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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수능의 충격...
2005년 11월...
고사장을 나오는 발걸음은 왠지 불안했다.
언어, 영어는 선방했는데 수리와 과탐에서 못풀고 찍은 문제가 너무 많았다.
나는 이과생인데... 3년내내 수학에 투자한 시간이 얼마인데...
머리속의 텅빈듯한 느낌으로 집에와서 채점을 했다.
언어 94
수리72
와국어 95
과탐(기억이 잘 안나는데 생물1,2는 잘봤고 화학 1,2를 망쳤어요.)
이 점수로 어딜갈수 있을까?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들과 배치표를 보며 그래도 써볼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중략-
드디어 원서접수...
가군에는 한양공대 나,다군에는 약대를 써보았다.
약대는 안될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원서를 내보았다.
한양공대 1차 추가합격... 약대는 2군데는 모두 떨어졌다.
재수와 공대의 갈림길...
우리집은 잘사는 편이 아니라 재수하는것은 부모님에게 부담이 된다는걸 그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재수를 결심했다.
2. 학원 선택의 기로에서....
광주에 살았던 나는 친구들과 같이 광주대성학원에서 재수를 시작했다.
숨이 턱 막히는 학원교실... 북적거리는 사람들.... 벌써부터 실전문제집을 푸는 내 짝꿍...
(결국 나중에는 첨부터 문제를 들입다 푸는게 좋지 않다는걸 깨달았지만...)
대한민국 재수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학원에 다닌지 2주째...
부모님께서 기숙학원에 가보는게 어떠냐고 권유하셨다.
집안 사정을 어느정도 알고 있던 나는 싫다고 했지만 부모님은 광주에서 재수시키는것이 불안하신지
나를 설득하셨다.
결국 부모님과 1학기 이론수업까지만 (대략 6월까지)만 기숙학원에 다니고 나오기로 약속을 하고
2주만에 대성학원을 그만두고 기숙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 기숙학원에서...
기숙학원은 찾아가는 길도 복잡했다.
랜트카를 하고 있던 매형이 데려다 줬는데 입구에서부터 외제차 투성이었다.
역시 이런데는 잘사는집 아들,딸들이 오는데구나...
학원 입구에서 부터 속으로 기가 죽었다.
하지만 집안사정이 성적에 무슨영향 이겠는가~ 반드시 열심히 해서 비싼 기숙학원비를 보상받을
대학에 합격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4. 자만의 시작...
기숙학원에 입학하자 반편성 시험을 보았다.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과는 7개반이었는데 아마 내가 2번째로 좋은 반에 들어갔던거 같다.
속으로 '그래도 아직 내가 공부좀 하는구나' 하는 심한 착각에 빠졌다.
첫 3월 모의고사도 반에서 꽤나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더 심한 착각속에 빠졌다.
4월이 되자 슬슬 친구들끼리도 친해지고 알게모르게 학원내의 커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때까진 비싼학원비 본전은 뽑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었다.
하지만 5월이 되자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실시하는 속칭 물모의고사를 보고서
는 '뭐 이제 알거 다 알았네, 공부 꼭 해야되나? 지금 아는것만 안 잊어버리면 되지' 하는 위험한 착각속
에 빠지게 되었다.
점점 공부하기가 싫어지고 잠이오고 놀고 싶은 마음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 시험에서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잘봤던것 같다.
그래서 '수학만큼은 꼭 잡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5. 또 한번의 갈림길...
학원에서의 생활도 무료해지고 공부하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친구들과 잡담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갔다.
이제 뭔가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독학! 학원선생님에게 학원을 그만두고 독학하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렸다.
그때는 월드컵 기간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결사 반대하셨다.
지금 학원을 뛰쳐나가면 월드컵 분위기에 휩쓸려서 놀게 될거라고...
또, 니가 학원에 있어서 그나마 공부하는 거지 나가면 망할거라고...
제자들 중에서도 학원 뛰쳐나가서 잘 된놈 한명도 못봤다면서...
여기서에 오기가 생겼다.
'그래, 내가 학원 뛰쳐나가서 성공한 첫번째 제자가 될수 있을꺼야!'
그리고 다음주 나는 선생님께 인사도 드리지 않고(지금 생각하면 죄송하다.)학원을 그만두고
광주로 내려왔다.
6. 독학...
광주에 내려와서는 고등학교때 다녔던 독서실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도 내 얼굴을 알아보시고는 조용한 성인실(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이 계시는곳)
로 자리를 잡아주셨다.
'이제 내가 부족한 과목을 보완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구나!' 생각하고 힘찬 독학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2주동안은 학원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스스로 통제하려고 하니 정말 힘들었다.
잠도 많이 자도 공부하기도 더 싫어졌다.
몇번은 부모님이 회사간 사이에 몰래 집에와서 TV를 본적도 있었다.
'아... 선생님이 말릴때 나가지말걸' 이런 후회를 그때 정말 많이 했었던것 같다.
그렇게 흐지부지 7월이 지나가고 8월이 되었다.
이제는 흔들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재모에 가입에서 독학생이 모의고사 볼수 있는곳을 알아봐서
틈틈히 자기점검도 하고 부족한 수학을 보충했다.
과학은 자신이 있었지만 과탐이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였기 때문에 인강을 신청해서 반복하여 들었다.
언어와 영어는 감을 잃지 않게 항상 하루에 10분이라고 빠지지 않고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수능을 2달쯤 앞두고는 수학 파이널 문제집을 정말 미친듯이 풀었던것 같다.
집에 있는 파이널 문제집만 8권인데 한문제도 빼지 않고 모조리 풀었다.
이렇게 매일매일 똑같은 어쩌면 지겨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7. 2번째 수능...
2006년 11월 어느날...
드디어 내 생에 2번째 수능시험을 치렀다.
아침에 컨디션도 괜찮고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전혀 떨리지 않았다. '그래 지금까지 공부한 것만 다 맞춰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수 있을거야!'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고사장에 입장했다.
드디어 수능시험 시작!
1교시 언어...
대체로 쉬웠지만 중간에 하나하나씩 애매한것들이 있었다...
나름 선방한것 같았다.
2교시 수리...
작년과는 사뭇 다르게 정말 막힘 없이 풀어나갔다.
미적분 한문제를 찍고 모든 문제를 풀어냈다.
예감이 좋다...
3교시 외국어...
듣기에서 2문제 정도 해깔렸다.
독해와 문법은 술술 풀렸다.
듣기만 제대로면 한건 터질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4교시 과탐...
화학1... 그동안 토나올 정도로 반복했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 예감이 좋았다.
생물1...생각보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았다... 불길하다...
화학2... 뷁
생물2... 작년과 비슷한 느낌... 나쁘지는 않다...
드디어 나의 2번째 수능이 끝나고 집으로 왔다.
이번에는 작년처럼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수험표 뒤에 답을 써오지 않았다.
하지만 예감은 좋았다.
8. 원서접수 까지...
수험표에 답을 써오지 않았지만 점수 알고 싶은것이 수험생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기억을 더듬어 하나 하나씩 채점해 나갔다.
대략 460점 정도가 나왔다.
또 수학 계산 실수를 해버렸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하지만 이번에는 작년처럼 수능끝나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
대학에 가서 체험할수 없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바로 공장알바!!
매일매일 고된노동을 하니 수능시험 생각은 까맣게 잊어갔다.
가끔씩 같이 일하는 형(?)들이 내가 의대 지망생이라는 것을 알고 수능에 대한 얘기를 한번씩 하시긴
했지만 말이다...ㅎㅎ
9. 원서접수!
'이번에는 멍청하게 배치표만 보고 원서접수를 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고는 지원학교 홈페이지에서 작년 제작년 실제 합격자들의 평균점수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진학사 유료결제를 통해 모의지원자들의 성적도 비교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학은 진학사 성적에서 거의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고
엎친대 덮친격으로 실제 성적표를 받아보니 수학한문제를 마킹실수를 해버렸다.
'젠장... 3수하는 건가?'
고민 끝에 결국 다군에 약대를 안전빵으로 한개 쓰고 가군과 나군은 과감하게 한의대를 지원했다.
(얘기 하자면 길지만 난 재수하면서 의대에서 한의대로 목표를 바꾸었다. ^^)
10. 합격의 기쁨...
원서를 쓰고도 공장 알바를 계속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지원한 약대가 면접이 있는데 하필이면 한의대 합격보다 면접이 먼저였던 것이다.
만약 약대 면접을 안가고 한의대에 떨어지만 쌩삼수를 하게 될수가 있기 때문에...
알바를 그만두고 면접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면접공부가 정말 하기 싫었다.
부모님은 그렇게 넋 놓고 있다 한의대 떨어지면 어떡할꺼냐며 면접준비를 하라고 다그치셨지만...
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그냥 예감이 좋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
결국 면접준비는 하지 않고 고등학교3년+재수1년 동안 못했던 게임을 시작했다.
(물론 재수하는 중에 게임하면 망합니다...;;;)
드디어 가군 합격자 발표일...
이곳은 한의대이긴 하지만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곳은 나군에 쓴 한의대였기 때문에
만약 나군이 붙으면 포기할 의향이 있는 학교였다.(가군은 대구한의대를 썼다.)
오랜만에 달콤한 늦잠을 자는데 합격자 확인을 해보라는 문자가 왔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수험번호를 입력하고 침을 한번 삼켰다.
내 두눈앞에 펼처진 합격!!!
기쁘긴 했지만 아직 나군 합격이 남아있었다.
'그래 지금 물론 기쁘지만, 진짜 가고싶은 학교에 합격한 후에 떳떳하게 자랑하자!'
이생각으로 가족들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합격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2주후...
드디어 나군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나군은 대전대학교 한의대를 썼답니다. ^^)
솔직히 이 학교는 잘하면 대기번호를 받고 왠만하면 떨어질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험번호를 입력하고... 침을 한번 삼켰다.
믿을수 없었다. 최초합격이라니......(여운을 남겨주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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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말도 많도 탈도 많았던 저의 재수시절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1년더한다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항상 자신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절대 자신을 비하한다거나 남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갈길만 가면됩니다.(그렇다고 주위 친구들은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친구들은 여러분의 평생 동지니까요 ^^)
앞으로 약 6개월 정도 남은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까지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