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베트남 7박 9일 여행기.4
확실하게 달랏은 평균기온이 다른 베트남 지역과는 달리 차가웠다.
종일 중심가를 돌아다니는 여정이라 평소보다 늦게 호텔 조식을 먹었다.
낮동안 달랏 관광을 마친 뒤에 판티옛 무이네까지 버스로 5시간을 달려야 하대서 여장을 챙겨 버스에 실었다.
버스를 타고 죽림사를 방문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을 오른 다음 걸어서 산속으로 올라갔다.
승복을 입은 젊은 스님들이 보였고, 잘 꾸며진 정원과 대숲 산책길이 싱그러웠다. 수도원으로 적합한 곳이었다.
보도 곳곳에는 기이한 분재 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으며 커다란 호수에 윤슬이 일어 한층 더 서늘하였다.
보트를 타고 진흙 공원으로 간다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베트남 특산 땅콩을 삶아 파는 이들이 몰려 들었다.
‘원 달러’를 외치다가 1만 동에도 한 봉지 담아주었다.
손톱 밑이 새까매서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한국산보다 굵기는 작았으며 맛은 비슷했다.
배를 타는 곳으로 이동해서 2척에 나누어 탔는데, 일행 중 한 분이 닻줄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모두 가슴이 철렁했지만,
다행스럽게 큰 부상은 아니어서 한숨 돌렸다.
호수를 달린 배가 20여분 만에 기슭에 도착했고,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곧 도착해서 진흙 공원까지 실어주었다.
진흙 공원은 베트난 특유의 점성을 지닌 홍토를 이용해서 도마뱀 원숭이 기차에 이르기까지 온갖 모형을 제작 비치해서
소위 설치미술을 시도한 곳이었는데 어린 관람객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홍토’의 특성은 땅속에서는 부드럽지만 물과 무슨 물질을 섞으면 시멘트 반죽처럼 변해서 모형으로 굳힐 수 있다고 한다.
베트남 곳곳에 조성된 형상물이 다양하고 기기묘묘한 것도 이해되었다.
다른 일행들은 워낙 걷기에 익숙해져서인지 쌩쌩했지만 지인 한 분과 나는 많이 걷는 것에서 빠지기로 했다.
일행들이 모두 나올 때까지 정문 앞 가게에서 2만 동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주문해서 마셨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다딴라 폭포로 향했다.
협곡 아래 폭포까지 레일바이크 길을 깔고 2인승 루지를 탄채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스릴 만점의 관광명소였다.
절반 이상이 한국인 관광객이었고, 내 외국인이 뒤섞여 혼잡을 보였다.
3단으로 쏟아지는 폭포 곁에 거대한 킹콩 형상을 세워 둔 것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단체 사진을 여러 장 찍은 다음 루지를 타고 정상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슬슬 허기가 차올랐고, 베트남 가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유명하다는 쌀국수를 먹고 싶었지만 볶음밥과 해산물 스프로 채소샐러드로 허기를 달랬다.
다음 행선지는 베트남 응웬 왕조 마지막 황제 바오다이가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다는 곳을 돌아봤다.
웅장하면서도 아늑하여 왕족의 쉼터가 될 만 했다.
다음 방문지는 세계 10대 창의적 건물 중 하나라는 크레이지 하우스였다.
베트남 독립운동가이자 2대 국가주석이었던 쯔엉찐의 딸인 건축가 비앳나가 건축을 시작했고,
아직까지 증축하고 있는 중이라 했는데, 거대한 열대식물의 기괴한 뿌리 엉킴을 이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건축 양식이 아니어서 주목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살이 내리기 전에 한국식당으로 가서 이른 저녁 식사를 마쳤다.
우리 일행이 달랏에서 식사를 한 곳이 거의 같은 동네에 위치해서 식사 때마다 같은 도로를 이용하다보니 주변 풍광이 눈에 익어 있었다.
달랏에서 판티엣 무이네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했으며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았다.
길은 꼬불꼬불했고, 주변은 어두웠다.
가끔 불빛이 보이면 작은 동네를 지나는 것이었고 이내 적막강산으로 들어서길 반복하여 모두가 졸다 깨다 하며 판티엣으로 다가 갔다.
달랏에서 5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는데 9시 반경에 도착했으니 운전기사가 베테랑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판티엣이 바닷가 도시이고 무이네는 아주 자그마한 고을이라 더니 호텔은 매우 커다랬다.
로비에서 묵을 방 배정을 받고 흩어졌다. 여정 중 처음으로 씻지 않고 곯아떨어졌는데,
아내는 내가 코를 심하게 골아서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며 투덜거렸다.
첫댓글 언젠가 베트남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선생님 일행이 다녀오신 곳을
따라서 가봐야겠습니다.
이렇게 상세히 올려주시니 동행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기본 상식을 가지고 가면 훨씬 많은 게 담기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