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곡 탐관오리와 공금 횡령 자들
우리는 구렁들 사이의 다리를 건너 다섯 번째 구렁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 구렁 위에 걸린 다리 꼭대기에서 하염없이 우는 죄인들을 보았습니다. 그 곳에는 참담한 어둠만 깔려 있는데 역청이 아래 구렁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 구렁의 양 벽을 온통 새까맣게 칠하고 있었습니다. 그 부글부글 끓는 역청 속에 죄인들이 있습니다.
끈적끈적 한 역청은 도둑질이나 공금횡령을 상징합니다. 탐관오리, 공금횡령, 뇌물을 받은 자는 지옥의 펄펄 끓는 끈적거리는 역청에 빠져 고통을 당합니다.
그 광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길잡이가 갑자기 “조심해라! 조심! 외치며 나를
내가 섰던 자리에서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아래 역청이 있는 구렁에는 공금을 횡령한 죄인들이 벌을 받고 있는데 단테가 피렌체에서 추방당할 때 공금 횡령으로 흑당으로부터 기소를 당해 베르길리우스가 조심하라는 주의를 준 것입니다.
그때 시커먼 마귀 한 마리가 다리 위로 죄인을 어깨에 메고 달려왔습니다. 마귀는 그 죄인을 역청이 끓고 있는 구렁으로 던지며 탐관오리라고 소리쳤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다리에 이르자 마귀가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말레브란케 들이여! 성녀 지타를 다스리던 관리라네.
이놈을 밑에 처박으라고.
말레브란케는 사악한 앞발을 뜻하는데 마귀를 통칭하는 단테가 만든 말입니다.
성녀 지타는 루카의 수호성인인데 루카는 궬피 흑당의 본거지입니다. 구렁에 던진 죄인은 14세기 루카를 지배하던 탐관오리였습니다.
죄인은 풍덩 잠겼다가 뒤집혀서 다시 떠올랐는데,
다리 밑에 있던 마귀들이 소리를 질렀다.
“여기선 ‘산토 볼토’도 소용없어!"
죄인이 역청 속에 잠겼다 떠올라 팔을 벌려 십자가처럼 되는 것을 보고 산토 볼토(비잔티움 시대의 십자가)도 소용없다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리고는 쇠갈퀴로 그를 찔러댔습니다.
그 꼴은 요리사들이 조수들을 시켜
가마솥에 넣은 고기가 떠오르지 않도록
갈고랑쇠로 밀어 넣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바위 뒤에 숨으라하고 다리를 가로질러 마귀들에게 갔습니다. 마귀들이 다리 밑에서 달려 나와 베르길리우스를 위협합니다.
마귀들의 대장 말라코다(사악한 꼬리라는 뜻)에게 선생님은 하늘에서 저 사람에게 지옥의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다고 말씀을 하시자 마귀들도 갈고랑쇠를 내던졌습니다.
베르길리우스가 우리를 다음 구렁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자 마귀들의 대장은 구렁을 건너는 다리 바닥이 무너졌으니 졸개들을 보내 안내할 테니 같이 가라고 합니다. 말라코다는 계속해서 열 마리의 마귀들의 이름을 부르며 도와주라고 합니다. 바르바치아가 이 마귀들을 지휘하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열 마리의 마귀들과 같이 걸었습니다. 마귀들은 해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단테는 마귀들과 함께 가는 것이 겁이 나고 싫어 우리 끼리 가자고 애원 합니다.
나는 말했다. “선생님! 이게 다 뭡니까?
길을 아신다면 안내 없이 우리끼리 가시지요
전 저놈들한테 원하는 게 없어요.
단테는 저놈들이 우리를 위협하는 게 보일 거라고 해도 선생님은 마음을 굳게 먹으라고만 합니다.
마귀들은 둔덕을 올라가며 제각기 대장에게 이빨로 혀를 물어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바르바리치아가 궁둥이(방귀로 대답)로 나팔을 불었습니다.
22곡에 이르기까지 마귀들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