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방법과 과정
과학 고등학교를 나와서 비록 과학 영역의 과목은 남들만큼은 자신이 있었지만 ,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10년 넘게 전혀 접해 보지 않은 생물이라는 과목은 수강을 하면서도 한 달 내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만큼 생소했고, 화학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고, 유기 화학은 아예 생전 처음 수강한 과목이었다. 또한, 언어 영역은 내가 한국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성적은 형편없이 나오는 과목이었다. 암울했다. 불안감도 엄습했다. 이러다가 떨어진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에게 줄 고통을 생각하니 불안해하고 열등감 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하고 나서는 그러한 쓸 데 없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차츰 사라져 갔다. 그리곤 고등학교 수능 참고서등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냥 읽기만 했다. 특별히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예비시험 문제들도 단순 암기위주가 아니라 이해위주의 문제들이어서 공부의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생물 기린 책을 처음부터 꼼꼼히 보기 시작했다. 뭔가 보이는 것 같았다. 화학 과목도 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책을 정독하니 학원 진도를 따라갈 수준은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유기화학이었다. 모든 과목을 수강해서 수업을 듣자니 혼자 공부할 시간이 너무도 부족한 듯 했고, 유기 화학까지 듣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래서 유기화학은 당분간 혼자 공부하기로 하고 나중에 문제풀이반만 수강하려고 했다. 솔로몬 책은 혼자보기에는 너무 어려워 그나마 쉽다고 하는 맥머리 유기화학책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공부하는 동안에는 이해한 것 같았지만 책만 덮으면 모두 잊어먹었다. 그래도 읽었다. 물리는 자신 있는 과목이었기에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했다. 언어는 EBS 교재로 간간히 문제를 풀어보는 수준에서만 준비를 했다. 그 당시에는 공부를 해도 그만큼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시련 그렇게 나 자신과 싸움을 끊임없이 반복하던 어느 무더운, DEET 시험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날에 거실에서 이부자리 없이 바닥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얼굴안면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 '구안와사'라고 하는 어이없는 일이 나에게 닥쳤다. 흔히 말하는 '입돌아갔다' 는 안면신경마비증상이었다. 물마실 때 물이 줄줄 흐르고, 눈이 잘 감기지 않아 세수할 때 비눗물이 눈에 모두 들어가 빨갛게 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공부할 때 집중도 안되고... 무엇보다도 정신적 충격이 제일 컸다.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치료를 미루다가 전혀 나아지지 않아서 한의원을 찾아다니며 침 맞고, 종합병원 신경외과을 다니며 치료하고.. 결국 시험보는 날에도 마비증세가 약간은 남아있어서 고생을 했다. 그리고, 시험보기 2주전 쯤에 둘째 아이의 출산.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새벽마다 배고프면 울고, 쉬해서 기분 나쁘다고 울고.. DEET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수면 부족으로 인해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DEET 시험에서 합격까지 5개월이라는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촉박하게 준비를 한 탓에 막상 시험 볼 때에는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러워 조급했다. 불안한 DEET 성적으로 합격하는 날까지 마음을 조려야했고,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아무것도 못할 정도였다. 특히 언어영역을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어영역은 성적도 바닥이고, 전체 DEET 점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수험생 여러분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면접은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인성등을 평가한다고 미리 입시설명회가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다.
에필로그
끝으로 수험생들에게 몇 가지 조언과 지나고 나서 아쉬웠던 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
1. 그룹 스터디를 해라. 내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것을 토론하면서 정리해 나갈 수 있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유지 할 수 있다.
2. 언어영역은 실전처럼 시간 맞춰서 문제풀이를 꾸준히 해라. 언어 영역은 문제 푸는 기계가 되라고 조언하고 싶다. 실제 시험에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10문제 가까이 제대로 풀지를 못했다.
3. 유기화학이나 물리 과목 중에서 도저히 자신없거나 다른 과목 공부하기도 벅차면 하나는 과감히 포기하라. 나의 경우 유기화학은 아무 부담없이 책만 읽는 수준으로 공부를 했는데 10문제 중에 5문제를 맞췄고, 자연과학추론 II는 상위 5%내였다.
4. 충분히 잠을 자라. 현재 나는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며칠 있으면 중간고사기간이다. 오전 8시 30분부터 수업을 시작해서 점심시간 한 시간, 그 후로 5시 30분까지 일주일 내내 수업하고 실습하고 가끔 ‘땡시‘라고 불리는 시험을 수업시간에 본다. 전에 대학 다닐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공부할 양이 상당하다. 또한 그 많은 것들을 다 외워야 한다. 한 달도 못 버티고 그만두려고 하는 동기도 있다. 합격에 대한 기쁨도 잠시, 또 다시 나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인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으로 체력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수험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합격 후의 대학원 과정은 현재의 힘들고 외로운 과정보다 더욱 더 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현재의 노력과 경험이 더 나은 내 삶을 위한 튼튼한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