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사서의 이야기다. 우리 집 근처 기준으로 공공도서관을 떠오르면 모루 도서관(강릉시가 운영하는 곳), 강릉교육문화관(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곳), 강릉시립도서관, 그리고 곳곳에 작은 도서관들이 있다. 학교 도서관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사서, 학교도서관실무사 등이 있다. 이 책의 저자 김선영 사서는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공공기관 사서로 취업하신 분이고 20년 넘게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계신 듯하다.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 가령 예를 들면 이렇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아이들을 가리치는 사람이니 책을 많이 읽을 것으로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대부분 책을 읽을 심적 여유, 물리적 여유가 없어 책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교사들이 많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공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는 늘 책에 둘러싸여 살아가니 늘 독서하며 사색하는 삶을 살겠거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서, 고생'이라는 책 제목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사서라는 직종은 고생하는 직업이라는 뜻일 게다. 사서는 공공도서관의 책과 관련된 일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운영을 위한 실무를 감당하는 일을 한다. 예산, 물품, 프로그램 운영, 서무 등 책 읽는 것과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일부터 시작하여 장서 정리, 수서, 각종 위원회 운영, 인력 채용, 민원 업무 처리에 이르기까지 꽃길만 걸을 것 같은 사서라는 직종은 그야말로 허드렛일로 보이는 일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일임을 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제 공공 도서관에 근무하시는 사서분들을 만나면 수고하신다라는 감사 인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둘째, 일부러 일을 만들어내며 고생하는 적극적인 사명감을 지닌 분들이 사서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이지만 도서관 이용자 중에는 터무니없는 자기주장과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이 있다. 일반인 같으면 무시하면 되지만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친절하게 민원인을 응대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다양한 민원인들을 친절하게 응대하다 보면 본업의 범위를 넘어 사서 고생하는 일까지 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도서관 이용 실적을 높이고 홍보를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계획할 때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이에 따라 기호가 따른 프로그램 대상자들을 각각 맞춤형으로 대하기까지 얼마나 사서 고생하실까 생각해 보면 남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신박한 기계들을 통해 도서관 업무들이 한층 간결해지고 있는 듯 하나 사서의 고민은 다른 데에 있는 것 같다.
'책 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현실 앞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흔적들이 문장 속에 배어 있다. 직장인의 고뇌가 담겨 있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좁은 서가를 오가며 대한민국 독서 문화 창달을 위해 작은 이바지를 하고 있는 전국의 사서분들께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