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바람에 휘날리는데..
10여년전 ‘마지막 사무라이’ 라는 영화가 있었다.
직장동료들과 본 영화인데,
보는 사람마다 멋있는 장면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주인공이 마지막 죽는 장면이 참 인상에 남아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있다.
주인공이 기관단총 세례에 죽으며 벚꽃이 만개한 장면을 보며,
읖조리는 완벽하다는 말에 그 사내다운 죽음을 멋있어 했다.
그러면서도 늘 아쉬웠던 것은 벚꽃은 일본 꽃이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며칠전 벚꽃 자생지가 제주도라는 어느 기자의 글에
한줄기 시원함을 넘어 오랫동안의 체증이 뻥 뚤리는 기분이 든다.
유구(오끼나와)는 독립을 못하고 한국이 독립한 것은
장개석이 카이로 회담에서 윤봉길 의사가 홍코우 공원에서
일본의 이동 사령부를 한방의 폭탄으로 쓰나미시키는 바람에 감동하여
백범의 요구를 적극반영한 것이라는 글을 읽으며
한 개인의 고귀한 희생이 민족 전체의 운영을 결정한 것을 보며
막대기 하나로 하늘을 바치고 서있는 듯한 그의 영상이 떠오르며
가슴이 멍멍해진다.
일찍이 한글을 만들어 놓고도 잘 활용되지 못하다가
궁중의 여인들에 의해 궁체로 탄생한 것은 참으로
이 땅의 우리들은 궁중여인들에게 두고 두고 감사해야 할 일이고,
초등학교 습자시간에 언듯보던
한글쳬본의 주인공이 이미경, 이철경 자매라는
사실도 이제야 알고 그 아름다운 글씨체에 흠뻑 빠지며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든다.
삼천궁녀의 전설 속에 황음무도한 왕으로 매도되는 의자왕의 이미지도
따지고 보면 식민사관에 의한 일본의 무서운 음모임을 알게되어
그네들이 밉기도 하지만
그냥 반성없이 되풀이하는 우리들의 의식도
이제는 남탓만 할 수도 없지않나 싶다.
조선 시대 기축옥사로 전라도는 반역의 고향이 되어
쑥대밭이 되었던 정여립의 사연도
참혹함을 너머 그 진실이 지금도 알 수 가 없어 안타깝다
거의 삼한을 통일할 뻔 한 완산의 견훤도 그 마지막 고비을 넘기지 못하고
자신이 평생을 경형하여 일군 그 나라을 제손으로 멸망시키고 화병으로 죽은 것을 보며
그 후계자 문제을 소홀히 한 그 천여일실에 가슴을 친다.
알지 못하던 것들을 알게 되는 기쁨,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다시 바로잡게 되는 기록을 읽었을 때의 놀아옴
그런 것들이 요즈음 더욱 내게 잔잔한 즐거움으로 온몸을 감싼다.
지난 겨울 긴긴밤을 짧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던
혼불이라는 책도 마찬가지의 울림을 준다.
최명희의 혼불을 읽으며 그 방대한 지식과 자료에
작자의 노고에 감탄하면서도
나는 그녀의 고향에 대한 사랑,
전라도와 전주 사랑이 가슴 찡하게 울렁거리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은 어머니처럼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런 사랑을 승화시켜 예술을 완성하는 것은
또 다른 고향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그 책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도 남아 있던 차
마침 서예세상에 글을 한편 올린 후
웬지 책에 대한 감상문을 써야 되겠다는 용기를 내었으니
그러고 보면 서예세상이 고마운 셈이다.
요즈음의 일상이 틈나면 서예세상에 접속하는 일이다.
직장에서도 살짝 눈치보며 접속하는데
이러다가 근무태만으로 짤리면 안되는데...
한글서예도 보고 한문교실도 가보고 동영상 임서도 하고,
서각도 기웃거리고,
자료가 방대하여 그날의 입맛대로 어느 때는 이곳,
어느 때는 저곳을 기웃거리며 기초실력을 닦는 셈이다.
일일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지는 못해도 모두가 나의 스승이시다.
마음이 발동하여 보름 전에는
문방사우 일체(20만원 정도)를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체본을 보며 동영상을 보며, 습자연습을 하고 있다.
내리긋기와 가로 줄긋기 이조차 왜 이리 모양이 안나오는지 참..
어제는 친구 딸 결혼식으로 청주를 다녀왔는데 차를 운전하면서 가는데
시내의 한글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분석을 하는 나를 보고 혼자 웃음지었다.
저것은 궁체, 저것은 판본체, 저것은 궁체 흘림체구나. 저것은 o만 강조한 글씨구나.
어라 ! 저것은 글씨가 특이하네,
참참참 이었다.
저녁에 돌아와 이런 저런 생각읋 하다가 내친 김에 한글 서예책을 또 주문하였다.
만물이 용트림하는 이즈음
벚꽃놀이의 유혹을 참고 방안에 앉아
학교에 갓입학한 유치원아이처럼
글씨분석을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그동안 서서히 스며들었던 묵향의 힘일 것이다.
첫댓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거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매주 토요일 조조로 보는 영화가 일년이면 60-70편의 영화를 보는 저도 그 영화 보았답니다.
굿바이라는 일본 영화도 참으로 감영 깊었지요.지난 토요일엔 일본 영화 클로즈드 노트를
어제 오후엔 할리우드 영화 한나를 보았습니다.
ㅎㅎ 남편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하다가 저도 차츰 적응되어가는 중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예솔님, 이동네도 중독성이 있는것 같아요. 이런 중독은 좋을 듯 싶기도한데
아직은 모르겠네요.
서향님, 그 영화보셨다니 반갑네요. 일본여인들의 사랑하는 방식
무척 자기 절제가 강하더군요. 인상적이었어요. 영화를 그렇게 많이 부부가 보신다니
부럽습니다. 두분 감사합니다.
묵향에 스며들어 늘 행복한 시간 만들어가세요...감사합니다 좋은글 기대합니다...
서서히 배어든다는 표현에 묵향만한 것도 없는듯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