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합격수기 공모전 - 장려상 수상작 |
"Work smart!"
이름 : 신중현 합격대학 : 2007학년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서울대 의대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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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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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정도의 직장 생활. 99년 외환 위기로 모두가 어렵던 시절 학교를 졸업해야 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취업을 선택해야 했다. 나름 치열한 경쟁과 점점 짧아 지는 실질적인 정년에 비해서 일상적인 업무 경험과 회사 생활로는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한 발전을 이루기가 어려웠고 점점 벽에 다가서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업무는 바쁘고 주변 환경은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쉽사리 공부를 시작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04년 중반 회사가 곧 합병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 학교로 다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였으므로 내게는 제 2의 인생과도 같은 의미가 있었다. 그 동안 경영 컨설턴트와 펀드 매니저로서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해외 MBA 취득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합병 계획 발표와 실제 합병까지 약 1년 정도 기간이 있었고 그 기간동안 제 2의 인생을 위한 여러 가지 옵션을 탐색해 볼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 MBA 준비 기간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국내 대학 경영 대학원에 먼저 진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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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
나는 투자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학교에서는 이론적인 환경을 가정하고 수학적이고 깔끔한 여러 가지 투자 이론들을 전개해 나간다. 하지만 실제 투자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론적인 가정의 한계와 급박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고,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패턴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호기심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뇌과학, 심리학, 경제학 영역이 융합하여 신경 경제학 (neuroeconomics) 이라는 분야가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이제 막 태동하는 분야를 순수 학문으로서 공부하는 것은 너무 위험 부담이 컸다. 따라서 나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눈에 띈 것은 의학이었다.
학업을 마친 후 연구직에 종사 하고 싶은데 순수 학문 분야는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 의학은 순수 학문과 응용 학문의 중간적인 성격을 띄고 있으므로 불확실성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내게 딱 맞는 선택이었다. 다시 말해서 나는 너무 늦게 시작하는 입장이므로 순수 학문 공부를 하다가 능력이 부족해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연구원이나 교수직을 얻지 못한다면 그나마 쌓아온 직장 경력도 쓸모 없게 되어 어디도 갈 수 없는 위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의학을 선택할 경우, 개업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해외 MBA 취득이라는 처음의 목표를 접고 의과 대학에 진학하여 뇌과학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분야로 진출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비용적인 면에서는 해외 MBA 취득과 의과 대학 진학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적인 면에서는 의과 대학 진학이 졸업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불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공부를 계속 할 생각이었으므로 시간적인 면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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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계획 - Burn Out |
드디어 2005년 5월 31일 회사를 그만두고 7월부터 의대 편입을 준비하였다. 의대 입학 준비를 위한 과목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으므로 문제가 매우 어렵게 보였던 MEET를 준비할 생각은 못하고 편입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 입장에서 의대 진학은 해외 MBA 보다 더 어려운 도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대학원 공부와 의대 편입 공부를 병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의대 편입 과목 기본반과 심화반을 동시에 수강하며 학교 수업도 수강했는데 오랜 직장 생활로 건강과 체력이 좋지 않던 나에게는 너무 무리한 스케줄이었다. 결국 12월 쯤 완전히 지쳐서 의대 편입 시험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중지한 채 휴식 기간을 가지며 1달 정도 여행도 다녀 오는 시간을 가졌다. 2006년 1년 동안 대학원을 휴학하고 의대 편입 시험 준비를 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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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시작한 MEET 준비 |
공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쉬다가 2006년 3월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니 큰 문제가 생겼다. 학원에서 아는 사람 없이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2006년에는 의대 편입이 실질적으로 없어 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1년 천천히 공부해서 의대 편입을 하겠다는 계획은 불가능해지고 급하게 MEET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더구나 대학원 입학을 위해 준비했던 TEPS 성적도 만료가 되어서 공인 영어 성적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처지였는데 대학원 입학 시험을 준비할 때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이때는 정말 난감했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출 수 밖에 없었다.
MEET가 있는 8월을 최종 점검 기간으로 잡으면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은 3월에서 7월까지 5개월 뿐이어서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특히, 연초에는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수업을 많이 들으면 하루 10시간 정도는 자야 맑은 정신으로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생활비 문제를 생각해서 서울에 있는 의전원에 가고 싶었지만 시간 부족이 너무 심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목표를 낮출 수 밖에 없었다. 우선 MEET 시험을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실력을 빨리 끌어 올려서 어디든 가능한 의전원에 지원하고 MEET 이후 이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의대 편입인 서울대학교 의대 편입 시험일까지 나머지 공부를 마치기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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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0 Rule |
경영 쪽에서 많이 언급하는 것으로 80/20 rule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한 답의 처음 80%를 알아 내는 것에 20%의 시간이 걸리고 나머지 20% 답을 알아 내는 것에 80%의 시간이 걸린다는 rule이다. 결국 먼저 할 것을 먼저 하라는 이야기 (First things first) 와도 연결된다. 나는 이 80/20 rule에 충실하기로 결심하고 만점을 위한 20%의 답은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입장에서 시간 투입 대비 효과가 적은 언어 추론과 유기 화학,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 물리학과 영어에는 시간 투자를 하지 않았다. 미뤄둔 부분은 MEET 시험 이후 보충하기로 마음 먹고 생물학과 화학에만 집중했다. 생물학과 화학의 경우에도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 지엽적인 내용까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시간 운용에 있어서는 건강과 체력 문제로 잠을 줄이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잠은 자고 싶은 대로 자고 공부하는 동안 집중적이고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하는 중간 중간 휴식 시간도 충분히 가졌다. 하루 시간을 3세트로 나누어 활용했는데 3시간을 한 세트로 잡고 1시간 30분 공부하고 30분 쉬고 나머지 1시간 마저 공부하는 방식으로 했다. 오전에 1세트 생물을 공부하고 오후에 1세트 화학, 저녁 시간에 1세트는 학원 수업을 듣는 식으로 공부했다. 80/20 rule에 충실하기 위해 생물은 라이프, 화학은 옥스토비로 범위를 한정했다. 학원 수업을 들어도 교과서 내의 내용이 아니면 그 자리에서만 보고 특별히 더 공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과서는 세밀하게 읽어서 라이프 한 챕터에 2세트, 옥스토비 한 챕터에 1~2세트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다. 문제 풀이는 개인적으로 할 시간이 없었으므로 학원 수업에만 의지했는데 결과적으로 MEET에서 시간대비 만족스러운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나중에 드는 생각이지만 MEET를 위해 짧은 시간 공부하는데 옥스토비로 화학을 공부한 것은 80/20 rule에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화학 교과서를 맥머리정도로 한정하여 공부했더라면 좀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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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
그 다음 문제는 학교 선택이었다. 내가 받은 MEET 점수는 수도권 의전원 경우 학원 분석 자료 상 합격 가능 수준 정도였으므로 안심할 수 없었는데 꼭 합격할 수 있는 의전원에 지원하고 싶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 의전원이나 경북 의전원은 나에게 기회였다. 이 의전원들은 서울의 어느 의전원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MEET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제 2 도시에 있다는 점과 영어 점수를 더 중요하게 고려할 것 같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부산 의전원에 지원했다. 특히 면접에 있어서도 부산 의전원은 집단 면접 방식에다가 전문적인 전공 문제가 나오지 않으므로 아무래도 직장 경험을 해 본 나에게 유리 했고 MEET 이후 서울대 의대 편입 준비를 위해 면접 준비를 특별히 하지 못해도 별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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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이후 편입시험 준비 |
계획대로, MEET 이후에는 서울대 편입 대비 학원 수업을 통해 진도 관리를 하며 전 과목 복습을 했고 개인적인 공부 시간은 문제 풀이에 할애했다. 서울대 편입의 경우 옥스토비나 할러데이 연습 문제 풀이를 권하는데 남은 4개월 정도 시간 동안 두 과목 모두 연습 문제를 푸는 것은 분량 상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화학에 집중하기로 하고 3개월 정도는 옥스토비 1권의 연습 문제를 푸는 것에만 집중했다. 물리학의 경우 최종 1달 동안 문제 풀이를 했는데 양을 줄이기 위해 배원석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셨던 퍼펙트 물리를 풀었으나 시험 2-3주 전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그나마 시간이 모자라 퍼펙트 물리 각 단원의 예제 정도만 풀어 보았다. 나는 문제 풀이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고 자기 소개서, 추천서 등 준비 작업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처음 생각처럼 유기 화학을 깊이 공부하지 못하고 계속 미뤄두게 되어 걱정이었다. 생물도 자세히, 완벽하게 암기할 부분을 암기하려 했으나 역시 시간 할애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기 화학은 카보닐 이후 단원은 거의 포기하고 그 앞 단원들만 수업 시간에 나누어 준 문제 풀이를 할 수 있는 정도로 공부했는데 결과적으로 시험에서 유기 화학이 쉽게 나오고 카보닐 이후 단원 문제들은 나오지 않아 운이 좋았다. 생물의 경우 개인 공부는 못 할 것으로 판단하고 2007년 MEET 대비 스터디 팀에 참여해서 1주일에 1-2시간 정도 스터디 시간만 투자하여 기린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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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1차, 2차 편입시험 |
연말에 서울대 의대 편입 시험을 치렀고 다행히 1차 시험을 통과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통과했지만 학습 전략 상 실패였다. 화학이 무기 화학 영역에서 손도 댈 수 없게 출제되어서 화학에 집중한 나로서는 매우 아쉬웠다. 그 시간을 생물에 투자했더라면 2차 시험 후 마음을 덜 졸였을 것이다. 유기 화학이 쉬운 편이 아니었으면 화학에서 점수를 얻을 수 없는 정도였다. 물리의 경우, 계산은 복잡하지 않지만 충분한 개념 없이 공식만 외워서는 풀 수 없는 정말 좋은 문제들이 많이 나왔다. 생물은 평이 했으나 문제가 많아서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2차 시험은 논술과 면접을 보는데 나는 학력 고사 세대라서 논술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같이 시험을 준비하던 후배와 의료 윤리 분야에 대해 글 쓰는 연습을 한 번 해보고 수능 대비 EBS 논술 강좌 중 논술 대비 방법 부분만 무료 인터넷 강의로 공부했다. 2차 시험의 논술은 서울대 수능 논술처럼 2,500자가 아니고 3시간 동안 1,500자 문제였으므로 시간이 충분해서 학생들끼리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아 합격자 발표까지 마음을 졸였으나 결과적으로 합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2006년 시험 준비 초반에는 의대 편입이 거의 없어 졌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한 해 동안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열심히 강의해 주시고 밤 늦게 까지 많은 질문으로 귀찮게 해 드려도 친절히 답변해 주시던 학원 선생님들 덕이었다. 김영진 선생님, 채지형 선생님, 엄은미 선생님, 안항선 선생님, 권민 선생님, 배원석 선생님, 오을식 선생님 - 제게 가름침을 주셨던 모든 선생님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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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Smart! |
마지막으로 앞으로 시험을 볼 수험생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며 불안해 하지 말고 자기만의 페이스로 숲을 보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다. 다른 학생들이 여러 가지 전공 공부를 세밀한 부분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혼자만 뒤쳐진 것 같아 불안해 하기 쉬운데, 남과 비교하며 불안해 하고 고민하는 것에 시간과 감정을 소비하지 말기 바란다. 시험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가 오늘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 집중하여 공부했다면 고민할 필요 없다. 합격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면 합격할 것이다. 특히, MEET는 지엽적인 문제 보다 전체 개념을 조망하는 내용의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맞춰 먼저 해야 할 것을 먼저 해결 하며 나무보다는 숲을 보기 위한 공부를 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 생활 중 언젠가 밤늦게 까지 야근 하는 나를 보고 호주 출신 매니저 Alen이 해준 조언을 함께 나누고 싶다. 늦도록 열심히 일하는 것은 고마운데 work hard인지 work smart인지 잘 판단해 보고 work smart하기 바란다는 조언이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work smart해서 효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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