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입 수시합격자가 발표됐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입시지옥에서 빨리 벗어나서 좋겠다”는 부러움을 사는 수시합격생들. 하지만 합격의 기쁨과 여유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학창시절 남들 몇배로 공부하고, 혹독하리만치 자기관리를 했기에 가능했다. “1년 전 이맘때는 공부하느라 씻을 겨를도 없었다”고 털어놓는 예비 명문대생들을 만났다. 이들은 “신학기까지 남은 기간동안 자신만의 공부법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상민 2008학년도 서울대 수시 합격
수능등급: 언어1/ 수리-나1/ 외국어1/ 근현대사1/ 한국지리1/ 경제1/ 국사2
"신학기가 되기 전에 각 영역 취약부분은 반드시 잡고 넘어가야 합니다.”
수시 2-2 특기자전형으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김상민(19·과천외고 3) 양의 아킬레스건은 사회탐구 과목이었다. 특히 서울대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국사는 고2 때 치른 모의평가에서 3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2 겨울방학 초반 고심 끝에 ‘무조건 외우고 보자’던 공부법을 바꿨다. 국사교과서를 매일 1번씩 읽었다. 김양은 “교과서를 10번 이상 읽으니 역사흐름이 잡히기 시작했다”며 “역사흐름을 잡고 참고서와 문제집을 보니 굳이 외우지 않아도 내용이 한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리는 어떤 내용이든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넘어가는 습관을 들였고, 경제과목의 경우는 2월 말까지 개념정리에 몰두했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참고서를 정해 다른 책에서 본 세부내용까지 책 하나에 정리해 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며 “문제풀이 과정에서도 고난도 문제는 따로 노트를 만들어 시험보기 전 활용하는 게 시간절약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언어영역은 겨울방학동안 수능 첫해(1994년)~2007학년도 수능기출문제를 매일 같은 시간(수능 당일 시간에 맞춰)에 푼 뒤 비문학과 문학소재 등으로 분야를 나눠 지문을 분석했다. 문제풀이 1시간 40분, 지문분석 1시간 20분을 투자했다. 상민양은 “수능기출문제를 풀면 시험에서 출제될 만한 문제유형을 익힐 수 있다”며 “지문분석을 하면 글의 구조를 익히고, 독해시간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자연스레 논술훈련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리 나형의 경우 수능에서 수Ⅰ 부분만 출제되기 때문에 수학 10-가·나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했다간 수학점수는 올릴 수 없습니다. 겨울방학동안 수학 10-가·나를 최대한 빨리 정복해야 합니다.”
김양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오답노트는 만들지 않았다. 대신 틀린 문제가 있는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반복해 풀어봤다. 그는 “수리영역은 등급컷 점수가 높기 때문에 하나의 실수가 등급을 좌우한다”며 “평소 쉬는 시간에 쉬운 문제라도 문제풀이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시 특기자전형에 대비해 겨울방학 때부터 공인영어시험 준비도 병행했다. 또 단어장을 만들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하루 100개씩 외웠다. 김양은 “신학기 전에 평소 부족했던 부분을 다졌기 때문에 학기중에 특기자전형에 필요한 텝스준비와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한별 2008학년도 고려대 수시 합격
수능등급: 언어2/ 수리-가1/ 외국어1/ 물리1/ 화학Ⅱ2/ 생물Ⅰ3
"한번의 실패를 겪은 뒤 공부방법을 완전히 바꾼 게 합격비결입니다.”
김한별(20·동북고 졸) 군은 고려대 수시2 수능우선선발전형으로 정보경영공학부에 합격했다.
김군은 수시(고려대·한양대 지원)와 정시(건국대·광운대·세종대 지원)를 통틀어 5개 대학에 지원, 모두 낙방했던 지난해를 잊지 못한다.
“눈앞이 깜깜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고3 때 문제집이란 문제집은 닥치는대로 풀었거든요.”
1월 말 합격자 발표가 난 뒤 김군은 자신의 공부방법을 돌이켜 봤다. ‘문제풀이는 누구보다 많이 했다’고 자부했던 그의 문제점은 다름아닌 기초부실. 감으로 문제를 풀었던 게 실수였다.
재수를 결심한 후 공부방법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우선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기 시작했다.
김군은 5년치 언어영역 수능기출문제를 구했다. 문제를 풀기보다는 지문 하나당 20~30분을 투자해 분석했다. 또 주제찾기·함축적 의미 파악·표현기법 찾기 등으로 문제유형을 구분하고, 각종 참고서를 뒤져 자신만의 유형별 언어문제집을 만들었다.
그는 “유형을 스스로 구분한 뒤 문제풀이를 해보니 어떤 문제가 주로 출제되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며 “이렇게 2개월 정도 흐르니 문제풀이 시간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수학은 고난도 문제풀이를 자제하고, 4월 말까지 정석으로 기초를 다시 다졌다. 단원별로 개념정립을 다시 한 뒤 문제집 4~5권을 활용해 그 분야의 문제들을 풀어보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김군은 “본격적 문제풀이는 여름방학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며 “별고민하지 않고 문제풀이 과정을 적을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의 경우 물리와 화학·생물의 공부방법을 달리 했다. 물리는 개념정립 후 ‘이 문제를 풀려면 어떤 공식을 써야 할지’를 완전히 익힐 때까지 많은 문제를 풀었다. 화학과 생물은 한 참고서를 3번씩 반복학습했다. 처음엔 주욱 훑어보고, 두번째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암기한 다음, 세번째는 참고서에 나온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김군은 “단원별로 끊어 공부하는 것보다 참고서 한 권을 단계적으로 읽어나가면 단원별 연계문제를 풀 때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군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재수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