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말씀(11/24) : 연중 제34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 제1독서 : 다니엘 7,13-14. * 제2독서 : 묵시 1, 5ㄱㄷ-8
* 복음 : 요한 18, 33-37
33 그리하여 빌라도가 다시 총독 관저 안으로 들어가 예수님을 불러,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34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35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36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37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 <오늘의 강론>
우리는 지난 일 년을 그리스도와 함께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넘어 영원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은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는 이날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이 주간을 성서주간으로 지냅니다.
오늘의 이 축일은 일 년의 전례를 종합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전 삶을 종합하고 있습니다. 곧 전 구원사를 장엄하게 압축하고 있습니다.
<제1 독서>는 다니엘서 7장에 나오는 사람의 아들에 대한 환시입니다. 이 환시에서는 영원한 왕의 다스림 속에서 하느님의 창조계획과 구원계획이 완성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곧 천지창조 이래 펼쳐진 구원의 모든 사건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고백합니다. 곧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그 나라가 주어지고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다니 7,14)고 선언됩니다.
이는 그리스도께 부여한 왕이라는 의미가 한 시대나 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권자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 우주의 전권을 지니신 하느님의 권능과 천상적 신비를 드러냅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우주론적인 선상에서, 그리고 전 역사를 함축한 종말론적인 입장에서 왕으로 선포됩니다.
<제2 독서>는 요한이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쓴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이 편지에는 그리스도가 왕이라는 것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곧 왕이신 그리스도를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분”,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주신 분”, “우리가 당신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분”, “구름을 타고 오시는 분”, “알파요 오메가이신 분”이라고 선언합니다. 곧 그리스도께서 역사의 하느님이시며, 창조주요 동시에 완성자이시오, 우주의 통치자이시며, 우주공간을 넘어 시간의 왕이심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진정 예수님은 왕이신가? 대체 어떤 왕이신가? 예수님께서는 “랍비, 스승님은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요한 1,49)라는 나타나엘의 고백을 허용하셨지만,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 후에 군중이 왕으로 추대하려 했을 때는 자리를 피하셨고(요한 6,15), 예루살렘 입성 때는 왕으로 환호하는 것을 허용하셨지만(요한 12,13;루카 19,38), “당신이 유다인의 왕이요.”(요한 18,33.37;마태 27,11;마르 15,2;루카 23,2)라는 질문에는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다.”(요한 18,36)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왕국은 세상의 왕국과는 다르며, 왕이신 당신의 존재는 세상의 왕이라는 존재와는 다름을 선언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단지 예수님을 “왕”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왕직”의 신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곧 당신의 통치는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리에 의한 것임을 말합니다. 그래서 당신께서는 왕으로서, 이렇게 선언하십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요한 18,37)
따라서 당신의 “왕직”은 세상의 왕들처럼 모든 이 위에 군림하는 힘을 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진리를 증언하는 존재임을 말합니다. 곧 세상의 왕은 힘으로 세상을 자기 아래 복종시키려고 하지만, “그리스도 왕”은 진리로 세상을 창조하고 다스리고 건설합니다. 세상의 왕은 다른 이들이 자기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하고 자기를 위해 생명을 바치기를 바라지만, “그리스도 왕”께서는 먼저 신뢰로 사람들을 섬기시고 자신을 내놓으셨습니다. 곧 “종”으로서 섬김을 통해 왕직을 수행하십니다. 당신 스스로를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5;마태 20,28))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를 당신 왕국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참다운 왕의 모습입니다. 진리를 증거 하는 왕의 참모습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이 그리스도 왕국의 시민들입니다. 나아가서, 섬김으로 진리에 헌신하는 ‘그리스도 왕직의 계승자들’입니다.
그러기에, 이 나라는 우리가 이웃을 섬기고 자신을 내놓은 곳에 이미 와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진리이신 그리스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될 때, 진정 우리는 그리스도의 왕국의 백성이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왕이십니다. 아멘.
*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
주님!
당신의 나라가 세상 안에 있되 세상에 속하지 않듯,
당신께서는 위에 계시되 군림하지 않으시듯,
제가 세상 안에 있되 세상이 아닌 당신께 속하게 하고
섬김으로 세상을 비추게 하소서.
당신의 다스림을 받은 당신 나라의 시민이 되게 하소서, 아멘.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이영근 아우구스티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