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집(靑坡集) 이륙(李陸)생년1438년(세종 20)몰년1498년(연산군 4)자방옹(放翁)호청파거사(靑坡居士)본관고성(固城)
이 본은 2권 1책으로, 권수에 靑坡碑銘이 있고, 권1에는 詩, 권2는 記ㆍ錄ㆍ說ㆍ序ㆍ墓碣銘ㆍ對策의 순으로 22편의 文이 실려 있다. 초간본은 시집과 청파극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비하여 이 본에는 文이 많이 수록되어 있으며, 청파극담은 실려 있지 않다.
대동야승(大東野乘) / 청파극담(靑坡劇談)
○ 봉상(奉常) 고태정(高台鼎)에게 김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집이 하동부원군(河東府院君) 정여창(鄭汝昌)과 담을 사이에 두고 살았다. 고 봉상이 김을 찾아가 문간에 이르러 하인을 불러, “아무개가 왔다. 너의 주인께 빨리 나와 보시라고 여쭈어라.” 하니, 머슴이 나와, “주인어른께서 진지를 잡수시고 계시오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하자, 고 봉상은 큰 소리를 질러 말하기를, “너의 주인도 사람이냐. 진지를 잡수신다고, 똥을 잡수신다 해라. 어째서 손님이 왔다는데도 나오지 않는단 말이냐.” 하였다. 조금 있다가 한 늙은 어른이 안에서 허겁지겁 나오는데, 자세히 보니 바로 하동부원군이었다. 고 봉상이 자기도 모르게 부끄럽고 황송하여 엎드려 사죄하기를, “제가 친구의 집인 줄로만 알고 이렇게 무례한 짓을 하였사오니, 죄가 만 번 죽어도 마땅하옵니다.” 하니, 이 말을 듣던 공은 웃으면서, “땅에 떨어지면 모두가 형제니 누군들 친구가 아니겠소.” 하고, 끌고 안으로 들어가 술자리를 베풀고 크게 마시니, 고는 술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도망쳐 달아났다.
高奉常台鼎。有友金。第與河東府院君鄭隔墻焉。高尋金距門限呼僮曰。某來。報汝主速出見也。僮出曰。主方進食。姑少待之。高大聲曰。汝主亦人乎。何以曰進食。必進糞也。何客來而不出也。少頃有老大人。自內顚倒而出。諦視之。乃河東府院君也。高不覺慚惶。俯伏謝罪曰。某以爲友人金第。而無禮至此。罪當萬死。公笑曰。落地皆兄弟。誰非友也。引與入內。設酌大飮。高不勝杯勺。竟亡走。
○ 하동(河東)이 일찍이 말하기를, “술은 노인의 젖이다. 곡식으로 만들었으니 마땅히 사람에게 유익할 것이다. 내 평생에 밥을 먹을 수 없었으니, 술이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을는지.” 하였다. 서달성(徐達城)과 이상(二相) 이평중(李平仲)ㆍ이상 손칠휴(孫七休)도 또한 술로써 밥을 대신했다. 사람의 오장(五藏)이 강약이 다르고, 또 술도 술술 들어가는 곳이 따로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사람은 필경엔 술한테 지게 되어, 술을 끊으려 하여도 끊지 못하고, 술기운이 없게 되면 다시 마시어 정신이 이미 안에서 사라진다.
河東嘗曰。酒爲老人乳。以穀成之。宜有益於人。吾平生不能飯。非酒何以至此。徐達城李二相平仲孫二相七休。亦以酒代飯。人之五藏强弱不同。酒亦別有入安之處。是未可知也。然飮酒者。畢竟爲酒所勝。欲止酒而不得。無酒氣則復飮。而精神已內消矣。
사가시집 제31권 / 시류(詩類)
황해 감사(黃海監司) 이공(李公) 봉(封) 을 보내고, 겸하여 그 백씨(伯氏)인 평안 감사(平安監司) 이공(李公) 파(坡) 에게 부치다. 내가 병 때문에 교외에 나가 전송하지 못하고 애오라지 졸렬한 시를 부치노니, 정이 말 속에 드러나 있다. 5수
매실 익을 무렵의 비가 아직 다 안 갰는데 / 黃梅時雨未全晴
옥 부절 갖고 도성을 나와 멀리 떠나가네 / 玉節遙遙出禁城
나는 양관의 한 잔 술도 권하지 못한 채 / 未進陽關一杯酒
병들어 앉았자니 그 심정을 어찌하겠나 / 病窓扶坐若爲情
거년에는 평중과 서로 이별을 했더니 / 去年平仲手相分
오늘은 유유히 또 그대를 보내는구려 / 今日悠悠又送君
쓸쓸한 한 문에 내왕하는 이도 적어라 / 零落一門還往少
북수와 동운 서로 막힘을 못 견디겠네 / 可堪北樹隔東雲
구령은 어이해 두 고장을 막아 놓았는고 / 駒嶺胡然隔兩鄕
대동강을 갈대 하나로 건널 수 있겠는가 / 浿江一葦可容航
어느 때나 비바람 몰아치는 관서의 밤에 / 何時風雨關西夜
함께 누워 침상 마주해 조용히 얘기할꼬 / 共被從容話對牀
풍월루 앞에는 연꽃이 한창 화려할 텐데 / 風月樓前菡萏秋
사신은 문아한 데다 풍류까지 겸했어라 / 使華文雅更風流
그대 만나서 만일 친구들의 소식을 묻거든 / 逢君若問交遊事
나는 서재에서 머리가 다 셌더라 전해주소 / 報我書帷白盡頭
광원루는 높다랗게 하늘 위에 치솟았고 / 曠遠樓高揷碧空
미인들 하얀 치아는 옥처럼 영롱할 텐데 / 靑娥皓齒玉玲瓏
두 사신이 서로 만나 풍류 즐기는 날에 / 相逢兩使風流日
시에 미친 확삭한 노인을 생각해줄는지 / 肯念狂詩矍鑠翁
[주-D001] 이공(李公) : 이파(李坡 : 1434~1489)로,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평중(平仲), 호는 송국재(松菊齋)ㆍ소은(蘇隱)이다. 《동국통감》 찬수에 참여하였고, 《삼국사절요》를 찬진하였다. 벼슬이 예조 판서ㆍ좌찬성에 이르렀다. 시호는 명헌(明憲)이다.[주-D002] 5수 : 원문에는 6수로 되어 있으나 실제 실려 있는 편수대로 원문 교감하였다.[주-D003] 나는……채 : 양관(陽關)의 한 잔 술을 권한다는 것은 곧 이별의 술자리를 함께함을 뜻하는 말이다. 양관곡(陽關曲)은 옛날의 이별곡(離別曲) 이름인데,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시의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는 푸르고 푸르러 버들 빛이 새롭구나. 한 잔 술 더 기울이라 그대에게 권한 까닭은, 서쪽으로 양관 나가면 친구가 없기 때문일세.〔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하였다.[주-D004] 거년에는……했더니 : 평중(平仲)은 바로 이 시의 제목에 나오는 이봉(李封)의 형 이파(李坡)의 자이다.[주-D005] 북수(北樹)와……견디겠네 :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서, 우리 함께 글을 조용히 논해 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친구 간에 서로 헤어져 있으면서 서로 그리워하는 뜻을 의미한다.[주-D006] 대동강을……있겠는가 : 《시경(詩經)》〈위풍(衛風) 하광(河廣)〉에 “누가 하수가 넓다 이르는고, 갈대 하나로 건널 수 있도다.〔誰謂河廣 一葦杭之〕”라고 하였다.[주-D007] 어느……얘기할꼬 :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 친구끼리 서로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보내는 것을 말한다. 백거이(白居易)의 〈우중초장사업숙(雨中招張司業宿)〉 시에 “내게 와서 함께 묵지 않으려나, 빗소리 들으며 와상 마주해 자세나.〔能來同宿否 聽雨對牀眠〕” 한 데서 온 말이다.[주-D008] 시에……생각해줄는지 : 확삭(矍鑠)은 원기가 왕성하고 몸이 날쌘 것을 말한다. 후한의 명장 마원(馬援)이 나이 62세의 노령으로 다시 전쟁에 나가려고 하였으나, 임금이 그의 연로함을 안타깝게 여겨 윤허하지 않으므로, 마원이 짐짓 몸소 갑옷을 입고 말안장에 올라 앉아 이리저리 돌아보며 몸을 가볍게 놀려서, 아직도 쓸 만하다는 것을 보이자, 임금이 이르기를 “확삭하도다, 이 늙은이여.〔矍鑠哉 是翁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24馬援列傳》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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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정집(二樂亭集) 신용개(申用漑)생년1463년(세조 9)몰년1519년(중종 14)자개지(漑之)호이요정(二樂亭), 송계(松溪), 휴휴자(休休子), 수옹(睡翁)본관고령(高靈)시호문경(文景)
二樂亭集卷之一 / 詩 / 夜坐戲書。呈奉希醇。
少日心炎氣似煙。剛強易脆病隨年。夜深無寐明燈坐。錯引塵編欲助眠。
弱冠剛制守空甁。中歲昏冥託酒星。老乳如今還作祟。何方換得主人惺。俗謂酒爲老人乳。
心自靑年不覺衰。看花逢酒興抽絲。煩君律我鋤荒穢。歸與希夷作遠期。
宦路悲懽事百般。杖餘今廁六卿間。低頭苦被名韁絆。應有靑山笑我頑。
家在北山松作朋。寒風吟嘯雪嚴凝。敲門厭見求官刺。誰向剡溪興一乘 僕長銓曹。苦人投刺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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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상(奉常) 고태정(高台鼎)에게 김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집이 하동부원군(河東府院君) 정여창(鄭汝昌,1450~1504)과 담을 사이에 두고 살았다.->정인지(鄭麟趾,1396~1478)
*성종실록 59권, 성종 6년 9월 16일 임술 2번째기사 1475년 명 성화(成化) 11년회간왕의 부묘(祔廟)에 대한 가부를 의논하게 하다②
승문원 판교(承文院判校) 이길보(李吉甫)·참교(參校) 김자정(金自貞)·봉상시 정(奉常寺正) 박안성(朴安性)·장악원 정(掌樂院正) 고태정(高台鼎)·상의원 정(尙衣院正) 김치운(金致運)은 의논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