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여행 / 김석수
20년 만에 상하이 방문은 처음이다. 푸둥 공항으로 비 선생이 마중을 나왔다, 그는 대학원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중국 사람이다. 지금은 이곳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예약한 숙소는 번화가인 와이탄에 있다. 여장을 풀자마자 식당으로 갔다. 맛집으로 알려진 ‘상하이 회관’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간다. 넓은 공간에 원탁형 식탁이 많다. 예약한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양고기꼬치를 맛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래층에서 주문하라고 한다.
상하이오면 꼭 맛봐야 한다는 샤오룽바오를 먼저 주문했다. 얇은 껍질 속에 젤라틴이 녹은 뜨거운 국물이 들어 있어서 조심히 먹어야 한다. 갓 쪄서 내온 큰 고기만두를 숟가락 위에 얹은 뒤 젓가락으로 만두피를 찢어 국물을 숟가락에 흘려서 조심스럽게 먹는다. 이 집은 만두의 속은 돼지고기가 아니라 다진 새우가 특징이다.
다음은 양꼬치구이와 양륵 갈비다. 식감이 바삭바삭하다.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이 맛있게 먹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내 입에는 별로 맛이 없다. 게 가루 비빔밥도 일품이다. 노란 게 가루 죽으로 만든 비빔밥이다. 담백하지만 달콤하다. 새우쌍 모듬도 주문했더니 하얀 새우살과 함께 나왔다. 홍콩에서 근무하면서 새우가 들어간 중국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것도 내게는 무난하다.
냉이 표고버섯볶음도 맛있다. 브로콜리와 버섯을 주요 재료로 만든 요리다. 다진 파와 채소를 볶다가 쌀을 넣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은 다음 양념에 재운 버섯을 넣고 죽을 쑨 채소죽이다. 맛이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다. 생후라이와 화채도 맛봤다. 맥주와 곁들이니 더 맛있다. 아내는 처음으로 상하이 정통 요리를 먹었다고 만족하는 표정이다.
다음날 시내 관광버스를 타고 고성공원, 와이탄 금융광장, 난찡루, 인민로, 예원, 신천지, 인민광장, 동방명주를 구경했다. 날씨가 맑고 공기가 깨끗해서 거리에 많은 사람이 돌아다닌다. 내게 강의를 들었던 오 선생이 상하이 외곽에 있는 옛 공원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녀는 상하이 사범대학 부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 악기인 ‘고쟁’ 연주자이자 교육 실습생을 가르치는 교사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외곽으로 한 시간 반가량 승용차로 가니 중국 명나라 시대 정원이 있다.
이곳은 상하이 5대 정원 중 하나인 ‘구이원’이다. 상하이 푸시의 끝자락인 자딩구 난상진에 있다. 작은 입구와는 달리 내부는 꽤 넓고 크다. 두 시간쯤 둘러보아도 구석구석은 구경하지 못했다. 명나라 가정 시대(서기 1522년부터 1566년까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심에 이렇게 한적한 정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정원에서 신장 출신 남녀가 슬픈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이곳저곳 매화와 모란꽃이 활짝 피어 있다. 점심시간 무렵에 정문 옆에 있는 140년 됐다는 유명한 식당으로 갔다. 샤오룽바오 맛집이다. 어제 ‘상하이 회관’에서 맛보았던 것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맛있다. 값도 싸다. 셋이 배불리 먹어도 3만 원어치도 못 먹었다.
저녁은 오 선생의 가족과 함께 식당에서 먹었다. 남편은 은행원이며 아들은 대학생이고 딸은 초등학생이다. 식사하면서 남편과 술잔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중국인의 일상생활과 생각을 엿볼 좋은 기회였다. 그는 여행을 좋아해서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경험이 많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강둑으로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아침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낚시하는 사람도 가끔 눈에 띈다. 예전보다 길과 화장실이 깨끗하다. 중국이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다. 아내는 내가 중국에 오자마자 갑자기 중국어가 일취월장했다며 상을 주겠다고 농담한다. 오랜맨에 듣기 싫지 않는 칭찬이다.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지세요.
영어에 중국어까지 하시다니, 부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원장님 내년에는 여행기 책 한권 내세요. 그동안 썼던 원고와 올해 쓴 글 모으면 또 한 권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원장님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요?
중국인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최미숙 선생님 말씀처럼 내년에는 여행기 한 편 내시지요.
모두 고맙습니다. 사오싱, 구주 여행하고 지금 항조우 민박집에 있습니다. 이곳은 날씨가 여행하기에 좋습니다. 내일 기차로 여행 중이라 수업 참가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젠 중국어까지, 대단하십니다.
여행 즐겁게 하시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아내에게 칭찬받으신 게 무엇보다 좋으실 것 같아요. 남편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거니까요.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