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시리즈 '인디애나 존스'의 실제 모델이 아닌가 추측을 낳은 미국 모험가이자 고고학자인 슈일러 존스가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AP 통신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의붓딸 카산드라 다루즈 비에이라마니언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인이 지난 17일 세상을 떠난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지난 6년 동안 의붓아버지를 돌봐 왔다고 밝힌 그녀는 “진정 그가 영원히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으며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삶을 산 매력 넘치는 남자였다"고 돌아봤다. 통신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존스는 캔자스주 위치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누이동생 샤론 존스 라버렌츠는 현지 일간 위치타 이글 인터뷰를 통해 오빠가 부친이 미육군에 부츠를 납품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초등 1학년이 되기 전에 이미 미국 모든 주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에딘버러 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자서전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그곳에서 사진작가로 일했다고 적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아프리카에서 4년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1956년에 펴낸 책 '아프리카 태양 아래'에 알제리 살라의 한 시장에 추락했는데도 운좋게 살아남은 경험담을 무용담처럼 적었다고 위치타 이글은 보도했다.
그는 나중에 그리스로 옮겼는데 독일어나 프랑스어 책들을 영어로 옮기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1958년에는 인도와 네팔을 돌아다녔다.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다 그 나라와 사랑에 빠져 뒤에 에딘버러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게 됐다고도 했다. 아들 피터는 부친에 대해 “사진을 좋아해 팔았지만 그보다 사람과 문화에 대해 훨씬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대학을 마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와 동부 외진 계곡에 흩어져 사는 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동시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 박사과정 공부를 병행했다. 나중에 옥스퍼드 대학 부설 핏 리버스 박물관 큐레이터를 거쳐 관장이 됐다. 은퇴한 뒤 대영제국 코맨더 훈장을 수여받았는데 작위 바로 아래 단계였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주인공 헨리 인디애나 존스 주니어 박사와 놀랄 만큼 닮은 점이 많다. 성이 같은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인디 박사의 아버지 헨리 시니어도 고고학자였고, 슈일러의 아들 피터 역시 고고학자다. 두 사람 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갈색 페도라를 쓰고 지낸다. 인디 박사처럼 슈일러 존스도 유물들은 박물관에 속한다고 믿었다.
위치타세지윅 카운티 역사박물관의 에릭 케일 관장은 고인이 2007년에 쓴 책 'A Stranger Abroad'에 일명 언약궤(Ark of Covenant)를 찾아 박물관에 기증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인디 박사가 영화 '레이더스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1981)에서 찾아낸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미국 정부는 이 유물을 취득하고도 이 영화가 개봉관에서 내려질 때까지 이를 비밀로 했다.
함께 일했던 출판업자 팻 오코너는 고인이 굼뜨거나 잘난 체하는 사람들에게 참을성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난 그처럼 재능있고 유능하며 동시에 친해지기 쉬운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당신이 지적으로 조금이라도 우월한 것처럼 굴어 신경을 거슬리면 끝장이었다.”
고인은 그 책에서 1980년대 인디 박사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마드라스의 박물관 관장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 맞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여관장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며 나중에 옥스퍼드 수강생들이 비슷한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했다.
존스는 리스 마곳 손데르가르드 라스문센과 결혼했다가 나중에 다루즈 비에리라의 어머니인 로레인과 재혼했는데 2011년 로레인을 여의었다. 그 뒤 여배우 카를라 번스와 사귀었는데 그녀 역시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아들과 6명의 손주, 6명의 증손주, 한명의 고손주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