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나라 역사여행(해귀이야기)

[원천식]

안녕하신지?

지난 번 '재미있는 중국역사 여행'이라고 사진을 몇장 올릴려고 했더니,

사진이 안올라가 무척 미안했다( 컴퓨터 조작 기술 미흡)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대신 글을 올린다. 제목은 오늘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생각이 나서 작성했다.

원천식이--

                <재미있는 우리나라 역사여행1_ 海鬼이야기>

오늘 아침(2006년 10월 10일) 모든 신문들은 북한의 핵실험문제로 매우 시끄럽다.

북한의 핵실험은 어떤 형태로든 동북아 안보와 동북아 평화구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북한은 크게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은 북한에 대한 제재, 즉 금수조치나 경제제재 등을 想定한 대북압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지고, 중국도 북한에 대한 배신감과 체면 손상에 대한 반감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어느정도 동참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오늘 조선일보를 읽다가,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黑人이 한반도에 언제 처음 왔는지에 대한 기사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흑인들을 전혀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조선시대 명나라 援軍을 따라온 병사 중에 흑인이 끼여 있었고, 명나라 장수 彭 遊擊(팽유격은 彭信古라는 사람을 말하는데, 여기서 遊擊이란 말은 遊擊隊(파르티잔)에 유격이지만 중국 명나라의 벼슬 이름임)이 조선의 선조임금이 베푼 잔치에서 신같이 용맹한 ‘神兵’이라고 흑인들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이에 조선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저것이 동물이냐, 사람이냐?’ 하면서 굉장히 신기해 했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전에 이런 흑인을 본 우리 선조들의 반응에 대한 기사를 몇 번 본 적이 있어 심심파적으로 우리 친구들에게 이에 관한 기사를 소개시켜 보고자 한다.

당시 명나라 장수들은 이 흑인들의 군사적인 능력을 크게 찬양하면서, 그들은 물속에서 헤엄을 치는데 귀신(海鬼)이라고 하면서, 물속에서 물고기도 잡아 먹고, 적선의 밑창을 뚫어 적을 섬멸하는데 귀신이라고 소개시켰다는 것이다(오늘자 조선일보 기사 참조바람).

정말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들은 젊은 흑인들이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이 이렇게 바다에서 귀신 노릇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프리카에서 서양 사람(포르투갈인)에게 붙잡혀 와서, 마카오를 통해 중국 명나라로 들어온 다음 명나라에서 병사로서 훈련을 받았고, 이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명군이 이들을 병사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아뭏튼 당시 우리 선조들은 머리가 곱슬 곱슬하고, 얼굴은 칠흑처럼 검은 데다가, 이와 손바닥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까만 동물(?)을 보고,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헤엄까지 잘 치는 그들을 海鬼라고 부르며, 외경심을 가졌을 것이다. 조선왕조 실록(임진왜란 당시 기록)에 이에 관한 기사가 있다. 즉

『上(宣祖 임금)이 彭遊擊(  팽유격은 명나라 장수. 팽유격의 이름은 彭信古임)의 처소에 행행하여 술자리를 베풀었다. 聖上이 이르기를,“大人은 서울에 계시겠소이까, 아니면 南下하시겠소이까?”하니,  팽 유격이 말하기를,“1개월 후에 남하하고자 합니다.”하고, 또 말하기를,“제가 중국에서 데리고 온 얼굴 모습이 다른 神兵을 나오게 해서 성상께 뵙도록 하겠나이다.”고 하였다.

성상이 이르기를, “이 얼굴이 검은 사람은 어느 지방 사람이며 무슨 기술을 가졌소이까?”하니, 팽 유격이 말하기를,“湖廣(중국 호남성과 광서성을 함께 일컫는 말, 즉 중국의 남쪽 지방)의 極南에 있는 波浪國(지금의 포르투갈이라고 함) 사람입니다.  파랑국에서는 중국에 오려면 바다 셋을 건너야만 호광에 이르는데, 조선과의 거리는 15만여 리나 됩니다(사실은 15만리까지는 안됨. 당시에 포르투갈에서 중국까지 오려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 캘커타를 거쳐, 싱가포르가 있는 말라카해협을 지나 중국의 마카오로 들어오는 길이 있었는데, 이 거리도 15만리는 안되지만 당시 교통사정과 항해에 걸리는 시간을 참작해 보면 엄청난 거리임. ). 그 사람은 鳥銃을 잘 쏘고 여러 가지 무예武藝를 지녔습니다.”

__________________

*당시 조선왕조 史官들이 왕 옆에 배석해 있다가, 흑인들의 괴이한 용모를 보고 조선왕조실록에 묘사해 놓은 글을 보면,  “이들 중 한 사람은  해귀(海鬼)이다.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이고 검은 양모(羊毛)처럼 짧게 꼬부라졌다. 이마는 대머리가 벗겨졌는데 한 필이나 되는 누른 비단을 반도(磻桃)의 형상처럼 서려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바다 밑에 잠수하여 적선(賊船)을 공격할 수가 있고 또 수일동안 물 속에 있으면서 수족(水族)을 잡아 먹을 줄 안다. 중원 사람도 (이 흑인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다.:

이에 聖上이 이르기를, “小邦은 치우치게 海外에 있으니 어떻게 이런 神兵을 보았겠소이까? 지금 大人의 덕택으로 보게 되었으니 皇恩이 아닐 수 없소이다. 더욱 감격스럽소이다. 이제 흉적(倭兵)을 섬멸하는 것은 날을 꼽아 기대할 수 있겠소이다.”하고, 술자리를 파한 후 서로 읍하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선조임금을 비롯한 조선사람들이 흑인들을 처음 보고 느꼈던 최초의 기록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處容’도 아라비아 상인이었을 것이라고 하는 설이 있다. 즉 당시 신라사람들에게는 처용의 모습과 얼굴은 괴이하게 생겨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종의 ‘海鬼’였을 것이다.

울산에 가면 처용바위라고 있는데, 나는 그 곳 울산에서 3년동안 군대생활을 해, 몇 번 처용바위에 배를 타고 올라가 본 적이 있다. 그다지 큰 바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한편 처용의 화상을 보면 분명히 얼굴이 독특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얼굴은 동양인의 얼굴은 분명 아니고, 코가 크고 눈이 깊은 서양인의 얼굴이다. 즉 당시 아라비아 사람(大食國人)들이 중국을 통해 금이 많은 나라, 신라로 장사를 하려고 들어오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를 하던 중 우연히 안개 속에서 헌강왕 일행을 처용바위 부근에서 처음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얼굴이 동양인과 다른 사람을 전혀 만나 본 적이 없었던 신라사람들은 바다에서 짙은 안개가 걷히면서 나타난 그들을 용왕의 아들들로 생각해 극진히 대우해 주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당시 역사 기록(三國遺事)에 따르면 , 신라 헌강왕 때 나라가 태평을 누리자 왕이 879년(헌강왕 5년)에 개운포(開雲浦:지금의 울산) 바닷가로 놀이를 나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덮이면서 갑자기 천지가 어두워졌다고 한다. 이런 갑작스런 변괴에 왕이 놀라 좌중에 물어보니 日官이 말하되 “이것은 동해 용왕의 짓이므로 좋은 일을 행하여 풀어야 합니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헌강왕이 용을 위하여 절을 짓도록 명한 즉, 바로 어두운 구름은 걷히고(이로부터 이 곳을 開雲浦라 하였다는 전설), 동해 용이 일곱 아들을 데리고 나와 춤을 추었으며 그 중 하나가 왕을 따라오니, 곧 그가 처용이었다고 한다. 

그후 왕을 따라온 처용은 달밤이면 거리에 나와 歌舞를 하였다 하며 왕은 그에게 급간이라는 벼슬을 내려 주었고 아름다운 여인을 부인으로 맺어 주었다고 하는데, 이 아름다운 처용의 아내를 疫神(내 생각으로는 아마도 사실은 동네 바람둥이들이었을 것임)이 그 미모를 탐내고 사랑하여 범하려 하므로, 처용이 노래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었더니 역신이 모습을 나타내어 무릎꿇고 빌었다고 하는데. 그 후부터 백성들은 처용의 형상을 그려 문간에 붙여 귀신을 물리치는 춤(處容舞)을 추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는 내용이라 생략키로 한다.

요즘 관념으로 해석해 보면 처용과 결혼을 한 여인은 말도 통하지 않고, 얼굴은 괴기하게 생긴데다가, 전혀 정감이 안가는 처용이 싫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잘 아는 남정네와 바람이 났는데, 처용이 이를 보고, “ 셔블 밝기 다레(중략)---발이 네 짝이구나. 두 발은 내 것이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발이니, 이를 어찌 하리오?” 하고 슬픔을 승화시킨 춤과 노래를 밤새워 추자, 동네 사람들이 처용을 불쌍히 여겨 처용의 화상을 그려, 이 처용의 화상이 붙어 있는 곳은 삼가고 피하지 않았는가 싶다.

                        <처용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