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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1학년
고려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2006년 2월 말, 졸업을 1년 남겨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많았던 시기였다. 원래 전공은 전자공학과였고 내 전공에 대해서 만족하고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해 왔었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들은 막연하고 두렵기만 했었다. 대학원으로 진학을 할지 취업을 결정할지 고민하고 있던 내게 가장 먼저 의학/치의학 전문 대학원에 대한 얘기를 하신 것은 부모님이었다.
부모님과 많은 상의를 하고,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진 끝에 의학/치의학 전문 대학원에 도전을 해 보기로 결심을 했다. 하지만 그 시기는 이미 3월이었고, 알아본 결과 내가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설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나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는데, 8월 말에 있는 시험 준비를 보통은 9월부터 준비하거나 늦어도 1월부터는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많은 부담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하기로 했으면, 이미 남들보다 많이 시간이 모자란 나로서는 남은 시간을 최대한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로 맘을 먹었다. 이미 절대적인 시간으로는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누구보다도 효율적이고 집약적으로 공부를 해서 성과를 올리자고 다짐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나의 전공은 전자공학과였고, 이전에 생물 과목은 배워본 적이 전무했다. MEET/DEET 시험 과목 중에서도 물리와 화학은 공대에서 1학년 때 기초과목으로 배운 것이 전부였고, 생물과 유기화학은 지금껏 배워본 적도 없는 과목이었던 것이다. 서울대에서는 선수과목으로 생물과 생물실험까지도 요구하고 있었으므로, 4학년 1학기에 학교에서 개설하는‘일반생물학’과‘일반생물학’실험을 들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상태에서 학원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학교 수업 후에 학원에 가기 쉽도록 되도록이면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원으로 선택을 하여 생물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생물학 수업은 정말 쉽지 않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생물학의 기초개념들조차도 그 당시에는 처음 배우는 내용이라 너무 생소하고 어렵게 다가왔다. 게다가 학교생활과 학원, 그리고 시험 준비까지 병행해야 하는 생활을 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부족했고 체력적으로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중간 중간에 내가 과연 옳은 선택을 하여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의구심도 수도 없이 많이 들었었고, 차라리 그냥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는 등 슬럼프의 시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자면 그 때 포기하지 않고 일단 한번 부딪혀 보자 생각을 했던 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힘들고 상황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일단 한번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여태까지 해 온 게 아까워서’ 라는 생각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도 나는 별로 해 놓은 것이 없었으므로.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떠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것 같았고, 나중에라도 그 순간을 회상했을 때 단 한 번의 후회도 없을 정도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보자는 각오로 다시 시작했다.
먼저 언어영역. 솔직히 말해서 언어영역은 시간을 내어서 공부하지 못했던 과목이었다. 워낙에 다른 과목들을 공부하기에 너무 바빴기 때문에, 언어영역을 공부할 시간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언어영역은 물론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서 공부해야 하는 과목임에는 분명하고, 앞으로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도 언어영역도 다른 과목들만큼이나 무척 중요하고 시간을 투자하여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지만 언어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참으로 다행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적으로 언어영역을 공부할 시간이 없었지만,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고 이과계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언어와 논술 등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영역은 물론 결코 쉽지 않은 과목이고, 사람마다 체감하는 어려움이나 편차가 너무나도 큰 과목이다. 하지만 절대로 공부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 과목이라거나 처음부터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정해져 있는 과목도 아니다. 꾸준히 공부하면서 배경 지식을 넓히고 언어영역 문제들이 요구하는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것을 잘 이해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연과학추론 I 은 상대적으로 나에게 많이 어려웠던 과목이었다. 생물을 전공한 많은 사람들에 비해서, 불과 시험 몇 개월 전에 처음으로 생물이라는 것을 접한 나에게는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책을 한번 한번 읽어 나갈 때 마다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생물 과목에 대한 기본서로 “기린책”(올해부터 새로운 판이 나왔다고 하는 것 같지만)으로 공부를 하고 그 외에도 분자생물학이나 생리학 책등을 보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여러 권의 책을 보는 것 보다는 한 권을 보더라도 그 책을 100% 다 이해할 정도로 꼼꼼하게 여러 번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의 이러한 생각은 내가 준비하는 시험에 있어서는 나에게 최적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나는 “기린책”을 다섯 번은 넘게 읽었다. 맨 처음에는 한 챕터를 읽는 데만도 두 시간 정도가 걸렸지만 나중에는 이십분 정도 읽으면서 그 챕터의 내용을 머릿속에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반복해서 책을 읽어 나가면서, 처음에는 아예 기초도 없었던 생물 과목에 대해서 전체적인 틀을 머리 속에 만들 수 있었으며 그렇게 체계적으로 기본적인 굵은 뼈대를 만들어 놓는 것이 사고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었다.
자연과학추론 II 는 그나마 다른 과목들에 비해서 처음 시작하기에 조금이나마 더 익숙한 과목이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1학년 때이긴 하지만 학부 때에 일반 물리학과 일반 화학 공부를 했었고, 그래서 조금은 더 쉽게 공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리는 전공과도 가장 많이 관련이 있어 자신 있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수월했다. 물리와 화학은 우선 “할리데이”와 “옥스토비”책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내용을 한번 정리했다. 책에 나와 있는 실험도 하나 하나 꼼꼼하게 읽어보고, 거의 모든 공식을 다 한번씩 증명 해 보면서 내용을 정리했다. 그런 뒤에 MEET/DEET 문제집을 풀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책을 보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이 방법 역시 나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어서, 짧은 시간동안에 내용을 전체적으로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조직적인 사고를 하면서 문제에 접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유기화학 과목이었다. 단 한번도 유기화학은 배운 적이 없었고 5월이나 되어서야 처음으로 학원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으며,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거의 7월이 다 되어서이니, 많이 힘든 것이 당연했다. 아무리 공부해도 감이 잘 잡히지 않고 외워야 할 것만 너무 많아 보이고 그렇다고 외우기 쉬운 것들도 아니었고.... 끝까지 유기화학이 너무 어렵고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아예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실제로 주위에서 자연과학추론 II 과목 중에서 점수가 너무 낮은 과목이 있다면 공부를 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나 찍는 것이나 정답률이 비슷하므로 차라리 그 과목을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 더 투자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에게 있어서는 유기화학이 그런 과목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봤던 모의고사를 비교해 보자면, 아예 유기화학을 배우기 전에 치룬 시험과, 유기화학을 공부하고 본 시험에서 나의 점수는 똑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해도 더 나아질 바가 없다면 차라리 다른 과목에서 점수를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끝까지 한 과목도 포기함이 없이 공부했던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고, 그래서 혹시라도 이러한 생각을 하는 수험생들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공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7월 모의고사에서까지 나의 유기화학 성적은 심하게 낮았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유례없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했던 것에 대해서 한없이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게 생각이 되었다.
영어 또한 굉장히 커다란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MEET/DEET 점수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영어 점수가 낮아서 불합격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많은 학생들이 MEET/DEET 시험 후에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하는데, 이때에 공부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나는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5월에 TEPS 시험을 보았었고, 서울대에서는 최저 제한 등급만 두고 있고 그 이상에서는 점수는 무의미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한번의 시험만 보고 더 이상 영어에 대한 압박은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고득점일수록 더 유리할 것이며 영어 성적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영어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9월부터 MEET/DEET 시험 이후에 그동안 공부하느라 잠시 미뤄두었던 많은 일들을 하느라 영어 공부에 소홀히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MEET/DEET 시험이 끝났다 하더라도 단지 시험만 끝난 것이지 아직 입시는 끝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9월부터 TOEIC 이나 TEPS 또는 TOEFL 학원을 다니면서 집약적으로 공부를 한다면 단기간에 점수를 많이 올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이 기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MEET/DEET 시험이 끝났다고 해도 아직 입시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2학기를 보냈다. 2학기에도 마지막 학기를 다니느라 계속해서 학교에 다니며 면접을 위한 준비를 했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소양을 쌓기도 하고, 친구들과 면접 스터디를 조직해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으며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면접 스터디가 실제 면접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되기 쉽듯이,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면접고사에 나온 것이 아니어서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상식을 많이 넓힐 수 있었고, 꾸준히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좋은 경험이 되었다. 공부를 하는 목적은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예상해서 그 문제의 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대비하는 것을 과정으로 삼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지식을 쌓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면접 스터디는 굉장히 보람 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6년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부터 갑자기 시험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서 공부하느라 바쁘게 몇 개월을 보내기도 하였고, 시험 이후에도 입학 전까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한 해였다. 실제로 그 시간들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를 한 기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 도움을 주었던 모든 많은 사람들에게도 깊이 감사를 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나의 20대에 있어서 참으로 뜻깊었던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통해서 한 층 더 성숙해 질 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2007년에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그때와는 많이 다른 상황에 마음가짐도 절로 달라지는 것 같다. 역시 지금도 힘든 공부를 하고 있지만, 수험생이었던 시절에 꿈꿔왔던 대학원생활의 좋은 점들로 인해서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로 1년 뒤에는 행복하게 웃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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