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일명 동마 / 동아일보 마라톤).
운동을 시작한지 처음으로 아내 팬티를 입고 출전했다.
운동할 때 착용하는 언더웨어의 다양한 테스트 차원에서.
울트라 마라톤을 하다보면 사타구니 '쓸림현상'이 늘 큰 문제다.
새벽부터 팬티를 챙겨주는 아내는 재밌어 죽겠다며 웃는다.
그러나 절박한 주자들은 이것 저것 시험을 해 보는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아내의 면팬티는 내가 평소에 입고 달렸던 남성의 삼각 면팬티와 사타구니 쓸림 방지를 위한 효과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3/26일날 전주 울트라 100킬로 대회가 있는데
그 땐 아내의 실크팬티를 입고 출전해 봐야겠다.
(참내, 울트라한다고 별짓 다 해 본다)
작년 가을, 충주호반을 일주하는 160 킬로를 달릴 때, 오영철 형님과 동반주하며 그 긴 거리를 함께 했었다.
그때 형님이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아내 팬티를 입고 달리면 전혀 쓸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금년 봄부터 나도 다양하게 테스트해 보려 한다.
헤헤.
한반도 종단 울트라 마라톤(537킬로, 622킬로) 때
어떤 형님은 속옷을 입지 않은 채 여성 치마만 걸치고 달리는 걸 보았다.
쓸리지 않는가 하고 물어보니 자신이 평생동안 취한 선택 중에 가장 멋진 선택이었단다.
허허.
아무튼, 내가 생각해 봐도 울트라 마라톤은 재밌는 일인 것 같다.
각자의 독특한 방법으로 극한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
괴짜들이다.
모두에게 건강과 평강이 가득하길 빌어 본다.
2005-03-14 / 현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