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딩동~딩동딩동~!!"
종이울렸다. 창가에 앉은 나는 복도를 향해 고개를 살짝 돌렸더니 선생님이 오고계신다.
나는 자리에 앉아 가만히 수업준비를 하고 있다.
"얘들아 모두 자리에 앉아, 선생님 오신다.!"
반장은 일어나서 아이들에게 수업시작을 알리고 아이들의 손과 발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상움직이는 소리, 의자 움직이는 소리, 책을 펼치는 소리......
나에겐 저런 분주함,활발함같은 생동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색하다.
항상 나는 그런 분위기 밖에서 존재해 왔으니까......
나는 책상에 앉아 수업준비를 미리 끝내놓고 앉아 있다.
"자, 모두 잘 지냈나?? 월요일 아침부터 떠들면 일주일이 불행하니까 모두 조용하도록하고 반장은 인사해라."
"차렷!"
이순간의 분위기.. 나는 이 순간의 분위기가 좋다. 이 적막감,고요함..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경례!"
바로 이 때 가 그 짜릿한 분위기가 깨지는 순간인 것이다.
"안녕하세요~"
방금전의 그 분위기를 아쉬워 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수업은 이렇게 잠시동안의 짜릿함을 느낀다음 시작한다.
"오늘이 몇일이더라? 그래, 7일 7번."
선생님은 출석부를 펼쳐 이름을 확인하고서는 "7번! 이의민! 일어나서 168쪽 본문 시를 읽어봐"
"예.." 그 순간 난 '오늘은 하루종일 피곤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힘없이 일어섰다.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
"그만!! 목소리가 왜이렇게 작아! 다시 크게 읽어봐! 반 전체가 들을수 있게 해봐!!"
"킥킥"
"쿡,,쿡.."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차마 웃음소리를 낸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하고 귀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확인하여 내게 웃음을 선사해준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아마 김경민, 강동식 일테지..' 그 둘의 이름을 마음속 블랙리스트에 새겨 놓았다. 나는 다시 168쪽의 시를 읽기 시작했다.
"흥망이 유슈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치니......"
"그만!!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크게 못말해?? 개미가 너한테 말가르쳐줬냐?? 왜이렇게 목소리가 작아!!?"
"......" 나는 아무말 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앉아라! 남자애가 그렇게 자신이 없어서야, 쯧! 하루빨리 그 소심함을 극복하려고 해봐!"
나는 그 순간 블랙리스트에 국어선생님을 추가하였다. 나에게 훈계하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고, 나의 고독함을 방해해준 경사스런 선물로서 말이다. 나는 그러면서 자리에 앉으려 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다.
자리에 앉는순간 엉덩이가 따끔한 느낌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유는 압정이었다. 순간 난 내 뒷자리 아이를 노려보았다. 나를 향해 살며시 웃어주고있는 그 아이는 '이민철' 이었다. 블랙리스트 1순위 이민철. 하루 빨리 제거해야될 아이였다.
민철이의 그 행동으로 인해 내 마음의 불씨는 더욱더 커졌다.
"이의민! 왜그러니? 앉으라고 했더니 왜 다시 일어서??"
나는 아무말없이 엉덩이의 압정을 살며시 뽑고난뒤 자리에 앉았다.
'김경민,강동식,이민철,국어선생님.김경민,강동식,이민철,국어선생님,김경민,강동식...'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어떻게 제거해줄까?'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월요일 아침 국어시간을 끝마쳤다.
10분의 쉬는시간. 이 시간에 교실에 있으면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나의 고독함,적막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수업종료를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선 다음 뒷문으로 나가 학교건물뒤쪽의 으스스한 골목 사이로 들어갔다.
그 공간은 학교생활에 있어서 나에게 짜릿함을 주는 또하나의 공간이다.
수업시작하기전 반장의 차렷 소리.. 그 순간의 적막감,고요함을 주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에 앉아 건너편의 폐허된 집을 보고있으면 그 기분이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이제 곧 2교시 종소리가 들릴 때이기 때문에 시선을 옮겨 발걸음을 교실로 향하게 하였다.
자리에 앉은뒤 2교시 과목을 확인해 보니 수학 시간이었다. 학교 과목들중에서 유일하게 2과목을 좋아하는데 그 과목은 수학과 국사였다.
수학,국사 선생님은 모두 무서운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떠들지 못한다.
그 결과 나는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길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수학과 국사 성적만은 90점 밑을 내려간적이 없었다. 물론 현재 고등학생이 된 뒤의 말이다.
중학교 때는 과학과 영어 성적이 좋았었다. 그 영향이 컸던지 과학과 영어성적도 상위권은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튼, 2교시의 즐거운 수학시간을 마치고, 3,4교시도 그럭저럭 지나가게 되었다.
12시 50분 점심시간이 돼서 나는 역시 혼자 밥을 먹으러 갔다. 급식은 신청하지 않았다.
이유는 역시 공동체 생활,생동감있는 분위기가 싫기 때문이다. 몇백명이 한곳에서 모여 밥을먹는 그 소란스러움이란 나에게 견딜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난 항상 집에서 도시락을 싸온다. 점심시간종이 울리면 발걸음은 학교 건물 뒤 골목사이로 향한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그곳, 폐허된 집이 바로 앞에서 보이는 그곳은 내 학교생활에서 빠져선 안되는 중요한 곳이다. 도시락을 꺼내고 하나,둘 분리하여 반찬들과 밥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 곳에 있을때는 시간개념이 없어진다. 수업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몇시간이든지 있고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예전 점심시간때 이곳에서 밥을 먹고 그 주변 경관에 취하고 고독함,외로움에 취해서는 하교할 시간에 정신을 차린적도 있었다. 그 경험을 떠올린 나는 얼굴에 비릿한 조소가 새겨졌다. 그리고 점심시간 끝나기 5분전종소리, 수업시간을 대비하라는 학교의 배려다.
그 배려를 받아들여 교실로 수업준비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아이들은 날 의식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존재감이 없다고 하면 옳을 것이다.
아침 1교시 국어시간때처럼 내가 걸렸을 때 그제서야 나의 존재를 기억하게 되고 깨닫게 된다. '우리반에 저런 아이도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의외의 경우도 있다. 바로 '김경민,강동식,이민철'같이 나를 괴롭히고 놀려먹는 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놈들 때문에 나의 쾌락의 근원인 고요함,적막감,외로움등을 느끼지 못할때가 많아졌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그 놈들을 나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조만간 그들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나의 블랙리스트는 거부할수 없는 절대적이기 때문에......
5교시 시작을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서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수업준비를 했다.
솔직히 수업을 받기는 싫지만 수업을 받지 않으면 학교에서 집으로 전화를 할것이고,
집에서 날 간섭하게 될 것이다. 간섭.. 간섭이란 말은 내 인생에서 활발함,생동감등 만큼 싫은 것이다. 날 간섭하게 되면 나의 고독함과 외로움을 벗어나 다른사람과 대화라는 생동감있는 것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5교시는 영어 수업이다. 한때 좋아했던 영어... 선생님이 바뀌고 나서 시끄러워진 영어수업시간은 더 이상 내가 좋아했던 영어수업이 아니었다. 아무튼, 영어선생님이 교실문을 지나 교탁에 들어왔다.
"모두 자리에 앉고, 어! 반장 너는 앉아야지. 내 시간에는 반장이 인사하는게 아니라고 했지. 맨날 반장만 인사하면 다른사람의 리더쉽은 키우지 못할 것 아니겠니? 그러니 내 시간에는 날짜순으로 인사를 한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오늘날짜는, 7일, 7번 일어서서 인사해!"
역시.. 오늘은 하루종일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오늘의 날짜는 저주받은 날짜이다.. 7이 들어간 숫자는 저주받은 숫자라고 난 여기고 있다.
7일,17일,27일... 그런날은 거의 내 번호가 걸리기 마련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어김없이 힘없이 일어섰다.
"차렷......"
"................."
"선생님께 경례...."
"................."
"야! 7번 너 이름 뭐야?!!"
"이의민 인데요.....?"
"그래! 이의민!!! 너 목소리가 그게 뭐야?? 그래가지고는 니 뒤에 아이도 안들리겠다 이놈아!! 응??!! 다시 크게 한번 해봐! 이번에 못하면 너 영어 수행평가는 1점감점이다! 알았지?"
'니 뒤에 아이도 안들리겠다 이놈아!!' 라는 말을 들은 나는 내 뒷자리를 바라보았다. 내 뒤의 아이는 블랙리스트1순위 이민철 이었다. 민철이는 귀를막고 안들린다는 행동을 약오르게 표현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을 보며 나는 선생님의 말씀에 힘없이 대답했다.
"예....."
호흡을 가다듬고 크게 소리쳤다.
"차렷!"
난 정말 내 나름대로 소리쳤다고 생각했다. 내 생에 그렇게 크게 말해본적은 엄마 뱃속에서 나와 간호사 누나를 봤을 때 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사람이 듣기에는 그저 평범하게 친구들과 말하는 크기의 목소리 밖에 되지 않았나보다.
"야야!! 크게 하랬지!! 크~게!! 어!? 혹시 너가 그 '조용한' 이냐??"
"예~!! 큭큭큭.. "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동조하며 웃어댔다.
선생님과,아이들사이에서는 내가 '조용한' 이라는 별명으로 통하고 있었나보다. 날 보고 '너가 그 조용한 이냐?' 라고 말했으니... 난 그 말을 듣고 웃어대는 아이들, 선생님을 보고는 가슴속으로 말했다. '영어선생님.. 당신은 불행하게도 나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어..큭큭..큭... 하지만 저 아이들은 모두 나의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기는 뭐하니 대표적인물 3명...큭큭..김경민,강동식,이민철..큭큭.. 너네는 나의 블랙리스트에 2번째다... 아니, 이민철 너는 3번째구나..? 킥.. 안됫구나 이민철 넌 넘어선 안될 2번째를 넘어 3번째 까지 왔어. 오늘 하루를 마음껏 만끽 하려무나...크크크크 나의 짜릿함을 방해한 아주 멋있는 선물을 너에게 선사해줄테니"
아무튼, 선생님은 날 자리에 앉히고 반장에게 인사권을 넘겼다.
반장은 나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며 일어섰다.
"차렷!"
또 이순간이 왔다. 이 고독감,적막감이 주는 분위기는 아까의 그 기분나빴던 일들을 기억에서 잠시동안 사라지게 해주었다.
"경례"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짜릿한 기분은 서서히 깨져갔다.
5교시 수업은 그렇게 인사치레에 신경쓰다가 결국 1시간동안 인사에 대한 내용을 거들먹거리다가 끝나게 됬다. 그렇게 수업은 끝나고 6교시 수업도 무사히 끝났다. 청소시간에 난 생각했다. 민철이의 총 리스트는 3번. 3번을 걸린이상 민철이는 블랙리스트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철이의 하교길을 생각하며 철저한 사고실험을 통해 완벽에 완벽을 기한 나의 계획으로써 그 순간 블랙리스트 3번당첨 축하 선물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의 수업 종례시간이 무사히 끝나고 모두 교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민철이가 나가기를 기다렸다. 민철이는 사물함에서 단소를 꺼내어 가방에 넣으려 하다가 그 길이가 가방에 맞지 않아 어쩔수 없이 삐죽하게 삐져나오게 하여 가방에 찔러넣고, 가방을 멘 다음 교실을 나갔다.
난 곧바로 계획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민철이 뒤를 미행하는 것이다. 민철이가 으슥한 곳에 들어갈때까지 난 아무행동 없이 그저 민철이의 뒤를 미행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학교에서 얼마떨어지지 않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학교 뒤 골목에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곳에서 민철이가 담을 넘어 지름길로 향하는데 그곳은 벽으로 둘러싸여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그런곳이기 때문에 나의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적당한 장소가 아닐수 없었다. 민철이가 그 지름길의 절반쯤 갔을 때, 난 미리 준비해둔 커터칼을 주머니에서 꺼낸다음 민철이의 눈을 콱!! 찔러버렸다.
"죽어!! 이새끼야!! 너같은 놈은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어!!!!!"
"으악!!! 뭐야 너 누구야!!.큭.. 으아아아!!! 사..살려줘요!!!" 민철이가 소리지르고 있을 때 서둘러 허리띠를 풀어 민철이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민철이는 발버둥을 치며 가방에 삐져나와있던 단소를 꺼내 나의 뒤통수를 쳤다. 그 순간 난 손에 힘이 살짝 풀렸다. 그 순간을 틈타 민철은 목을조르고 있는 허리띠를 풀어 나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의민..??"
민철이는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민철의 오른쪽 눈에선 피가 넘쳐 흐르고 있었고
민철의 발밑엔 민철의 오른쪽 눈알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민철이 한테 달려가며 소리쳤다.
"세상의 쓰레기같은 존재, 소음같은 존재, 존재자체가 부정되어야 하는 너같은 놈은 내가 세상을 대신해서 죽여줄게. 크크 어때? 내 블랙리스트 3번 당첨선물이?? 큭큭..크윽..큭.큭큭.."
내 손에 쥔 커터칼은 민철의 심장에 박히고 그것이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난 주위의 돌멩이를 가지고 민철의 몸을 사정없이 내려치고 머리를 찍어댔다.
민철이의 몸에선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게 나의 블랙리스트 3번 당첨선물이 드디어 결말이 난것이었다. '이민철,넌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은거야. 더 이상 세상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공부도 안해도 되고 아프지 않아도 되는 그런세상으로 내가 보내줬잖아??' 나는 하늘나라로 간 민철에게 그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잊지 않고 해주었다.
그 순간 나는 블랙리스트 1순위에서 '이민철'이라는 이름을 지웠다.이제 블랙리스트 1순위는 비어있는 것이었다. 이제 민철이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버려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끌고가기 에는 사람들의 눈이 너무 많았다. 나는 우선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손목시계의 시침은 4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분침은 52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거의 5시라....나는 생각했다. 오늘은 보충수업도 하지않고 야자도 하지않는 월요일, 수업이 끝난뒤 거의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흐른뒤에는 내가 좋아하는 학교 뒤 골목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난 선택했다. 중학교때 내 블랙리스트에 3번 오른 놈에게 선물을 줬을때와 마찬가지로 같은방법을 쓰기로......
학교 뒤 골목 바로 앞에서 보이는 폐허된건물, 그곳에서 지금 난 민철이의 시신을 묻고있었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틈타 민철이를 업고 폐허된 건물로 데리고 온것이었다.
폐허된 건물 속엔 중학교때 블랙리스트에 3번오르게 된 친구를 가장자리에 묻어 놨는데, 민철이를 똑같은 곳에 묻고 있던 것이다. 민철이는 이제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됬고 현재 남아있는 블랙리스트 회원들은 국어선생님, 영어선생님, 김경민, 강동식 뿐이다.
국어선생님,영어선생님은 현재 블랙리스트에 한번 올라가 있고, 김경민,강동식은 두 번 올라가 있다. 나를 건드리지만 않았더라도 그들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지도 않고 평생동안 나에게 구속되지 않고 살아갈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벌써 나의 블랙리스트는 그들의 이름을 확인했고 그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찰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확인되면 그들을 위해 아무런 주저 없이 선물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크크..킥..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민철이를 묻는 행동은 끝이났다. 나는 폐허된 집을 나오면서 왠일인지 '내일하루는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나게 될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며 걷고 있었다. 몇 미터 걸었을까?? 나는 한가지 고민에 부딪혔다. 내옷에 피가 묻어 있던것이었다. '왜 내옷에 피가 묻어있지?' 나는 한참동안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결국 생각해 낼수 있었다.바로 내가 민철이를 죽였다는 것. 그 사건으로 인해 내 옷에 피가 묻혀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랬다. 난 우리반 친구 민철이를 죽였다. 아니, 친구라고 말하면 걔가 섭섭해 하겠지?.킥... 날 괴롭혔던 아이...... 그에게 난 선물을 줬다. ,하지만 민철이가 나에게 준 것은 두려움에 가득찬 눈빛과 내 옷에 묻힌 피 뿐이었다. 그래서 난 아무런 생각없이 말했다.
"나쁜새끼..."
나에겐 양심이란 없다. 없다고 생각해 왔다. 없어야 한다. 난 외로운 '이의민'이니까...쿡쿡..큭
난 잠시동안 웃으면서 걸어갔다. 어느새 우리반 교실로 들어와있었다.
내 사물함을 열어 피가묻은 교복대신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피가묻은 교복은 민철이의 사물함을 열어 그곳에다가 놓으려고 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민철의 사물함에 들어있는 압정통이었다. 나를 자주 놀려먹던 압정..내 엉덩이를 찌르던 압정들이 바로 거기있던 것이었다. 난 그것을 집어들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교복을 사물함에 넣어 내 자물쇠로 민철이의 사물함을 단단히 잠그고 나왔다. 압정을 가지고 다시 폐허된 집으로 향했다.
묻어놓은 것을 파헤치려고 했지만 그만 포기했다. 다시 꺼내어 또다시 묻기는 피곤했던 것이다. 할수없이 난 그 압정을 민철이에게 꽂아주려고 했던 시도를 접어야 했다. 그런생각과 동시에 난 압정통 뚜껑을 열어 민철이를 묻어놓은 곳 위에 뿌렸다......
그렇게 오늘의 학교생활은 무사히, 그리고 편안하게 끝이났다.
어느새 나의 발걸음은 집에 도착해 있었고 나의 손은 현관문을 열고 나의 발은 신발을 벗고 있었다. 부모님이 반겨주신다. 난 웃으며 인사를했다.
"다녀왔습니다~"
"왜 교복이 아니라 체육복이니?? 학교갈 때 교복입고 나갔잖아 의민아"
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무나 침착하게 대답했다.
"더러운게 묻어서 제가 직접빨아 학교에 널어놨어요. 걱정마세요 누가 가져가려고 하지도 않으니까요.하하" 그리고는 난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털썩!.. 힘없이 누워버렸다.
집에서의 나의생활은 학교와는 전혀다르다. 집에있으면 나의 부모님은 나에대해 간섭하고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신다. 하지만 한번도 그들을 나의 고독감을 방해하는 블랙리스트 회원으로 보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나의 부모님들이 날 낳아주시고 관심을 가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일까? 아니면 학교에서는 고독감을 즐기고 집에와서는 부모님의 관심을 즐기는 이중적인 내가 되어가고 있는것일까?' 하며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프다. 내가 왜 고독감을 즐기는지, 그리고 왜 학교에서만 그러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조용하고 고독하면 그 순간을 200%즐길수 있는게 나라는 것이다. 그저 그 분위기를 느끼고... 폐허된 집으로 보며...짜릿함을느낀다. 그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순간 또 웃음이 났다. 큭큭..킥..
오늘은 민철이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주고 와서 인지 집에서도 블랙리스트 생각이 떠오른다. 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종이를 찾아 거기에 무언가를 바삐 적기 시작했다.
바로 블래리스트 회원들의 이름과 걸린 횟수, 3번 걸렸을 때 그들에게 각자 어떤선물을 줄까?, 어떤식으로 선물을 줄까?, 어떻게 하면 좀더 기억에 남는 선물을 줄수 있을까? 하는 것들을 적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하루빨리 그들에게도 선물을 주고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난 그 욕구를 억누르고 억눌렀다.
다음날 아침 난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경민과 동식은 배를잡고 웃어댄다. "야! 이의민 하하하 그게 뭐냐?? 그게 교복이야?? 옷이야?? 하하하 큭큭큭.."
"뭐가 어때서......"
"어쭈?? 이놈 이제 우리한테 말대답까지 한다?? 크큭.. 이녀석이 드디어 겁이 없어졌나?!!"
그들은 나에게 폭력을 휘두루는척 손짓을 취했다. 난 그들의 손을 보고 움츠렸다.
나의 그런 약한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다시 웃어댄다.
"킥킥킥..킥..아이고 배야.. 야 무서웠어??응~? 알았어 형님이 안때릴게 울지마~응?! 큭큭."
난 그순간 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렸다. 큭큭.. 그들은 이제 거부할수 없는 절대적인 블랙리스트 3번의 기념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아주 근사하게 말이야 큭큭큭..크하하하
그때 담임 선생님이 오셨다.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 앉고 선생님의 아침조회를 기다렸다.
그렇게 아침 체육복 사건은 막을내렸다. 나의 선물은 이제 시작 될것이지만..큭크큭..키킥...
"자! 모두 조용!! 떠들지 말아라. 어제 깜빡하고 말 하지 못한 예기와 어제 생긴 나쁜소식을 전해야 겠다."
"예! 그 나쁜 소식은 뭐에요??" 아이들은 어서 말하라는지 귀를 활짝펴고 기다리는중이었다.
"조용! 우선 경민이와 동식이가 이번주 주번이라는 것이고, 나쁜소식은 민철이가 어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인데.... 학교에서도 보이질 않으니 어떻게 된건지 원... 집에선 경찰에 신고하고 열심히 찾고있는 것 같은데 너네들도 민철이를 보면 망설이지 말고 선생님에게 연락하도록 해라 알았지!?" 그순간 난 머리가 번뜩였다. 물론 민철이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확실한 이유를 대자면 바로 경민이와 동식이가 주번이라는 것이다. 크하하하..오늘 그들의 3번째 기념선물 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크크큭..키킥...하하....
선생님은 전달사항을 말하시고는 나가셨다. 동식이와 경민이는 자기들이 주번이라는 것을 믿을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별 희한한 짓을 다 하면서 자기들끼리 놀고있었다.
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릿한 조소를 다시한번 지었다.
'마음껏 즐겨.. 크큭..킥.. 너네 둘.. 오늘 선물줄게!! 하하하하' 그런생각을 하며 난 나의 영원한 안식처 학교 뒤 골목길로 향했다.
"좋다..좋아...이 경관,.. 이분위기..크크..킥...킥."
난 골목 사이에 기대어 폐허된 집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왜 폐허된 집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것일까?? 그 답은 쉽게 내릴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곳에 내가 선물을 준 아이들을 묻어놓았기 때문이다.
그 시체가 묻어져 있는 집을 보며 나만의 고독감의 존재를 더욱 확연하게 느낄수 있기 때문에 난 그곳을 보며 희열을 느끼고 편안해 지는 것 이다. 큭큭큭...
난 그곳에서 계속 그 분위기를 느끼며 수업도 듣지 않고 계속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때가 되자 난 도시락을 들고 폐허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서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들이 묻혀 있는 곳을 바라보며 얼굴에 살며시 웃음이 난 것은 기분탓일까......? 어쨌든 밥을먹다 문득 그들도 배가 고플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밥 한숟가락을 떠 그들이 있는곳에 던져주었다. 참 잘도 먹는다. 그동안 배가 너무 고팠나보다. 기다려..오늘안에 내가 너희 친구 동식과 경민이를 데려다 줄게 큭큭큭...
그렇게 점심시간도 끝나고 하교할시간이 돼서 그제서야 난 교실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없고 경민과 동식만이 남아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온 것을 보았다. 그들은 기분이 나빠보였다. 그래서 내가 수업에 들어왔건 들어오지않았건간에 신경도 쓰지 않은체 정리를 끝내고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가방을 챙기고 그들을 쫒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 순간 난 생각했다.
'마침 잘됐다! 큭큭.. 밖으로 나가면 일이 복잡해질텐데.. 화장실로 가다니..히힛.. 자! 이제 너희들에게도 블랙리스트의 화려한 선물을 줄테니 기대해도 좋아...후훗... 후후..크크크..큭...'
화장실로 들어가자 경민이는 배가 아픈지 똥을 싸기 위해 변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는 중이었고 동식은 그 앞에서 손을 흔들며 장난하고 있었다.
난 무작정 덤볐다. 동식이를 앞으로 밀어버렸더니 경민이와 같이 변기가 있는좁은 곳으로 넘어졌다. 난 재빨리 문을 닫고 옆에 있는 마포걸레를 이용해 문을 확실히 걸어잠궜다.
그들은 문을 열어달라며 소리쳤다. 그들의 입에선 생전 듣지도 못한 욕들이 나왔다.
난 그것들을 들으며 이녀석들은 블랙리스트 3번의 영광의 선물을 받기에 적당한 놈들이라고 확실하게 단정지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경민아,동식아. 내가 구해줄게! 크큭큭..하하하"
"의민이니?? 그래 우리좀 구해줘... 그런데 우리를 밀친 새끼는 어디갔길래 너가 와있냐"
"이런...둔해도 이렇게 둔한 놈들이 있냐...? 내가 너내들 밀쳤는데 몰랐어? 너무 당황해서 내 얼굴도 못보셨나? 큭큭큭.. 하지만 괜찮아 뭐.. 이제 내가 구해줄테니까.큭큭.."
"....무슨말이야!!!? 이게 드디어 미쳤나!! 빨리 문 안열어!!??"
난 그 말들을 무시하고 교실로 향해걸어갔다. 그리고는 문 옆에 있는 우산꽂이를 쳐다보았다. 좋은 물건들이었다. 큭큭큭.. 난 우산을 집어들고 우산을 활짝! 폈다. 그리고 필통에 있는 커터칼을 꺼내어 우산살들을 모두 잘라냈다. 그리고 발로 뭉개트려 절반을 뚝! 잘라버렸다. 아주 날카로운 우산병기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큭큭큭.. 킥...
커터칼 하나갖고는 둘을 완전히 죽일수는 없으니 선택한 나의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우산과 커터칼을 손에 쥐고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그들이 간 화장실은 교내에 있는 화장실이 아니라 실외에 있는 마포걸레 놓는곳 바로 옆에있는 선생님 전용 화장실이다. 다행이도 말이다. 큭큭.. 그곳은 외진곳이라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선생님 전용화장실이란 말은 선생님이 올수도 있다는 말과 곧 같기 때문에.. 그리고 우물쭈물 거리다간 내가 당할수도 있다. 선물을 받을사람은 둘! 줄사람은 바로 나..한명..
화장실앞에 도착한 나는 조용하게 마포걸레를 치우고 문을 활짝 열었다. 내눈앞에 보이는 것은 똥을 싸고 있는 경민, 그리고 놀라눈으로 쳐다보는 동식이다. 물론 싸고있는 경민은 더욱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큭큭큭... 아무튼 경민이는 급하긴 급했나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똥을 싸고 있다니.. 큭큭.. 아무말 없이 난 부러뜨린 우산으로 동식이의 눈을 찔러 후벼팠다. 동식이의 피가 사방에 튀기고 동식은 민철이와 다를거 없이 엄청난 고통에 소리를 질러댔다. 물론 그런 소리에 당황할 내가 아니기에 우산을 든 손에 더욱 힘이 가해졌다.
"으아아악!!!!!"
그 순간에도 경민은 정신이 없는 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충격이 컸나보다.
난 그 눈빛을 무시하고 다시 동식의 눈에서 우산을 빼내 발을 찔러버렸다.
동식은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너무 소리를 질러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목을 조르기로 결심을 하고 내 두손을 동식의 목에 갖다대고 서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동식의 눈은 풀려가고 내게 반항하던 손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동식은 블랙리스트의 선물을 무사히 받을수 있었다. 이제 경민이 차례이다. 큭큭큭... 이제 경민이 차례라구...큭큭큭..
난 옆에있는 경민을 보았다. 없었다. 경민이는 없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동식이를 죽이는데 정신이 팔려 경민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난 재빨리 달려나갔다. 하지만 다시 설 수밖에 없었다. 경민이는 내 바로앞에서 도망가고 있었다. 그것도 기어서......
아마 다리가 풀렸나보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 눈앞에서 눈이 터지고 죽어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다리가 풀려 어찌 할 수가 없었나보다.
"큭큭큭.. 그런 것 같고 다리가 풀리는 주제에 뭐?? 날 놀려? 날 비웃어?? 어!!!??"
나는 소리쳤다. 그리고 아직도 기어서 도망가고 있는 경민의 정수리에 우산을 박았다.
피가 분수같이 퍼져 나왔다. 순간 난 황홀함에 빠졌다.
인간을 이렇게 죽였을 때 이러한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순수한 어린아이같이 놀라워 하고 신기해 했다. 그것도 잠시동안의 황홀함 이었다.
경민이 옆으로 쓰러져 버린 것이다. 분수는 점점 가라앉아 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블랙리스트 의 선물을 그들에게 안겨줘야 한다는 임무를 완수해냈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킥킥...큭..캬하하하하하하하..캬캬.."
난 한동안 정신없이 웃었나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난 그동안 선생님이 오지 않은것에 대해 존경심이 저로 우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폐허된 집으로 끌고가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둘을 모두 끌고 갈수는 없기 때문에 밖에서 죽인 경민이부터 끌고 나갔다.
경민으를 옮기고 난 뒤에 다시 화장실로 와서 동식이를 끌고 갔다.
경민과 동식을 폐허가 된 집으로 옮긴다음 땅을 파기 시작했다. 1시간쯤 지났을무렵..난 그 둘을 그 구덩이로 던졌다. 꽤 무거웠다. 하지만 촉감은 좋았다.
차가움.. 피로 인한 축축함... 그 모든게 나의 고독감을 충족시켜 주고 있었다. 큭큭큭..
그들을 다 묻고 난뒤 난 그곳을 빠져나와 학교 뒤 골목으로 걸어갔다.
그 골목에서 폐허가 된 집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얼마나 그렇게 쳐다보았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옆에는 경찰들이 다가오고있었다. 난 어떻게 된일인지 영문을 몰라 물었다.
"무슨일이죠...?"
"너가 이의민이지!!?"
"예. 제가 이의민 맞는데요 왜그러세요?"
그렇게 대답하자마자 그 경찰은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나에게 달려들어 손에 수갑을 채웠다.
"무슨짓이야!! 이게!! 내가 무슨짓을 했다고 이러는거야!!? 놔!! 으아아아아아악!!!!!!"
"무슨짓이긴!! 저기 폐허된 집으로 너가 죽인 학생들을 끌고가는 것을 누가 모를줄알어!!?"
"...........!!!"
순간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분명히 나는 완벽하게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시체를 끌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더 이상 발악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목격한거지..? 그리고 누가..?"
"니가 시체를 옮길 때 지나갔던 골목은 양옆이 벽으로 둘러싸여 범죄의 최적의 장소이긴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옆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사람이 그것을 목격했다.
세상엔 완전범죄란 없다. 너같이 삐딱한 녀석들은 세상에서 없어져야되 어!!?"
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설마 사람이 있을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난 생각이 바뀌었다. 여기서 잡혀 내 인생을 평생 감옥에서 썩힐수는 없기 때문이다.
난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다.
"놔!! 으아아아아악!!!!!!! 이 새끼들 다 죽여버릴거야!!! 으아아악!!!!"
내가 악을 쓰며 발버둥을 칠 때 나의손은 수갑에 긁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경찰들은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기절시켰다.
내가 깨어난 곳은 경찰서에 있는 구치소 였다. 반대편에서는 날 잡을 때 반장이라고 불리웠던 사람이 다른 한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그들의 말은 들리지않았다. 의민은 그곳에서 느끼는 외로움,고독감이 예전 자기가 자주가던 골목과는 또다른 분위기 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민은 지금 이곳의 고독감이 더욱 좋았다. 그리곤 생각했다.
'구치소 안에서 고독감이 이정도이면... 말로만 듣던 독방이라는 곳의 분위기는 어떨까..? 사방이 막혀있고 그 좁은 공간..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그곳..' 의민은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의민은 점점 외로움과 고독감에 취해갔다.
"반장님, 살인사건의 용의자 신상조사가 끝났습니다."
"그래?. 좋아 설명을 해주게."
"예. 먼저 저 의민의 부모님에게 알아본 결과, 의민은 어렸을때부터 주위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초,중학교를 거치면서 의민은 아이들과 가까워지지 못했고 그 결과로 따돌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학교에서의 그 따돌림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집에만 오면 활발한척 하는 의민을를 보기가 안쓰러워 모른척하고 의민을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와서는 조금더 활발해 지길 원했었는데 설마 이런식으로 상황이 악화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합니다.
초,중학교를 거치면서 의민은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외로움이라는 놈과 친구관계를 맺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그 외로움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죽여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흐음... 그래..? 왕따로 인한 사회적 반항심이 너무 커져버리고.. 어쩔수 없이 외로움을 친구로 선택한 거구만... 아무튼, 이제 저 아이를 어떻게 처벌해야될지 곧 연락이 올걸세.. 우선 범죄 용의자인 의민이를 만나 보도록 하지."
그들은 의민이 있는 구치소를 향해 걸어갔다. 의민은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의민!! 넌 사람을 죽였어!! 그래서 이렇게 경찰서에 잡혀와 놓고 그렇게 편안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뭐지!!?" 경찰은 흥분해서 소리쳤다.
의민은 편안함과 고독감을 느끼고 있는 자신에게 갑자기 다가와 소리쳐 분위기를 깬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을 보며 의민은 웃음이 나왔다.
"큭큭..킥!...큭큭큭..."
편안함과 고독감을 한껏 즐기고 있던 자신을 방해한 인물들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보았다.
'경찰1, 경찰2, 경찰3.......'
의민은 그들을 한명 한명씩 자신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