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를 뛰게 되면 그 거리에 압도되어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수 십 번 완주했지만 그 걱정은 여전하다. 매번 35km 정도 지나면 체력이 고갈되어 페이스가 늘어지고 쥐가 나서 걷뛰를 반복해서 어림잡아 10분은 까먹기 때문이다.
이유는 뭐 뻔 하지, 연습 부족.
이번 챌린지레이스는 거리에 대한 자신감을 찾는 것을 목표로 했다. 속도는 늦추되 후반까지 힘을 남겨 넉넉한 표정으로 골인하기. 기록보다는 LSD 기분으로 해 보기로 한다. 서브4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가자.
페메를 따라 상쾌한 한강변을 나섰다. 페메는 페이스를 잘 맞추어 리딩해 주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전반기에는 약간 빠르게 가서 시간을 확보하고 후반기에는 조금 늦추어 목표 시간을 맞춘다.
25k를 지나고 페이스가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 페메 그룹을 버리고 혼자 앞으로 나섰다. 과속하면 금방 퍼질 것이므로 시계를 수시로 보며 페이스를 관리해서 페메 그룹보다 10~20초 정도 빠르게 거리를 넓혀 나갔다. 30km를 넘어 가니 슬슬 걱정도 되었지만 아 날씨도 상쾌하고 느낌은 괜찮다. 할 수 있어, 오늘 드디어 해 내는 거야. 여긴 다 아는 길이잖아. 내 생애 최초로 네거티브 스플릿을 해 보는 건가? 스스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잘 나갔는데…
35km에서 이게 왠 날벼락인가, 체력은 여유가 있는데 쥐가 올라온 것이다. 오른쪽 무릎에 이상한 느낌이 있어 신경 쓰고 달렸더니 균형이 깨진 것 같다. 잠시 서서 주무르고 급한 마음에 내 달리고 속도가 빠르니 금방 쥐가 다시 오고… 이걸 반복하다 보니 도저히 안되겠어서 아예 속도를 늦춰 봤다. 좀 안정이 되는 듯 하다. 2km, 2분 정도 손해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페이스 회복이 된 듯 했다.
그러나… 한 번 쥐가 오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결승점을 턱 밑에 둔 40km부터는 10발자국 마다 쉬고 주물러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해 졌다.
에릭님이 카메라를 들이 대고 파이팅 해 주지만, 마중 나오신 울프님이 안타까운 눈총을 쏴 주지만 쥐는 여전히 종아리를 물고 있다. 겨우겨우 골인은 했는데 내가 버린 페메가 나를 앞질러 바로 앞에 들어 갔다. 힝~
그래도, 반쪽은 성공했다. 비록 35km 이후 몇 분을 까먹는 패턴은 같았지만 골인하고도 여전히 힘이 남아 있었고, 쥐 나지 않는 구간에서의 페이스도 역대 어느 대회에서보다 높았다(가 아니고 유지했다). 풀코스 거리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정도 확보한 셈이다.
다음 대회에는 쥐를 잘 다스려 풀코스 울렁증을 기필코 깨 버려야지 다짐해 본다.
첫댓글 멋져요!
네가티브 스플릭스로 뛰려고 전반에 서브4페메를 따랐군요.
쥐가 났는데도 잘뛰었네요.
저도 35km지점에서 쥐가 나서 고생했습니다.
동마에서는 경련에 대한 대비를 잘해서 즐겁고 행복한 달리기를 해 봅시다.힘!!!
만만챦게 힘들었음에도 완주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완주가 누군가에게는 쉬울지 몰라도 엄청난 일이죠. 한걸음한걸음 목표에 성큼 다가온듯...
동마가 기대되네요 ^^.
이제 다 준비돼었고,, 쥐만 잡으면 돼죠? ㅋㅋ 지금처럼 잘 준비해서 동마에서 후회없는 레이스 펼치시길요~ 화이팅!!
그놈의 쥐가 문제~ 저도 그랬구여~
이참에 우리 H2O에서 고양이 한 마리 키우는 거 제안드립니다~ ㅎㅎㅎ
완주 축하해용~~!!!
그놈의 쥐... 제가 거미줄로 잡았어야했는데... 42.195km 완주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동마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