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00. 큰 동그라미 (첫째 날)
내 달력엔 한 달째 큰 동그라미 하나가 그려져 있다.
사랑하는 옛 친구들이 오는 날이다.
교육대학교 시절, 한 방에서 함께 자취하던 Y. 초임지에서 함께 근무하며 온갖 이야깃거리를 같이 만들었던 그리운 M.
교직계에 머물러 있을 때 주위에서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게 했던 화가 W. 그리고 넉넉한 사모님으로 변신한 S.
그리운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다.
하루 하루 손을 꼽는다.공책에 여러 장이나 계획을 짜고 또 짜 본다.
밤에 자다가도 생각이 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본다.
어떻게 하면 작은 것도 놓지지 않고 후회 없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까? 고심한다.
그런데 그런 고심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온통 즐겁기만하다. 또 마냥 기다려지니 이래서 친구가 좋다.
드디어 2월 14일 밤!
만남이 가장 편리한 NAIA 2 공항으로 그들이 필리핀 에어라인을 이용해서 오게 되어 있다.
언제나 예정 시간은 초과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 시간이나 미리 도착해서 기다린다.
남은 시간이 너무 많아 공항의 waiting area 에 있는 coffee shop에 들어가 앉아 남편과 함께 커피를 마신다.
그 새에도 나는 서너 번 들락거리며 바깥 동정을 살핀다.
의자에 느긋이 앉아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앞쪽으로 몰려 나간다. 드디어 승객들이 하나 둘씩 나오는 모양이다.
나도 두 눈을 크게 뜨고 긴장하며 나오는 사람들을 응시한다.
아! 중년을 너머 노년에 입문하는 꽃 누나들. 우리 모두 이제 지하철 무임승차 연배다.
서로 반가워 끌어안는데 정말 낯선 두 얼굴.
그동안 한국에 갈 때마다 꼭 만나서 밥을 먹던 친구도 있지만 무려 40년이 훨씬 넘어 처음 만난 친구는 얼굴조차 못 알아볼 지경이다.
오박 육일 동안 렌트해 놓은 밴의 기사Ruel 이 parking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짐을 모두 싣고 공항을 빠져나와 완전히 어두워진 세상을 달린다.
내가 그들에게 말한다.
"지금 내 목소리 예쁘지? 너희들이 돌아갈 때 쯤이면 매 목이 다 쉬어서 허스키, 섹시 보이스가 된단다."
그들이 웃는다. 그러나 별로 믿지 않는다.
집에 도착해서 Ruel을 돌려보내고 두 명씩 방에 들여보내니 새벽 두 시가 된다.
그제사 씻고, 짐을 풀고,,,, 그래도 뭐가 좋은지 웃음소리가 한동안 밖으로 새어나온다.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는 기다림의 공간
커피숍의 내부
첫댓글 게스트 하우스 역할을 톡톡이
해 내시고 계십니다.
아마도 모든 방문 손님들은
외국에서 정말 좋은 숙식에
관광을 최고로 즐기고
소중한 추억거리를 만들고
돌아 왔으리라 생각 됩니다.
학창시절의 그친구들을 맞이한 즐거움!
보람이 대단하겠지요!
오랜 친구를 맞나는 즐거움 보다
더 좋운 것은 없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