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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축구팬들이 각각 유럽과 남미 최고의 테크니션들이 모인 그들의 화려한 개인기에 초점을 맞춤과 동시에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허나 의외로 경기가 지루하게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유인 즉,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사이드 플레이를 이용한 역습을 주 전술로 사용하는 스콜라리 감독이고 둥가 감독이 치른 지난 6경기를 봤을 때 그 역시 수비를 대단히 중시하는 감독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선수시절 자신의 포지션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미드필드의 장악력을 대단히 중요시 하는 둥가. 최근 브라질의 경기를 통해 드러난 둥가의 스타일은 결국 수비가 안정된 미드필드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스콜라리 vs 둥가
선수로서는 백전노장 둥가이지만 스콜라리의 감독 커리어에 비하면 아직 풋내기에 불과하다. 그런 스콜라리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둥가 감독은 포르투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만난 상대 중 가장 까다로운 상대‘ 라고 했을 만큼 포르투갈을 상당히 견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이미 브라질의 콧대를 한 번 누른 바 있는 스콜라리는 오히려 세계 최강 브라질을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여유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어떤 상대이든 맞서 이길 수 있다’는 데서 자신감마저 넘친다.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것은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두 팀의 공통된 목표이다. 2007년 새해 첫 A매치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누노 고메스와 시망 사브로사
포르투갈은 에우제비우의 골 기록을 경신하고 은퇴를 선언한 페드로 파울레타(88경기, 47골)와 간판스타 루이스 피구의 은퇴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것이 세대교체의 가장 핵심과제였다. 지금까지 포르투갈의 경기를 봤을 때 그들의 대체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스콜라리 감독은 언제나 누노 고메스를 파울레타에 이은 세컨드 옵션으로 기용해왔으며, 마찬가지로 다재다능한 윙어 시망 사브로사가 이제부터는 피구의 뒤를 이어 선발 출장할 것이 확실시 된다.
최근 포르투갈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히카르도 콰레스마 또한 스콜라리 감독의 극찬을 받고 있지만 다른 부분은 몰라도 A매치 경험에 있어 콰레스마는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와 시망 사브로사에 비해 부족하다. 이런 점을 들어 포르투갈 언론들은 그가 포르투갈 측면공격의 제3옵션으로 기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전에서는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가 토튼햄과의 경기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반면 콰레스마는 본의 아닌 퇴장으로 리그에서 2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아 더 많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시간동안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변화하는 포르투갈의 미드필드
위에서 언급했듯 파울레타와 피구의 빈자리를 누노 고메스와 시망 사브로사가 채울 것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했던 수순이었고 가장 언론의 초점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포르투갈 스쿼드에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코스티냐와 마니셰가 포르투갈 스쿼드에서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콜라리는 포르투갈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마니셰와 코스티냐를 앞으로 발탁하지 않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소속팀에서 좀 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라는 납득하기 힘든 대답을 남겼다. 두 선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옮긴지 반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데 적응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의아하다.
유로 2008예선전인 폴란드 전에서 좋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준 두 선수는 지난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도 발탁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스콜라리는 새로운 미드필드 구상을 염두에 둔 듯 하다. 더군다나 3월 24일(벨기에), 3월 28일(세르비아) 유로 2008 예선 경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결국 이는 포르투갈에 새로운 투보란치의 등장을 예고하며 이 부분에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그리고 포르투갈 세대교체의 진정한 완성은 투보란치에 어떠한 조합이 나올 것인가 하는 점에서 이루어 질 것이라고 본다.
스콜라리 포르투갈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조세 무링요가 UEFA컵과 챔피언스리그를 잇달아 우승할 수 있었던 데 주역이었던 데코와 마니셰, 코스티냐 이렇게 3명의 미드필더들에 있다. 데코가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지만 그것 또한 FC포르투의 미드필드에 활기를 불어넣은 코스티냐와 마니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이는 스콜라리 포르투갈의 유로 2004준우승, 2006년 월드컵 4강까지 이어졌다.
새로운 투 보란치의 주인공은?
포르투갈의 미드필드가 수술대에 오른 주된 이유는 코스티냐(32)의 노쇠화라고 할 수 있다. FC포르투에서 디나모 모스크바로 이적한 이후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코스티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뤼쌩의 백업멤버로 전락한 코스티냐는 경기감각을 대단히 중요시하는 스콜라리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으며, 그의 제외는 월드컵 이후 완벽하게 부활하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핵심선수로 자리 잡은 마니셰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은 마니셰가 지난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도 나오지 못했던 데 이어 이번 브라질 전에서도 제외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공격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마니셰와 파트너를 이룰 홀딩 스타일의 미드필더를 포르투갈에서 찾기 어려운 것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니셰가 공격 가담이 많았던 이유는 세트플레이 외엔 공격가담을 하지 않는 홀딩 코스티냐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로써 미드필드가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코스티냐 같은 수비위주의 선수가 없다는 것은 투보란치 중 한 선수가 좀 더 수비 가담을 높여야 하며 이는 그만큼 마니셰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카자흐스탄과의 유로 2008 예선 경기에서 스콜라리의 선택을 받은 투보란치 조합은 티아고 멘데스(25, 올림피크 리옹)와 하울 메이렐레스(23, FC포르투)였다. 올림피크 리옹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티아고 멘데스와 당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른 하울 메이렐레스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약체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보여준 그들이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마니셰보다는 좀 더 전투적인 티아고 멘데스와 코스티냐보다는 패스나 슈팅 면에서 더 나은 하울 메이렐레스가 다시 한번 가동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선 경기인 만큼 스콜라리는 여러 선수들에게 두루 기회를 줄 듯하다. 스콜라리는 아직까지 대표팀에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스포르팅 리스본의 프랜차이즈 스타 주앙 무팅요를 다시 불러들였고, 벤피카의 베테랑 미드필더 아르만도 프티를 선발하는 등 이들까지 활용한 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에 브라질전에 나서는 미드필더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그 동안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마니셰와 코스티냐의 국가대표팀 승선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이 FIFA랭킹 1위 브라질을 상대로 이번엔 어떤 미드필드 조합의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 이번 경기의 가장 주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돌아온 안드라데
스콜라리가 대표팀에서 가장 아끼는 선수는 누구일까?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 데코? NO! 다름 아닌 조르제 안드라데(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다. 프리메라리가 최정상급 센터백 중 한명인 안드라데에 대한 스콜라리의 각별한 애정은 여러 군데서 드러난다. 이 중 대표적으로는 그가 부상으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탭 신분으로 독일까지 데려간 사실을 비롯해 차기 포르투갈의 캡틴 후보로 안드라데를 지목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캡틴 페르난도 메이라도 좋은 선수임에 틀림없지만 초반 부진했던 데포르티보의 상승 시점이 안드라데의 복귀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브라질 전에는 부활한 안드라데와 카르발료가 또 다시 후방을 든든히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라이트백의 레프트백 化
월드컵 이전부터 스콜라리가 고민했던 포지션 중 하나는 레프트백이다. 당시 누노 발렌테(에버튼)가 최종 합격판정을 받았지만 노쇠화가 뚜렷하고 잦은 부상으로 경기감각에도 문제가 있어 이제부터 대표팀에서 그의 모습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카자흐스탄과의 유로 2008 예선경기에서 이 자리는 파울로 페레이라(첼시)가 차지했다. 사실상 미구엘 몬테이로(발렌시아)가 부동의 라이트백이 되어버렸고 파울로 페레이라는 본의 아니게 포지션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최근 첼시에서 좋지 못한 그의 경기력을 고려해 봤을 때 레프트백으로서 보다 출전 경험이 많은 마르코 카네이라(스포르팅 리스본)가 나설 수도 있다. 어쨌든 전문 레프트백이 없는 포르투갈은 앞으로도 이 두 선수들을 계속해서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이번 브라질 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에게 좀 더 많은 신뢰를 주지 않을까 한다.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삼바군단
세계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직업 중 하나는 아마도 브라질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닐까 한다. 잘하면 본전이요, 못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남들만큼만 해도 온갖 비난을 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독일 월드컵 당시 아드리아누, 호나우두, 카카, 호나우딩요 일명 ‘황금 4중주’라 불리던 브라질.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들은 실망스러웠고 지네딘 지단이 정말 위대한 선수라는 사실만을 전 세계인들에게 재차 확인시키며 쓸쓸히 퇴장했다. 프랑스에 힘없이 무너진 브라질 축구대표팀에 대한 자국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는 자연스레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이 자리에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카를로스 둥가가 앉게 되었다.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브라질 언론들은 수차례 그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던졌지만 어느새 잠잠해진 걸 보니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해도 무방한 듯하다.
둥가는 부임 이후 6전 5승 1무를 기록했다. 감독 데뷔전인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1무를 기록한 이후 5연승을 달리고 있다. 특히 라이벌 아르헨티나를 3-0으로 완파한 경기 이후부터 완벽하게 자신감을 가진 모습이다. 성공적인 모습을 거두고 있는 둥가의 브라질이 페레이라의 브라질과 확연히 달라진 점은 아무래도 보다 안정되고 보다 수비적으로 변모한 미드필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번의 카카와 20번의 호나우딩요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가장 팬들의 기대를 받는 부분이었던 것은 아마도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와 호나우딩요의 대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나우딩요가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제외되면서 두 선수의 대결은 끝내 무산되었다. 허나 호나우딩요가 부상이 아니더라도 경기에 선발로 나설 수 있었을까.
브라질의 가장 최근 A매치였던 지난해 11월 15일,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호나우딩요는 후반 60분경 호빙요와 교체되어 나왔다. 스위스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에 나섰지만 그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더군다나 팬의 입장에서 등번호 20번의 호나우딩요는 애써 웃는 그의 웃음처럼 너무 어색했다. 경기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에서 그의 등번호 10번을 브랜드화 시킨 것을 떠올려보면 바르셀로나와 브라질의 10번은 단순한 번호가 아니라 호나우딩요를 상징하는 번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스위스전에서 브라질의 등번호 10번은 카카가 달고 있었다. 카카의 10번과 호나우딩요의 20번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소속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카카와 윙포워드로 나서는 호나우딩요의 차이점이 선발과 벤치로 나뉜 가장 주된 이유로 보인다. 물론 공존하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약체인 웨일즈와의 경기였고, 아르헨티나와 스위스 같은 강팀을 상대로 한 브라질의 경기에서 둥가는 다니엘 카르발료나 카카 중 한 선수만을 기용했다.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는 둥가가 미드필드의 안정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이는 독일 월드컵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호나우딩요와 카카, 심지어 주닝요까지 선발출전 시켰던 페레이라의 브라질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당시 페레이라 감독의 선수 기용 문제는 지네딘 지단의 ‘원맨쇼’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 문제는 새롭게 부임한 둥가가 손을 봐야하는 부분이었고 전통적으로 투톱을 쓰는 브라질임을 생각해 봤을 때 카카나 호나우딩요 둘 중 하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체되어야 했다.
결국 한 선수는 벤치행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브라질의 경기를 통해 드러난 벤치워머는 안타깝게도 호나우딩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둥가이기에 수비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호나우딩요 같은 선수들을 벤치에 않게 할 정도로 그의 결단력은 과감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결과는 성공적이다. 둥가는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나우딩요의 기용에 대해 ‘앞으로 윙포워드로 기용할 것이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4-4-2를 메인 전술로 사용하는 브라질에게 ‘윙포워드’ 호나우딩요라는 둥가의 인터뷰는 의미심장하다.
둥가의 황태자, 엘라누 블루메르(Elano Blumer)
최근 둥가가 내놓은 브라질 라인업의 특징 중 하나는 동유럽권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04/05시즌 UEFA컵 챔피언인 CSKA모스크바에서 다니엘 카르발료, 바그너 로베, 두두 세아렌세를 선발했고, 우크라이나 리그 챔피언 샤크타르 도네츠크에서는 엘라누 블루메르(25)를 선발했다.
이중 엘라누는 호빙요, 카카와 함께 둥가로부터 가장 신임을 받고 있는 선수다. 상대적으로 유럽 축구의 변방인 우크라이나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브라질리언 엘라누 블루메르는 지금까지 대표팀 경력이 7경기에 불과한 데 이 중 6번이 둥가에게 부름을 받은 최근 경기이다. 브라질 역대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클럽 소속으로 알려진 엘라누는 아르헨티나를 3-0으로 이긴 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자신의 A매치 사상 첫 골을 기록했다. 당시 경기 MVP에 선정된 엘라누는 카를로스 둥가의 높은 안목을 증명해냈다.
둥가 감독이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의 키 플레이어’라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는 대단하다. 그렇다면 둥가의 황태자이자 브라질의 키 플레이어인 엘라누 블루메르는 어떤 선수일까.
독일 월드컵에서 가장 돋보인 브라질리언이 제 호베르투(32, 산토스)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드리아누, 호나우두, 카카, 호나우딩요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실망스러웠던 반면 제 호베르투 만큼은 달랐다. 의외로 정적이었던 브라질 선수들 사이에서 성실함으로 대변되는 제 호베르투의 플레이는 유독 돋보였다. 가장 많이 뛰고, 가장 많이 패스했으며, 가장 수비가담이 좋았다.
바로 이런 제 호베르투와 같은 선수로 평가받는 선수가 엘라누다. 제 호베르투가 흑인이면서 왼발잡이라는 점과는 달리 엘라누는 백인이며 오른발잡이다. 선천적인 면에서는 완전 반대이지만 두 선수의 플레이는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제 호베르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레프트 윙으로도 활약했던 것처럼 엘라누 역시 소속팀에서는 라이트 윙으로 기용될 만큼 측면에서의 플레이 또한 매우 뛰어난 선수다.
지난 시즌 소속팀을 우크라이나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엘라누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AS로마를 홈으로 불러들여 1-0으로 무너뜨리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막시 로드리게스가 부상당했을 당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엘라누의 영입을 시도하려 했음을 보면 윙어로서의 그의 재능 또한 가늠해볼 수 있다. 당시 엘라누의 소속팀, 샤크타르 도네츠크가 1,000만 유로 가량의 비싼 이적료를 요구해 끝내 협상은 결렬되었으나 둥가의 황태자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유럽의 여러 클럽들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샤크타르와 브라질의 세트 플레이시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전담할 만큼 정확하고 안정된 킥을 겸비한 것은 물론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브라질의 살림꾼 역할까지 맡고 있는 엘라누는 차세대 삼바군단의 중심선수가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둥가는 공격수 한 명을 벤치에 앉히는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한명을 더 기용했다. 브라질은 엘라누 같이 공수 전반에 능한 선수들과 함께 보다 수비적인 미드필더 두 명을 동시에 기용함으로써 공수 밸런스를 되찾아 가고 있다. 지금까지 둥가의 체제하에서 살아남은 브라질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에드밀손(FC바르셀로나)과 질베르투 실바(아스날), 두두 세아렌세(23, CSKA모스크바)다.
이 중 두 선수가 주로 짝을 이루며 기용되어왔다. 우리에겐 비교적 낯선 두두 세아렌세는 엘라누와 함께 ‘동유럽파’ 브라질의 중심에 있는 선수다. 바그너 로베, 다니엘 카르발료와는 달리 CSKA모스크바 출신 중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둥가의 부름을 받고 있다. 에드밀손을 제치고 스위스 전에서 두두 세아렌세가 주전으로 나섰음을 보면 주전경쟁에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최근 3경기에서 브라질의 미드필드는 아르헨티나 전에서 질베르투 실바와 에드밀손, 웨일즈 전에서 에드밀손과 두두 세아렌세, 스위스 전에서 페르난두(보르도)와 두두 세아렌세가 라인업을 구성했다.
포르투갈 전에서도 엘라누를 중심으로 질베르투 실바와 에드밀손, 두두 세아렌세 중 두 선수가 주전 혹은 로테이션으로 미드필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호빙요의 파트너는?
둥가 브라질의 포워드진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호빙요(레알 마드리드)가 대단히 신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호나우도(AC밀란)와 아드리아누(인터밀란)에 밀려 월드컵 당시 백업이었던 호빙요는 둥가 체제에서 만큼은 가장 중요한 선수로 인식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윙포워드로 기용되고 있는 호빙요는 대표팀에서는 투톱에 위치해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미 아르헨티나 전에서 프레드(올림피크 리옹), 스위스 전에서 하파엘 소비스(레알 베티스)를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호빙요는 이번에도 포워드 자리 하나를 꿰찰 것으로 예상된다. 리그에서 부활의 서막을 알린 아드리아누(인터밀란)가 둥가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보아 최근 폼이 좋지 못한 프레드와 하파엘 소비스를 제치고 호빙요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기대해 본다.
오버래핑 달인들의 후계자
브라질의 전술에서 중요한 점은 측면 공격을 상당부분 좌우 풀백들의 오버래핑에 의존해왔다는 것이다. 덕분에 브라질은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데 보다 더 초점을 둘 수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포워드 숫자를 더욱 늘릴 수 있었다. 브라질에서 이런 전술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버래핑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로베르토 카를로스(레알 마드리드), 카푸(AC밀란)와 같은 좌우 풀백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약 10여년 동안 브라질의 확고부동한 베스트 11에 있었던 두 선수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둥가의 세대교체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드디어 브라질의 풀백들은 세계 최고 윙어들을 보유한 포르투갈을 스파링 파트너로 시험대에 오른다.
지금까지 라이트백에서는 시싱요(레알 마드리드), 마이콘(인터밀란), 다니엘 알베스(세비야)가 둥가의 부름을 받았다. 셋 다 수준급의 오버래핑 능력을 지녔지만 그나마 가장 수비적인 마이콘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양상이다. 스위스 전에서도 마이콘이 알베스를 제치고 선발로 나섰으며 둥가 역시 그가 보여준 모습에 매우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다.
레프트백에는 질베르투(헤르타 베를린)와 마르셀루(레알 마드리드), 아드리아누 코레이아(세비야) 세 선수가 두루 기용되었다. 질베르투의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해본다면 사실상 마르셀루와 아드리아누 코레이아가 앞으로 로베르토 카를로스의 후계자로서 주전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로베르토 카를로스의 대체자로 나서게 될 마르셀루지만 아드리아누 코레이아가 버티는 대표팀에서도 그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일단 마르셀루는 부상으로 포르투갈전 스쿼드에서 제외되어 이변이 없는 한 스위스 전에 나섰던 아드리아누 코레이아가 선발출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의 중앙 수비는 오랜 시간 주안(바이에른 레버쿠젠)과 루시우(바이에른 뮌헨)가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루시우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다. 펠릭스 마가트를 경질하고 오트마르 히츠펠트를 다시 부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바이에른 뮌헨의 좋지 못한 성적은 아무래도 루시우의 부진과 연결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스위스 전에서도 루시우가 벤치를 지켰고 대신 주안과 루이장(벤피카)이 호흡을 맞추었으며 이 경기에서 루이장은 골까지 기록, 둥가의 신임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포르투갈 전에서 역시 상대적으로 포르투갈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루이장이 주안과 호흡을 맞추지 않을까 한다.
차세대 브라질의 넘버 1은?
브라질은 디다(AC밀란)의 은퇴로 골키퍼 역시 세대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FC포르투의 엘톤과 인터밀란의 줄리우 세자르가 스위스전에 이어 다시 한번 발탁되었다. 고메즈(PSV아인트호벤)는 스위스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 역시 선발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포르투갈 선수들을 잘 알고 있고, 스위스 전에서도 브라질의 골문을 지켰던 엘톤이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해본다. 포르투갈 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수차례 선정되고 있는 엘톤은 최근 2012년까지 포르투와 연장계약을 하는 등 앞으로 브라질의 차세대 골키퍼가 될 것이 유력하다.
에필로그
이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아무래도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 시망 사브로사, 히카르도 콰레스마와 브라질의 좌우 풀백인 마이콘, 아드리아누 코레이아, 다니엘 알베스 간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팀 사이에서 승패의 관건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벌어질 공산이 크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번 경기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는 세대교체를 진행 중에 있는 두 팀의 미래와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단순히 친선경기가 아니라 유럽과 남미의 자존심 대결인 이번 경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다. 당연히 화려한 발재간과 테크닉을 겸비한 두 팀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멋진 볼거리들을 제공하는지 여부 또한 이들의 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과연 이번 경기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울 영국 팬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양팀의 멋진 경기를 기대해본다.
- 사커라인 이창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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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딩요 안나온다고 하지 않아나?
이경기도 보여주지 잉글 스페인만 보여주네
espn은 잉글랜드 팬
제호베르트랑 엘라노랑 같다.. 완전 거울을 보는거랑 같군ㅋㅋ
포지션별로 조목조목 잘 분석한 것 같네요... 이 경기 완전 기대중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마니셰는 아틀레티코에서 상당히 잘하구잇는데;;ㅜㅜ 마니셰 메이렐리스 조합은 안되나.. //근데 글쓰신분께서 글 무척 잘쓰셧네요..
근데 우리나라 시간으로 5시아닌가요? 3시라고 되어있네요;;
제호베르투 보고싶당
볼만하겠네... 진짜...
ㅋ 그브라질 수비수 나우도인가 이선수는 대표팀 안뽑히나요 ?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