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에서는 한창 전장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마계에서는 절대적으로 마족이 강하고 천계에서는 천사 군이 막강하기 때문에 두 성과 마의 전쟁은 언제나 공존 계에서 일어나기 일수였다. 전쟁은 천계와 마계가 일으키지만 피해를 입는 것은 언제나 공존 계의 인간들이었다. 이번 싸움 역시 전쟁이 공존 계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천계의 전군 지휘권을 맡은 메타트론은 이번 전쟁의 피해 지를 사라스의 수도인 체비스로 결정 짓고 천계 군을 진군시키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계를 꼭 멸망시켜서 신의 진노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벨제뷔트가 다짐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미카엘이 동의했다.
-꼭 벨제뷔트와 디케이를 무찌를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들의 진군. 그것은 온 하늘을 수놓았다.
마계군 역시 천계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사라스의 체비스로 향했다. 온통 검은 옷에 검은 머리카락. 그들의 모습은 천계군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선두에서 그들을 이끌고 있는 자는 마계의 2인자와 3인자. 벨제뷔트와 마르베스였다. 그들 역시 비장한 각오를 지니고 있었다.
사라스의 체비스.
사라스의 수도답게 체비스는 활기를 띄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장은 열었고, 각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방문으로 더욱 더 번성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활기도 잠시 평화로움을 깨고 하늘과 땅에서 흰옷의 천사들과 검은 옷의 마족이 체비스 한가운데서 격돌을 벌이자, 하늘에는 천계군. 지하에는 마계군의 출현으로 체비스는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체비스 시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초반에는 천계 군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계의 힘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가만히 후방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우리엘이 나섰다.
-대천사장님. 제가 나가서 마계군을 휩쓸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라파엘이었다. 그는 물의 천사장으로서 우리엘의 바로 위의 계급이었다.
-알겠소. 그들의 활약을 기대하겠소.
메타트론의 허락이 떨어지자 두 천사장은 전장으로 재빠르게 나아갔다. 두 천사장의 활약으로 전세는 잠시 뒤집어진 듯 했다. 그러나 그 기세도 얼마 가지 않아 꺾였으니 마르베스의 등장으로 인해서였다. 마르베스는 두 천사장을 발견하고는 둘을 향해 돌진해왔다.
"거기에 있는 두 천사장들은 나의 도전을 받아라!!"
-저 자는 벨제뷔트의 보좌관인 마르베스!!"
우리엘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마르베스의 날카로운 레이피어(Rapier)가 찔러 들어왔다. 푸른빛을 뿜어대는 마르베스의 검은 두 천사장으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들었다.
"막아 보시오!!"
먼저 우리엘이 가즈 쉴드로 막아냈다. 그러자 그 상태로 마법을 날리는 마르베스. 파이어 볼이었다. 불덩어리는 라파엘에게 날아갔다.
-윽! 검을 사용하면서 마법까지 하다니...
라파엘은 힘겹게 아쿠아 쉴드를 쓰며 파이어 볼을 막아냈다. 마르베스는 자신의 공격이 두 번 다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천계의 천사장도 별 거 아니군..."
-뭐? 지금 우리를 도발하려는 거냐?
"아니오... 아니오... 난 단지 그대들의 무지함에 웃음이 나온 것뿐이오."
-무지라니!!
"설명해 드릴까요? 우선 우리엘. 그대는 내 검에 무턱대고 가즈 실드를 소환했소. 내 검에는 검기가 실리지 않았는데 말이오. 그대는 유체니까 검기가 실리지 않은 어떠한 무기에도 피해를 입지 않을 텐데 말이오...."
마르베스의 말에 우리엘의 기분이 매우 상한 듯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르베스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라파엘. 그대는 분명 물의 천사장이 아니오? 나의 파이어 볼은 불의 속성을 지닌 마법... 그대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못하오. 그런데도 아쿠아 실드를 소환해서 막아내다니... 진정한 전투를 모르는군요..."
-저런...
"오오!! 너무 화는 내지 마시죠. 저의 공격이 갈 테니까요. 조심하셔야 할겁니다."
다시 마르베스의 검이 찔러 들어왔다. 이번에는 검기가 실린 검은 레이피어. 우리엘은 검의 등 부분을 쳐서 검을 부러트리려고 했으나 마르베스의 검기가 워낙 강했기에 되레 자신이 밀려나고 말았다.
-윽... 강하군... 역시 마계의 2인자.. 아니 3인자...
"후후후... 자 다시 갑니다!!"
다시 마르베스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아니, 마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르베스의 순수 마기. 시커먼 마기였다. 그는 그 마기를 사방으로 뿜어냈다. 수십 가닥으로 갈라진 마기는 우리엘과 라파엘에게로 날아갔다.
-으으.. 피해!!
그러나 이미 늦었다. 우리엘은 어깨를 이미 공격당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선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인간의 피와 같은 그들만의 연기가.
"자, 우리엘 천사장은 반쯤 이겼으니 라파엘 천사장님에게로 공격해볼까요?"
마르베스는 라파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기도를 올리고 있는 라파엘이 있었다. 그는 우리엘이 마르베스에게 공격받을 동안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본 마르베스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라파엘은 기도를 끝내고 마르베스에게 손가락을 뻗고 있었다.
-아쿠아 랜스(Aqua Lance)!!!
라파엘의 외침이 전장에 울리자, 그의 손가락 끝에는 푸른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것은 마르베스를 향해 뻗어나갔다.
"이런... 천사장만의 고위 기술을 쓸 줄은..."
길다란 물의 창. 그것은 마르베스의 움직임을 따라 재빠르게 움직였다. 마르베스는 눈을 감고 검을 땅에 박더니 외쳤다.
"빛과 대적하는 어둠의 무리. 그 무리의 제일이 되시며 그 어둠을 통치하시고 빛의 파멸을 이끄시는 분이시여. 지금 나에게 임하셔서 저 빛의 아들을 처단하게 하옵소서!!"
마르베스의 주문이 끝나자, 갑자기 그의 앞에 디케이의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겨우 라파엘에게 공격을 당하다니... 마르베스. 그대도 별 수 없구려.
디케이의 등장과 함께 마르베스의 앞으로 아쿠아 랜스가 돌진해 왔다. 디케이는 우습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물줄기를 쳐냈다. 디케이의 손을 맞은 라파엘의 물줄기는 체비스 왕성에 처박혔다. 요란한 진동음. 디케이는 가볍게 미소 지었고, 라파엘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디케이가 라파엘에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갔다. 라파엘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디케이가 물었다.
-너는 네게 신이 함께 한다고 믿는가?
-그, 그렇다!!
-오호? 그래? 그렇다면 네가 위험에 처했을 때, 신께서 구해주실 것을 믿고 있나?
-그렇다니까!!!
-그렇다면 지금 떨고 있는 네 손과 발... 그것은 뭘 뜻하는 거지?
-... 시, 신의 이름으로 명하나니... 비, 빛에 대저, 적하는 자. 즉, 어둠....컥!!!
라파엘의 기도는 계속해서 연장되지 못했다. 디케이가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흥. 웃기는군. 신이 정령 자신을 구원해 줄 거라고 믿다니. 과연 천사장다워.
-으윽...
라파엘은 안간힘을 써 디케이의 공격을 벗어나려 했지만 꿈쩍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디케이가 라파엘의 못을 놔 버렸다.
-큭....
라파엘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피를 토해냈다.
-가서 너의 그 위대한 신에게 전해라. 난 절대로 신에게 항복할 생각이 없다고 말야. 설령 내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신의 저주가 있을 것이다!!
라파엘이 그렇게 외치며 천계로 향한 날개짓을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천사들도 천계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디케이가 가벼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고귀하신 신의 사자가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의외인걸... 크크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