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시가 있는 월요일』2022.03.28. '위트의 날카로움'
접시에 놓여 있다 K의 머리 O가 눈을 뜨고 접시 앞에 앉아 있다 머리 없는 K가 총잡이의 포즈로 반으로 자를까요? 오른손의 미국산 나이프가 묻는다 찍어서 붙일까요? 왼손의 중국산 포크가 묻는다 사드(Thaad) 백작의 초상화가 걸린 카운티타운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10,9,8,7,6
함기석 作 'OK 레스토랑의 결투' 中
위트가 넘치는 시다. 사실 위트는 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파장과 여운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접시 위에서 미국산 나이프와 중국산 포크가 대결을 벌인다. 결전이 시작되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이 시에서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사드 백작의 스펠링이 사드 백작의 'Sade'가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Thaad'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강대국들의 '접시'가 된 적이 많았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현명하게 실용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맛있게 먹을 요리를 만들어버리면 된다.
〈허연 / 문화선임기자·시인〉
음시 - YES24
세계를 하얗게 칠해 다시금 언어를 창발하는 시파괴 뒤의 공허로부터 비로소 펼쳐지는 생의 지평문학 언어라는 구획을 넘어서서 한국 현대시의 전위를 몸소 실현하는 함기석 시인의 일곱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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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석 시집 〈음시〉 문학동네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