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저녁 공양
고기집...
갑자기 출가하고 얼마되지 않고부터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개고기같은 것을 파시는 불자님이
계셨는데 그분은 꼭 부처님오신날 등을 켜면
등값을 받으러 오라하신다.
그러면 사형님과 둘이서 등값을 받기위해
사람이 없는 틈을 기웃거리다가 받아오고 한 적이 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저번에 그 집앞을 지나다보니 주인도, 간판도 바낀 것을 보면서
흐르는 세월속에 그 속에 나도 있음을 보았다.
배나무 밭에서는 갓 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고기집 앞만 지나도 가슴이 떨린다.
그 식당에 들어가지 않아도,먹지 않아도,
누가 볼까 봐, 신도님들이 볼까 봐...
혹여 불자님들과 대접해 드릴일이 있어도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은 습관화 되어 있다.
그래서 가장 안정되지 않는 곳은 식당이다.
여하튼 어떻게 어떤 모임에 갔더라도 눈이 어지럽고
마음이 떠 있는 곳...
사람들이 볼까 봐...
아직도 중생심으로 가득찬 나 이기에,
경계심이 나를 옭아 매는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제는
가장 두려움없이 가장 마음편히 먹을 수 있었던
내 생애의 정성이 담뿍 들어있는 정갈한 음식...
마치 결혼한 새 신랑이 처가집 장모님이 해 주시는 그런 정성과 사랑,
애틋함이 담긴 공양이었다.
어제 저녁이지만 그 정성이 지금도 입안에 감돈다.
눈물이 난다. 출가하고 그런 대접을 얼마나 받았던가,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어제는 속가 어머니가 투병중이라
병원에 외래진료가 있어 가는 날인데
늘 아들들이 다니다가 전화를 해 보니 바쁜듯하여
어제는 마침 오후에 시간도 비어있어
병원을 모시고 갔다.
정확히 말하면 돌아가실 경우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서랄 까...
마침 사형님이 그림자처럼 나의 힘듦을 거들어주기에
늘 감사한일인데 어제도 함께간다고 이미 주차장에
먼저 나와 있어 참 많이 고마웠었다.
출가자의 삶, 수행인으로서의 삶인 나에게는
분명 부모님이란 존재는
아직도 어느 신도보다도 낯설고, 멀리해야 할
가까이 하면 안되는 그런 가슴 뭉클한 사람들이다.
마침 어제도 그 유명한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 중에 "어머니"라는
글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 늘 죄송함과
부담감으로 자리하는 나 자신을 볼수 있었다.
자식에 대한 집착의 끊이 깊을까봐 언제나 냉정하고
쌀쌀하게만 대하기만 하다가 병이 깊어지니
많이도 무심했던 나를 볼수 있었다.
그래도 혹여 부모님은 늘 나에게 누가 될까봐
전혀 내색도 그리고 내 마음을 알아
가까이 하지도 않으려 하셨던 것이 그저 마음이 쓰였다.
그렇다고 지금이라도 무엇을 어떻게 해 드릴수는 없지만...
그래서 어제도 병원에 모시고 다녀 오다보니
저녁 공양시간이 훨씬 지났다.
어머니 한 분만 되면 아들집에 내려 놓고 오면 그만인데
그것도 사형님이 계시니 더 미안하여
공양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 걱정이었다.
생각하다가 불자님들과 두 어번 가 본적이 있는
송촌동 사리원면옥 뒤에서 고깃집을 하시는
불자님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해 보니
된장찌개를 해 준다고 흔쾌히 오라하여
가게 되었던 것이다.
된장 한 툭배기, 시래기 한 툭배기, 무 장아찌, 깻잎, 양배추 찜,
쉬지 않은 열무김치... 그 외 한 두 어가지의 반찬...
이것이 어제 저녁 내가 먹었던 가장 정성담긴 공양 한끼다.
식당에 가면 늘 공기에 담아있는 공기밥이 아닌
금방 새로지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공와 정갈한 음식들이
어느 산해진미보다도 더 깊고 깊은 맛을 느낄 있었다.
온다는 소리를 듣고 새로 밥을 하다보니
뜸이 덜 들었다 하시면서 일부러 음식을 손수 장만하셨다니
얼마나 감사한일인지.
원래 소식하는 편이지만 어제 저녁은 너무 배불리 먹었다.
출가하고 부모님을 내 손으로 따스한 공양 한 번
대접해 드리지 못함이 늘 가슴한켠에 자리했지만
어머니한테도 내가 손수지은 밥처럼 대접을 해 드리니
처음으로 효도를 한 것 같아 더 배부름을 느꼈다.
나갈 때의 불편한 마음들이 어느덧 사라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공기에 행복하기만 하였다.
음식값을 내려는 내 손이 부끄러울 정도로 사양하시던
그분을 생각하면서 많이도 나는 시주의 은혜에 빚을 진것에
부담스러웠다.
단순히 나라는 사람에게 공양을 한 것이 아닌
부처님의 제자이기에 애틋한 정성으로
분에 넘치는 따스한 공양을 받았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했지만 더 큰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모든이의 복전이 되기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임을
채찍하는 그런 공양...
언제나 그들을 위해 애민의 마음에서 함께할 수 있기 위해
그 빚을 갚는 마음으로 공양의 빚을 대신해야 할 것임에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오늘 아침 공양중에 열무김치를 먹다보니
어제 저녁에 먹은 열무김치의 맛이
아직도 입안에 감도는 것 같아 그 불자님의
순박한 모습까지 눈에 어려온다.
오늘도 이래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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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_()()()_
나무관세음보살
김이 모락모락나는 갓 지은 따스한 밥~~ 정갈하게 차린 소박한 밥상이 그려집니다.. 늘 행복하소서.().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
고운 말씀뵙고 갑니다...부처님되소서..()
정말 가슴이 뭉클하네요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정갈하고 고운글 잘읽고 나갑니다 ...좋은일많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