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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경 수행품 54장】 소 길들이기와 마음공부
대종사 김 남천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일전에 어떤 사람이 소를 타고 가는 것을 보니, 사람의 권리대로 소를 끌지 못하고 소의 권리에 사람이 끌려 가는데, 그 소가 가시밭이나 구렁으로 들어가면 가시밭이나 구렁으로 끌려 들어가고 산이나 들로 가면 산이나 들로 끌려가서 자빠지고 엎어지니 의복은 찢어지고 몸은 상하여 차마 볼 수 없더라. 내가 그 광경을 보다가 그에게 말하기를 그 소를 단단히 잡아서 함부로 가지 못하게 하고 꼭 길로만 몰아 가면 그런 봉변이 없을 것이 아닌가 한즉, 그 사람이 말하기를 그러하면 오죽 좋으리요마는 제가 무식하여 이 소를 길들이지 못하고 모든 권리를 소에게 맡겼더니 저는 점점 늙어지고 소는 차차 거칠어져서 이제는 도저히 어거할 능력이 없다 하더라. 오늘 그대의 오는 것을 본즉 역시 소를 타고 오니 그 소는 어디 있는가.] 남천이 사뢰기를 [방금 타고 있나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 소의 모양은 어떻게 생겼는가.] 남천이 사뢰기를 [키는 한 길이요, 빛은 누른 빛이요, 신은 삼으로 만든 신이오며, 수염은 혹 검고 혹 희게 났나이다.] 대종사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소의 모양은 알았거니와 그러면 그대의 소는 그대의 하자는 대로 잘 하는가 그대도 역시 소에게 끌려 다니게 되는가.] 남천이 사뢰기를 [소가 대체로 저의 하자는 대로 하나이다. 만일 정당한 일에 소가 게으름을 부리오면 호령하여 아무쪼록 그 일을 하게 하오며, 부당한 일에 소가 동하려 하오면 또한 호령하여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나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소를 이미 발견하였고, 길들이는 법을 또한 알았으며, 더구나 소가 그대의 말을 대체로 듣게 되었다 하니, 더욱 힘을 써서 백천 만사를 다 자유 자재하도록 길을 들이라.]
핵심주제
【류성태】 목우와 마음공부
【한종만】 소 길들이기와 마음공부
【신도형】 부자유한 중생의 육근을 소에 비유하고 길들이는 법을 설하심
대의 강령
1. 대종사 “일전에 어떤 사람이 소를 타고 가는 것을 보니, 사람의 권리대로 소를 끌지 못하고 소의 권리에 사람이 끌려 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그 사람에게 ‘그 소를 단단히 잡아서 함부로 가지 못하게 하고 꼭 길로만 몰아가면 그런 봉변이 없을 것이 아닌가?’ 한즉, 그 사람이 ‘제가 무식하여 이 소를 길들이지 못하고 모든 권리를 소에게 맡겼더니 저는 점점 늙어지고 소는 차차 거칠어져서 이제는 도저히 어거할 능력이 없다.’ 하더라.”
2. 대종사 “오늘 그대가 소를 타고 오던데, 어디 있으며, 모양은 어떻게 생겼는가?”, “그대의 소는 그대의 하자는 대로 잘 하는가? 그대도 역시 소에게 끌려 다니게 되는가?”
3. 김남천 “소는 타고 있으며, 키는 한 길, 빛은 누른 빛, 신은 삼으로 만든 신, 수염은 혹 검고 혹 희게 난 모양입니다.”, “소가 대체로 저의 하자는 대로 합니다. 정당한 일에 소가 게으름을 부리면 호령하여 그 일을 하게 하며, 부당한 일에 소가 동하려 하면 호령하여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4. 대종사 “그대가 소를 이미 발견하였고, 길들이는 법을 또한 알았으며, 더구나 소가 그대의 말을 대체로 듣게 되었다 하니, 더욱 힘을 써서 백천 만사를 다 자유 자재하도록 길을 들이라.”
용어 정의
소(牛) 우리의 본래 마음을 의미하며, 목우는 마음을 찾아 길들이고 닦아간다는 뜻.
봉변(逢變) 뜻밖의 변이나 망신스러운 일을 당함. 또는 그 변.
어거(馭車) 수레를 메운 소나 말을 부리어 모는 일. 거느리어 바른길로 나가게 함.
김남천(金南天) 1869~1943. 법호 각산(角山), 전북 익산에서 출생, 부안 봉래정사에서 지극한 신성으로 소태산 대종사를 시봉하여 수행 정진하였다. 소태산 대종사가 설법할 때에는 백발을 휘날리며 춤을 추어 법흥을 돋구기도 했고, 자신의 마음속에 사심 잡념이 일어나면 스스로 자기의 이름을 부르고 꾸짖으며 수행 정진(도치재 주막의 도심, 인심, 박창기/익산총부 농사, 황이천)했다고 한다.
수행품 26, 54, 인도품 36, 실시품 3, 30, 전망품 29, 태을도 도꾼, 목수(실상초당, 석두암(봉래정사), 영산원, 익산본관 도치원), 딸 김혜월, 외손녀 이청풍(성리품 18) 대종사 시봉, 종질녀 이청춘, 작은 딸 순풍과 사위 박원석이 익산에 살면서 익산총부 기지를 정하는데 교두보 역할, 고 중에서도 낙을 받을 사람(노구에도 불구, 지게로 식량, 땔감 조달, 신성 인정), 성리연마와 도덕회상 건설에 관심, 동산 문정규와 친구, 견성인가의 집념(열반 사흘전)
주석 주해
【류성태】 소를 예로 들면서 자기 자신을 소 길들이는 것으로 생각하여 길들이자는 것이다. [불조요경]에 실린 ‘목우십도송’ 10단계를 살펴보자. ① 미목(未牧) 길은 멀고 험함, 소 길들이기 전으로, 남의 집 곡식을 범하려는가 하는 내용, ② 초조(初調) 처음 길들이는 내용. ③ 수제(受制) 이제 길들이기 시작하는 내용, ④ 회수(回首) 머리를 돌이키는 것으로 고역을 말뚝에 매어둠, ⑤ 순복(馴伏) 마침내 차차 길이 들어가는 것. ⑥ 무애(無碍) 걸림 없음, ⑦ 임운(任運) 자유, 마음이 길 잘 들어 있음, ⑧ 상망(相忘) 서로 잊음, ⑨ 독조(獨照) 홀로 비추는 경지, ⑩ 쌍민(雙泯) 모두가 부처, 일원상에 합일.
【박길진】 보명선사의 목우십도송을 참고로 보고 바르게 이해하고 행하자. … 소는 본래 성질이 포악하고 기운이 세어서 사람을 능히 이기지만 잘 길들이게 되면 사람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 길들이는 것을 소로 비유를 많이 한다. … 마음과 육신, 마음과 마음, 육체와 내부로부터 일어나는 욕심이 쌓이면 오히려 본래 주인공을 지배한다.
【이성택】 대종사님과 김남천 선진님의 대화형식으로 이루어진 본 장은 공부하는 수도인을 각성하게 하는데 충분한 자극을 제공한다. 소를 길들이지 못하여 소에게 권리를 맡긴 늙은 사람,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늙어 힘이 없으니 소를 도저히 어거할 수 없다는 탄식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용맹 전진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신도형】 부자유한 중생이 죄고에 허덕이는 모습을 방종하고 사나운 소에 끌려다니는 사람에 비유하여 바른 수행길을 잡아준 것이다. 심신을 길들여 자유자재롭게 하라.
관련 법문
【정전 제3 수행편 제7장 무시선법】 (중략) 그러나, 처음으로 선을 닦는 사람은 마음이 마음대로 잘 되지 아니하여 마치 저 소 길들이기와 흡사하나니 잠깐이라도 마음의 고삐를 놓고 보면 곧 도심을 상하게 되나니라. (중략)
【대종경 수행품 55장】 대종사 선원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의 입선 공부는 비하건대 소 길들이는 것과 같나니 사람이 세상에서 도덕의 훈련이 없이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자행 자지하여 인도 정의에 탈선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어미 젖 떨어지기 전의 방종한 송아지가 자행 자지로 뛰어다닐 때와 같은 것이요, 사가를 떠나 선원에 입선하여 모든 규칙과 계율을 지켜 나갈 때에 과거의 습관이 떨어지지 아니하여 지도인의 머리를 뜨겁게 하며, 각자의 마음에도 사심 잡념이 치성하여 이 공부 이 사업에 안심이 되지 못하는 것은 젖 뗀 송아지가 말뚝에 매달리어 어미 소를 부르고 몸살을 치며 야단을 할 때와 같은 것이며, 매일 모든 과정을 지켜 나갈 때에 말귀도 차차 알아 듣고 사심과 잡념도 조금씩 가라앉으며 사리간에 모르던 것이 한 가지 두 가지 알아지는 데에 재미가 붙는 것은 그 소가 완전한 길은 들지 못하였으나 모든 일에 차차 안심을 얻어가는 때와 같은 것이요, 교의의 해석과 수행에 탈선되는 일이 없으며 수양력과 연구력과 취사력이 익어가는 동시에 정신·육신·물질을 희사하여, 가는 곳마다 공중을 이익 주게 되는 것은 길 잘든 소가 무슨 일이나 시키면 잘하여 가는 곳마다 그 주인에게 이익을 주는 것과 같나니라. 이와 같이, 농가에서 농부가 소를 길들이는 뜻은 전답을 갈 때에 잘 부리자는 것이요, 선원에서 그대들에게 전문 훈련을 시키는 뜻은 인류 사회에 활동할 때에 유용하게 활용하라는 것이니, 그대들은 이런 기회에 세월을 허송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여 길 잘든 마음 소로 너른 세상에 봉사하여 제생 의세(濟生醫世)의 거룩한 사도가 되어주기 바라노라.]
【정산종사법어 제2부 법어 제6 경의편 65장】 수심정경(修心正經)의 강령을 밝히시며 외수양(外修養)과 내수양(內修養)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외수양은 밖으로 경계를 대치하는 공부인 바, 첫째는 피경 공부니, 처음 공부할 때는 밖에서 유혹하는 경계를 멀리 피하는 것이요, 둘째는 사사(捨事)공부니, 긴하지 않은 일과 너무 번잡한 일은 놓아버리는 것이요, 세째는 의법(依法)공부니, 해탈의 법을 믿어 받들고 진리로 안심을 구하는 것이요, 네째는 다문(多聞)공부니, 위인들의 관대한 실화를 많이 들어 항상 국량을 크게 하는 것이라, 이러하면 자연히 바깥 경계가 평정되어 마음이 편안하리라. 내수양은 안으로 자기 마음을 닦는 공부인 바, 첫째는 집심(執心)공부니, 염불 좌선을 할 때와 일체 때에 마음을 잘 붙잡아 외경에 흘러가지 않게 하기를 소 길들이는 이가 고삐를 잡고 놓지 않듯 하는 것이요, 둘째는 관심(觀心)공부니, 집심공부가 잘 되면 마음을 놓아 자적(自適)하면서 다만 마음 가는 것을 보아 그 망념만 제재하기를 소 길들이는 이가 고삐는 놓고 소가 가는 것만 제재하듯 하는 것이요, 세째는 무심(無心)공부니, 관심공부가 순숙하면 본다는 상도 놓아서 관하되 관하는 바가 없기를 소 길들이는 이가 사람과 소가 둘 아닌 지경에 들어가 동과 정이 한결같이 하는 것이라, 한 마음이 청정하면 백천 외경이 다 청정하여 경계와 내가 사이가 없이 한가지 정토를 이루리라.]
【불조요경 목우십도송】
1. 미목(未牧) 길들기 전. 사나웁게 생긴 뿔에 소리 소리 지르며 산과 들에 달려가니 길이 더욱 멀구나. 한 조각 검정 구름 골 어귀에 비꼈는데 뛰어 가는 저 걸음이 뉘 집 곡식 범하려나.
2. 초조(初調) 길들이기 시작하다. 나에게 고삐 있어 달려들어 코를 뚫고 한 바탕 달아나면 아픈 매를 더하건만 종래로 익힌 습관 제어하기 어려워서 오히려 저 목동이 힘을 다해 이끌더라.
3. 수제(受制) 길들어 가다. 점점 차차 길이 들어 달릴 마음 쉬어지고 물 건너고 구름 뚫어 걸음 걸음 따라 오나 손에 고삐 굳이 잡아 조금도 늦추잖고 목동이 종일토록 피곤함을 잊었어라.
4. 회수(回首) 머리를 돌이키다. 날 오래고 공이 깊어 머리 처음 돌이키니 전도하고 미친 기운 점점 많이 골라졌다. 그렇건만 저 목동은 방심할 수 전혀 없어 오히려 고삐 잡아 말뚝에다 매어 두네.
5. 순복(馴伏) 길들다. 푸른 버들 그늘 밑 옛 시내 물가에 놓아 가고 거둬 옴이 자연함을 얻었구나. 날 저물고 구름 끼인 방초의 푸른 길에 목동이 돌아갈 제 이끌 필요 없었더라.
6. 무애(無碍) 걸림 없다. 한데 땅에 드러누워 한가하게 잠을 자니 채찍질을 아니해도 길이 구애 없을러라. 목동은 일이 없이 청송(靑松) 아래 편히 앉아 한 곡조 승평곡에 즐거움이 넘치더라.
7. 임운(任運) 헌거롭다. 버들 언덕 봄 물결 석양이 비쳤는데 담연(淡烟)에 싸인 방초 쭝긋쭝긋 푸르렀다. 배 고프면 뜯어 먹고 목 마르면 물 마시니 돌 위에 저 목동은 잠이 정히 무르녹네.
8. 상망(相忘) 서로 잊다. 흰 소 언제든지 백운 중에 들었으니 사람 절로 무심하고 소도 또한 그러하다. 달이 구름 뚫어 가면 구름 자취 희어지니 흰 구름 밝은 달이 서와 동에 임의로다.
9. 독조(獨照) 홀로 비치다. 소는 간 곳 없고 목동만이 한가하니 한 조각 외론 구름 저 봉 머리 떠 있도다. 밝은 달 바라보고 손뼉치며 노래하니 그래도 오히려 한 관문이 남아 있네.
10. 쌍민(雙泯) 일원상만 나타나다. 소와 사람 함께 없어 자취가 묘연하니 밝은 달빛이 차서 만상이 공했더라. 누가 만일 그 가운데 적실한 뜻 묻는다면 들꽃과 꽃다운 풀 절로 총총(叢叢)하다 하리.
위 내용은 【류성태(2008), 대종경 풀이 上, 312~315】,【신도형(1974), 교전공부, 600~601】,【원불교 대사전】,【원불교 용어사전】,【원불교 경전법문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