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바스코 소스의 원료가 되는 타바스코 고추. 익어가면서 노란색에서 오렌지, 빠락ㄴ색으로 바뀌며 매운맛과 함께 샐러리 향도 지니고 있다.
하바네로 고추. 멕시코 고추로 아바네로라고도 하며 예전에는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져 있었으나 인도의 부트졸로키아 고추가 등장하면서 공식적으로 세번째 매운고추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 1위에 올라 있는 부트졸로키아는 인도 동북부 아삼주의 테즈푸르 구릉지대에서 자란다.
일명 귀신고추라고도 부른다.
고추는 우리 식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전통 식품이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고추의 매운 맛이 경기불황일 때 더욱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매운 맛은 기운을 발산하는 성향이 있어 마음 속에 고여 있는 우울함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추의 독특한 색과 맛은 김치,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의 감칠맛을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전통적인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채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고추의 매운맛이 음식의 풍미를 향상시키고 식욕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주목할 만한 생리작용을 한다고 알려지고 있어 고추의 기능성과 고추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인구 4명 중 3명은 고추를 먹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특별히 고추를 많이 먹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고추 소비량은 건고추 기준으로 4㎏ 정도를 소비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양이다.
◆고추의 역사
고추는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으로 안데스산맥 동부의 아마존강 상류지역 즉, 페루와 볼리비아의 접경지 또는 파라과이와 브라질이 접하는 지역에 야생종들이 주로 분포한다.
멕시코에서 기원전 6천500년경의 유적으로부터 캡시쿰안눔(C. annuum)으로 추정되는 종류가 출토됐고, 기원전 850년경에는 확실히 고추를 재배해서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
야생동물을 수렵하고 야생 식용식물을 채집해 식량으로 이용하던 고대인들에게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건조시켜도 먹을 수 있는 고추가 획기적인 식용식물로 여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추는 들짐승들의 고기나 물고기를 장기간 보존하고 그 냄새를 중화시키는데 효과가 있으며 식욕을 촉진시켜주고 비타민 A와 C가 많아 이용가치가 높은 중요한 채소이다.
고추의 재배역사는 1400년대 말. 처음 아메리카에 갔던 콜럼버스가 유럽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도중에 분실했고, 실제로 서양에 가지고 온 것은 포르투갈인설이 있다.
유럽에서 인기 있던 후추처럼 사용하려고 가지고 갔었으나, 맛이 너무 매워서 결국 관상용 정도로 키웠었다고 한다.
당시 후추는 유럽에서 음식의 맛을 돋워주는 향신료로써 인기가 좋아 부의 척도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고추의 영어명이 red pepper(붉은 후추) 또는 hot pepper, chilli pepper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칠리(chilli)의 어원은 중앙아메리카 원주민의 방언에서 유래가 됐다고 한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고추를 먹었을까?
고추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왜군이 독한 고추로 조선인을 독살하려고 가져왔다는 속설도 있다.
일본 전래설의 근거는 광해군 6년(1614년) 이수광이 저술한 ‘지봉유설’에서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됐다고 해서 이를 ‘왜개자(倭芥子)’라고 불렀다.
영조 때 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고추를 ‘왜초(倭椒)’라고 했다.
중국에서 전래됐다는 설도 있고, 임진왜란을 전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고추가 다시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설도 있다.
또 임진왜란 발발 100여 년 전인 1489년에 간행된 ‘구급간이방’에 고추를 뜻하는 한자 ‘초(椒)’자와 고추의 옛 한글 표기인 ‘고쵸’가 명시돼 있는 사실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고 이보다 앞선 1433년의 ‘향약집성방’과 1460년의 ‘식료찬요’에 나오는 ‘초장(椒醬)’이 고추장을 가리킨다는 설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고추의 재배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해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고추의 효능
고추는 상상을 초월하는 매운맛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가 하면, 상쾌한 단맛으로 기분을 좋게 한다.
수분과 비타민 A,C,P, 캡사이신 등 우리 몸을 노화로부터 지켜주는 다양한 영양성분을 풍부하게 지녔다.
매운 맛의 성분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capsaicin)이다.
캡사이신은 과실의 태좌와 격벽에서 만들어지는데 개화 2주일 후부터 생기기 시작해 3주일 후에 최고치에 달한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에는 암세포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해 암세포를 죽이고 억제하는 발암억제제 또는 항암효과가 있다.
또 암을 유발하는 활성산소와 유해산소를 예방하는 베타카로틴도 풍부하다.
특히 고추씨는 인체의 모든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이자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이 풍부하며 캡사이신이 풍부해 항균작용과 항암효과도 있다.
고추의 칼로리는 100g당 20kcal 정도로 낮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체지방을 연소시키고 체내 열 발생을 증가시켜 에너지 소모량을 늘림으로써,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뿐만아니라 고추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 시 나타날 수 있는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고추의 매운 성분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지방분해를 높여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운동을 한 것처럼 기분이 개운해진다.
또 뇌신경을 자극해 통증 억제 호르몬인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고추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뀌어 다양한 생리효능을 낸다.
비타민 A는 야맹증 예방과 면역력을 증진시키며,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세포 노화를 지연시키는 성분이다.
특히 상피세포 분화과정을 원활하게 해주며 피부를 건강하게 해준다.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데, 특히 베타카로틴은 폐암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추에는 감귤의 2배, 사과의 30배 정도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큼직한 풋고추 4~5개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에 필요한 영양성분으로 피부에 탄력을 주며, 조혈작용을 하는 철분의 흡수를 도와 신체에 활력을 준다.
또한 면역력을 높여주고 중금속에 의한 독성을 예방하는 작용도 한다.
무더위로 기력이 약해진 여름에는 풋고추를 한두 개 먹으면 효과가 있다.
고추 껍질에는 피부를 보호하고 노화를 막는 항산화효과와 항염효과가 우수한 비타민 P가 들어 있다.
비타민 P는 비타민 C 파괴를 막으면서 작용을 도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 둘의 항산화작용을 통해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고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염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김치는 대표적인 젖산 발효식품인데 이 젖산의 작용으로 김치맛이 산뜻해지며 인체에 해로운 병원균도 사멸된다는 연구발표로 김치의 비밀이 밝혀진 바 있다.
고춧가루로 제맛을 내는 김치의 영양이 바로 고추의 캡사이신이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식욕과 에너지 섭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대사와 관련된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지방축적을 막는다고 하고 고추로 만든 고추장에도 마찬가지로 비만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추의 종류
고추는 크게 두종류로 나뉜다.
크기가 크고 매운맛이 덜 나며 단맛이 강한 파프리카류 고추와 주로 열대지방에서 재배하는 작고 매운맛이 강한 칠리류 고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매운맛의 대표 주자인 청양고추는 칠리류 고추 가운데 매운 단계가 중간쯤이라는 사실이다.
칠리류 고추 중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인도의 졸로키아이며, 그다음으로 멕시코의 하바네로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롬복과 프릭키뉴(쥐똥고추)가 있다.
매운맛을 표기하는 단위는 스코빌 지수(SHU·Scoville Heat Unit)로 매운맛의 원료인 캡사이신이 1천만 스코빌인데 이 고추들은 10만~100만 스코빌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아주 극소량만 넣어서
살사 소스 등의 소스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태국
요리의 소스로 많이 사용하는 룸복과 프릭키뉴는 처음에는 매운맛이 강하지만 입안에서 그리 오래가지 않고 뒷맛이 개운한 게 특징이다.
이에 반해 청양고추는 시간이 한참 지나도 매운맛이 남는 한마디로 ‘뒤끝 있는 고추’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요리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추는 쓰촨고추인데, 매운맛만큼이나 단맛도 있어 사천요리에 두루 쓰인다.
고추의 매운맛은 단위, 무게, 당, 얼마만큼의 캡사이신이 포함돼 있는가로 표시하거나, 스코빌 단위로 나타낸다.
고추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국제 표준은 스코빌 척도이며 스코빌 매움 단위(SHU)로 계량화해 표시한다.
이것은 1912년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어떤 고추가 매운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작성한 기준이다.
기준은 매운맛이 순한 피망을 ‘0’으로 기준을 정해 놓고 그 등급을 표시한다.
이 매운맛 등급은 고추 샘플에 어느정도의 설탕물을 섞어야 매운 맛이 없어지는지를 기준으로 등급을 만드는데, 그 등급의 단위가 바로 ‘스코빌’ 이다.
지금은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라는 장비로 캡사이신의 농도를 직접 측정해 단위를 잰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청양고추
청양고추는 아주 매우면서 칼칼한 맛이 특징이며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고추성분과 달리 캡사이신의 양은 30%로 적으나 당 성분은 다른나라 제품에 비해 2배나 많다.
조선에는 1500년대 말에 고추가 들어온 이후 1700년대에 광범위하게 고춧가루가 쓰여지기까지 거의 150여 년 넘게 품종개량이 있었다.
그 동안 계속된 품종개량으로 우리 조상은 덜 매운 고추종자를 만들어내게 됐다.
캡사이신은 매운 유전자가 열성이므로 교배를 통해서 덜 매운 고추종자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먹는 덜 매운 한국산 고추로 우리 조상들은 고춧가루가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착안해, 고춧가루를 쓰되 너무 맵게 되지 않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1700년대 초가 되면 순창고추장 등 고추장 제조법에 대한 자세한 기록들도 나오게 된다.
초기의 김치는 그저 소금에 절여서 묵힌 채소에 불과했지만, 고추가 전래된 이후 17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김치의 맛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고춧가루의 사용은 소금의 사용을 줄일 수 있었기에 농가에서도 직접 농사를 짓게 됐다.
일부 지방에서만 나는 소금을 사오는 것보다는 밭에서 기르는 것이 훨씬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추는 특별히 외국의 다른 고추 품종들 보다 단맛이 많다.
고추 고유의 특성인 매운맛과 단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우리나라 고추만의 독특한 감칠맛을 낸다.
청양 고추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매운고추로 1980년대 초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품종이다.
청양 고추는 다른 고추 품종들과는 달리 강한 매운맛 뿐 아니라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구수한 맛과 감칠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별히 톡 쏘는 과실 향 성분이 일반 고추 품종의 200배나 높게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양고추는 한때 충청남도 청양군에서 이름을 딴 것이라는 설이 유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청양고추는 제주산 고추 품종을 태국 고추와 잡종한 것을 경북 청송군과 영양군에 시험 재배해 청송의 ‘청’자와 영양의 ‘양’자를 따서 붙은 이름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원래 식품회사에서 커리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매운 맛을 내는 고추를 국내생산하기를 원해서 중앙종묘측에 의뢰해 시험 재배한 것이라고 한다.
근래에 매운 맛 붐이 일면서 청양고추를 바탕으로 훨씬 매운 월남 고춧가루를 혼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청양고추의 매운 맛은 4000~1만 스코빌로 중국 요리에 사용되는 중국고추에 비해서도 턱없이 약하다.
중국인들은 청양고추를 먹어도 별 다른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중국 고춧가루제품. 인도에서 전파된 중국고추는 예전의 유럽처럼 매운맛이 너무 강해 일부지역에서만 새로운 향신료로 사용이 됐다.
청양고추의 매운 맛은 품종에 따라서는 외국산 고추에 비해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고춧가루로 양념해서 절인 할라피뇨를 먹는다.
최근에 일고있는 매운맛 열풍은 사회적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운맛을 찾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유행하는 강한 매운맛이 대부분 수입고추와 캡사이신 소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산ㆍ태국산ㆍ멕시코산 고추는 캡사이신 함량이 청양고추보다 7~20배나 많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
또 캡사이신 소스는 강한 매운맛을 손쉽게 낼 수 있다.
그러나 수입고추는 생산ㆍ가공ㆍ유통 과정에서의 안전성이 우려되고, 수입 캡사이신 원액에 산도조절제ㆍ유화제ㆍ합성보존료 등이 첨가된 캡사이신 소스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