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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축산농가를 살립시다] (11) '흔들리는 축산업' 그 대책은 *‘한우 경쟁력 키우기’ 農-官-民 실천뿐이다 호주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1300여마리의 생우를 수입한 ㈜농원식품의 한두식씨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까지 수입분 외에 앞으로 들여올 예정인 3∼6차분은 수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한씨가 수입을 포기한 것은 물론 국내 축산농가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이때문에 한씨는 1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어쨌든 한우를 사육하는 국내 축산농가들이 집단으로 시위를 벌여 생우 수입을 막아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뒷맛은 웬지 씁씁하다.그렇게 집단행동으로 생우수입을 막았다 한들 생우수입이 허용된 상황에서 결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그보다는 우리 한우의 경쟁력을 키워 소비자들이 스스로 한우를 찾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오고 있다. 사실 축산농가들이 걱정하고 있는 만큼 우리 한우산업은 위기로 몰리고 있다.98년 270만두에 달했던 한우 사육두수는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현재는 절반 수준인 140여만두로 줄었다.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 연말인 12월에는 130만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특히 암소도축비율이 56.5%로 여전히 높은 가운데 번식력이 큰 1∼2세 암소의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게다가 한때 35만호에 달했던 축산 농가도 27만호로 급격히 줄었다. 이대로 갈 경우 실제로 한우산업은 그 기반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우리 한우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축산농가가 확실한 목표아래 굳게 뭉치고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이 애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수입 생우가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한우산업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하지만 축산 농가의 불안감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아 계속 소를 팔아치우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한 한우산업발전 종합대책은 그동안 발표된 어떤 대책보다도 농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한우번식기반 확보,한우개량 촉진,생산성 향상,지역중심의 자율적인 한우사업추진 지원,유통선진화 및 소비기반확충,제도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장기 발전 계획이다.한마디로 요약하면 차별화와 고급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나 실천이다.농민들은 정부가 한우산업발전 종합대책에서 내비친 성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이번에도 구호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도 정부를 바라보고 있기 보다는 스스로 한우산업을 살리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또한 농협이나 한우협회 등 생산자 단체들은 한우고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한우 고기의 품질이 좋아도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일반 국민들을 한우 살리기에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양돈·양계·낙농육우 농가와는 달리 한우 농가는 전업보다는 부업으로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 한우산업 발전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전문가들은 따라서 소를 도축할 때 일정액을 의무적으로 내게 하는 자조금 제도를 입법화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한우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고 소비자의 한우고기 접근이 용이하도록 유통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수입 쇠고기가 한우 고기로 둔갑하는 일을 막아야 한우고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농림부 안종운 차관보는 “정부는 한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지만 축산 농가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여기에다 한우에 대한 국민의 애정이 뒷받침돼야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인터뷰-이규석 한우협회 회장 “현재 사육두수 140여만두 중 가임 암소는 60만두에 불과합니다. 반면 도축률은 1년에 70만두 정도여서 번식률이 도축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한우협회 이규석 회장(53)은 한우 육성 정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 만큼이나 절박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4월 정부의 한우산업발전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너무 늦었다는 것. 대책 내용에는 충분히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이런 정책은 이미 10년 전쯤 나왔어야 옳았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표한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 한우 농가에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물론 농가들도 국제경쟁시대를 맞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사육을 통해 1등급 소를 생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이회장은 지적한다. 어차피 가격으로는 수입 쇠고기를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품질을 통한 경쟁만이 살 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한우 고기 중 2등급 이상의 고급육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 소비자들이 아무리 한우 고기를 선호한다 하더라도 3등급 이하는 수입 쇠고기와 도저히 경쟁이 안된다고 이회장은 강조했다. 이때문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도 축산 농가에 거세 장려금을 제공해 암소 도축률을 줄이고 1등급 거세우의 생산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이제는 한우 고기도 소비자를 의식해서 생산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고객이 많이 찾고,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한우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죠.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품질이나 안전성에서 한우가 우수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한우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이회장은 “더이상 소비자들에게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칠 수만은 없지만 국민들이 한우를 지켜줘야 한우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만약 한우가 사라진다면 100%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우리의 주요 먹거리를 외국에 맡기는 것으로 소비자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우를 살려야 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농가 소득은 물론 한우라는 훌륭한 자원을 보존,육성하기 위해서라도 한우산업을 지켜야 합니다. 소를 키우지 않으면 농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회장은 지금 때를 놓치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선진 외국의 축산정책 외국은 자국의 축산업 발전을 위해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미국,호주 등 주요 쇠고기 수출국의 경우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핵심이다. 기본적으로 농가에 충분한 보조금을 지원,축산업의 힘을 키운 다음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수출전략을 펴고 있다. 수출 전략도 주도면밀하다. 예를 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전략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소를 기르자”는 것. 한국인 입맛에는 지방침적도가 높을수록 좋다. 따라서 한국 수출용 소에 한해 사육방법을 바꿔 출하하기 수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곡물사료를 먹여 비육한다. 호주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의 입맛을 호주산 쇠고기에 맞게 바꿔보겠다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호주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을 거둬 일본에서는 호주산 쇠고기가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하기도 했다. 유럽의 축산정책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유럽은 2차대전 직후인 50∼60년대에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기술개발을 통한 대량생산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물량으로는 도저히 신대륙과 경쟁이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후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갔다.유전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종자를 개량,우수한 품질의 쇠고기를 생산해냈다.또 육류 뿐만 아니라 치즈,버터 등 유제품과 각종 가죽의류 등 연관 산업에도 현대적인 제조기술과 마케팅 기법을 도입,‘유럽 제품이 세계제일’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대표적 성공작으로 꼽히는 일본의 화우(和牛)정책 역시 일본 정부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10여년 전 수입 개방이 이뤄진 일본은 고급화를 통해 이를 극복했고 이에 따라 일본의 화우는 수입 쇠고기에 비해 최고 6배까지 비싸지만 수입육과 완벽한 차별화를 이뤄낸 덕분에 소비자의 선호도는 가장 높다. 일본 정부는 수입 쇠고기로부터 화우를 지키기에 충분한 최소한의 마릿수를 고수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한우산업발전 종합대책도 일본의 화우산업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한우도 정부와 축산농가의 의지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화우와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우의 생존전략으로 고품질화,안전성 확보,가격 경쟁력 향상의 세가지를 강조한다. 우선 일본 화우가 그랬듯이 품질 차별화를 통해 고급육 시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수입개방에 맞서 최소한의 자급률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 안전성은 미국 호주 등 수출국들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광우병 파동에서 충분히 경험한 것처럼 안전도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한우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이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위해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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