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와 꽃 박사가 다 된 베어트리파크의 이재연 회장과 그의 장남 이선용 원장. 매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이곳에서 일하고 화・수・ 목요일은 서울에서 쉰다는 이 회장. 뒤로 보이는 한옥은 수목원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일구는 즐거움 키 큰 아름드리나무가 길게 줄지어 늘어선 산책로로 빨간 카트가 들어선다. 모자를 가볍게 눌러쓴 멋쟁이 노신사가 운전하는 작은 카트 옆에는 잘생긴 흰 진돗개 한 마리가 속도를 맞춰 동행하고 있다. 이 수목원의 설립자 송파 松波 이재연 회장(전 LG그룹 고문)과 그의 애견 기동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한눈에 봐도 쏟아 부은 노력과 정성이 특별하다는 걸 금세 감지할 수 있는 이곳은 2009년 5월 11일 개장한 ‘베어트리파크’다. 이재연 회장과 그의 아내 고 구자혜 여사가 지난 45년간 손수 일군 개인 수목원이었지만, 이제 더 많은 이들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불어 즐기고 싶어 일반인에게 공개한 것이다. 지금이야 11만 평이라는 대규모 수목원이 되었지만 처음 시작은 고작 난 화분 몇 개였다. 1959년 LG그룹 창업자의 차녀인 구 여사와 결혼하고 당시 만인이 부러워하던 한국은행에 다니던 그는 이른 퇴근에 여가 시간이 많아 난 화분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재미를 붙인 것이다. 그러면서 상속받은 의왕시의 2만여 평 땅에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저축하는 셈 치고 부지런히 나무를 사다 심고 손수 가꿨다. 자신의 호를 따서 ‘송파수목원’이라 이름 지었다. 작고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날이 가고 시간이 흐르자 놀랍도록 아름다운 형태를 이루어갔다. “자연이란 것은 오늘 당장 했다고 해서 내일 결과가 나오지 않지요. 시간이 흘러야만 아름다움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자연은 주인이 정성을 들인 만큼 정확하게 보답합니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물 주고, 소독하고, 비료 주고, 전지해주며 공들여 가꾸니 하나하나 아름다운 형태의 자연이 이루어집디다. 여기서 점점 자연에 매료돼 일구는 즐거움을 평생의 취미로 갖게 됐지요. 되돌아보면, 제 일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이 씨 뿌리고 가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무와 화초를 가꾸는 게 육체적으로 무척 고된 일이지만, 금요일쯤 되면 그 나무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고 자다가도 눈에 아릿하게 떠올라 토요일 오전 근무만 마치면 부랴부랴 청바지로 갈아입고 아내와 2남 1녀 아이들을 데리고 농장으로 향했다. 30년 동안 극장 문 앞에 가본 일이 거의 없다니,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열정 아닌가.
2 빨간 카트와 하얀 진돗개 기동이는 베어트리파크 내에서 이 회장이 먼 거리를 이동할 때면 늘 동행하는 단짝 친구다. 3 45년 동안 한결같이 이재연 회장을 도와 수목원을 가꾼 아내 고 구자혜 여사와의 한때. 개장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 급작스러운 사고로 타계해 더욱 안타깝다.
코리안 넘버원 월드 넘버원 1974년에 사슴 20마리 팔아서 지금의 이 자리 충남 연기군에 땅 5만 평을 구입했다. 조그만 묘목을 사서 심으면서 서서히 면적을 늘려가던 중, 1989년에 의왕 ‘송파수목원’ 대지가 개발되면서 그곳에 있던 수목을 모두 이곳으로 옮겨왔다. 20년이 지난 지금, 대지는 11만 평으로 불어났고 1천여 종, 40만여 그루의 꽃과 나무, 1백50여 마리의 반달곰, 3백여 마리의 꽃사슴, 1천여 마리의 비단잉어 등이 함께 사는 생명력 넘치는 수목원이 됐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의 열정마저 취미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정성과 애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1등이 되려면 극성이 필요해요. 나는 뭐든지 보고 좋으면 잊어버리기 전에 즉시 행동으로 옮깁니다. LG에서 경영인으로 일할 때도 이런 성격으로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지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다면 좌우 눈치 안 보고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것, 이게 필요해요.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나는 유명한 정원이나 수목원을 찾아다녀요. 그러다가 좋은 것을 보면 메모하고 스케치해놓았다가 돌아와서 곧장 실행합니다.”1972년 오스트리아 빈 출장에서 본 궁성 앞에 위풍당당하게 줄지어 선 마로니에 나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까지 아우토반 옆으로 펼쳐진 가문비나무, 하와이에서 마음을 빼앗겨버린 극락조, 태국에서 만난 고고한 자태의 수련….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이러한 씨를 한 포대씩 구해다 심고 지극 정성으로 가꿨다. 그 극성의 결과 곰 조각 공원에는 아름드리 마로니에 나무가, 베어트리 정원 한가운데와 산 밑에는 키다리 가문비나무가, 아이리스원에는 화사한 꽃창포가, 수련원의 진흙 속에는 우아한 수련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냈다. 40여 년 전 창덕궁 비원에서 주워다 심은 느티나무 씨앗도 어느새 풍성한 느티나무 숲을 이루었다. 이재연 회장은 또 양란의 조직 배양 분야에서 코리안 넘버원이다. 25년 전만 해도 양란은 값비싼 꽃이었다. 번식 방법이 분근(뿌리 나누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일본 도쿄대 미우라 박사의 조직 배양법 얘기를 듣게 됐다. 성장점에 있는 세포 조직을 떼어 무균 상태에서 배양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삼고의 예가 아니라 칠고의 예를 갖추고 미우라 박사를 찾아가 국내 최초로 조직 배양법을 배워왔다. 대한민국의 난 값이 10분의 1 정도로 싸지고 다양한 품종으로 보급된 것도 이처럼 극성스러운 그의 공이다. 당시 신부의 부케에 들어간 양란의 상당수는 그가 키운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한국의 산천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모아둔 정겨운 느낌의 야생화 동산. 멀리 보이는 팔각정은 베어트리파크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정원이 가져다준 행복 베어트리파크의 수목과 동물들을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아낌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회장이 비싸고 좋은 나무만 골라서 사 갖고 온 건 아니다. 시골 담벼락에 있는 보잘것없는 나무를 담벼락 고쳐주고 사와서는 이곳에 심고 가꿔 멋있는 나무로 키웠다. 지금은 멋들어진 자태를 뽐내는 6백 년 된 향나무를 처음 옮겨올 때만 해도 나무 기둥의 반은 이미 썩어 있었다. 매년 썩은 껍질을 벗겨내고 살균・살충한 후 유황석고합제를 바르고, 콩기름을 칠하고, 가장 좋은 가위로 살살 다듬어주며 30년 동안 공을 들였더니, 지금은 벗겨진 껍질이 오히려 더 매력적인 정원수로 탈바꿈했다. 30년 전에 5만 원 주고 산 향나무지만 지금은 몇천 배 더 쳐준다고 해도 안 바꾼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가꾸느냐에 달려 있다. 그건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회를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소신 있게 믿어주면 인재로 성장한다.
2 비단잉어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송파정. 3 길을 걷다 보면 화려한 자태의 공작새를 자주 만날 수 있다. 4 천연기념물인 반달곰은 베어트리파크의 상징. 선물 받아 기르기 시작한 몇 마리의 반달곰이 몇십 년 세월 동안 1백50여 마리로 식구가 늘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자기 끈기가 필요하고 육체적으로도 무척 피곤하고 힘듭니다. 하지만 자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또 일을 하고 싶어요. 몰입의 즐거움이 아닐까요? 저는 여기 와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만사 다 잊고, 부귀도 명예도 영화도 필요 없고, 온리 only 나무, 온리 화초뿐이에요. ‘화초야 나무야, 너의 고고하고 고운 자태를 보여다오. 그게 내 바람이란다. 물, 비료, 무엇이 필요하냐?’ 하면서 수목과 교감하지요. 어느 때는 내 귀에 나무와 화초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화분에 손가락을 넣어보면 얘가 뭘 필요로 하는지 다 알 수 있어요.” 돈이야 머리로 계산할 수 있을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그가 45년 동안 이곳에 투자한 것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개인의 힘으로 이룬다는 게 참 힘들었지만, 그때마다 자연이 위로해주었고 자연이 보상해주었다.무엇보다 이렇게 아름다운 수목원의 중심에는 항상 가족이 있었다. 개인의 취미가 부부의 취미가 되고, 나아가 가족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가족은 저녁마다 식탁에 둘러앉아 나무 얘기를 시작으로 그날 하루의 일상까지 풀어놓았다. 가족 간 소통의 매개, 대화의 구심점이 된 것이다. 부부간에, 부모 자식 간에, 형제간에 대화가 많아지다 보니 가정의 평화는 덤으로 따라왔다. 이렇게 가족이 모두 동참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좋은 교육의 원천임에 틀림없다.
1 웰컴하우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선큰 가든. 2 핑크빛 꽃잔디 사이로 선홍빛 고려 영산홍이 눈부시게 피어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 이 회장은 7년 전에 아내와 약속을 했다. “우리가 평생 동안 열심히 가꿨는데, 우리 가족만 즐기기엔 규모가 너무 크고, 이 아름다움을 우리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왕 한번 왔다 가는 인생, 호랑이도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데 우리도 마지막 인생에 보람 있는 마무리를 지어보자”라고. 수목원을 일반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하게 된 데에는 잊을 수 없이 아름다웠던 캐나다 부처드 Butchard 가든의 스토리가 한몫했다. 캐나다 빅토리아 섬에 있는 부처드 가든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목원. 부처드 씨는 그 자리에서 채석한 석회석으로 시멘트를 생산해 엄청난 부자가 되었는데, 이에 부처드 부인이 “우리가 자연의 덕을 입어 큰돈을 벌었으니 자연을 위한 뜻있는 일로 그 빚을 갚자”고 제안해 환상적인 부처드 가든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일가만의 조용한 정원이었다가 막상 일반에게 공개할 것을 생각하니 볼거리, 놀 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5월 초 개장한 베어트리파크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용 원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3 6백 년 된 향나무. 시골 담벼락에 병들어 있던 향나무를 담벼락 고쳐주고 사와 지극 정성으로 키웠더니 둘도 없이 늠름한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 4 이재연 회장이 베스트 공간으로 꼽는 만경 비원.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자연석, 고무나무 분재 동산, 선인장, 괴목, 목화석, 나무뿌리들이 지피식물들과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이선용 원장은 국내에 패밀리 레스토랑 붐을 일으킨 T.G.I. FRiDAY’S에서의 경영 경험을 백분 살려 곳곳에 적용했다. 그래서인지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이곳 직원들은 웃으며 인사를 먼저 건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웰컴하우스 2층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이다. 파스타와 피자 등이 주 메뉴인데, 특히 400℃로 달군 돌판 위에 쇠고기와 채소를 올려 직접 구워 먹는 ‘스톤 그릴’은 입과 귀와 눈까지 즐거워지는 유쾌한 메뉴다. “고객이 와서 즐거움을 느끼는 장소가 되도록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가 재미나고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가든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화분도 만들어보고, 동물도 만져보고, 물장난도 하고, 매달 체험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선홍색의 대왕과 꽃잔디가 지고 나면 5월 말부터 꽃창포, 백합, 수련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해 여름에는 백일홍과 능소화가 필 것이고, 가을에는 단풍이 들고 국화 향이 가득할 것이다. 11월 초가 되면 산책로에는 노란 은행잎이 카펫처럼 폭신하게 깔려 낭만을 더할 것이다. 이 회장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이 이루어진 데는 아내의 공이 절대적으로 컸다며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되뇐다. 아내가 개장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 급작스럽게 사고로 타계해 안타깝다는 그의 애잔한 목소리에 촉촉함이 묻어난다. “이제 아무 욕심도 없습니다. 남은 인생, 여기서 더욱 아름답게 꾸며서 내가 이곳에서 생을 다하더라도 뭔가 남겨놓았다 하면 무슨 한이 있겠어요. 죽는 날까지 여기 와서 열심히 일하고, 주머니 여유가 되는 한 예쁘게 가꾸고 꾸며서 3남매에게, 그리고 사회에 소중한 유산으로 남겨주면 되는 거지요.”
5 이곳에 자신의 한평생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이재연 회장. 이제는 자신만의 공간이 아닌 이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 행복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재연 회장은 고 이재형 국회의장, 고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가 친형으로 9남매 중 막내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차녀인 구자혜 여사와 결혼해 1962년부터 LG 창업세대가 동반 퇴진하던 1995년까지 LG 맨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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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트리파크 베스트 5 오색 연못 5백여 마리 비단잉어 떼의 화려한 환영 인사를 받는 곳. 나무다리 위에서 손뼉을 치면 오색찬란한 비단잉어 떼가 몰려든다. 반달곰 동산 베어트리파크의 상징이기도 한 천연기념물 반달곰 1백여 마리가 여유롭게 노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다. 곰 조각 공원 <새총곰 가족 이야기>라는 동화를 토대로 한 익살스러운 곰 가족 조각으로 꾸민 곰 테마 공원. 청동 곰 조각은 고정수 작가가, 조경은 전 경원대학교 우정상 교수가 맡았다. 만경 비원 한국 산수 조경과 열대 조경으로 나누어 조성했다. 특히 축소한 분재와 자연석, 나무에 용암이 흘러내려서 굳은 목화석 木化石 등으로 한국의 산수 정경을 기막히게 연출했다. 베어트리 정원 전망대와 소나무 폭포, 색색의 꽃밭으로 둘러싸인 정원으로 한가운데 거대한 가문비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찾아가기 충남 연기군 전동면 송성리 8-5 베어트리파크 *서울T/G(경부고속도로 74.3km)→천안분기점→천안논산간고속도로→남천안 IC(1번 국도 12km)→송성리 진입로→베어트리파크 *동서울T/G(중부고속도로 94.8km)→서청주IC(36번 도로 9.8km)→조치원(1번 국도 8.6km)→신방리 진입로→베어트리파크 관람 요금 평일 어른 1만 원, 어린이(만3세~초등생)와 노약자 8천 원 주말, 공휴일 어른 1만 2천원,
홈페이지 www.beartreepark.com문의 041-866-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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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아름다운 삶인것 같습니다.멋진 수목원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어 집니다.태국에 여행 할 때에 개인이 일구었다는 수목원에 간 기억이 납니다.그곳도 엄청 넓었거든요.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니
친구와 함께 하루 다녀오셔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