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작품 속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쳐온
배우 이나영. 하지만 그를 첫 대면하고 난 뒤의 느낌은
털털하고 예쁜 척 하지 않는 평범한 여자라는 것이다. 이나영은 그동안 작품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그 무언가를 펼쳐 보였다. 친오빠와 운명같은 사랑을 하는 <아일랜드>의 중아, 지나간 사랑에 아파하는 <비몽>의 란, 화려하지만 상처 많은 여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까지. 평범한 역할은 평범한 일상 속 그에게 도전욕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던 걸까.
이나영은 새
영화 <아빠는 여자를 좋아해>(감독 이광재ㆍ제작 하리마오픽쳐스ㆍ14일 개봉)에서 '미녀 아빠'로 변신한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손지현(이나영)에게 어느날 자신을 아빠라고 우기는 아이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눈이 오던 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녀 그리고 그를 만났다.
▲어떤 계기로 출연을 결심했나=남자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남장이 아니라 진짜 남자 연기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작품 안에서 내가 놀 수 있는 게 많겠구나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힘든 결정이었어요. 그런데 크랭크인 하고 나서는 아주 신나게 촬영했어요.
▲<아임 낫 데어>의 케이트 블란쳇이 영향을 미쳤다던데.=영화 <아임 낫 데어>에서 밥 딜런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그동안 여배우들이 터프한 역할은 많이 했지만 실존 인물을 연기한 적은 없었잖아요. 너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남자 역할이 오면 꼭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어떤가.=관객들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고 나서도, 혹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이 헷갈려 하실 텐데 그게 이 영화의 포인트이에요. 캐릭터의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서 촬영 전
준비를 많이 해야 했어요. 디테일과
비주얼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었죠. 촬영하는 동안에는 다른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줘서 편했어요. 결과는 관객에게 맡겨야죠.
▲유빈이라는 아들(?)이 등장해 주인공 지현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진다. 아빠 역할은 어땠나?=처음에는 아빠라면 목마를 태워주야 하나, 같이
게임을 하나 고민했는데 별로 준비할 게 없더라고요. 보시면 알겠지만 아빠가 좀 어설프잖아요. 여자가 어색하게 남장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고요. 오히려 지현의 과거에 대한 리얼리티를 살려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죠.
▲남자 역할인데 근육 만들기나 살찌우기 등 외모의 변화는 생각 안 해봤나.=그냥 편안하게 생각했어요. 그런 건 억지로 바꾸거나 외모에 변화를 준다고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단순히 우리가 범할 수 있는 선입견으로 '남자는 이럴 것이다' 하잖아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괜히 연기할 때 뭘 하지 말자'라면서 심플하게 했어요.
▲드라마는 2004년 <아일랜드>가 마지막이다. 출연 계획은 없나.=올해는 드라마든 영화든 열심히 해보려고요. 다작하고 싶은데 작품과 연이 잘 안 닿아요. 제 필모그래피가 쌓이다 보니까 '너는 독특한 것만 찾니' 하고 물어보시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재미, 올인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다 보니까 좀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선 어떤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은가.=도전이요? 도전은 그만하고 싶어요. 하하. 봐서 좋은 거요? 저랑
인연이 되는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해요.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