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 7월 문학 기행에 오를 詩를 보았다.
낭송 예정인 詩의 내용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이따금 보는 광경.
허리 꾸부정하고, 다리 절며, 남루한 옷을 걸친 할머니가 헌 신문과 종이박스를 잔뜩 실고는 힘겹게 리어커를 당기고, 밀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사진 찍듯 그렸다.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눈 내리는 날에도 할머니는 리어커를 끌까 싶어서 마음을 졸이며, 마음 아파한다.
가난하기에, 힘겹게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이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나는 글 잘 읽었는데도 아쉬움이 남아서 아래처럼 댓글 달았다.
신문과 빈BOX가
→ 빈 box
: 대문자 BOX는 무슨 약자 같기에... 소문자로 고쳤으면..
숨이 차는지 삐그덕 데네.
→ 삐그덕대네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확인 요망...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사는 나.
길 건너편은 삼전동 주택가 뒷골목.
이따금 무거운 리어커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본다.
헌 신문, 종이박스 등을 잔뜩 실어서 천천히 끌고, 밀고 가는 모습들이 조금은 안타깝다.
리어커를 끄는 분들이 모두 가난하지는 않을 게다. 더러는 건강하려고 몸을 움직이려는 방편으로 리어커를 끌겠지만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일 게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서 궁색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웃은 힘겹게 리어커를 끌 게다.
위 시에는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는 날'에도 리어커를 끄는 장면을 연상한다.
나는 차마 차마... 그러하지 않았으면 ... 하고는 마음 졸인다.
내가 사는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따금 폐휴지 등을 수거하는 날이 있다.
아파트 경비원 직원들이 함께 일을 거둔다. 한아름씩 안은 주부들도 많이 나오고...
리어커는 보이지 않고...
정말로 많은 종이 박스 등이 나온다.
헌 신문, 폐박스 등을 모아서 재활용하는 측면에서 나는 이들이 열심히 분리수거하며 일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
1.
詩에서 본 BOX를 검색했다.
영영사전 Webster's Dictionary에는 'BOX'라는 단어는 뜨지 않는다.
한국판 영한사전 여러 개를 펼쳐도 이런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box'는 소문자로 나온다.
명사는 상자, 돈궤 등을 뜻하며, 동사는 주먹을 후려갈긴다는 뜻이다.
위 詩人은 영어 단어를 새롭게 만들어 쓰나 싶다.
영어 알파벳에는 '대문자, 소문자, 인쇄체, 필기체'의 4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의 글자인데도 글자체는 4가지로 분류해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비하여 우리 한글의 자음, 모음 글자 모양은 각각 하나 뿐이다.
얼마나 간편하고, 구별하기 쉬우랴.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중국 글자인 한문.
한자(漢字)는 획이 하나(1개)인 것도 있지만 많게는 30개 쯤도 되는 글자가 있다.
단 하나의 글자를 30여 번으로 획을 그어서 써야 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간소체(약자)로 변형시켜서 문자생활을 한다.
나한테는 한자는 정자체이든 간소체이던간에 읽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려운 것만큼은 확실하다.
글자 모양을 봐서는 어떻게 소리를 낼 지 전혀 모르는 것이 숱하다.
일전 어떤 詩에서 '岱風'이란 한자가 떴는데 나는 그게 어떻게 발음되는지를 알지 못했다.
한자를 읽는 게 아니라 글자 모양새를 보았을 뿐이다.
더 생각한다.
영어 알파벳.
하나의 글자체를 4개로도 쓴다.
우리 한글도 영어처럼 4개의 글자체이라면?
상상하는 것조차도 끔찍하게 싫다.
한글은 하나의 글자체를 가졌기에 배우기 쉽고, 익히기 쉽고, 쓰기 쉽다.
한글은 뜻글자가 아니라 소리글자이게 사람 귀에 들리는 소리를 100%까지는 아니어도 대략 7,000 ~8,000 이상의 각각의 소리를 적을 수 있다. 소리의 원음에 거의 가깝게...
예컨대 시계 초침 소리가 '재깍 재깍'인지 '채깍 채깍'인지는 명확하지 않아도 이에 가깝도록 소리를 글자로써 나타낼 수 있다.
장탉이 소리 내는 소리인 '꼭끼오, 꼬끼오, 꼬 ~끼오'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이에 근접한 소리를 글자로써 표현한다.
우리와는 반대로 중국 한자는 80,000개에 거의 육박한다. 이들 가운에 어떤 글자가 장탉이 길게 내빼는 소리를 표현할까?
어제 인터넷 뉴스에는 어떤 절의 어떤 중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여자 중이란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입적, 원적, 법랍, 세수, 전법, 명사법계, 임종게, 법구, 법회, 회주, 득도, 계사, 사미계, 수지, 법거, 상좌, 전법 등.
위 '법랍'이란 말을 한자로 검색한다.
法臘
크게 확대한다. 눈이 나쁜 나는 글자 모양새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하려고...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냐고? 어떻게 쓰느냐고?
(대갈통에서 수증기 올라오는 것 같은 글자?)
머리털 빡빡 깍은 중이 이렇게 유식한 지를 상상도 못했다.
이런 것이 우리 말인가?
나한테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훨씬 낫겠다.
구름 위에 올라앉은 신선들이나 하는 잠꼬대이다.
이런 한자를 붓으로 휘갈겨 쓰면? 정말로 멋들어지겠다. 지렁이가 기어간 듯 싶기에...
올 봄에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의 가로수 아래에는 서예전이 열렸다.
긴 헝겁에 붓으로, 한자로 쓴 시들이 주욱 내걸렸다.
나는 보았다. 하나도 읽지 못하고는 붓으로 먹칠한 그림들이나 보았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전혀 몰라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희들 얼른 죽어야겠다. 핸드폰으로도 지구 끝에 있는 나라에 있는 사람과 교신하는 세상에서 너희들은 고작 붓으로 남의 나라 글자인 漢字나 쓰냐? 뜻이나 제대로 아니? 한글은 모르니?'
나는 최근에 남의 詩를 읽으면서 지금껏 내가 무식하게 살았다는 사실을 더욱 깨닫기 시작했다.
유식한 자들은 우리말과 우리글에는 무척이나 서툴지만 외국 글자와 외국말에는 정말로 유식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자들이 쓰는 우리글에는 틀린 글자가 이따금 눈에 띈다('자주'라고 말하면 싫어할 터).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기 쉬운 우리글로 바르게 많이 쓰자'라고 말하는 내가 웃긴다고?
1.
'감동 좋은 글방'에 '좋은 의견을 따르라'는 글이 올랐다.
덕담하는 글인데도 말투가 무척이나 진부하다. 서당 훈장이나 하는 글투이기에...
내가 아래처럼 댓글 달았다가 지우고는 여기에는 올렸다.
좋은 의견의 기준은 무엇일까?
하나의 생각에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있다.
완벽하게 통일된 의견은 없다. 절대권자 앞에서는 모든 의견은 통일되고 획일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의견은 분분하다.
최고의 민주주의는 51 : 49이다.
충분히 토론을 거쳐서 하나의 의견으로 좁혀 나가는 것이다.
좋은 의견이란 많은 생각들이 걸러진 뒤에나 성립된다.
좋다는 기준이 무엇일까?
알아들었느냐?
- 유나니 도사 -
※ 괴상한 말투, 상투적인 글투에 나는 빙그레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