠버려 뿌리만 겨우 붙어있는 정도지만 뽑아 버리면
통증으로 달리는데 지장이 있을것 같아 배액처치만 하고 키네시오테이프로 단단히 당겨 붙
여 둔다 . 양측 발바닥에도 여러군데 물집이 생겨 배액처치를 해도 계속되는 비로인해 주위
로 자꾸만 번지고 있고, 여지껏 한번도 생기지 않았던 발 뒤꿈치에도 여러군데 물집이 잡혀
있다. 손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옆에서 보고 계시는 박수진선배님께서 시간여유가 별로
없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하시며 안타까와 하신다. 긴팔 상의위에 파란 바탕에 흰색
의 동래고교 글자가 선명한 망월마라톤 런닝으로 갈아입고, 된장국에 밥을 한그릇 반을 말아
먹고 선배님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19일 새벽 3시58분에 제 5CP를 향해 출발.
걸미고개(395.3km지점)를 지나 내리막의 길가에서 이번에는 새벽이라 자세도 편안히(?) 볼
일을 보고, 두현교차로에서 장호원쪽으로 우회전을 하고 매산삼거리(401.0km지점)에서 좌
회전을 하여 17번 국도를 타고 용인/양지쪽으로 올라가는데 여기서부터 제일사거리까지
22.3km의 지겨운, 그것도 내리막도 별로없이 수 km앞까지 훤히 보이는 완만한 오르막이 계
속되는 직선화 도로를 가야 할 생각을하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 100km
하고 풀 코스 한번만 더 달리면 된다고 자신을 위로해가며 달려간다.
오방교차로(404.8km지점)를 19일 오전 6시11분에 통과하여 근곡삼거리(414.9km지점) 근처
의 주유소 화장실에 들어가 제 4CP에서 바빠 손보지 못해 너덜거리는 고관절의 테이핑을 새
로 하고 달려가다 배가 고파 415.8km지점의 동성휴게소에 들어가(19일 오전 8시40분) 콜라
와 깐포도 통조림을 먹고 출발.
평창사거리(420.7km지점)를 조금 지나 식당에 들어가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고 식당구석에
의자를 몇개 붙여 30분정도 코를 골며 단잠을 자고서 19일 오전 10시32분경 출발.
제일사거리(423.3km지점)에서 좌회전하여 양지로 들어가 양지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하여
42번 국도를 타고 용인쪽으로올라간다.
이제 비는 다 온 모양이다. 햇볕이 쨍하지는 않지만 습도가 높아 몹시 무더움을 느끼며 마평
삼거리(431.4km지점, 19일 오전 12시52분 통과) 근처의 가게에서 팥빙수에다 우유를 타서
먹고는 용인대 입구를 지나가는데 아내가 아침 비행기로 올라와 용인쪽으로 오고 있다며 걱
정스런 목소리로 "몸은 괜찮아요?" 하면서 힘내라고 격려해준다.
강남대학 근처의 방이 있는 식당을 알아 보라고 하고서 달려 가는데 동래고 후배이자 런너스
클럽회원인 강경탁후배님이 전화를 하여 현 위치를 묻길래 설명을 해주니 조금 후에 도착하
겠다고 한다. 도로 확장공사중인 언덕 갓길을 막달리자클럽의 전성준님과 함께 올라가는데
얼마전에 지났던 똑같은 길을 또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들어 데자부현상이라 생각을 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하고 올라가는데, 앞의 차에서 강경탁후배님이 내려 시원한 수박과
마실 것을 주어 먹고는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을 하여 강남대학앞의 새로 지은 건물2
층의 부대찌개 식당으로 들어가(441.7km지점, 19일 오후3시1분 도착) 국물이 시원한 부대
찌개를 - 이번 종단에서 먹은 음식 중 가좌리의 손짜장면과 이곳의 부대찌개가 제일 맛이 있
었던 것 같다 - 먹고는 30분간 잠을 잔 뒤, 5개의 겨우 붙어있는 발톱을 테이프로 눌러 붙이
고, 우측 발바닥의 점점 커지고 쓰라리는 물집일부를 가위로 잘라내고 마취용연고를 바르고
메디폼과 키네시오테이프로 덮어 두지만 얼마나 견뎌줄지...
19일 오후 4시17분에 식당을 나와 출발.
마취연고때문인지 발바닥은 한결 편해졌지만 다리관절과 근육이 굳어 얼마간을 뒤뚱거리며
걷다가 간이 CP로 달려가는데 언제 오셨는지 이윤재선배님께서 싸이클로 앞에서 길을 안내
해 주신다. 운전면허 시험장 맞은편의 간이 CP(445.8km지점)에 도착하여 체크를 하니 19일
오후 5시10분이다.
신영우님이 시간이 빠듯하다 하시며 서울지리에 밝은 - 처음가는 길을 코스맵과 대조해 가면
서 찾는시간도 만만찮다. 더구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 안봉현님과 함께 가면 길 잃을
염려없이 빨리 갈 수 있다하여 안봉현님을 앞세우고 전성준님, 조병주님, 최부규님등 5명의
주자가 따라가다 횡단보도에 잠시 대기하던 중 최부규님과 다른 주자 한분이 심한 무릎통증
을 호소하여 가지고 있던 진통제를 드리고는 다시 출발.
안봉현님이 쉬지않고 계속 거의 6분 페이스로 달리는 바람에 3명의 주자는 얼마 못가 쳐지고
전성준님과 둘이서 풍덕천사거리(450.6km지점)까지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갔으나 도저히
페이스를 맞출 수가 없어 전성준님과 보조를 맞추어 42번 국도에서 23번 국도로 갈아타고
판교쪽으로 달려가는데 여기서도 선배님께서 얼마간을 싸이클로 안내를 해주셔서 편안히 갈
수 있었다.
보바스기념병원(453.8km지점) 근처의 가게에 들어가 콜라와 아이스바로 몸을 식히고는 출
발하여 낙생고교를 바로 지난 삼거리에서 과천쪽으로 좌회전을 하여 판교동사무소(458.3km
지점, 19일 오후 7시35분 통과)앞을 지나 아주 완만하게 계속되는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여기
가 그 유명한 판교 신도시 건설현장인 모양이다. 도로 양쪽으로 방대한 부지에 기반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요즈음 개발지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섬뜩한 반대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함께 꼭뚝각시 인형들이 수도 없이 많다.
운중동사무소(459.4km지점)를 지나니 저 멀리 고개정상까지 훤히 보이는어마어마한 오르막
이 떡 버티고 있는데 뛸 엄두는 아예 내지도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 정상에 이르니 의
왕시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462.7km지점, 19일 오후 8시42분)
아내에게 내리막끝의 잠시 자고 갈 수있는 식당을 물색해줄 것을 부탁하고는 내리막길을 달
려가 구치소삼거리(467.7km지점) 못 미친 지점의 식당에 들어가 전성준님, 조병주님과 우거
지 갈비탕을 먹고는 20분간 잠을 잔 뒤 19일 저녁 10시15분에 출발.
과천청사 부근에 가니 초저녁부터 계속 통화하며 기다리고 계시던 효원마라톤클럽의 김광
용, 김부용부부께서 반겨주신다. 잠시 지나가는 선배를 위해 전복죽, 복분자즙, 귤, 마사지를
위한 젤과 매트등 세심하게 많이 준비해오셨으나 - 정성스러운 준비에 감사드리며 시간에
쫒겨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인사도 제대로 못드려 지금도 죄송스런 마음이다 - 복분자즙
과 귤만 먹고 서서히 통증이 심해지는 좌측발목에 건네주시는 스포츠 젤을 바른다음 기념촬
영을 하고 출발하려는데, 남태령으로 가는 조금 빠른 길을 안내해주시겠다 하여 과천 주공아
파트단지 사이로 난 경사가 약간 있는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서브쓰리, 2002년 춘천마라톤
여성부 우승주자 부부답게 어찌나 빨리 걷는지 뛰어가도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다.
남태령정상 바로 아래에서 두분과 헤어져 남태령정상(476.1km지점)에 이르니 망월마라톤
의 최성순후배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준다. 벤치에 앉으라 하더니 준비해온 전복죽을
배낭에서 꺼내 권하는데 전성준님께서 먹고 가자 하여, 급하게 먹고는 생수 한병을 받아들고
출발하여 20일 새벽 0시30분 드디어 수도 서울로 입성한다.
전성준님께서 "아니! 가는곳 마다 웬 지원조가 이렇게 많아요. 인기가 대단한 것 같네요."라
며 한마디 하신다.
제 5CP에 최소한 새벽 4시에는 들어가야 시간내 완주가 가능하기에 남태령 내리막길을 스피
드를 올려 달려가 이수교차로(481.0km지점)를 20일 새벽 1시10분에 통과하여 조금 더 가니
제 2CP에서 밤새도록 지원하고 내려간 뒤, 동기가 뛰는 마지막 날 지원을 하기위해 다시 상
경한 대경이와 철우가 길 안내조로 기다리고 있다.
남태령 내리막에서 겨우 km당 8분의 속도로 달렸을 뿐인데도 과속을 했는지 좌측발목의 통
증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건초염인 것같다. 벗었던 발목아대를 다시 착용하고 거리가 조금
짧은 동작대교코스를 타기로하고 동작대교 입구에서 조금 헤매다가 다리를 건너 삼각지근처
에 이르니 김유일선배님, 박수진선배님, 이대영선배님, 이윤재선배님 4분의 선배님께서 기
다리고 계시다가 힘을 실어주신다.
어렵사리 서울역(489.4km지점)을 20일 새벽 3시12분에 통과하여 5km남짓 남은 제 5CP를
향해 가는데 남은시간 48분, km당 9분30초의 속도로 달리면 새벽 4시이전에 들어갈 수 있다
는 계산아래 달려보지만, 계산은 계산일뿐! 잠은 쏟아져 비틀거리고 좌측발목의 건초염으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엄청나게 고통스럽고 그기에다 홍은동사거리까지 조그만 고개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대회 후 랩타임을 계산해보니 5.1km구간에 85분을 소요했으니 km당 거의 17분 수준으로 도
저히 이해가 안되는 속도다. 5년 조금 넘은 달리기 이력에서 가장 고통스러웠고 포기하고 싶
었던 구간이며 추후 달리기나 살아가는데 있어 견디기 힘든 고통의 순간에는 당시를 떠올리
며 극복해 나갈 것이다!
새날을 맞을 준비에 부산한 이른 새벽의 서울 중심가를 패잔병처럼 비틀거리며 걷다 조금
정신이 들면 다시 뛰고하여 독립문(491.7km지점)에 이르니 20일 새벽 3시47분이다.
몸의 상태로 보아 새벽 4시안에 CP에 도착하는 것은 도저히 힘들고 따라서 시간내 완주가
어렵겠다는 생각에 정신력이 급격히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아! 여기서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시간내 완주가 불가능한데 포기를 선언하고 근처 사우나에 들어가 씻고 마냥 자고 싶다.'
'포기를 하더라도 일단 CP까지 가서 포기하자.'
'안된다! 이렇게 포기하려고 수 많은 시간을 땀을 흘려가며 그렇게 달렸단 말이냐! 끝까지
가야 한다! 그러면 CP에 가서 조금 눈을 붙이고 갈 것인가? 바로 갈 것인가? 바로 출발을 하
는것 보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가는것이 완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래 일단 CP로 가
자! 그리고 자자!'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면서 홍은동 고개를 넘어 힘들게 정말 힘들게 제 5CP(494.5
km지점)에 도착하니 20일 새벽 4시37분이다.
(소요시간: 118시간37분, 수면시간: 2시간5분)
8)494.5km - 537.3km
체크 후 길가에 쳐놓은 텐트안의 침낭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 아내에게 30분후에 깨워달라
하고는 쓰러져 잠에 빠져든다. 정확히 30분후에 아내가 깨우는데 포기하고 싶은 생각 뿐이
다. 그런데! 가신 줄 알았던 4분의 선배님과 대경이, 철우가 텐트 밖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기다리고 계신다. 선배님의 얼굴을 뵙고는 포기하곘다는 말을 감히 할 수가 없다.
억지로 짐을 챙기고 찐빵과 만두, 수박화채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서 출발하기전 아내를 불러
"선배님들 때문에 출발은 하는데 시간내 완주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 하니 아내가 "아니! 당
신은 충분히 시간내 완주할 수 있어요! 난 그렇게 믿어요!"라 하며 격려를 해준다. - 완주 후
"그때 한 말이 그냥 격려의 말이 아니었느냐? 선배님들과 동기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
했다 하시던데" 하니 "평소 당신의 달리기에 대한 집념과 열정으로 보아 시간내 완주를 100
%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텐트를 빠져 나오면서 보니 누웠던 옆자리에 최부규님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아내에게 물
으니 485km지점 근처에서 포기하셨다고 한다. 2004년 횡단, 2005년 종단동지이고 이번 종
단에도 전성준님과 함께 제일 많이 만난 분인데... 결코 쉽게 포기하실 분이 아닌데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잠든 모습을 보고 텐트를 나오려니 동병상련의 아픔일까? 눈물이
핑돈다. 20일 새벽 5시39분 출발.
출발 후 약 10분간은 통증으로 걷는 것 조차도 힘들어 차라리 기어가는 것이 더 편할 것같다.
다리가 조금씩 풀려 달리면서 계산을 해본다. 남은시간 7시간 20분에 남은거리 42.8km, 언
덕은 무조건 걷고 평지에서 km당 6~7분의 속도로 달리면 km당 평균 10분의 속도가 나오고
7시간 정도면 들어갈 수 있겠다 - 대회 후 구간 랩타임을 계산해보니 42.8km를 정확히 7시
간에 달렸으니 정말 km당 거의 10분 인 셈이다 - 생각이 들면서 오기가 발동한다.
'이 미친 레이스를 이번에 끝내야지 어찌 2년 후에 이짓을 또 해야 된다 말이냐!'
'이상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후배 한놈 때문에 저렇듯 밤잠도 못 주무시고 지켜보고 계시는
선배님들을 보아서라도...
출발 때와 김천까지, 그리고 이 서울까지 응원와 주신 김유일선배님과 대경이가족과 철우,
그리고 중간에 응원해 준 동기들을 생각해서라도...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중계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며 성원을 보내고 있을 런너스클럽, 망월마
라톤클럽, 부산시의사회 마라톤클럽, 효원마라톤클럽의 많은 회원님들께 보답하기 위해...
심각한 부상으로 설령 다시는 달릴 수 없을지라도 무조건 완주를 해내야만 한다!'
' I can't give up, because it's my life!'
이번에 완주를 못하면 내자신 다시는 마라톤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지난 5년
간의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달림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그래! 까짓것 한번 해보자!'
동반주를 자청하고 나서신 김유일선배님 - 대회규정상 출발시 말고는 동반주를 금하고 있어
평상복 차림으로 조금 앞서 인도로 달리신다 - 과 20~30m의 간격을 두고 거의 무의식적으
로 그러나 계획된 페이스에 맞추어 임진각을 향해 북으로 달려간다.
뉴코리아 CC입구(504.9km지점, 20일 오전 7시10분 통과), 가장동삼거리(510.8km지점, 20
일 오전 8시7분 통과)를 조금 지난 지점에서 주로 감독의 제지를 받고 선배님께서는 동반주
를 그만 두시고 전성준님, 조병주님, 표종운님등 후미주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중간중간 머리와 몸에 물을 끼얹어 가며 달려간다.
봉일천사거리(518.0km지점)를 20일 오전 9시14분 통과.
작년처럼 심각한 데자부현상은 없었지만 갑자기 머리가 텅빈 것 같이 느껴지면서 '어!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순간들이 몇번 있었다.
월롱사거리(523.8km지점, 20일 오전 10시19분 통과)를 지나 통일공원(529.9km지점, 20일
오전 11시20분 통과) 근처가니 언제 왔는지 큰딸이 "아빠! 이제 다 왔어요. 힘내세요!"하고
팻트병을 두드리면서 응원을한다. '그래! 아빠는 할 수 있어!'
남은거리 7.4km에 남은시간 1시간40분, 이제서야 시간내 완주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긴다.
마지막 고개인 여우고개사거리(532.2km지점, 20일 오전11시50분 통과)에 올라서니 이제부
터 평탄한 길이다. 대경이와 철우는 걱정이 되는지 걸으면 안된다 하면서 계속 독려를 한다.
대정교차로(535.4km지점, 20일 오전 12시21분 통과)를 지나 반타이즈를 벗고 푸른색의 망
월마라톤 팬티로 갈아 입고서 달려가니 임진각 휴게소가 보이고 좌회전하니 15m정도 앞이
피니쉬라인이다. 달려가 두손을 번쩍 들고 피니쉬라인을 통과!
537.3km지점, 20일 오전 13시39분 도착!
(소요시간: 126시간39분, 수면시간: 30분)
'아! 이제 끝났구나!'
'그래! 넌 결국 해냈어!'
'안자 집에 가자!'
9)골인 후
피니쉬라인에서 기념촬영을 하려하니 3명의 주자가 연달아 들어와 옆에서 기다리는데 혼자
서있으면 넘어지려하여 철우가 옆에서 손을 잡고 부축을 하여 겨우 서있을 수 있었다.
망월마라톤클럽의 그랜드슬램 달성 축하 현수막과 졸업 30주년기념 홈커밍데이 축하 현수
막을 배경으로 김유일선배님, 박수진선배님, 유맹석선배님, 이대영선배님, 이윤재선배님, 대
경이, 철우, 조주영후배님, 강경탁후배님, 효원마라톤클럽의 안찬기후배님, 아내와 딸과 함
께 기념촬영을 하고는 바닥에 그대로 퍼질러 앉는다. 발의 아이싱이 급한 것 같아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에 얼음물을 만들어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니 발을 보시고는 다들 한마디씩 하신
다.
샤워를 좀 했으면 싶지만 30m정도 떨어진 화장실까지 걸어갈 엄두가 나지않아 포기하고 젖
은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 바로 옆으로 차를 가져오게 하여 기다시피하여 차에 올라가 옷
을 갈아 입고는 누워 버린다.
공항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걷기는 커녕 서있는 것도 힘들어 아내가 대한항공 카운터에
이야기를 하여 휠체어를 가지고 온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식사를 하고 대한항공 카운터로
가니 도우미가 별도의 수속과 함께 비행기 제일 앞 좌석까지 밀어다 준다.
앉자 마자 곯아 떨어져 눈을 뜨니 김해다.
김해공항에서도 도우미가 비행기 안에서 부터 주차장까지 휠체어로 이동 시켜준다.
'이거 참 괜찮네'
집에와서 힘들게 샤워를 하고 뿌리만 겨우 붙어있는 6개의 발톱을 뽑고는 여러군데의 물집
을 소독 후 6일만에 아주 편안하게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5. 완주후기를 마치면서
1)5박6일간 부산(태종대-남포동- 하단-구포-대저) - 경상남도(김해-진영-수산-밀양) - 경상
북도(청도-경산-대구-왜관-김천) - 충청북도(추풍령-황간-영동-옥천) - 충청남도(대전-신
탄진) - 충청북도(청원-청주-진천) - 경기도(안성-용인-판교-의왕-과천) - 서울(사당동-용
산-서울역-독립문-홍은동) - 경기도(파주-문산-임진각)코스의 537.3km를, 126시간39분동
안 8시간33분간의 수면을 취하면서 달림으로서 3년에 걸쳐 남한의 5대도시(서울,부산,대구,
광주,대전)와 9개도를 구석구석은 아니지만 대충을 두발로 달려 보았다.
2)작년과 금년 종단의 경우 새로 건설되고 수 km앞까지 훤히 보여 가도가도 끝없는 지루한
왕복 4차선의 직선화 도로를 달리는 구간이 많아 아름다운 우리강산의 진면목을 볼 수 없어
아쉬웠고, 폭우 속을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차량들로 때로는 목숨에 위협을 느끼면서 까지
레이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2004년 한반도 횡단코스(강화도 창후리-강릉 경포대)가 경기도, 강원도의 수려한 풍광
을 만끽하면서 즐겁게 달렸기에 제일 기억에 남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은 다시 달려
보고 싶은 코스다.
3)작년의 경우 전 구간의 대부분을 혼자서 달려 페이스가 늘어지는 것같아 이번에는 몇번 동반
주를 시도해보았으나 각자의 페이스가 서로 다르기에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쉽지
않고, 혼자 달리는 것보다 여러모로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고, 혼자 달리면서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 보며 방해받지 않고 사색에 잠기는 것도 괜찮은 것같아 430km부터 제 5CP까지 전성
준님과 잠시 동반주를 한 것 말고는 이번에도 거의 혼자 달렸다.
4)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달리려고 작년보다 더 많은 훈련을 하였고 출발
때도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지난대회 보다 제한시간이 5시간이나 줄었고 작년과 마
찬가지로 400km이후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제한시간을 불과 21분을 남겨두고 겨우 완주
하여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주시는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5)전국에 31명 밖에 없는 그랜드슬래머가 된것이 나 자신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지난 3년간의
달림의 목표였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였으니 이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어치피 우리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 아닐까?
6.감사드립니다
1)강인하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체력, 정신력과 도전정신을 길러 주셔서 오늘의
그랜드슬래머로 키워주신 부모님, 달리러 나가는 남편을 위해 남들 늦잠자면서 편히 쉬는 일
요일에도 새벽밥을 챙겨주고 3년을 여름휴가도 없이 뒷바라지해준 아내, 지치고 힘든 고비
때 마다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힘이 되었던 아이들(민지,상환,민아)등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그랜드슬램의 영광을 돌립니다.
2)부산시의사회 마라톤클럽 강정수회장님과 여러 회원님들, 특히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해
주시는 클럽의 어른이신 조영일원장님, 김진국원장님, 이장희원장님, 강신수원장님께 감사드
리며 격려금을 주신 김준현 성모병원진료부장님, 나용승원장님, 대회때마다 홍삼등 건강식품
을 보내 주시며 격려해주신 장무성원장님, 전희주원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인터넷 중계를 하시며 격려해주신 달리는의사들 이동윤회장님, 영동에서 비오는 날 따뜻한
밥 한그릇 먹여 보내시려고 몇 시간을 기다리고 계시다가 격려해주신 박동수원장님! 정말 감
사 드립니다.
3)출정식을 열어 격려해주신 효원마라톤클럽 이상금회장님 - 골인지점에서 축하 전화와 화환
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과 임원진, 한경애 전회장님과 이형복교수님, 꼭 완주하고 오
라시며 격려금을 주신 김태우변호사님과 그날 참석해주신 여러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동반주 3인방 이명재총무팀장님 - 인터넷 중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오억세님, 안
찬기님 - 골인지점까지 오시어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과 출발선에 오셔서 힘을 실어
주신 김광호님, 고안나님, 김병호님, 민경식님, 신종철님께 감사드립니다.
과천에서 초저녁부터 수 시간을 기다리고 계셨던 김광용님과 김부용님, 시간에 쫒겨 정성스
럽게 준비하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죄송스럽고 길까지 안내해 주시어 너무나 감사했습
니다.
서덕일고문님, 클럽의 어른이신 고문님께서 달리는 중간 중간 문자메시지로 격려해주셔서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격려해주신 효원마라톤클럽의 회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4)망월마라톤 김유일선배님, 박수진선배님, 유맹석선배님, 이대영선배님, 이윤재선배님!
마지막 날 제 5CP에서 30분간 잠을 자고 일어나니 정말 포기하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밤을 세워 잠도 못 주무시고 응원하시고, 걱정스런 눈길로 저를 바라보고 계시는 선
배님들을 뵙고는 작년과 금년의 두 종단대회에서 보여주신 선배님들의 후배사랑에 차마 포
기하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손우현! 너는 무조건 가야한다! 그리고 완
주해야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동고정신'으로 무장하여 다시 길을 나
설 수 있었고 시간내 완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님들이 그 자리에 계셨기에 저의 그랜드
슬램 달성이 가능하였고 선배님들의 '동고사랑' '후배사랑'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천에서 서울로 입성하는 남태령정상에서 전복죽을 준비하여 자정이 넘도록 기다리면서
응원해준 최성순후배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외에 출정식, 출발하는 날 및 환영식에 오셔서 격려해주시고 축하해주신 39회 임한무선배
님과 39회김병홍선배님, 강상중선배님, 김겸렬선배님, 이삼해선배님, 박선화선배님, 김세현
선배님, 박명석후배, 정동일후배, 김정웅후배께도 감사드립니다.
동기 대경아! 철우야!
정말 고맙다!
둘다 이번 종단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고, 대경이는 집사람과 은지까지 식구들을 총
동원하여 지원해주고, 철우는 큰 대회때마다 운전기사로 출장아닌 출장(?) - 이정복사장님
도 늘 함께 해주어 감사! - 으로 지원을 해주어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었다.
출발하는 날 병원 출근하기도 바쁠텐데 응원나와 준 동화, 대구에서 만난 정완이, 청주에서
아들 딸과 1박2일로 수고해준 정구, 그리고 진료시간에 틈을 내어 응원와 준 명찬이등 여러
동기들 고맙고, 격려 전화해주고 인터넷 중계로 수고하고 환영식에서 영양보충해라고 맛있는
회를 사주고 홍삼까지 선물해준 봉훈이, 2차 술을 산 경태, 그리고 영근이 그외 전화로 문자
메시지로 격려해준 여러 동기들 고마우이!
5)출발때 새벽잠을 설치며 응원나오신 런너스클럽의 곽홍률회장님, 정화국총무팀장님, 배정식
홍보팀장님과 여러회원님들 그리고 그랜드슬램 달성 환영식에 참석하셔서 축하해주신 김재
영형님과 부산 아마추어 마라톤연맹 손정규회장님과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04년 횡단동지이신 공동식님과 사모님, 신영우님과 박정선님, 공천식님과 사모님!
마라톤을 통해 님들을 알게 된것은 저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으며 올해에도 출정식을 열어
격려해주시고 낙동강입구까지 동반주해주신 공동식님과 공천식님! 바쁜업무에도 불구하고
서울까지 오셔서 1박2일로 열렬히 응원해주신 박정선님!
신영우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된 님의 5박6일간의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 헌신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시간내 완주가 가능하였고 저의 그랜드슬램 달성과정에서 보여주신 님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언제까지나 기억 할 것입니다.
맛있는 떡을 보내 주시며 격려해주신 오상아님, 용인과 골인지점까지 응원와 주신 강경탁님,
저의 영원한 울트라 사부이신 김진묵님과 달리는 동안 수많은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격려해
주신 런너스클럽의 여러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또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제부터 베풀어 가면서 살아도 부족할 터인데, 수 많은 은혜를 평생 갚기에도 모자랄 지경이
니 걱정입니다. 다시 한번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달림길 만큼이나 긴 후기도 너무 멋집니다. 조만간에 날 한번 잡겠습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참여 와 축하 부탁드립니다. 울트라 그랜드 슬램머 손우현 원장님 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